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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신호, 러시아 대도시에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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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신호, 러시아 대도시에서 무너진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개시한 뒤 내비게이션 시스템 모니터 중단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
By MATT BURGESS, WIRED UK

매일 수십억 명이 세계 각지에서 각자 목적지까지 향할 길을 찾기 위해 GPS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러나 GPS 신호는 취약하기도 하다. GPS 연결 상태 전체가 전파 교란과 스푸핑(spoofing) 공격 때문에 마비되거나 간혹 잘못된 위치를 표시하여 이동 방해와 안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더 자세한 사항은 러시아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규 데이터 분석 결과, 러시아 대도시 여러 곳에서 일주일간 GPS 접속 장애를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전문가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은 곳까지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개시한 뒤 신호 간섭이 발생했으며, 경로 이동 시 GPS에 의존하던 드론 작동을 중단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GPS 신호 장애 상황을 관측한 에스토니아 군사 정보 기업 센서스Q(SensusQ) 프로그램 관리자 에릭 카니케(Erik Kannike)는 “러시아의 GPS 신호 간섭은 과거에 관측된 적이 없는 수준으로 널리 확장됐다”라며, “일주일 전부터 관측한 러시아 상황은 전략적 도시를 중심으로 수천km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수백km에 이르는 지역에 GPS 전파 교란 버블이 형성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GPS 문제는 항공기 데이터를 이용해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문제를 추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인 GPSJam을 통해 처음 관측됐다. GPSJam 웹사이트에는 2022년 12월 초부터 러시아 사라토프와 볼고그라드, 펜자의 GPS 장애가 증가한 상황이 기록으로 남았다. 세 곳 모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백km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 서부 도시이다.

12월 5일(현지 시각), GPSJam은 제한적인 러시아의 GPS 간섭량을 기록했다. 기록된 GPS 간섭 대부분 러시아 정부가 수년간 GPS 연결 상대를 변경한 모스크바 일대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GPSJam 데이터 기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12월 11일 이후 러시아 여러 도시에서 GPS 신호 장애가 발생했다. 게다가 무선 데이터 분석 기업 오로라 인사이트(Aurora Insight)는 12월 초부터 모스크바 일대의 GPS 신호 수치 증가를 측정했다. GPS 간섭 발생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전면전을 시작했을 당시 모스크바를 제외한 러시아 대도시에서 GPS 간섭 상황이 감지되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간 GPSJam 웹사이트에는 러시아 일대에서 발생한 약간의 신호 간섭을 추적했다. 그러나 간혹 벨라루스 인근에서 신호 간섭이 감지되기도 했다. 일부 GPS 신호 장애는 러시아의 핀란드 국경 일대에서 기록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와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를 포함한 전 세계 위성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아우르는 GPS 장애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GPS 신호 장애 원인은 공격자가 전파 교란 공격이나 스푸핑 공격 이용이다. 전파 교란은 라디오 신호를 중단시켜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공격 수법이며, 스푸핑은 가짜 신호를 생성하는 공격 수법이다. 전파 교란은 특정 영역에서 드론이 비행하지 못하도록 막고, 지도 앱의 정확도를 저하한다. 또, 2020년부터 군함 수백 대가 위치를 숨기려 스푸핑 작전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GNSS 시스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바와 같이 GPS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적 공공 서비스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주요 기반 시설 보호를 돕는 비영리단체인 복원가능탐색시간재단(Resilient Navigation and Timing Foundation) 회장 다나 고워드(Dana Goward)는 “GPS 시스템이 국제적 공공 서비스가 되면서 외부 공격으로 쉽게 영향을 받으면서 방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더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GPS 시스템을 방해하면, 여러 시스템에 갈수록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라고 덧붙였다.

GPS 방해 추적 노력을 위한 대규모 모니터링 노력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오픈소스를 열렬히 지지하며, GPSJam을 개발한 기술자인 존 와이즈만(John Wiseman)은 GPSJam이 전 세계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로 전송한 ADS-B 신호를 관측하면서 GPS 신호를 추적한다고 설명했다. ADS-B 신호는 항공기가 지상의 인간이 항공기 위치를 확인하고 추적하도록 허용할 때 사용하는 신호이다. ADS-B 데이터 일부분으로 항공기의 GNSS 신호 강도를 기록할 수 있다.

와이즈만은 2022년 2월 중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해 7월에 개설한 GPSJam 웹사이트가 사용하는 ADS-B 데이터는 항공기를 추적하는 항공 네트워크인 ADS-B 교환소(ADS-B Exchange)에서 확보한 데이터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GPS 데이터이지만, 항공기가 다른 시스템을 사용할 때는 다른 GNSS 데이터가 될 수도 있다. 이후 와이즈만은 ADS-B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GPS 간섭이 발생하는 영역을 본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GPSJam 지도는 세계 지도에서 붉은색 육각형으로 GPS 신호 간섭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표시한다. 간섭 수준이 약한 곳은 노란색 육각형으로, 간섭이 없는 곳은 초록색 육각형으로 표시한다. GPS 시스템은 항공기가 비행해 ADS-B 데이터를 수집한 영역만 GPS 간섭 수준을 표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한 항공기는 없다.

