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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택배 배송, 누군가는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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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택배 배송,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사무직 종사자는 에어컨을 가동한 채로 실내에서 편안하게 웹 검색 작업을 하지만, 배송 근로자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폭염 속에서 전자상거래 업체 택배 배송 작업을 해야 한다.
By CAITLIN HARRINGTON, WIRED US

2021년 여름,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의 기온이 캐스케이드 산맥 서쪽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을 때 페덱스 운전자인 오스틴 트렌트(Austin Trent)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배송 트럭 안에서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었다.

트렌트가 주로 무더위를 식히는 수단이기도 한 차량 좌석에 설치한 작은 선풍기는 마찬가지로 과열된 내비게이션 화면을 향해 있었다. 실외 온도가 117℉(47℃)에 육박한 가운데, 트렌트는 갈수록 더워지는 화물 차량 안에 보관한 택배를 계속 찾았다. 갑자기 트렌트의 손과 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트렌트는 “전 세계가 정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트렌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차를 끌고 트렌트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트렌트는 열사병 진단을 받고, 세 시간 동안 수액을 맞았다. 이제 트렌트는 여름을 극도로 우려한다. 트렌트는 “항상 여름만 되면 열사병에 걸릴 것을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미국과 남유럽 일대에서 수주간 폭염이 지속되자 트렌트 외에도 배송 작업 도중 쓰러질 것을 우려하는 배송 기사가 많다. 사무직 종사자는 사무 업무나 전자상거래 주문을 기온 조절이 가능한 건물 안이나 집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힘겹게 물류를 운반하는 배송 기사는 더위를 거의 식힐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에어컨 없이 이동하는 배송 기사가 많다.
 
“택배 10여 개를 찾은 뒤에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이다.”
비비아나 곤잘레즈, UPS 배송 기사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지역 사막 마을의 UPS 배송 기사인 비비아나 곤잘레즈(Viviana Gonzalez)는 2023년 7월에만 동료 두 명이 100℉(약 37.8℃)가 넘는 날 구토와 손 떨림 증상을 보인 뒤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고 밝혔다. 곤잘레즈는 2023년 6월 자로 UPS와 2024년 1월 1일 이후 구매한 모든 신형 배송 차량 좌석 내 에어컨 설치라는 잠정적 합의에 도달한 팀스터스 노동조합(Teamsters union)에 가입한 근로자 중 한 명이다. UPS는 열 가림판과 화물칸의 인공 공기 흡입 시스템 추가 등 차량 개조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차량에 에어컨이 설치되기 전까지 폭염 속에서 뜨거운 열을 피할 수 없다.

곤잘레즈는 실외 온도보다 35℉(약 1.7℃) 더 온도가 높은 화물칸에 디지털 온도계를 장착했다. 곤잘레즈는 “택배 10여 개를 찾은 뒤에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2023년 6월, 팜데일 지역 아마존 계약 배송 기사는 아마존 측이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거부하자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조합은 아마존이 배송 기사에게 대여한 차량 내 고장 난 에어컨 문제로 협상하고자 했다. 아마존 배송 기사인 라즈팔 싱(Rajpal Singh)은 2022년 여름,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 근로자가 폭염 속에서 고생하다가 배송 기사 한 명이 열사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진 뒤 노동조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극심한 기온에서 근로자를 보호할 연방 차원의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단순히 극소수 주에서만 신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기후순응 기간, 시원한 물과 그늘 접근성, 기온이 특정 수준을 넘어설 때 추가 휴게 시간 부여하기 등 근로자 보호 의무 법안을 제정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직업안전보건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에 연방 차원의 폭염 속 근로 조건 기준 제정을 명령했으나 법안 제정 진전 속도가 느렸다. 게다가 법안이 완료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극도로 높은 기온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전해질 부족이 원인이 된 근육 경련부터 장기 손상, 사망까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 배송 기사는 페덱스가 직접 고용하여 에어컨이 설치된 차량을 운전한다. 하지만 트렌트를 비롯한 페덱스 그라운드(FedEx Ground)를 통해 채용된 계약직 근로자가 사용하는 차량에는 종종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 트렌트는 자신이 배정된 차고지를 오가는 트럭 중 냉방 시설이 설치된 트럭은 수십 대뿐이라고 전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 배송 기사인 채드 위긴스(Chad Wiggins)는 습도가 90%를 넘기는 날이 많은 조지아주 덜루스 지역에서 7년간 배송 기사로 근무했다. 최근, 위긴스는 엔진의 열을 식힐 수 있는 수준의 에어컨을 갖춘 첫 번째 트럭을 받았다. 위긴스는 배송 차량 내 에어컨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비판하지만, 얼굴에 열이 많을 때 차가운 공기가 흐르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위긴스는 이제 배송 차량 내 에어컨 설치 여파로 에어컨 수리에 초점을 맞추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며, “배송 차량의 에어컨 사용은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애덤 스나이더(Adam Snyder) 페덱스 대변인은 페덱스는 계약직으로 채용된 배송 기사에게 근무 조건을 면밀히 관찰하도록 상기시켜 준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대변인은 “페덱스는 자사 전 지역의 직원과 서비스 공급자에게 충분한 수분 유지, 자주 휴식 취하기, 폭염 관련 질병 인식하기 등으로 폭염에 주의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베키 비콜리스 페이스(Becky Biciolis-Pace) UPS 대변인은 UPS가 배송 기사를 위한 얼음과 물, 이온 음료 공급량을 늘리면서 연간 폭염 인식 교육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UPS는 의류 기업이 생산한 냉각 소재 의상과 모자도 제공한다.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소속 보건 과학자 브렌다 잭리치(Brenda Jacklitsch)가 설명한 바와 같이 극도로 높은 기온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전해질 부족이 원인이 된 근육 경련부터 장기 손상, 사망까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근로자는 환경과 박스 운반 등 신체적 움직임이라는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열에 노출될 수 있다. 열이 많을 때는 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보통 혈관이 확장하도록 하여 신체 온도를 낮추려 보내는 신호에 간섭한다. 습도는 땀의 증발과 피부 열 방출을 막고는 신체 온도를 낮출 수 없도록 한다.

