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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역사 형성 넘어서 ‘미래’도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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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역사 형성 넘어서 ‘미래’도 통제한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서 미친 대대적인 영향을 탐색하는 신간 저서가 출판됐다.
By AMIT KATWALA, WIRED UK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끔찍할 정도로 많은 ‘이것’을 보유했다.

30조 개가 넘는 인간 세포는 체내에서도 장과 피부, 손톱 밑에 숨어있는 박테리아 40조 개에 맞설 수 없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인간 DNA의 상당 부분(약 8%)을 차지한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정자나 난자 세포 감염 시 다음 세대에 다시 전달되는 방식으로 유전자 코드의 일부분을 재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조각은 오래전 조상이 기억을 형성하고, 알을 낳는 대신 자궁에 태아를 품을 능력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의 모습은 오늘날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장 속에 살아있는 박테리아(미생물군집)이 스스로는 인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계에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며,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해 인간의 사교성을 향상시키면서 박테리아를 더 널리 퍼뜨리도록 한다. 그리고 박테리아를 퍼뜨린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단으로 뇌를 이용한다.

코로나19 대유행병 당시 세균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수천 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를 형성해왔으며, 개인의 신체는 물론이고 역사, 정치, 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도 형성했다. 공중 보건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인 조나단 케네디(Jonathan Kennedy)가 신간 저서 『병인: 세균의 역사 형성 방법(Pathogenesis: How Germs Made History)』를 통해 주장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케네디는 “2020년 봄, 많은 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한 바이러스이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등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유례없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케네디는 여러 학술 서적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의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개인 단위로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면, 정치, 경제, 사회 등 신체 집합체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세균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의미한다. 더 적절히 말하자면, 전 세계 대유행병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케네디는 “역사학자는 자연의 세계를 인간, 가끔은 훌륭한 인간 여러 명이나 인간 집단이 행동하는 단계로 본다. 역사 개념화를 변경하고, 인간 스스로를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케네디는 생태계가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한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오래 생존한 이유를 그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여기에는 병원체와 이종교배가 강력히 혼합된 것을 답변으로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소수 정복자 집단이 거대한 신대륙 제국을 제압한 방법과 대서양을 건너온 첫 번째 도착자가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신대륙 인구를 몰살시킨 과정,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와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의 정복이 시작되었을 당시 번성한 지역 사회가 유령 마을로 몰락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케네디는 “콜럼버스가 히스파니올라에 도착했을 당시 미 대륙 인구는 이미 90% 감소했다. 인구 감소 추세는 그린란드에서 시추한 얼음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 지구의 기온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16세기 미 대륙 정복자가 총과 세균, 철강 등을 전파했으나 한 가지 분노할 만한 운명에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신대륙의 가축 사육 비율이 구대륙보다 적고, 소와 양 등 대규모 짐승 떼와 살아가는 이도 적었다. 결과적으로 전염병이 잠복기를 거쳐 종을 뛰어넘고 인간에게도 전파될 위험성이 적었다. 또, 신대륙에 거주하는 이들은 천연두와 같은 병원체에 맞설 면역력을 형성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천연두는 기원전 1만 년경 농업 초기 당시 가축이 앓다가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균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또 다른 설득력이 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노동자 인구 집단 중 흑인 사망률 감소와 노동 가치 상승 및 봉건제도의 종말 촉발 과정부터 말라리아가 1800년대, 퀴닌(quinine) 사용이 만연해지기 전까지 아프리카 대다수 지역을 난공불락으로 만든 사례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질병이 기독교와 같은 종교의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부 과학자는 에볼라와 비슷한 출혈열의 일종인 3세기 키프리아누스 역병(Plague of Cyprian) 이후 기독교 신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본다. 기독교는 천국으로 향할 길로 선한 행동을 독려했다. 또, 환자를 피하지 않고 환자를 간호하면서 건강을 되찾도록 하여 생존율을 대거 높였다. 케네디는 “기본적인 간호와 물과 음식을 제공하기만 해도 환자의 2/3를 살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미숙련자의 눈에는 기적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며, 새로이 등장한 모든 종교의 최고 홍보 방식이 되기도 했다. 반면, 케네디는 “이단 종교는 전염병 발생의 영향을 해석하는 데 그다지 유용한 방법을 제공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기독교라는 종교 확산은 인간의 자연 지배 현상 확산을 퍼뜨리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인간이 자연을 장악하는 태도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간이 자연과 이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마찰하면서 새로운 질병을 퍼뜨릴 수 있는 외딴 지역으로 끊임없이 진출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가장 최근 발생한 대유행병인 코로나19의 전체적인 여파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케네디는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에 미칠 영향은 어려운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어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역사를 돌아본다면, 대유행병과 전염병이 뒤따르면서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사회에도 피해가 이어진 뒤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회가 급부상하는 공간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훗날 코로나19 시대를 돌아본다면, 이미 진행 중일 수도 있는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역사의 궤도 속도를 높이거나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이미 자연의 순리를 겸허하게 일깨워 주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케네디는 “많은 이들이 인간의 힘을 보는 방식에 크게 충격받았다. 인간은 미생물의 시대에 살아왔으며, 지금도 미생물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도 미생물 시대에 살아갈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의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Diseases Didn’t Just Shape History, They Control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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