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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터 데이터, 모두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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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터 데이터, 모두가 원한다
전 세계 기업이 실시간 전투 데이터 접근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료로 제품을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투 현장 데이터를 자국 신흥 방위 산업을 위해 보관하고자 한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야구모자와 두꺼운 검은색 테를 두른 글래스를 착용한 카메론 첼(Cameron Chell)은 부품 방위산업체 관계자이자 테크 기업 경영진이기도 하다. 첼이 이끄는 기업인 드래곤플라이(Draganfly)는 주로 북미 긴급 서비스 기관과 협력하면서 드론 및 의료 장비 전달이나 지상에서 차량 충돌 사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 그러나 2022년 2월부터 첼은 드래곤플라이의 사업 초점을 본거지인 캐나다에서 8,000마일 떨어진 우크라이나로 변경했다.

이제 우크라이나에 드래곤플라이 드론 40대가 배치됐으며, 폭탄 공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수색 및 구조 작업, 지뢰 감지, 기타 군사 작전 등으로 목적을 재구성했다. 첼은 드래곤플라이 드론의 역할 상세 공개를 거부했다. 드래곤플라이는 자사 기술을 우크라이나 공군과 우크라이나 국방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자금 조달 계획인 유나이티드24(United24) 등에 설명했다. 첼은 “우크라이나에는 어떠한 방식이든 드래곤플라이와 협업이나 상호작용한 적이 있는 정부 기관이 없다”라고 전했다. 간혹 우크라이나 연락처로 친구의 친구가 드래곤플라이의 드론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내용의 문자를 받기도 한다. 물론, 드래곤플라이는 저렴한 비용에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세계 각국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을 시작했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390억 달러를, 영국은 373억 달러를, 유럽연합은 120억 달러를 지원했다. 첼과 드래곤플라이는 서둘러 우크라이나에 진출하여 이익을 누리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테크 기업 중 한 곳이다. 드래곤플라이의 사업은 제법 호황이었으나 첼은 우크라이나 사무실을 설립하고 정규직 직원을 채용했다. 그러나 드래곤플라이는 인도주의적 명분이나 매출 상승만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목적 중에는 데이터 수집 목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 기술 기업의 유례없는 기회를 제시했다. 전투 규모와 무기 시스템 수, 배치된 첨단 기술 센서 수 모두 전투 현장에서의 싸움과 인간과 기계의 전투 현장에서의 행동 방식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다량으로 생성한다. 차세대 무기나 미래 전투 현장 내 유용한 훈련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첼은 “누구나 같은 AI 엔진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유일한 차이점은 보유한 데이터 입력 수준이다. 센서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에 주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에 주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라는 다소 진부하면서 어리석은 클리셰가 있다. 단순한 현금 가치 때문만이 아니라 미래 경제를 촉진할 수준 상당 부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수천억 개에 이르는 단어로 학습하듯 군사 영역에서의 AI 제품도 다량의 데이터 주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탱크 자동 식별 기능을 갖춘 드론을 판매하는 기업은 위장 탱크, 수풀 사이에 가려진 탱크, 진흙 속 깊숙히 빠진 탱크 등 무수히 많은 탱크 사진을 이용하여 소프트웨어 훈련 과정을 마쳐야 한다. 그렇다면, 군사 탱크와 민간 트랙터 간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탱크의 모습을 구분해, 아군과 적군을 알아내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땅속에 매장된 지뢰 감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드론을 판매하는 드래곤플라이와 같은 기업은 사진 수천 장으로 자사 AI를 훈련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은 바위 형태와 오늘날 채굴장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잉빌드 보드(Ingvild Bode) 남덴마크대학교 전쟁연구소 부교수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세계 유일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드래곤플라이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의 데이터 수집 잠재력에 주목한 기업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첼은 전 세계 AI 전문가가 전투 지역 곳곳을 오가면서 자사 상품 테스트와 훈련을 하는 세계 AI 기업 임원 여러 명 중 한 명이다. 독일 AI 기업 헬싱(Helsing)은 우크라이나를 주기적으로 오가는 직원을 채용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키이우 사무실을 개설하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드 부교수는 “여러 기업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데이터 가치는 매우 귀중한 대상 중 하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분쟁 지대에 진출한 일부 국제 기업은 자사의 경험을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하고, 고국에서 다시 판매할 제품을 개선한다. 시애틀 기업 BRINC는 창문을 통해 건물에 접근할 수 있는 리머(Lemur) 드론을 설계했다. 미국에서는 경찰을 대상으로 총격이 발생하는 상황에 사용하도록 홍보했다. 그러나 BRINC 창립자 블레이크 레스닉(Blake Resnick)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리머 드론을 미사일 공격 이후 생존자 수색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한다고 전했다. BRINC는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일부 피드백을 활용하는 최신 모델인 리머 2를 공개했다. 리머 2는 드론 조종자가 컨트롤러에서 손을 떼더라도 건물 주변을 비행하면서 건물 평면도를 이용하여 대기 중 위치를 유지한다. BRINC의 우크라이나 내 사업 활동 전에도 존재했을 수도 있는 계획이지만, BRINC는 공식 유튜브 광고를 통해 현재 리머 2를 미국에서 경찰 인력 지원용으로 홍보한다.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는 진부한 주장은 데이터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인에게 이익을 주지 않은 채로 특정 국가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방법을 설명하기도 한다. 2022년, 러시아의 침략 첫해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 테크 업계 대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국방성에서 거절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스타트업 기술도 최전방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인의 시범 사용을 하도록 허락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겼다. 하지만 미국 기업과 군사 기술을 적극적으로 반기던 태도가 식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료가 자체적으로 직접 전투 현장 데이터를 보유한다면, 매우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것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알렉스 보르냐코프(Alex Bornyakov)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 차관은 “여러 외국 기업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자사 제품 시험대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클리어뷰(Clearview), 팔란티어 등 AI 기업과 신호 방해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를 지닌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에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우크라이나 당국도 자국 전투 현장 데이터가 매우 귀중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여러 기업이 우크라이나에 진출하고는 어떠한 이익도 남기지 않는 채로 데이터에 접근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군대 관리 방식, 기술 기반 지능 향상 및 자동화 관리 방식 등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가 가진 것은 어떠한 국가나 기관도 보유하지 않은 것이다. 전투 현장 데이터는 판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상호 이익 협력을 체결할 때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수집한 전투 데이터를 자국 군사 부문에 활용하고자 한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고, 어떠한 기업도 보유하지 않았을 만한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전쟁터 혁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자국 군사 기술 산업을 형성하고자 하는 야망을 논의했다.

