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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미래’ 위한 제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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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미래’ 위한 제품 아니다
애플의 최신 혼합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는 놀라울 정도로 의도치 않게 실패한 제품이다. 그렇다면, 애플이 혁신의 기운을 상실한 것일까?
By KATE KNIBBS, WIRED US

필자는 입증되지 않은 최신 제품에 큰돈을 부담하는 도박을 감행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러나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가 상황을 180도 바꿀 것으로 확신한다.

애플이 출고가 3,499달러로 책정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 프로 판매를 2024년 중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애플이라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애플 제품 애호가와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 구현 기기를 취미 삼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출시 직전 침낭을 챙겨와 밤을 새우면서 애플스토어 매장 앞에 줄 서서 대기하여 비전 프로를 구매한 직후 환호성을 외치고 최신 기기 사용을 즐길 것이다. 어쩌면, 일부 게임 애호가도 비전 프로 구매 경쟁에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일반 소비자는 어떨까?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밤을 새우며 애플스토어 매장 앞에 대기하면서까지 비전 프로를 손에 넣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비전 프로는 팀 쿡이 제품 공개 당시 비전 프로의 전망을 아무리 확신했더라도 혁신적인 기기는 아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기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는 보기 드문 실패작이다. 그와 동시에 애플이 테크 제품 애호가가 새로이 흥미를 보인 기기를 일반 소비자가 반드시 구매해야 할 제품으로 바꿀 능력을 잃기 시작했다는 조짐이기도 하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분명한 미래 전망을 지니지 않았음을 암시한 만큼 미래를 향한 제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동료인 로렌 구드(Lauren Goode) 기자는 애플의 WWDC 현장에 참석하여 비전 프로를 시험 사용한 뒤 작성한 기사를 통해 “지난 애플이 지난 20년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모든 제품이 일상에서 사라졌다. 아이폰은 소비자의 주머니에, 아이패드는 지갑에 들어갔다. 애플워치는 손목에, 에어팟은 두 귀에 들어간다”라며, “그러나 비전 프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한 가지 중요한 방식으로 애플의 대다수 최신 제품과는 달리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드 기자는 “비전 프로가 사용자의 얼굴에 정착하고, 실시간 인간 경험의 결정적인 부분인 두 눈과 감각 기관을 감쌀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구드 기자는 비전 프로 이외에 모든 VR 헤드셋과 AR 글래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비전 프로는 애플 제품이 최초로 AR/VR 기기를 소비자의 삶에 침투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구드 기자의 비전 프로 간편 사용 리뷰 기사를 읽은 뒤 필자는 완성도를 완벽하게 갖춘 비전 프로가 실패할 것이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제품 사양 수준을 떠나 애플의 MR 혼합현실 헤드셋 자체는 착용자와 나머지 세계 사이에 부주의하게 던져진 거대한 잡음을 일으키는 기기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보다는 장벽이 형성될 것이다.

애플은 혁신 기업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비전 프로는 AR이나 VR, 혹은 두 가지 기술 모두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설계된 고가의 화려한 일련의 제품 중 가장 최근 공개된 제품이다. 비전 프로에 앞서 공개된 주요 제품으로 메타의 퀘스트 프로(Quest Pr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 매직 리프 2(Magic Leap 2),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이다. 네 가지 제품 모두 패러다임 변화를 판매 요소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과장 광고가 이루어졌으나 일시적인 주목만 받은 헤드셋이다. 비전 프로가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홍보한 최신 최첨단 MR 헤드셋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는 비전 프로가 직면할 문제를 바꾸지 않는다. 비전 프로는 기존의 모든 AR/VR 헤드셋이 출시 전부터 대안 현실을 제시하는 헤드셋이라는 어려움을 똑같이 직면할 것이다.

필자의 동료인 분 애쉬워스(Boone Ashworth) 기자는 소비자가 큰돈을 부담하면서 비전 프로 및 기존 AR/VR 헤드셋을 구매하고자 할 것이라는 증거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애쉬워스 기자는 그 이유로 스노클 마스크를 착용한 바보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미적 요소와 무겁고 활동이 제한 적이라는 실용적인 요소, 착용 시 두 눈을 고립된 공간으로 돌리면서 현실을 공유하는 대신 개인화된 이미지를 보는 경험을 한다는 사회적 요소를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헤드셋을 매일 사용한다는 자연스러운 소망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전 프로를 받아들이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 비전 프로라는 애플의 신제품 공개를 향한 흥미를 드러낸 대중의 일반적인 반응이 이번에는 회의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으며, 다수 소비자가 AR/VR 시장이 이미 테크 업계 내 유력 기업의 실패 사례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사진=Apple]
[사진=Apple]

