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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 밑에 매장된 대형 배터리와 같은 ‘이것’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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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 밑에 매장된 대형 배터리와 같은 ‘이것’의 정체는?
지하수 열에너지 저장소는 지하수로 건물 냉난방 기능을 가동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가정과 기업의 탈탄소 과정의 진전을 거둘 수도 있다.
By MATT SIMON, WIRED US

빗물이 떨어지면, 구명이 많은 바위나 모래, 자갈과 같이 단단하지 않은 물질로 구성된 층인 대수층으로 흡수된다. 수천 년 전 인류는 대수층을 직접 파내서 식수를 모았다. 현재 지하에 저장된 물을 영리하게 사용할 또 다른 방식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이다. 지금은 지하수 열에너지 저장소(ATES) 사용 방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를 저장한 배터리는 나중에 사용할 수 있다. 대수층도 배터리 에너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수층은 지구의 건물을 보호하여 열에너지를 보관한 뒤 지상의 건물과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다. 대수층의 물 온도는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이 덕분에 지하수가 저장된 곳 인근 구조물은 천연가스를 용광로에서 태우거나 화석연료로 얻은 전기를 관리하여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냉난방이 가능하다. 

ATES 시스템은 표면과 지하 대수층 사이에 가동되는 두 가지 별도의 우물인 따뜻한 우물과 차가운 우물로 구성되었다. 겨울에는 60℉(약 15.5℃)의 따뜻한 우물에서 지하의 물을 끌어 올리고는 열 교환기를 통과한다. 열펌프와 결합하여 지하의 열을 추출해 건물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한다.

그리고 두 번째 우물에서 차가운 물을 끌어 올린다. 이때, 온도 45℉(약 7.2℃)의 차가운 물웅덩이가 생긴다. 그리고 여름에는 차가운 물웅덩이에서 물을 끌어 올려 건물을 시원하게 유지한다. ATES를 연구하는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 수문학자인 마틴 블로멘달(Martin Bloemendal) 박사는 “건물에서 열을 끌어 올리면서 지하수를 가열하고는 직접 다른 우물로 주입할 수 있다. 겨울에는 따뜻한 우물을 이용하여 건물 난방 기능을 가동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은 지하수를 소비하지 않고 재사용하므로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ATES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염수나 오염된 대수층도 활용할 수 있다.

물을 끌어 올리면 다른 장비를 태양열에너지나 풍력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 전력으로 가동하므로 효율성이 매우 뛰어난 에너지 저장소를 사용하면서 화석연료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냉난방 시스템의 에너지 소모량은 미국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약 1/3을, 유럽의 에너지 소모량 약 50%를 차지한다. 학술지 어플라이드 에너지(Applied Energy)에 새로 게재된 논문 한 편은 ATES가 미국 가정과 기업의 냉난방 기능 사용 시 천연가스와 전기 소모량을 약 4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ATES는 오랜 시간 다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방법이며, 언제든지 사용할 준비가 된 지하 배터리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의 지열자원조사프로젝트(Geothermal Resource Investigations Project) 책임자 에릭 번스(Erick Burns)는 “지역 도시에서 열과 냉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나중에는 냉난방 기능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와 달리 주요 광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도시 규모 지열에너지를 조사 중인 국제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ATES의 냉난방 기능은 병원과 같은 대형 건물이나 대학 캠퍼스와 같이 건물이 밀집한 곳에서 사용하기 이상적이다. 냉난방을 위한 지하 우물과 장비 전용 시설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드 수요가 높은 시점에 ATES가 기존 냉난방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심한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민이 많은 늦여름 오후에 그리드 수요가 급등한다. ATES는 기존 냉난방 시스템보다 전력 소모량이 훨씬 더 적다는 점에서 그리드 부담을 덜고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있다. ATES는 태양열에너지나 풍력에너지를 가동할 수 있는 데다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산 네트워크로 지원이 가능하여 아예 정전이 되었을 때도 회복성을 갖출 수 있다.

어플라이드 에너지 논문의 제1 저자이자 에너지 시스템 연구원인 A.T.D 페레라(A.T.D. Perera)는 “ATES는 재생 에너지를 통합한다면, 매우 이상적인 냉난방 시스템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페레라는 현재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논문에 게재된 연구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진행했다.)

ATES는 아직 전 세계에 널리 채택되지 않았다. ATES 시스템 약 85%는 적합한 지질 조건과 국가 차원의 엄격한 에너지 효율성 표준을 채택한 네덜란드에 확립되었다. 그러나 어느 한 연구 논문은 독일의 넓은 토지가 ATES를 사용하기 이상적인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연구 논문은 스페인 인구 거주 지역 중 1/3이 ATES 채택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지역이 ATES를 채택하기 적합한 것은 아니다. 천연가스 발전소와 달리 지열에너지 시스템은 복잡한 지질학적 요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즈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지질과학자인 린유펑(Yu-Feng Lin) 박사는 “ATES를 일리노이즈주에서 즉시 채택하고, 캘리포니아주의 가정에도 적용하기 어렵다. ATES 적용은 워드 문서의 텍스트를 복사하고 붙여 넣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린 박사는 번스와 함께 국제 콘소시엄의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논문으로 다룬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단단한 바위 지형을 갖춘 도시는 대수층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대수층에 접근할 수 있더라도 수압 전도도가 충분해야 한다. 물이 모래나 자갈과 같은 지하 물질을 쉽게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의 흐름이 원활할수록 상대적으로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상태에서 물을 끌어 올리기 쉽다.

즉, 물이 너무 많이 흐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물을 지하로 끌어내린다면, 다른 곳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소속 지질 과학자이자 페레라 박사의 논문 공동 저자인 피터 니코(Peter Nico) 박사는 “냉난방 기능을 원할 때마다 물이 흐르는 것을 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도 미국은 ATES 시스템 활용이 이상적인 넓은 토지를 갖추었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ATES 시스템 채택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ATES 시스템을 채택하고자 한다면, 주어진 도시의 지질 조건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땅을 파고 펌프 장비를 설치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ATES 시스템에 필요한 장비 설치 비용은 냉난방 비용을 사전 부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TES 시스템을 사용할 지하 우물과 펌프를 확보했다면, 풍부한 무료 태양열에너지나 풍력에너지로 냉난방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지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시 정원이나 도시의 개방된 녹지 사용 공간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페레라 박사는 “기후 회복성이나 지속 가능성 개선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할 의사가 있다면, ATES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Massive ‘Batteries’ Hidden Beneath Your F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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