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탈레반도 ‘틱톡’ 인기는 못 막는다
상태바
탈레반도 ‘틱톡’ 인기는 못 막는다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란, 탈레반 정권의 금지 속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의 틱톡 인플루언서의 인기는 계속 성장세를 기록한다.
By ALI M LATIFI, WIRED UK

시칸다르 나집(Sikandar Najib)이 카불 마지드몰에 있는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Prime Steakhouse)를 나가려 할 때 커피를 마시던 두 남성이 다가와서는 함께 셀프카메라를 촬영하자고 요청했다. 마지드몰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부유한 청년층이 오락과 식사, 운동, 학업 등을 위해 찾는 곳이다. 당시 홍보 계약 거래를 하러 가던 길이었던 나집은 정장 차림이었다.

23세인 나집은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아프가니스탄인 사이에서 실제 유명 인사이다. 전직 TV 해설가이자 제작자였던 나집은 지난 4년간 팔로워 41만 3,000명과 만화 촌극 콘텐츠를 공유하며, 틱톡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나집이 보여준 카불의 모습은 서양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설원에 둘러싸인 고급 상점가와 유적지, 현지 셰프의 요리 수업 등을 담아냈다.

나집이 최근 공유한 어느 한 콘텐츠에서 나집은 동료 틱톡커인 알리 시디케(Alee Siddique)와 함께 어느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 숲 속에서 갓 확보하여 신선한 아이폰14 프로맥스 가지색 모델을 요청한다. 1,500달러에 육박하는 아이폰14 프로맥스의 가격이 공개되지 옛날 코미디 배경음악이 등장한다. 나집은 해설을 통해 “아이폰14 프로맥스를 구매하려면, 신장을 판매해야 한다”라고 농담한다.

틱톡 콘텐츠의 코믹 톤은 나집을 포함해 수십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현지 뉴스의 대문을 장식한 폭력과 경제 위기, 인권 탄압 보도 등에서 한숨을 돌리고자 하는 틱톡커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나집은 “틱톡 콘텐츠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도 영상 자체를 재미있고 가벼운 콘텐츠처럼 보이도록 완성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나집은 전 세계에서 아프가니스탄 사용자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틱톡에서 팔로워를 대거 확보한 20대 아프간 도시 청년 10여 명 중 한 명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사용자 수 최소 32만 5,000명, 최대 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틱톡의 인기 상승을 견인한 공식적인 인물은 없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영상은 매일 조회 수 수십만 건을 기록한다. 지난 몇 년간 틱톡은 탈피주의 엔터테인먼트 요소이자 토론의 장, 사업을 위한 플랫폼이 되었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제재와 은행 접근 제한 조치를 펼친 상황에서도 틱톡을 이용한 사업은 간신히 유지되었다. 틱톡은 심지어 탈레반 정권의 금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TV 해설자 마리암 와닥(Mariam Wardak)은 “틱톡은 잠깐이라도 절망적이고 위험한 현실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전략”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의 가정에서는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정치계 최신 소식을 보고 어린 딸은 침실에서 패션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아내는 부엌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거나 노래 영상을 보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틱톡의 인기 상승세는 페이스북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용자 수 약 370만 명을 기록하며, 현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최근 관측된 현상이다. 여러 신흥 시장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의 서비스 출시는 아프가니스탄인 수십만 명이 온라인에 접속하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페이스북의 성장세는 정체됐으나 틱톡은 젊은 도시 아프가니스탄인을 중심으로 보편적인 앱이 되었다.

2020년 말, 와닥이 카불에 돌아갔을 당시 페이스북 프로젝트를 위한 여성 인플루언서 특별 채용이 진행 중이었다. 와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메타의 SNS 플랫폼 인플루언서로 활동했으나 틱톡의 인기가 상승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와닥은 “남녀노소 누구나 틱톡을 사용했다”라고 전했다.

