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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유료 호흡’ 산업, 놀라울 정도로 상승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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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유료 호흡’ 산업, 놀라울 정도로 상승세 기록
인도의 오염 정책이 실패하자 공기청정기 수요가 새로운 불평등을 견인하는 추세이다.
By AKANKSHA SINGH, WIRED UK

기후가 온화한 겨울은 뭄바이 호흡기내과 전문의 레바티 K(Revathy K)에게 항상 바쁜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몇 달든 예년보단 유독 바빴다. 2022년 11월, 해양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보통 뭄바이 건설 현장의 먼지와 잔해, 매년을 옮기던 바람의 속도가 느려졌다. 뭄바이 중심부와 북부 외곽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인 반드라 월리 시 링크(Bandra-Worli Sea Link)가 스모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뭄바이 대기 질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진 탓이다. 심지어 잠깐동안 세계 오염 수준이 가장 심한 도시인 델리보다 대기 오염 수준이 더 심각한 것으로 관측됐다.

K는 “많은 환자가 호흡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내원한다”라며, 과거에는 주로 소아천식이나 흡연 관련 질환이 있는 이들이 호소하던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단 몇 달 동안 뭄바이 의사는 독감 시즌이 겹치면서 만성 기침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한다. K는 “과거, 호흡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 대부분 알레르기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였으나 이제는 급성기관지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K는 다수 인도인과 마찬가지로 이니셜을 성으로 사용한다.)

인도 대기오염은 서서히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악화되는 재앙이다. 국책연구소인 에너지청정공기연구소(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는 2022년, 인도 인구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으로 정한 대기오염 수치보다 더 심각한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밝힌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2019년, 대기오염으로 인도 인구 160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오염 문제 근원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인도 대도시에서는 새로운 불평등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대기 오염을 겪을 위험성 때문에 인도 부유층이 자유로운 호흡 비용을 결제하기 시작하자 공기청정기 시장의 호황을 형성하게 되었다. 인도 공기청정기 시장은 2027년이면 35% 성장한 5억 9,7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는 카스트 제도와 성별, 종교 등에 따라 이미 경제적으로 분열된 가운데, 시민 63%는 보건 복지 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인구 10%가 인도 전체 부 77%를 차지한 인도에서는 호흡 비용 결제는 대다수 시민이 시도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방법이다.

뭄바이 소재 연구소인 인도 기술연구소의 사회학 교수인 수리야칸트 와그모어(Suryakant Waghmore)는 “인간의 본성과 선천적 권리를 귀중하게 여기기 어려운 세계를 정상화한다. 깨끗한 식수, 신선하면서 오염되지 않은 공기, 보행자를 위한 공간 확보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도시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인간 집합의식에서도 우려하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와그모어 교수는 공기청정기가 특권층이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었으며, 권리가 악화되었다고 말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23년 1월, 뭄바이 기온이 예년보다 낮아진 가운데, 많은 이들이 보온과 간혹 길거리 모퉁이에 쌓인 나뭇잎이 뒤섞인 채로 흐르는 대기 중 먼지 차단 목적으로 스웨터와 두건을 착용했다. 도로는 교통 정체 때문에 차량이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뭄바이 빈곤층 주민은 쓰레기를 태운 불과 목재, 고무, 플라스틱 등을 태우면서 따뜻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반려견 산책 도우미로 일하면서 12시간 동안 바깥에 머물렀던 티모시 디멜로(Timothy Dmello)는 중앙 도로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아라비아해가 보이는 곳에 밀집한 발리우드 유명 인사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야자수 라인을 따라 형성된 곳으로 향할수록 대기오염 수준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디멜로는 수평선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디멜로의 아내는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디멜로는 유연 근무제도 덕분에 아내와 14살된 딸과 보낼 시간 여유가 있어서 반려견 산책 도우미로 일한다. 집에서는 바깥의 먼지가 쌓이고, 밖에서는 매연과 미립자에 노출된다. 디멜로는 간혹 호흡 문제를 겪는다고 밝혔다.

디멜로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를 보았다. 그러나 저가 모델이 6,000루피(72달러)부터 시작하는 비싼 가격 탓에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수 없다. 디멜로는 주변의 아는 이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겨울 내내 기침 증상과 감기로 고생한 탓에 일을 하지 못했다.

인도 인구 약 13억 명 중 60%의 하루 생활비는 세계은행의 중간 빈곤 수준 미만인 3.1달러이다. 농장 직원 수를 집계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인도 인구 18%는 야외에서 활동한다.

PM 2.5(인간의 폐에 쌓이는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입자성 물질)에 이르는 높은 수치에 노출된다면, 폐암과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인 질환 원인이 될 수 있다. PM 2.5 오염 관련 사망률은 지난 20년 전보다 두 배 증가했다. 2019년 기준 PM 2.5 관련 사망자 수는 97만 9,900명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2022년도 세계 대기 질 보고서(World Air Quality Report 2022)는 인도의 연간 대기오염 지출액이 1,50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2019년, 인도 102개 도시가 인도의 대기오염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인도 정부는 전국 청정대기 프로그램(National Clean Air Programme)을 시작했다.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프로그램으로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실패한 도시가 132개 도시로 증가했다.

