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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산후우울증 경구약, 美 FDA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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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산후우울증 경구약, 美 FDA 승인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산후우울증 치료는 속도가 느리고, 완치가 어렵다. 미국 FDA가 며칠 만에 산후우울증 증상을 완화할 새로운 경구약을 승인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미국 여성 8명 중 한 명꼴로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마침내 산후우울증을 앓더라도 금세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등장할 날이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8월 4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덕분이다.

주라노론(zuranolon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해당 약물은 14일간 복용해야 하며, 이르면 약물 복용 3일 만에 산후우울증 증상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제니퍼 파인(Jennifer Payne) 버지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출산 심리 연구국 소장은 “주라노론이 산후우울증 치료 방식을 180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파인 소장은 산후우울증 치료와 산후우울증의 생물학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대부분 출산 후 일시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보통 이를 출산 후 ‘일시적 산후 우울감(baby blues)’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산후우울증은 더 심각하며, 정상적인 활동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후우울증 증상으로 슬픔, 불안감, 공포, 피로 등이 극심한 것을 언급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이들은 아기와의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느끼며, 유대감 형성 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임신 기간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트론의 수치가 약 10배 증가한다. 출신 후 며칠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트론 수치 모두 임신 전과 같은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바로 산후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신경 스테로이드(neurosteroid)로 분류된 주라노론은 프로게스테론의 산물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알로프레그나롤론(allopregnanolone)을 인위적으로 합성한 약물이다. 알로프레그나롤론은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을 돕는 주요 신호 이동 경로인 뇌의 GABA 수용체에서 활동한다. GABA 수용체는 신경계를 진정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우울증 및 만성 스트레스 환자 모두 알로프레그나롤론 수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라노론 임상시험을 이끈 뉴욕 페인스틴 의학연구소(Feinstein Institutes for Medical Research) 소속 전문의 크리스티나 데리지안니디스(Kristina Deligiannidis) 박사는 “주라노론은 기본적으로 신경 회로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초기화해, 뇌가 정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다루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연구팀은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 196명을 대상으로 45일간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2023년 7월 26일, 미국 심리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절반을 주라노론 복용 대상자로 임의로 선정했으며, 나머지 절반을 대상으로 위약을 처방했다. 2주 뒤 주라노론을 복용한 피실험자 57%는 우울증 증상이 대거 향상되었다. 반면, 위약을 복용한 피실험자 중 증상이 개선된 이는 38%였다. 임상시험이 끝날 때가 되자 주라노론 복용자 약 62%의 심리가 실험 전보다 훨씬 더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위약을 복용한 피실험자 중 실험이 끝날 때까지 증상이 완화된 상태를 유지한 이는 54%였다.

주라노론의 부작용으로 졸림, 어지러움, 두통, 설사, 메스꺼움 등이 확인됐다. 임상시험은 매사추세츠 소재 바이오테크 기업 세이지 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와 바이오젠(Biogen)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FDA는 주라노론을 산후우울증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주요 우울 장애 치료 약물로 처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주라노론이 첫 번째 산후우울증 경구약이 되었으나 최초로 승인된 산후우울증 약물은 아니다. 2019년, FDA는 브렉사놀론(brexanolone)이라는 약물을 승인했다. 브렉사놀론은 현재 쥴레소(Zulresso)라는 브랜드 명칭으로 유통 중이다. 쥴레소도 세이지 테라퓨틱스와 바이오젠이 공동 제조했으며, 현재 비용은 3만 4,000달러이다. 그러나 쥴레소는 2일 반나절 이상 정맥 주사 주입이 필요하다는 부분적인 원인 때문에 산후우울증 약물로 널리 처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쥴레소 처방을 받으려면, 환자가 입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쥴레소 주입 후 통제 도중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게 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특정 조건을 충족한 보건 진료 시설에서만 쥴레소를 처방한다. (특히, 주라노론 임상시험에 응한 피실험자 중 의식을 잃은 피실험자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 복용이 이상적인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로드아일랜드 여성 및 영아 병원 주산기 전문의인 조베이다 디아즈(Zobeida Diaz) 박사는 쥴레소 승인 후 로드아일랜드 여성 및 영아 병원에서 쥴레소를 처방받은 환자 약 60%의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전했다. 다만, “병원에서 정맥 주사를 주입해야 한다는 부분이 산후우울증 치료를 원하는 대다수 환자에게 주요 장벽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라노론 경구약이 산후우울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항우울제와 비교하면, 주라노론의 효과는 빨리 나타나는 편이다. 에스시스탈로프람(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이라고 칭하는 항우울제도 산후우울증 치료 약물로 사용하지만, 약물 복용 후 수주나 수개월이 지나야 증상 호전 효과가 나타난다. SSRI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기존 항우울제를 복용한 환자 다수는 수년간 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처음 처방받는 약물로 증상 호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을 때까지 계속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디아즈 박사는 “기존 항우울제의 문제점은 산후우울증 환자의 적절한 치료 지연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주라노론은 두 알을 복용한 뒤 증상 호전 효과가 시작될 수 있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의학대학 교수 겸 매사추세츠대학교 참전용사 의학 센터 전문의인 킴벌리 욘커스(Kimberly Yonkers) 박사는 “주라노론의 강점 중 하나로 빠른 효과를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주라노론의 효과 지속 기간은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몇 달 혹은 몇 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산후우울증 증상이 주라노론 2주 복용 뒤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주라노론은 처음 산후우울증 진단과 치료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다. 산후우울증은 처음 출산한 이와 가족, 의사 모두 항상 발견하기 쉽지 않다. 산후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조사 방법도 없다. 하지만 파인 소장은 처음 출산한 25세 이하 여성과 쌍둥이를 출산한 여성이 산후우울증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저소득층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도 산후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게다가 산후우울증 안정 치료를 받을 확률이 낮은 집단으로 지목됐다. 파인 소장은 “지금 당장 산후우울증 치료는 증상 발견 후 반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출산 후 산후우울증 증상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린 뒤 치료한다”라고 설명했다.

주디트 블랑크(Judite Blanc) 마이애미대학교 밀러의학대학 심리 및 행동과학 부교수는 경구약이 산후우울증을 치료할 완벽한 해결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주라노론이 산후우울증의 화학성분만 다루었을 뿐 사회적 지원 부재나 배우자와의 소원한 관계 등 위험 요소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블랑크 부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산후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여성이 짊어지는 모든 압박과 사회적 요구사항을 반영한다고 본다”라며, 출산 후 여성의 아동 돌봄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랑크 부교수는 “사회 전반의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First Pill for Postpartum Depression Is Almost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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