와닥은 아프가니스탄을 돌아다닌 뒤 틱톡의 장점이 단순히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주류 TV 방송사 접근성이 없는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밋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인터넷 속도가 느린데다가 사용료가 비싸다. 인터넷 1Mbps 가정용 와이파이 월간 사용료는 40~75달러이다. 15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고 실행하기만 해도 시간과 데이터 소모량이 막대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틱톡의 숏폼 콘텐츠는 데이터 사용량이 훨씬 더 적다.

틱톡은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었다. 또, 틱톡의 추천 콘텐츠 페이지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검색 기능에 의존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틱톡 팔로워 35만 명을 보유한 21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영화 사진작가인 사힐 사다트(Sahil Sadat)는 “화면을 밀기만 하면 된다. 매우 습관적으로 손가락이 반응할 정도로 익숙해지기 좋은 반응이다”라며, “손으로 화면을 한 번 미는 순간마다 새로운 감정적 반응이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립싱크, 어리석은 듯하면서도 유쾌한 코미디, 유명인 모방, 패션, 간혹 분노에 찬 정치 해설까지 아우르는 틱톡의 다양한 콘텐츠는 2021년 여름, 탈레반인 정권을 장악한 뒤 틱톡의 접근 범위 확장에 도움이 되었다. 탈레반 정권은 즉시 방송 전파를 장악하고, 외국 콘텐츠와 음악 프로그램을 금지하고는 모든 여성 해설자가 방송 도중 얼굴을 가리도록 강요했다. 정치 해설 비판을 우려한 최고 인기 풍자극의 유명 출연진은 2021년 가을, 망명길에 올랐다. 탈레반은 현재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다룬 뉴스 보도를 계속 비판한다. 여성의 여가 활동, 직업 활동, 교육을 제한했다. 게다가 최소 70만 명의 실직으로 이어진 경제 붕괴라는 현실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암울한 현실을 회피할 수단을 모색하게 되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사다트는 2019년, 틱톡 첫 영상 콘텐츠 두 편을 게재한 뒤 순식간에 팔로워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는 놀랐다. 사다트는 “아프가니스탄의 틱톡 사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제 틱톡에 영상을 올리면, 조회 수 150만 건을 돌파한다”라고 말했다.

사다트는 다른 인플루언서와 마찬가지로 팔로워 수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방법을 찾아냈다. 현지 스마트폰 판매 기업, 주류 기업, 꽃 가게 등과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초에는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 충전을 지원하는 아일랜드 기반 앱 딩(Ding)의 홍보 대사가 되었다. 현재 사다트는 틱톡으로 전체 소득 중 절반을 벌어들인다.

나집은 아이스크림 가게, 주류 기업, 아이폰14 프로맥스 관련 콘텐츠를 촬영한 스마트폰 매장인 사힐 두바이(Sahil Dubai) 등과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나집은 “인플루언서는 광고를 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와 약간의 유머를 제작하고자 한다”라며, “카메라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는 단순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만 하는 영상 제작은 개인적으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나집은 틱톡을 통해 얻은 분석 데이터를 인용하며, 자신의 팔로워 85%는 18~35세 청년층이며, 90%는 아프가니스탄 거주자라고 전했다. 나집은 지난 2년간 현지 기업이 틱톡 인플루언서 후원 방식이 청년층 소비자에게 접근할 효과적인 방식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의 페이스북 광고 투자 금액이 100달러라면, 최대 5만 명이 광고를 보게 된다. 그러나 틱톡 인플루언서 영상은 조회 수 10만~20만 건을 기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2022년 10월, 탈레반이 틱톡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위험을 직면하는 듯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온라인 플랫폼의 막대한 피해는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는 일이다. 2012년, 서양 국가가 지지한 아프가니스탄 정권은 이른바 반이슬람주의 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 3개월 가까이 유튜브를 금지한 적이 있다. 또, 2014년 대통령 선거 여파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페이스북을 금지한 적이 있다. 2017년, 아프가니스탄 정보국은 암호화 메시지 앱 금지를 추진했다. 2020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인기 모바일 게임인 PUBG를 금지했다.

