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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최근 폭염, 그리스 신화 속 짐승 ‘케르베로스’로 칭하는 복잡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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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최근 폭염, 그리스 신화 속 짐승 ‘케르베로스’로 칭하는 복잡한 이유
유럽 폭염의 비공식 명칭이 된 ‘케르베로스’라는 표현이 널리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부 기상학자는 케르베로스라는 표현이 충격적이면서도 극심한 날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By CHRIS BARANIUK, WIRED UK

지금 남부 유럽을 강타한 폭염을 인지했다면, 많은 이들이 유럽 폭염을 '케르베로스(Cerberus)'라고 칭하는 사실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그리스 신화 속 공포를 일으키는 지하 세계의 머리가 셋 달린 개 이름이기도 하다. 단테(Dante)의 지옥(Inferno)과 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고전 작품을 보더라도 케르베로스는 지하 세계와 연관된 괴물로 등장한다.

기온이 40°C(약 104°F)에 육박하는 유럽의 폭염 현상을 다룬 복수 언론 보도를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여러 국가는 폭염에 케르베로스라는 별도의 명칭이 붙은 이유로 이탈리아 기상학회보(Italian Meteorological Society)를 지목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사실, 이탈리아 기상학회보는 폭염의 극단적인 명칭 부여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 루카 메르칼리(Luca Mercalli) 이탈리아 기상학회보 회장은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은 비공식 명칭이며, 이탈리아 기상학회보는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이 확산되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럽 폭염 현상을 케르베로스로 칭하는 것이 어느 정도 충격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케르베로스라는 표현은 고기압 지역을 의미하는 역선풍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탈리아 기상 웹사이트 일메테오(iLMeteo)에서 지정한 이름이다. 고기압은 현재 남유럽의 극심한 폭염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 와이어드가 일메테오 창립자 안토니오 사노(Antonio Sanò)에게 문의하여 확인한 사실이다.

사노는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이 너무 극적이라는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노는 "일메테오에서 칭하는 명칭은 공식 명칭이 아니지만, 일메테오의 인기 덕분에 일메테오가 지정한 비공식 명칭도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일메테오는 기상학 전문가 여러 명이 2017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을 '루시퍼(Lucifer)'라고 칭한 뒤 습관처럼 고기압의 이름을 정한다. 루시퍼라는 이름도 로마 신화에서 금성을 지칭하는 이름이자 기독교에서는 오래전부터 악마를 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2023년 유럽의 폭염 명칭을 둘러싼 혼란은 단테의 신곡 '지옥'처럼 여전히 더 복잡하다. 스페인 도시 세비야에서는 폭염을 '제니아(Xenia)’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2022년, 아드리엔 아쉬트 록펠러 재단 복원 센터(Adrienne Arsht-Rockefeller Foundation Resilience Center, Arsht-Rock)는 세비야대학교, 세비야시와 협력하여 도시 자체 폭염 이름 지정 체계를 출범했다. Arsht-Rock이 폭염 이름 지정 체계를 구축한 것은 세비야가 세 번째이다. 폭염 이름 지정 체계는 알파벳 역순으로 지정하며, 종종 확실히 스페인 명칭임을 인지할 수 있는 명칭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너무 흔하지 않은 이름을 지정하도록 고려하기도 하므로 자체적으로 지정한 명칭이 눈에 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기상 비영리단체 베를리너 베터카르테(Berliner Wetterkarte)와 베를린자유대학교는 1954년부터 고기압과 저기압 현상의 이름을 지정했다. 베를리너 베터카르테 회장 페트라 게바우어(Petra Gebauer)는 고기압 FFE(anticyclone FEE)이 독일의 화창한 날씨를 고기압 명칭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게바우어 회장은 유럽 전역의 기상학자가 간혹 폭염 이름을 자체적으로 정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실제로 유럽 남동 지역에서는 그리스의 폭염을 '클레온(Cleon)'이라고 칭한다"라고 설명하며, 케르베로스의 이름이 정해진 경로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폭염의 비공식 명칭이 많다는 사실이 이상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현재 남유럽의 폭염이 제기하는 위험성에 많은 시민이 주목하는 추세로는 이어지지 못한다. 2023년 7월 1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느 한 40대 남성이 야외 근무 도중 쓰러진 뒤 사망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곳곳에서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되었다. 스페인은 일부 지역 기온이 45°C까지 육박했으며, 2023년 6월 자로 폭염 긴급 지원 서비스가 개시된 후 긴급 지원 요청 전화 5만 4,000건이 걸려 온 것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과학계는 2022년 유럽 폭염 사망자 수가 6만 2,000명에 육박한다는 추산 결과를 담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메르칼리 회장은 현재 이탈리아의 폭염이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탈리아 폭염이 2주가량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3년 5월 자로 게재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1990년대 말까지 유럽의 폭염 지속 기간은 평균 일주일 이하였으나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폭염 지속 기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고 주장했다.

지중해 일대에서 폭염을 기록하는 동시에 미국 남부 지역 등 세계 곳곳에서도 폭염을 기록했다. 특히, 애리조나주 일부 지역은 기온이 120°F(약 48.9°C)에 육박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게다가 남유럽의 폭염은 현재 북아프리카 모로코, 알제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폭염과 관련이 있다. 모로코, 알제리 모두 남유럽과 똑같이 고기압 여파를 겪고 있다.