비전 프로를 더 열성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애플이 실패작으로 남기에는 너무 훌륭한 하드웨어를 선보였다는 주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애플은 일반 테크 기업이 아닌 멋진 테크 기업이다. 케빈 루스(Kevin Roose) 뉴욕타임스 기자가 “AR/VR 헤드셋 시장은 애플이 도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라는 신중한 견해를 제시한 것을 그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애플이 과거, 틈새시장을 공략한 기기를 보편적인 제품으로 만들었던 놀라운 역사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소 어리석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틈새시장을 노린 애플의 기기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에어팟 프로를 구매한 뒤 매일 귀가 아프더라고, 실수로 세탁기 안에 둔 후에도 매일 5시간 동안 착용한다. 에어팟 프로가 출시된 후에도 아이폰 구매 시 무료로 얻을 수 있었던 유선 이어폰 시장에는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애플의 영향력이란! 넓은 세계에서 비행기에 갓난아이와 함께 탑승한 부모를 제외한 소비자 중 실제로 아이패드가 필요한 이는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아이패드는 세계 각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또다시 애플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이 매일 착용하는 것에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혼합현실 헤드셋을 제작할 수 있다면, 애플이 시장의 주요 경쟁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애플이 4온스(약 113.4g)짜리 가벼운 MR 헤드셋이나 일반 글래스와 더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는 MR 헤드셋 제작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멋지지 않은 모습의 헤드셋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극소수 화려한 업그레이드 사항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며, 지금 애플의 모습은 과거와 다르다. 애플이 일상 속 깊이 침투할 정도로 대중의 행동을 바꾼 신제품을 마지막으로 출시한 순간은 언제인가? 2019년, 조니 아이브(Jony Ive)가 퇴사한 뒤 전 세계 소비자의 행동을 바꾼 제품이 출시된 적이 없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바꾼 신제품은 2016년 처음 공개된 에어팟일 것이다. 애플의 기록 추적은 확고하다. 그러나 에어팟은 7년 전 처음 출시된 제품이다. 애플의 최고 호황기는 현재 시장 경쟁 상황과 매우 다르다. 애플이 개척에 성공한 길은 실수로 세탁기에 넣기 쉬운 어리석은 모습의 블루투스 이어버즈라는 신제품이 충전할 필요가 없는 유선 헤드폰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일반인에게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애플 직원도 비전 프로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비전 프로는 완제품의 모습이 어떻든 개념 구상 단계에서는 판매하기 어려운 제품이며, 판매 실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운 제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품 완성의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애플이 4온스(약 113.4g)짜리 가벼운 MR 헤드셋이나 일반 글래스와 더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는 MR 헤드셋 제작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멋지지 않은 모습의 헤드셋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극소수 화려한 업그레이드 사항을 제공할 것이다. 매력적이지 않은 고글은 매력적이지 않은 고글로만 보일 것이다.

어리석은 부분이 있다면, 애플도 문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Mark Gurman) 기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애플은 팀 쿡이나 다른 고위급 경영진이 비전 프로를 착용한 사진을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거먼 기자는 “팀 쿡이 애플 CEO로 재임하는 중 애플이 출시한 가장 중대한 제품인 비전 프로 옆에 서기만 하고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그린 밈 확산을 통제할 이유가 없다. 사실, 팀 쿡을 비롯한 애플 경영진이 비전 프로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이상하게도 애플 경영진이 비전 프로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애플 경영진이 미국 인기 블로거이자 기술 애호가인 로버트 스코블(Robert Scoble)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샤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수백 장으로 뒤덮인 게시판 앞에 서서 구글 글래스와는 전혀 다른 성과를 거두면서 비전 프로를 홍보할 의견을 집단으로 논의한다고 상상해 보아라. 그리고 애플 경영진은 로버트 스코블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채로 샤워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기기를 계속 출시한 증상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깨닫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아라.

MR 헤드셋을 직접 착용한 임원의 언론 보도 사진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이미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애플이 비전 프로 사용 용도를 설명하려 선택한 홍보 자료는 MR 헤드셋의 주된 문제점을 설명한다. 바로 비전 프로는 반사회적 기기이며, 일반인이라면 거부 반응을 보이고, 더 나아가 조롱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어린 자녀와 함께 집에서 기기를 착용한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한 홍보 이미지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녀가 바닥에 앉아서 놀 때, 아버지는 비전 프로를 착용하는 모습을 담았다. 혹은 아버지가 자녀를 무시한 채로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영화 ‘아바타’를 시청할 수도 있다. 혹은 몰입감을 강화한 페이스타임 통화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테크 기업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목적을 지녔거나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부모를 목표 소비자층으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면, 널리 확산된 디스토피아적 만화처럼 보인다. 특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홍보 스틸 이미지처럼 보인다.

인간은 테크 업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주요 기업이 엄청난 규모와 놀라운 빈도로 잘못을 저지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22년 11월, 파산 신청을 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혹은 암호화폐 시장 붕괴나 메타의 메타버스 전환 실패를 떠올릴 수도 있다. 테크 업계 대기업과 거물급 인사는 완벽한 모습만 보일 수 없다. 미화된 오큘러스의 제품은 애플도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증명한다. 애플 비전 프로가 피할 수 없는 실패에서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불필요한 듯한 기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대신 애플의 관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실제 혁신으로 대중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pple’s Vision Pro Isn’t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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