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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태아 건강’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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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태아 건강’도 위협한다
임신 도중 과도한 수준으로 열에 노출되는 상황은 조기진통부터 신생아 저체중 출산 등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서 태아 건강 위험성도 커지는 추세이다.
By GRACE BROWNE, WIRED UK

2022년 봄,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한창이었던 때였다. 뉴포트 비치 지역 호아그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인 나다니엘 디니콜라(Nathaniel DeNicola) 박사가 이례적인 문제를 겪게 된 환자 한 명을 담당하게 되었다. 디니콜라 박사가 담당한 환자는 32주 전 임신 당시 건강했으나 갑자기 조산 위험을 겪게 된 환자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환자의 출산이 시작됐다. 양수가 터지면서 태아의 심박수도 급격히 줄어든 데다가 다리부터 거꾸로 나오고 있었다. 산모는 즉각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응급 수술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신생아 집중 치료소에서 2주간 입원한 뒤 퇴원했다.

디니콜라 박사는 건강한 산모의 조산이라는 혼란스러운 분만이 끝난 뒤 해당 산모의 조산 원인을 설명할 만한 정보를 찾았다. 간혹 클라미디아 감염증(chlamydia infection)이나 자궁이 스스로 넓어지기 시작하는 증상인 자궁경관무력증(cervical insufficiency)과 같은 조기 양막 파열(rupturing of membranes)이 분명한 조산 원인이 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조기 양막 파열은 디니콜라 박사의 환자에게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다. 디니콜라 박사는 환자의 조산 원인을 찾느라 씨름하면서 다른 가능성에 주목했다. 바로 극도로 높은 열이 조산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었다. 디니콜라 박사는 “폭염이 조산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극도로 높은 온도를 조산 원인으로 지목하기 매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12년간 근무하면서 디니콜라 박사는 종종 폭염 도중 진료한 산과 응급 환자가 평소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의는 한동안 노년층이나 아동 등 특정 집단이 폭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임신부와 태아도 폭염에 취약한 새로운 환자 집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서 극도로 높은 열이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자궁 속 태아가 허약해질 우려와 함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다양한 증거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3년 여름인 지금은 극도로 더운 상태이다. 2023년 7월 3일은 전 세계가 가장 더운 날이었다. 또, 7월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되었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최근, 전 세계 최고 기온보다 약 2℃ 낮은 128℉(약 53.3℃)를 기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낮 기온은 한 달 가까이 110 ℉(약 43.3℃)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란 등 일부 국가의 열파 지수(heat index)는 인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임신부는 윤리적 우려 때문에 열이 생리학에 미치는 영향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최근 발표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가축의 열 스트레스 영향 연구가 더 많았던 것이 가축의 경제적 중요성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알려진 열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상당수는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가설이 발표되었으나 확실한 결론은 없다. 그동안 진행된 동물 연구는 열이 분만 과정의 핵심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량 증가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폭염 시 인간의 조산 원인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극도로 높은 열이 조기 양막 파열이 발생하도록 자극하여 조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혹은 열 스트레스가 염증 단백질 분비 원인이 되어 조산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 열 때문에 수분이 부족해진 탓에 자궁 수축을 유방하는 지방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 분비되면서 조산으로 이어질 정도로 자궁 수축 정도가 심해질 가능성도 제시할 수 있다.