창고 근로자 자원 센터(Warehouse Worker Resource Center)가 주관한 언론 간담회에서 연설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교수 겸 직업 보건 전문의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 교수는 어지러움증이나 근육 경련, 사망까지 극심한 열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거나 단 한 시간 만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저임금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악영향을 미치는 가정 내 에어컨 부재는 근무 시간 종료 후 장기간 폭염 노출에 따른 건강 문제를 더할 수 있다. 해리슨 교수는 “열을 식힐 공간이 없다면, 대부분 심각한 질환을 앓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집안에서 사망한다면, 업무 관련 사망 사례로 집계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연방 작업안전보건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폭염 때문에 배송기사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기사는 건설 현장 근로자, 농부, 조경사, 지붕 공사 근로자에 이어 폭염 관련 직장 내 사망 건수가 가장 많은 직업 순위 5위로 확인됐다.

보건 전문가는 폭염 속에서 건강을 보호할 방법을 물과 그늘, 휴식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폭염 속에서 스스로 보호할 방법을 찾는 배송 기사는 사회적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곤잘레즈는 폭염 속 건강 보호를 위해 월그린 드럭 스토어 등 에어컨이 잔뜩 가동된 공간으로 재빨리 들어가자 많은 고객이 “택배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 이유이다. 배송 기사가 근무 시간에 쇼핑한다” 등과 같은 불만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곤잘레즈는 근무 중 무더위를 피하려 칼스 주니어(Carl’s Jr.) 패스트푸드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과 안면을 튼 상태이며, 근무 중 매장에 들어가도 고객 항의를 받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주 단위 직업 보건 기준 격차를 담은 지도를 보유한 천연자원 보호 위원회 기후 및 보건 옹호론자인 후안티나 콘스티블(Juanita Constible)은 “근로자에게 필요한 폭염 속 보호 조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 안에서도 잔디를 깎고, 무더위에 고통을 겪다가 잠깐 쉬고 물 한 잔을 마신다. 하지만 다수 근로자는 근무 도중 제때 휴식을 취할 능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콘스티블은 미국에서는 폭염 속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조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비영리단체 뉴욕 직업안전보건 위원회(New York Committe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회장인 찰린 오버나우어(Charlene Obernauer)에 따르면, 2022년 여름 UPS 배송 기사 여러 명이 폭염 도중 근무하다가 병원에 실려 간 소식은 뉴욕주의 폭염 속 근로자 보호 법안 마련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극한의 기온 완화 프로그램 법안(TEMP Act)’은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의 기준을 본보기로 마련돼, 기온 조건이 한계치를 넘어설 때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물과 그늘, 추가 휴식 시간 등으로 보호 조치와 폭염 안전 교육을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폭염뿐만 아니라 혹한기에도 극심한 기온 속에서 근로자를 보호할 첫 번째 법률이 될 것이다. 오버나우어 회장은 “특히, 뉴욕과 같은 북부 지역은 겨울 온도도 극도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다”라고 말했다. 오버나우어 회장은 겨울 혹한기 이전 법안이 통과하기를 바란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omeone Has to Deliver Your Packages in This Scorching H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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