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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활동 중단 가능한 신규 남성용 피임약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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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활동 중단 가능한 신규 남성용 피임약 등장
신규 화합물로 정자 활동을 중단한다. 실험 쥐를 이용한 연구 단계에서 복용 후 빠른 속도로 일시적인 정자 활동 중단 효과를 보이면서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가 효과가 매우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정자는 긴 여정을 끝내야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다. 앞뒤로 움직이는 꼬리의 추진력으로 자성생식수관에서 난자를 만날 수 있는 나팔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를 통해 맞춤형 남성용 피임 방식을 개발하고자 한 어느 한 연구팀이 한 가지 피임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정자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2023년 2월 14일(현지 시각),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실험용 수컷 쥐 52마리에 TDI-11861을 주입하여 정자 움직임을 돕는 효소를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TDI-11861을 주입한 수컷 쥐와 암컷 쥐의 교배를 시도한 뒤 단 한 마리도 임신하지 않았다. (또 다른 수컷 쥐 52마리를 통제 집단으로 두고 교배를 시도했을 때, 암컷 쥐 1/3이 임신했다.) 피임 효과는 최대 2시간 30분 동안 지속됐다. 약 3시간이 지나자 정자 일부가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24시간 뒤에는 거의 모든 정자가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남성의 일시적인 출산 통제 수단의 등장 가능성을 주장했다.

웨일 코넬 의대 뉴욕 캠퍼스 약리학 교수 로니 레빈(Lonny Levin)은 “정자 활동의 활성화와 중단이 이루어진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자 활동을 방해한다면, 정자의 움직임을 멈추어 단 하나라도 질에 도달하면서 난자 수정이 되지 않도록 할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관계 전 주사를 이용한 약물 주입은 분명히 매력적인 의견은 아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수컷 쥐에 구강 약물을 주입한 뒤 구강 약물도 정자 활동을 막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정자 활동을 멈추는 남성용 피임약은 여성 피임약과 달리 호르몬을 억제하지 않는다. 매일 복용하지 않고 성관계 직전 복용하여 피임할 수 있다. 연구 자금을 일부 지원한 국립 보건 연구소 아동 건강 및 인간 발달부(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 프로그램 담당자 크리스토퍼 린제이(Christopher Lindsey)는 “남성용 피임약은 최근 개발된 호르몬 억제가 없는 피임약 중 가장 중대한 개발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레빈과 협력자인 웨일 코넬 의대 교수인 조첸 벅(Jochen Buck)은 초기에 남성용 피임약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레빈과 벅 교수 모두 거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절 효소인 수용성 아데닐닐 시클라제(soluble adenylyl cyclase, sAC)를 연구했다. 유전 조작으로 실험 쥐의 sAC를 없앴을 때, 수컷 쥐의 생식 능력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sAC가 정자 세포의 이동 능력 활성화의 주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국, 연구팀은 sAC를 차단할 화합물을 개발하여 잠재적인 남성용 피임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sAC가 신체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다른 세포 기능에도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sAC를 영구적으로 막는 것이 좋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18년, 연구팀의 연구실 소속 박사 후 연구원인 멜라니 발바치(Melanie Balbach)가 실험용 화합물 중 하나를 실험용 쥐에 주입하고 스스로 이동하지 않는 정자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빈 교수는 “정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합물은 자성생식수관에 진입할 때 정자 움직임을 막는 효과가 사라졌다. 이에, 연구팀은 자성생식수관 진입 후에도 정자의 움직임을 멈출 화합물을 계속 실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합물을 수정하여 TDI-11861을 발견했다. 실험 쥐에 주입했을 당시 성 기능을 방해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하루 뒤 정자의 움직임이 정상화됐다.

물론, 한 가지 중요한 경고 사항이 있다. 실험 쥐는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인체에도 sAC 효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남성의 정자 운동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벅 교수와 레빈 교수는 2019년 발표된 다른 연구팀의 논문을 통해 sAC 효소를 활용한 남성 피임 방법이 인간에게 안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벅 교수와 레빈 교수가 참고한 연구 논문은 AC를 생성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불임 남성 두 명의 사례를 설명한다. 연구 논문에서 언급한 남성 모두 요로 결석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매우 건강하다. (AC 생성 유전자가 없는 실험 쥐의 안압이 상승했다. 그러나 AC가 없는 남성의 안압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TDI-11861의 안전성을 실험하고자 6주간 펌프를 통해 수컷 쥐와 암컷 쥐에 TDI-11861을 주입했다. 신장 문제를 포함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 쥐보다 생식 기관이 인간과 더 비슷한 토끼에도 TDI-11861을 주입했다.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다수는 주로 테스토스테론을 중심으로 호르몬을 이용해 정자 생성을 억제했다. 하지만 여성용 호르몬 피임 방식과 마찬가지로 감정 기복과 체중 증가, 성욕 저하 등 여러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 여성과 남성 호르몬 피임약 모두 수 주간 복용해야 완벽한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립 보건 연구소의 지원을 받은 남성용 호르몬 젤 임상시험 단계에서 효과적인 남성 피임약 개발 가능성을 기대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매일 젤을 어깨에 바르면서 정자 수치를 낮은 상태로 유지해야 충분한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부 남성은 호르몬을 이용하지 않는 임시 피임 방법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평소 남성용 피임약과 여성용 피임약을 연구하는 미네소타대학교 의약 화학 교수 군다 조지(Gunda Georg)는 “TDI-11861을 이용한 남성용 피임은 훌륭한 아이디어이며, 매일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이 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임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지 교수의 연구실은 비호르몬 약물인 YCT529를 개발했다. YCT529는 레티노익산 수용체 알파(retinoic acid receptor alpha)라는 단백질을 목표로 하며, 정자 형성 단계를 이용한다. 실험 쥐에 YCT529를 주입했을 때, 정자 수가 대거 감소했으며, 4주간 매일 주입한 뒤의 피임 효과는 99%로 확인됐다.

벅 교수와 레빈 교수도 알약 형태의 피임약을 개발 중이지만, 주사로 주입할 때보다는 약물 주입이 효율적이지 않다. 복부에서 약물 효과를 저하하고는 하기 때문이다. 이에, 레빈 교수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TDI-11861을 알약 형태로 개발하려면, 매우 큰 알약을 제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sAC의 정자 활동 억제 방식을 개선하고, 인간 임상시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제약 회사인 세이실 파마서티컬스(Sacyl Pharmaceuticals)를 창립했다. 레빈 교수는 “피임 효과가 뛰어나면서 크기가 작은 알약 형태의 TDI-11861을 제조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단계에서 TDI-11861의 효과가 빨리 사라지는 탓에 정확한 시기에 제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피임약 효과를 18시간 안팎으로 늘리고자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실험을 진행해야 하지만, 모든 실험이 원활하게 끝난다면, 미래 발렌타인데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린제이는 “저녁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이내로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성관계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 Novel Male Birth Control Could Be an ‘On-Off Switch for Sp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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