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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붕괴, 생태계 재앙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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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붕괴, 생태계 재앙인 이유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이 붕괴되면서 수위가 상승한 탓에 동물의 떼죽음과 서식지 파괴, 오염수 방출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 여파는 번복할 수 없을 것이다.
By CHRIS BARANIUK, WIRED UK

우크라이나 국립 생태계 연구소(National Ecological Center of Ukraine) 관계자 헤오리히 베레미치크(Heorhiy Veremiychyk)는 어느 날 스마트폰 푸시 알림으로 뉴스 경보와 함께 첨부된 이미지를 보고 재난 발생 사실을 접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카호우카 댐 붕괴 현상으로 물이 방류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레미치크는 “수위가 급속도로 상승했다”라며,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하천에 발생한 끔찍한 여파를 언급했다. 이어, “야생동물이 탈출할 길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베레미치크는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댐 붕괴 피해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부터 식수 오염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베레미치크는 먼 곳에서만 댐 붕괴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레미치크는 우크라이나 국민 수백만 명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침공 당시 피난길에 올랐으며, 현재 체코공화국에 알려진 카호우카 댐 붕괴 소식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 붕괴 상태를 생태계 파괴라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형법 제441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생태계 파괴를 동, 식물 종의 대규모 파괴 행위이자 대기 혹은 수도 오염, 기타 대규모 환경 범죄라고 정의했다.

안드리 멜니크(Andrij Melnyk) 우크라이나 외교부 차관은 카호우카 댐 붕괴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칭했다. 여러 연구 단체와 환경 보호 단체가 카호우카 댐 주변 환경의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이다. 카호우카 댐 붕괴 사태는 러시아 침략 이후 여러 차례 발생한 생태계 파괴 행위 중 가장 최근의 사례이다. 지난 몇 달간 다수 전문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환경에 미칠 위험성을 경고했다.

어떤 범죄든 가해자가 있다. 다수 우크라이나인과 전문 관측통은 카호우카 댐 붕괴 사태의 가해자가 분명하다고 본다. 루슬란 하비리우크(Ruslan Havryliuk) 우크라이나 국립 생태계 연구소 소장은 와이어드에 보낸 메일을 통해 “카호우카 댐 붕괴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하여 개시한 또 다른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카호우카 댐 공격 개시 주장을 부인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자국 군대 활동 관련 공식 성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인 조나손 턴불(Jonathon Turnbull)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불법 침략하여 일부 영역을 점유했다. 따라서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 피해는 러시아가 책임을 져야 한다. 카호우카 댐 붕괴 사태 책임을 두고 논의해야 할 부분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카호우카 댐 붕괴가 군사 정책 관련 전략이 아니지만, 수위 상승이라는 피해를 주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는 카호우카 댐 붕괴의 정확한 여파를 입증할 증거와 추가 상세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나 생태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베레미치크는 현재 헤르손 영토 약 600km2가 드니프로강 남부 지역을 따라 물에 잠긴 상태라고 전했다. 카호우카 댐 상류에서 증발된 물의 양이 많은 탓에 상류 지역은 오염된 흙으로 덮인 사막과 같은 상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막(Andriy Yermak)이 공유한 영상에는 카호우카 저수지 북부 지역 마리얀스키(Maryanske) 마을 인근의 건조한 육지 위에 떠밀려 온 물고기 떼의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농림부에서는 9만 5,000메트릭톤에 이르는 물고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크리아니 보건부는 페이스북에 홍수로 하천에 떠밀려 온 물고기 떼를 먹지 말라는 경고 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보툴리눔 식중독 위험성이 있다”라며, 드물지만 일부 박테리아 종에서 독소가 방출돼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물이 방출되는 길목에는 주택가와 농지, 습지, 목초지, 국립공원 등이 있다. 주변 서식지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 대부분 사라질 위험성이 있다. 베레미치크는 “카호우카 댐 주변 야생동물이 대거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내 다수 비영리 단체와 연구 단체 모두 생태계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다룬 연구 보고서를 발행했다. 우크라이나 자연보호단체(UNCG)는 장문의 공식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카호우카 댐 붕괴가 수십 가지 물고기 종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노랑부리저어새를 포함하여 카호우카 댐 인근 수로와 습지에 의존하는 조류와 카스피안 채찍뱀(Caspian whipsnake)을 비롯한 파충류, 노르웨이 쥐 등 멸종 위기에 취약한 포유류 모두 위험한 것으로 관측됐다. 우크라이나 자연보호단체 블로그 게시글 작성자는 “카호우카 댐 인근에 서식하는 생물 종 모두 급속도로 물이 흐르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라고 경고했다.