중앙 정부와 주 정부 모두 대기 질 위기를 다루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델리에서는 시 운영을 담당한 정당인 암 아드미 정당(Aam Aadmi Party)이 대기 질이 급격히 나빠진 2016년, ‘홀수 및 짝수 운영제’를 시도했다. 민간 차량의 차량 등록판 숫자가 홀수로 끝나는 날에는 홀수 일에만, 짝수로 끝나는 날에는 짝수 일에만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다수 환경론자는 홀수 및 짝수 운영제가 대기 질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델리는 테크 업계 주요 허브로 알려진 인근 지역 구르가온과 마찬가지로 기술적 해결책을 시도했다. 2021년, 대법원은 델리 정부에 24m 높이의 스모그 타워 두 채를 설치해 대기중 입자 필터 역할을 하도록 명령했다. 반면, 구르라온은 야외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2023년 2월, 뭄바이 시민 단체 브리한뭄바이 시 협회(Brihanmumbai Municipal Corporation)는 도시 전역에 야외 공기청정기 14대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야외 공기 청정기와 스모그 타워 설치가 최후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대기 오염 관측 전문 도시 데이터 스타트업 레스퍼러 리빙 사이언스(Respirer Living Sciences) 창립자 로낙 수타리아(Ronak Sutaria)는 “공기청정기는 효과가 없다. 과학계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공기청정기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소재 국제 응용 시스템 분석 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의 수석 연구원인 팔라브 푸로히트(Pallav Purohit)는 야외 공기청정기는 다른 오염 통제 방식이 실패할 때 의존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한다. 푸로히트 연구원은 “공기청정기는 기존 오염 통제 방식이 충분하지 않을 때만 택하는 것이 맞다. 대다수 야외 공기청정기 시스템은 공기 청정 범위와 효율성 모두 제한적이며,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푸로히트 연구원은 공기청정기가 정화된 공기의 좁은 기둥을 형성하여 설치 지역 인근 주민만 한동안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겨울에 시작된 뭄바이 대기 질 위기 이후 비판 세력은 마하라스트라 오염 통제 이사회(Maharashtra Pollution Control Board)가 대기 질 센서를 상대적으로 오염 수준이 적은 도시로 옮긴 것을 두고 비난했다.

반면, 인도 부유층은 직접 대기오염에 대비했다. 중산층 주민 사이에서는 공기청정기 브랜드 정보가 공통 주제가 되었다.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자택에서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차량을 끌고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상점가와 쇼핑몰로 이동한다. 공기청정기 브랜드는 크리켓 스타 선수와 발리우드 유명인을 SNS와 게시판에 등록하고는 영문 신문 매체에 광고를 게재한다.

광고와 뉴스 보도 내용을 종합한 정보를 믿는다면, 인도 수도의 공기 호흡은 많은 이들이 힌두교 축제 기간인 디왈리 기간에 폭죽 50개를 터뜨리면서 발생하는 재를 흡입하는 것과 겨울 기준 하루에 담배 10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 샤프(Sharp)는 인도 독립기념일 광고 문구로 인도의 자유 투쟁인 ‘인도를 떠나라(Quit India)’ 운동을 칭하는 ‘대기오염은 인도를 떠나라(Impurities Quit India)’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각종 뉴스 기사는 대기 질이 더 나빠질 때마다 “델리의 대기 질이 심각해졌다. 공기청정기 5대를 두면, 깨끗한 공기로 호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기 질이 나빠지는 현재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계획인가? 비용을 알고, 다른 요소도 확인하라” 등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인도 공기청정기 제조사인 에어오케이 테크놀로지스(AirOK Technologies) 창립자이자 CEO인 디크시트 바라 프라사드(Deekshith Vara Prasad)는 에어오케이 테크놀로지스의 매출이 2018년 이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어오케이 테크놀로지스의 공기청정기는 주로 병원과 사무실에서 사용한다.)

프라사드는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덕분에 시장의 하위 표준 제품을 이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도 대도시에서 공기 청정기를 판매하려면, 미립자와 곰팡이류, 박테리아,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황과 아산화질소 등 유해 가스를 대기 중에서 걸러내야 한다. 프라사드는 대기 중 오염 물질의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는 “오염원 두 개를 걸러내고 오염 물질을 제거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사무실과 갈수록 많은 호텔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인 공간은 깨끗한 공기 접근성 불평등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간혹 공기청정기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사무실과 호텔 등을 기반으로 한다. 출입구 인근에 배치된 문지기와 발렛파킹 직원, 벨보이, 보안 경비원 등은 실내에 머무르는 이들과 같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지 않는다.

와그모어 교수는 공기청정기 시장이 인도의 사회적 지위, 카스트 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불평등과 교차하여 공기청정기는 ‘공기 정화’라는 개념이 카스트 제도의 지배층에 해당하는 이들의 삶의 중심을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카스트 제도의 불이익 때문에 이미 심각한 보건 복지 접근 장벽이 발생했듯이 깨끗한 공기 접근성 불평등 문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와그모어 교수는 부유층이 자기 보호 수단을 가질 수 있는 개인 특권 의식을 두고 정부와 공공 인프라 및 대중교통의 환경 악화 문제를 다룰 윤리적, 경제적 투자가 없는 빈곤한 국가가 직면한 최악의 여파라고 지적했다.

인도 대기오염 불평등으로 피해를 본 환자 진료를 담당한 K는 공기청정기 접근성 불평등 문제를 더 간단하게 평가했다. K는 “깨끗한 공기 접근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누구나 대기오염 해결책을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서 “깨끗한 공기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를 누릴 수 없다면, 인도에서의 생활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Alarming Rise of India’s Pay-to-Breathe 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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