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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 연구, 문제점은 ‘영문’으로 작성한 대다수 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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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 연구, 문제점은 ‘영문’으로 작성한 대다수 연구 논문
언어는 개인의 사고를 미묘하면서도 깊은 방식으로 형성한다. 그러나 대다수 연구원은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이들만 연구하였다.
By SOFIA QUAGLIA, WIRED UK

뇌 연구 학계에는 한 가지 비밀스러운 결함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사고방식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와 피실험자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결론이 제시되었다. 이제 사고방식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모국어에 따라 전 세계 인구의 인식, 기억, 수학 능력, 의사 결정 등 인지 능력에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연구한다. 사실, 수십 년 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판단한 사고방식 연구 내용이 틀렸을 수도 있다.

아시파 마지드(Asifa Majid) 옥스퍼드대학교 인지과학 교수는 학술지 ‘인지과학 추세(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통해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를 무시한 상태에서 이해한 사고방식적 연구의 결함을 설명했다. 마지드 교수는 “영어 구사자에게 발생한 사고방식적 요소가 전 세계의 사고방식적 이론을 나타낸다고 보장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부족의 언어인 피라항어(Pirahã)를 예시로 살펴보자. 피라항어를 사용하는 부족의 사고방식 연구는 영어권 인구의 사고방식 연구를 바탕으로 비슷한 추측 사항을 제시할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1과 2, 많다”라고 숫자를 계산하는 체계라고 칭한다. 결과적으로 영어와 같이 20, 50, 100 등 비교적 큰 단위의 기수를 포함한 어휘가 있는 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인구와 비교하면, 피라항어 구사자의 산수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마지드 교수는 “언어마다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은 수치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영어는 큰 수치를 정확히 표현하는 각각의 단어가 있다. 따라서 17과 23 등과 같은 숫자는 모국어에서 지칭하는 고유 표현이 없다면, 셀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읽는 이들은 영어를 구사하거나 이해할 것이다. 영어가 인류 역사상 사용 범위가 가장 넓은 언어이므로 전혀 놀라운 부분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꼴로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언어는 총 7,150개가 넘는다. 상당수 언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형성한다. 발음과 어휘, 문법, 범위 등에 따라 언어마다 차이가 크다.

인간의 뇌 활동 연구를 영어로 진행했을 때 과학계에서는 영어가 표현하는 요소를 바탕으로 각종 의문점을 제기했다. 인간의 사고나 지식, 인지 능력 등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추측하기도 했다. 다른 언어나 문화권에서 표현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인지 연구 피실험자는 ‘기이한’ 경향이 있었다. 서구 세계 출신이면서 고학력자, 산업화된 세계의 부유층, 민주주의 지지자라는 조건을 갖춘 이들이었다. 세계 인구 다수를 포함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마지드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펠릭스 아메카(Felix Ameka) 레이든대학교 민족 언어학 교수는 “학술 연구에는 모국어에 따른 편견이 있다. 연구가 진행된 곳과 연구 시 논의하는 메타언어가 그 부분적인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아메카 교수는 “지금 당장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수를 물어보면, 영어권에서는 5개라고 답할 확률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메카 교수를 포함한 전 세계 인구 2,000명 이상이 구사하는 서아프리카 언어인 에웨어(Ewe) 구사자가 문화적으로 인식하는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최소 9개이다. 에웨어에는 신체적, 사회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감각 표현과 세계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표현, 신체에 대해 느끼는 표현이 있다. 언어에 따라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수가 다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과학적 사실로 분류하는 보편적인 요소는 아니다. 아메카 교수는 “서양 과학계는 장벽이 매우 높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감각을 표현하는 전 세계 언어의 어휘와 단어 범주는 다양하다. 현재 여러 언어 표현의 차이가 전 세계 인구의 주변 인식 방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예를 들어, 오랫동안 인간이 주변 환경을 인식할 때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순서라는 생태 계층에 따라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지드 교수가 주목한 바와 같이 감각을 기준으로 한 주변 환경 인식 방법 관련 추측 사항은 영어와 영어의 어휘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마지드 교수 연구팀은 피실험자의 모국어를 20개로 나누어 각자 생각하는 감각의 중요도 기준을 조사하자 13개 언어는 영어와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어의 언어 중 하나인 세마이어(Semai)와 에콰도르의 차파라어(Cha’palaa) 구사자는 후각을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한다.

마지드 교수는 “인간은 후각을 이야기할 수 없으므로 언어로는 후각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라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부터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까지 여러 사상가가 공통으로 추측한 바를 언급했다. 서양 청년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보다는 후각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지드 교수 연구팀은 후각 관련 표현이 다수 존재하는 언어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지드 교수는 “후각을 표현하는 어휘가 풍부한 언어 구사자는 영어나 네덜란드어 구사자보다 처음 맡는 냄새를 표현하는 실험에서 표현 수준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시각적 단서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이들은 밝은 청색(cyan)과 어두운 청색(glaukos)을 구분하는 단어 두 개를 사용한다. 반면, 영어나 독일어 구사자는 두 가지 색상을 별도로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모국어에 따라 색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 모국어에 따른 색상 인식 차이를 연구한 훔볼트대학 신경 인지 심리학 연구원인 마틴 마이어(Martin Maier) 연구원에 따르면, 그리스어 구사자와 독일어 구사자에게 비교적 밝은 청색과 약간 어두운 청색, 밝은 녹색과 약간 어두운 녹색을 보여주자 그리스어 구사자는 독일어 구사자와 비교했을 때 녹색보다 청색의 차이점을 더 자세히 인식했다.