턴불은 우크라이나의 자연 단체가 이미 확실한 증거 수집과 환경 파괴의 정확한 규모를 확립하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각종 생태계 여파를 보고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뒤 카호우카 댐 붕괴의 생태계 피해를 상술한 보고서 여러 편이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카호우카 댐의 지리적 피해 발생 범위가 넓다는 사실이 이미 분명하게 드러났다. 분쟁 및 환경 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연구 및 정책 국장 더그 와이어(Doug Weir)는 카호우카 댐 하류의 범람 지역 위성 사진을 연구했다. 와이어 국장은 “헤르손 지역에는 산업용 건물에서 유출된 듯한 유막이나 기름으로 보이는 모습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와이어 국장은 분뇨 정화조와 폐수 처리 시설 오염원도 갑자기 육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케네소 주립대학교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전문가 크리스티나 훅(Kristina Hook) 박사도 오염원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와이어 국장의 설명에 동의했다. 훅 박사는 “카호우카 댐에서 방출된 물은 위험한 오염수이다”라고 전했다. 오염수 방출 시기는 많은 생물종의 번식기인 봄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헝가리부터 중국 동부 지역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초원에 포함된 카호우카 댐 일대는 목초지와 고원,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지역에 해당한다.

유라시아 대초원 일대 중 우크라이나 영토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주로 곡물을 재배하는 농부도 다수 거주한다. 우크라이나 농민위원회(Ukrainian Agrarian Council)는 카호우카 댐이 붕괴된 탓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이 14%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 5위를 기록한 국가이다. 즉, 우크라이나 밀 수입에 의존하는 여러 국가에도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수잔 벵글(Susanne Wengle) 노트르담대학교 정책과학 부교수는 카호우카 댐 인근 지역 농민은 체리와 자두, 사과, 토마토, 가지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벵글 부교수는 “카호우카 댐 인근 농민은 여러 세대에 걸쳐 농작물을 재배했다. 농민의 피해 복구 방식은 불확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훅 막사는 댐에 저장된 물이 한 번 범람한다면, 앞으로 몇 달간 발생할 농작물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나무뿌리 손상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범람 피해 발생 시 간혹 나무뿌리에 침전물을 전달하여 산소 유입을 차단할 수도 있다.

볼로디미르 스타로둡세프(Volodymyr Starodubtsev) 우크라이나 국립 생명환경과학대학교 교수는 카호우카 저수지에 의존하여 식수와 농지 관개용 수로를 얻던 지역 사회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수자원 공급처를 대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자연보호단체는 카호우카 댐 붕괴 피해로 영향을 받은 생물종 복구 작업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게다가 복구 작업은 불규칙하게 진행될 것이다. 혹고니와 같은 일부 동물종의 개체 수 복구는 3년이 걸릴 수도 있다. 반면, 맹금류에 해당하는 개구리매를 비롯한 일부 생물 종은 개체 수를 복구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어 국장은 피해가 영원히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생태계의 심각한 변화 발생 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며, 결과적으로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 압력 회복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그 근거로 설명했다.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이어 국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피해 복구 후 돌아오는 것은 피해 발생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Kakhovka Dam Collapse Is an Ecological Dis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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