임신부의 신체는 신체 크기가 커진 상태에 맞추어 체온을 조절하고, 태아 성장을 위한 신진대사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임신부는 신체의 열 방출 능력이 제한된다. 따라서 폭염일 때는 임신부의 열 조절 능력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임신부가 열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신체에서 열 충격 단백질(heat-shock protein)을 방출하여 태아와 임신부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생리학 반응이 발생한다는 가설도 존재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그동안 열이 인간 아기의 성장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한 연구 논문이 여러 편 게재됐다. 특히,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에서 임신 도중 근무한 농부 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주목할 만하다.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교 연구원인 아나 보넬(Ana Bonell)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열에 노출된 환경에서 농업에 종사할 때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보넬 박사는 연구 전부터 열 스트레스가 태반으로의 혈액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산모와 태아의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태아의 스트레스 정도가 17% 상승한다는 경계해야 할만한 사실을 확인하고는 산모가 열 때문에 받는 영향이 태아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넬 박사는 보통 에어컨 가동 건물 보수 등 폭염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곳과 같이 지구온난화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에서 극도로 높은 열이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보넬 박사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 기후 정의 안건 불평등이 심각하다. 서아프리카는 기후변화 여파에서 가장 취약한 곳 중 한 곳이다. 서아프리카의 기후변화 여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태아 변형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변 환경 온도가 아주 조금 상승해도 조산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한 연구팀은 주변의 노출 환경 온도가 5.6℃ 상승할 때마다 조산 위험성이 8.6%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분석 결과로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조산 위험성이 커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일부 연구로도 열 노출과 출산 시 체중 간 관련성이 크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2022년, 매사추세츠주의 어느 한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를 통해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신생아의 체구가 더 작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태아 장기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열 충격 단백질이 일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것을 한 가지 원인으로 추측했다.

일부 태아에게는 폭염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보넬 박사는 최근, 열 노출 수준과 사산 간 관련성을 검토한 별도의 연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호주 서부 지역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산모가 임신 마지막 2주간 32℃ 안팎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면, 사산 위험성이 41% 증가한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무더위는 다른 부분에서도 태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21년, 기온이 높을수록 심장병이나 이분척추(spina bifida), 구순열 등 건강 이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에 앞선 2019년에는 열 노출 수준이 선천성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는 기존 연구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수년간의 산모의 열 노출에 따른 아기의 선천성 심장병 발생 사례 증가 수준을 예측한 연구도 발표됐다. 연구팀은 미국 8개 주에서 11년 동안 선천성 심장병을 지닌 채로 태어난 아기 7,000명을 추가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보넬 박사는 과거, 동물 실험을 통해 열 스트레스가 심장병, 당뇨 등 장기적으로 성체가 되었을 때 앓게 되는 만성 질환과 관련된 후성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태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다른 우려 사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으로 낙태가 금지된 이후 임신부는 태아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행동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커졌다. 특히, 임신과 함께 태아의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태아 양육을 인정하는 주에서 산모의 처벌 위험성이 더 커졌다. 오리건주 퍼시픽대학교 공중보건 부교수인 아델레 도라 몬테블랑코(Adelle Dora Monteblanco) 부교수는 “일부 주에서는 산모가 더운 날 바깥을 걷거나 기온이 지나치게 높은 날 야외 근무를 한 탓에 불안한 출산 결과로 산모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폭염과 임신 합병증의 관련성을 발표한 연구가 증가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를 포함한 여러 공중보건 기관에서도 폭염이 임신부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임신부와 태아를 폭염 위험 경고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다만,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임신부와 태아를 폭염 위험성에 취약한 집단에서 배제한다.

공중 보건 위험성 안내 대상에 임신부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전문의가 임신부에게 폭염 도중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계속 안내해야 할 필요도 있다. 디니콜라 박사는 “전문의는 폭염 시 임신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폭염 위험성을 막을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전문의가 어느 정도 조언을 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디니콜라 박사는 담당 환자에게 폭염 도중 수분 섭취량을 늘리고, 냉방 수단이 있을 때는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알린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면, 무더위 대피소나 쇼핑몰, 영화관, 도서관 등에 머무르면서 폭염을 피해야 한다.

폭염이 임신부에게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연구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맞춤 조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2022년, 어느 한 연구 논문은 현재 발행된 임신부 지침 중 열 노출 관련 지침이 일관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면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지침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신부와 태아에게 피해가 가장 큰 임신 단계, 위험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서 실제 위험한 단계로 바뀌는 기온 조건 등 중요한 의문점이 남아있다.

하지만 임신부에게 안전 조언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서 임신부와 태아는 앞으로 폭염에 더 취약해질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유색인종 임신부가 더 위험하다. 보넬 박사는 실제 임신부에게 필요한 사항으로 실질적인 도움이나 자체적으로 폭염 위험성을 줄일 수단을 주목했다. 이어,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treme Heat Threatens the Health of Unborn Ba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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