그러나 직접 SNS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탈레반은 지금까지 틱톡과 PUBG만 금지했다. 탈레반 대변인 이나물라 사만가니(Inamullah Samangani)는 BBC 인터뷰에서 틱톡과 PUBG를 금지하는 이유로 “젊은 세대가 잘못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어느 한 아프가니스탄 언론 기업 국장은 탈레반이 젊은 세대가 주로 틱톡을 사용하므로 틱톡 금지가 탈레반 정권의 새로운 사상과 현대 소통 수단 접근성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비판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한 해당 언론 기업 국장은 “탈레반은 지난 몇 년간 물리적 장악을 위해 다투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왔으나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틱톡은 젊은 세대의 의견 공유와 소통, 탈레반이 동의하지 않는 문화 전파 수단이다. 따라서 탈레반 반대 정서나 아프가니스탄 문화 확산 가능성을 재빨리 끝내려 탈레반이 자체적으로 이용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와닥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틱톡의 유머를 더한 콘텐츠를 반대하지만, 공식 관료의 존재가 없는 틱톡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탈레반 팔로워 세력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을 제기한다. 와닥은 “탈레반은 틱톡 사용법을 모른다. 심지어 탈레반이 틱톡에 게재하고자 하는 게시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틱톡 금지 정책 시행 후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이동통신사 5곳은 틱톡 접근을 차단했다. 틱톡 금지 정책 시행 직후 사다트를 포함한 여러 인플루언서의 트래픽은 수년간의 성과를 잃을 것을 우려할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초 들어 틱톡 콘텐츠 조화 수와 팔로워 수, 댓글 수 모두 틱톡 금지 이전과 같은 수준을 회복했다.

아프가니스탄 사용자는 국제 프록시를 통해 사용자의 트래픽 경로를 재지정하는 VPN을 내려받기 시작한 덕분에 틱톡에 다시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사다트는 틱톡 계정 조회 수와 팔로워 수 분석 통계 수치가 다시 증가한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그는 “팔로워 단 한 명에게도 VPN 설치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나 많은 팔로워가 스스로 VPN을 이용한 틱톡 접속 방식을 찾았다”라고 전했다.

카불 스마트폰 판매 기업은 최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판매, 수리 서비스 이외에도 신용카드와 온라인 뱅킹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현지 주민 수백만 명을 위해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계정 설정 서비스를 지원한다.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스마트폰 판매 기업도 사디트와 같은 상황을 전했다. 무사(Musa)라고만 이름을 밝힌 샤르에 나우(Shahr-e Naw) 지역 스마트폰 매장 직원은 카불 지역의 전통 케밥과 밥집, 카페, 물담배 바, 스테이크 전문점, 구찌 및 발렌시아가 모조품 취급 의류 매장 등에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무사는 “매장을 찾는 손님 중 VPN 설치를 별도로 요청한 이는 없다. 스스로 무료 VPN 서비스를 설치하여 사용한다”라며, 자신의 손님 대부분 스마트폰에 이미 VPN 앱을 설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2023년 1월 말, 나집은 또 다른 기업과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틱톡의 기술적 접근성을 차단했던 이동통신사 홍보 영상 촬영 계약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환경은 나집을 포함한 인플루언서가 항상 취약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유튜버 여러 명이 이슬람 모욕죄나 거짓 정보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 응한 어느 한 틱톡커는 수신자 정보를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살해 및 추적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와닥이 채용한 이들을 포함한 여성 SNS 인플루언서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상태이다.

나집을 포함해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틱톡커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정치적 사안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나집은 “사용자는 인플루언서에게 정치적 문제를 두고 소신 발언을 하도록 요청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간접적인 표현 방식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나집은 현재 틱톡 콘텐츠를 자유롭게 게재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미래 상황을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SNS가 금지된다면, 인플루언서는 다른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Taliban Can’t Stop TikTok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