그리스어 구사자의 색상 구분 수준이 독일어 구사자보다 3~5% 더 높았으나 통계적으로는 큰 차이이다. 마이어 연구원은 “실제로 언어가 매우 기본적인 단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연구이다”라고 말했다. 특정 언어학 범주가 현실 세계에서 특정 요소를 인식하거나 간과하게 되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마이어 연구원은 “언어가 없어도 색상을 분류할 수 있으나 분류하는 언어 범주가 존재한다면, 인식 속도와 효율성이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어휘 이상의 요소이다. 문장 구성 방식은 무언가를 밝힐 때 주목하는 감각과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언어마다 사고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문법 차이가 존재한다. 보통 영어권에서는 “소피아가 유리를 깼다”와 같이 실수이더라도 동작에 초점을 맞춘 문장을 사용한다. 스페인어에서는 일반적으로 ‘se’라는 불변화사를 사용하여 문장의 초점을 바꾼다. 스페인어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문장을 표현할 때 “유리가 스스로 깨졌다”와 같은 형태로 말한다.

초점에 따른 문장 구성 차이는 사고를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스페인어 구사자는 영어권 구사자보다 유리가 깨진 원인을 기억할 확률이 비교적 낮다. 법원에서 목격한 사건을 진술할 때도 차이가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문법적 미묘한 차이가 특정 사건의 책임자와 금전적 책임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산 피해로 이어진 화재 사고 상황을 이야기한 연구에서 영어를 포함한 일부 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이들은 원고의 탓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비교적 더 엄격한 벌금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인지 언어 다양성 연구원이자 마지드 교수의 인지과학 연구의 영어 편향성을 지목한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다미안 블라시(Damian Blasi) 연구원은 “문법 구조가 결국 세계와의 상호작용 방식, 다양한 요소에 집중하는 부분 등에 영향을 미친다. 차이는 매우 사소할 수도 있지만, 사고를 표현하는 방식은 구사하는 언어의 문법 형태에 따라 바뀐다”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무언가를 자유롭게 떠올리라는 요청을 받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된 요소를 기억할 것이라는 보편적 추론 사항인 근시성 효과(recency effect)는 영어 문장 구조의 편향성에 따라 제기된 현상이다. 일본어 구사자가 실제로 마지막으로 언급된 요소보다 가장 먼저 언급된 요소를 더 자세히 기억하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를 입증한 연구 논문도 여러 편 게재되었다. 일본어에서는 문장의 첫 부분에 언급한 바가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과 상관관계가 있다. 처음부터 다양한 요소를 추적한 뒤 문장의 핵심을 짚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장 구조가 정보 처리 방식을 다룬다면, 정보를 기억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라시 연구원은 앞서 언급한 여러 사례는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예시와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고방식의 미묘한 차이가 인간의 보편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자각하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매우 사소한 편향성 차이도 예시로 언급한 화재 사고 관련 법원 진술과 같이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의 차이를 형성할 수 있다. 또, 의료 진단과 교육 체계 등의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블라시 연구원은 지금까지 파악한 문제는 영어의 편향성 깊이가 인간 심리 이해 방식으로 드러난 사실과 관련하여 훌륭한 정보와 함께 추측 사항도 형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학계에서는 영향력 확산 방식도 의견이 갈린다. MIT 신경과학 및 언어 연구원인 에브 페도렌코(Ev Fedorenko) 연구원은 언어의 다양성이 인간의 사고를 형성하는 방식을 추론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페도렌코 연구원은 구사하는 언어의 차이에 따른 인간의 신경 구조 차이 존재 여부를 연구 중이다. 만약, 언어에 따른 신경 구조 차이를 입증한다면, 언어가 사고 형성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페도렌코 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구사하는 언어를 떠나 인간의 뇌의 언어 체계를 담당하는 핵심 기능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페도렌코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언어가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언어는 생각하는 방식을 반영한다고 본다. 생각하는 대상과 문화적 측면을 떠나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언어학 형태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화권마다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방식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후각이 다른 감각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권에서는 후각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페도렌코 연구원은 피라항어 구사자각 특정 숫자 값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는 언어가 아닌 문화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라항어 구사자가 숫자 개념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피라항어를 사용하는 부족에게 숫자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 동의하는 한 가지 부분은 연구를 이어가면서 인간의 인지 측면에서 언어권을 떠나 보편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구분해야만 언어가 인지를 형성하는지 혹은 인지가 언어를 형성하는지 혹은 문화가 언어와 인지 모두 형성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드 교수는 “지금까지 전 세계 인구의 인지 측면에서 보편적인 부분과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을 다룰 수 있는 기본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20년은 지나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lmost All Research on the Mind Is in English. That’s a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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