군사 기술 기업이 군대에 자사 기술을 손쉽게 홍보하도록 설계된 우크라이나 국립 플랫폼 브레이브1(Brave1) 프로젝트 책임자 나탈리아 쿠쉬네르스카(Nataliia Kushnerska)는 “우크라이나는 매우 탄탄한 군사 기술 산업을 갖추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세계 여러 기업과의 협력 관계 및 협업을 원하지만, 우크라이나 솔루션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이다.

쿠쉬네르스카는 우크라이나의 자국 산업 확립은 우크라이나가 추후 러시아 침략 상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기업이 세계 다른 기업보다 전투 현장의 변화 이해 수준이 더 높다. 쿠쉬네르스카는 “해외 연구소에서 개발하여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기술을 최전방에 적용할 수 있으나 효과는 훌륭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범 초기 2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기업에만 개방되었던 브레이브1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자체 군사 기술 산업을 형성하고자 하는 기업의 시도가 존재한다. 쿠쉬네르스카는 우크라이나 테크 기업 경영진과 국방부 관료가 참석한 비공개 기술 컨퍼런스 현장을 군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기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할 곳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자국 군사 기술 산업 촉진 시도로 드론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세금 면제 투표를 진행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정부 차원의 노력에 높은 드론 수요, 전쟁에서의 승전이라는 동기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 드론 제조사 300곳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드론 제조사 300곳 중 한 곳은 독일에 본사를 둔 작물 병충해 살포 시스템 개발 기업에서 시작한 기업인 에어로드론(AeroDrone)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에어로드론의 우크라이나인 창립자 유리 페데리(Yuri Pederi)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쟁이 에어로드론의 사업 초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최대 300kg 상당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에어로드론의 드론을 사용한다.

에어로드론 파트너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페트로 포로셴코(Petro Poroshenko) 전 대통령의 보과관이었던 드미트로 쉼키프(Dmytro Shymkiv)는 “에어로드론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드론에 장착하는 대상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또, 에어로드론으로 운송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에어로드론이 드론 1회 비행 시 최대 3,000가지 변수에 이르는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쉼키프는 “에어로드론은 매번 드론에 무언가 장착되는 순간을 인지한다”라며, 날씨 조건에 따라 비행 관련 정보는 전송 시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나 다른 산업이나 전투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재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에어로드론은 보르냐코프 차관이 설명하는 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정보를 제시한다. 데이터를 대거 갖춘 채로 종전 후 미래에 군사용, 민간용 모두 아울러 다양한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을 검토할 것이다. 쉼키프는 전투 지역에서 드론을 띄울 수 있다면, 어디서나 드론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veryone Wants Ukraine’s Battlefiel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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