폭염은 치명적인 기온 현상이지만, 기상학계는 폭염의 이름 지정 여부를 두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않은 상태이다. 만약, 폭염의 이름을 지정한다면, 신화 속 동물이나 등장인물의 이름과 같이 유독 감정적이거나 다양한 특성을 지닌 이름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Grantham Institute for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의 프리데릭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폭염 이름으로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을 지정한 것을 우려하지 않는 이 중 한 명이다.

오토 박사는 이탈리아 기상학회보가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의 유래를 부인한 것을 언급하며, "이탈리아 기상학회보에서 케르베로스라는 이름 사용 권한을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농담을 했다. 다만, 다음과 같이 진지하게 주목할 만한 사안을 주장했다. 바로 많은 시민이 지금도 폭염의 위험성을 실제 위험성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토 박사는 2022년, 유럽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던 폭염 현상을 주제로 한 와이어드의 취재에 응했을 당시 폭염과 같은 극심한 기온 현상이 거대한 폭풍과 비교해도 가장 치명적인 기온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토 박사는 "케르베로스는 지하 세계의 개 이름이다. 폭염의 이름으로 꽤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의 적합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레딩대학교의 한나 클록(Hannah Cloke) 박사는 폭염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인다는 점에 동의하며, 다수 시민이 실제 주의해야 하는 것만큼 폭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 현상과 관련하여 시민의 우려를 자극하는 일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SNS에서도 우려를 자극하는 이름을 폭염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누리꾼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클록 박사는 "폭염이라는 위험한 괴물의 영향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라며, 현재와 같은 폭염 명칭 지정 접근 방식이 시민의 고통을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폭풍에 사용하는 명칭과 같이 간단한 명칭이 날씨 현상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면서 예방 대책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더 유용할 수도 있다.

Arsht-Rock 소장 캐시 바우그만 맥레오드(Kathy Baughman McLeod)는 "폭염에 브랜와 같이 정체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폭풍과 홍수 모두 폭염보다 극적인 위험성 수준을 눈으로 보기 쉽다는 점을 언급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현재 폭염의 공식 명칭을 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우그만 맥레오드 소장과 Arsht-Rock 관게자는 폭염 명칭을 국제사회에서 인식하여 표준화해, 수년 뒤 폭염 명칭 지정 체계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바우그만 맥레오드 소장은 "폭염 명칭 공식 지정은 Arsht-Rock가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의 적합성 평가 요청에는 의견 공개를 거부했다. 이어, 제니아 같은 명칭이 세비야 내에서만 적용되는 명칭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Arsht-Rock는 낮과 밤 기온, 구름양, 습도 등 각종 기온 요소를 고려한 알고리즘을 이용한 폭염 명칭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바우그만 맥레오드 소장은 알고리즘이 전체 사망률 30% 증가 가능성 등과 같이 생명에 중대한 위험성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폭염 이름을 지정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스티픈 딕슨(Stephen Dixon) 영국 기상청 대변인은 현재 남유럽 폭염이 영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케르베로스라는 명칭이 국가 공식 기상청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므로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은 영국 기상청에서 폭염을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영국 기상청은 심각한 폭풍 이름을 정하지만, 폭염 명칭도 지정할 계획은 없다. 영국 보건안전국(UK Health Security Agency)은 영국 기상청과 협력하여 폭염-건강 경보 서비스를 통해 폭염을 경고한다. 폭염 위험성 수준은 초록색부터 빨간색까지 4단계로 구분한다. 폭염 위험성 수준이 빨간색일 때는 "생명 위험성 심각"을 의미한다. 2022년, 폭염 경고로 영국 일부 지역의 위험성 수준이 빨간색을 기록한 적이 있다.

오토 박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폭염의 위험성 여파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기적인 수분 섭취부터 고령의 친척 건강 확인부터 도시 계획 재구성 등 다양하다. 오토 박사가 예시로 언급한 바와 같이 거리에 거대한 나무를 심으면, 화창한 날 기온이 실제 기온보다 최고 몇 °C 하락하는 등 비교적 덥지 않은 편이라고 느낄 수 있다. 오토 박사는 "약간의 노력이 큰 차이를 만든다"라고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조만간 폭염을 기록하는 날이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더 극심한 폭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클록 박사는 "기후 과학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현상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우그만 맥레오드 소장은 적절한 대비를 통해 폭염 사망 건수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여 전했다.

일메테오 관계자는 극심한 여름 기온 현상을 다룰 최선책으로 폭염이 발생할 때마다 사용하려 수천년 동안 확산된 신화에서 수집한 상상 속 짐승과 인물의 이름 목록을 준비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작성할 시점을 기준으로 2023년 7월 19일과 23일 사이 로마 기온은 43°C까지 기록하여 시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됐다. 더 나아가 일메테오는 곧 다가올 고기압 현상을 '카롱트(Caronte)' 혹은 '카론(Charon)'으로 칭하기로 정했다. 카롱트라는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 영혼이 지하 세계로 향할 때 탑승하는 배의 뱃사공 이름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Is Europe’s Latest Heat Wave Called Cerberus? It’s Complic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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