와이즈만은 “GPS 간섭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과거, 지역 주민이 GPS 간섭을 보고한 적이 있는 지역과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와이즈만은 과거, 오픈소스 비행 추적 툴 여러 개를 구축한 적이 있다. 그는 “항공기 측정이 중요하다. 인간이 지상에서 항공기를 추적하는 곳과 일부 지역의 항공기 위치를 전혀 추적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GPS 신호 간섭으로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된 러시아어 SNS 게시물이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GPS 간섭이 지상에 영향을 미친 규모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스탠퍼드대학교 GNSS 연구소 소장 토드 월터(Todd Walter)는 GPSJam을 GPS 간섭 추적의 귀중한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월터 소장은 “전파 교란이 만연한 곳을 빨리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월터 소장은 과거, 스탠퍼드대학교 동료 연구원과 함께 GNSS 방해 추적 시 ADS-B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다룬 보고서를 작성했다. 월터 소장은 ADS-B 데이터를 사용한 추적 기법이 효과가 있지만, 대규모 GPS 신호 장애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터 소장은 “약한 전파 교란이나 다른 주파수에서 발생하는 전파 교란 추적 성능은 좋지 않다”라며, 항공기체가 잠재적인 차단 원천에 맞선 보호 능력을 갖추어 소규모 지역의 GPS 차단 신호를 감지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GPSJam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무조건 GPS 전파 교란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GPS 간섭은 우주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오로라 인사이트 측이 와이어드에 전달한 위성을 이용한 GNSS 간섭 감지 데이터를 보았을 때, 2022년 8월 관측 결과보다 지난 몇 주 사이에 러시아 서부 지역의 신호 강도가 더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로라 인사이트는 “GPS 신호 강도 증가는 일부 GPS 수신기 유형의 간섭 가능성을 시사한다”라며, 신호 간섭이나 전파 교란이 발생한 사실을 명확하게 지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펼치는 내내 러시아군은 정보와 통신 부문을 장악하려 했다.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위성 연결 장애 원인이 된 비아샛(ViaSat) 위성 시스템을 해킹했다. 여러 대도시가 미사일 폭격으로 무너진 통신 장비를 갖추었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인터넷 장악을 시도해 지역 주민을 상대로 검열과 감시 작전을 개시하려 했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는 유례없는 규모의 해킹 공격을 개시했다.)

GPS 전파 교란과 차단을 포함한 전자전은 항상 전쟁의 일부분이 되었다. 시리아에서 전자전 시스템 실험을 단행한 사례를 포함해 러시아가 GNSS 신호 장애를 일으킨 역사 기록은 풍부하다. 2018년, 지도에서 러시아 정부 주변을 주행하던 택시의 위치가 실제 위치보다 수천 마일 떨어진 곳으로 표시됐다. 러시아 해안가와 가까운 곳에 있던 탱크가 추적 시스템에서 사라졌다. 2019년, 비영리단체 C4ADS가 기술한 러시아와 관련된 GNSS 스푸핑 9,883건 중 한 건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해안가를 방문할 때 종종 탱크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러시아만 항공기와 탱크 위치를 위성 시스템이 추적하지 못하도록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미국 상용화 항공기는 지난 8년간 최소 90차례 GPS 간섭이 관측됐다. 대다수 간섭 원인이 주변 지역에서 진행된 군사 작전 시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GNSS 신호 방해 사례가 여러 차례 감지됐다. 2022년 3월,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은 우크라이나와 주변 지역의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전파 교란이나 스푸핑 공격이 발생한 것을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GPS 전파 교란을 시도했다고 비난했으며,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전파 교란 기술 때문에 지상전이 발생하는 도중 우크라이나 드론을 띄울 수 없었다는 내용이 기술됐다.

최근, 러시아 일부 도시에서 보고된 GPS 간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실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카니케는 “러시아의 GPS 간섭 원인을 논리적으로 결론짓자면, 우크라이나가 자국과 먼 러시아 지역까지 공습을 개시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2년 12월 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사 기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개시했다. 미 국방성의 장거리 공격 지지 보고 이후 공격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 및 이동통신 기관인 로스콤나조르(Roskomnadzor)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GPS 전파 교란 발생 시 해당 지역에서의 드론 비행을 멈출 수 있다. 러시아 전자전 역량 분석 결과, 러시아는 GPS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군사 장비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GPS 간섭용 군사 장비 중에는 정부 관료가 신호를 차단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테나를 장착한 트럭과 차량이 포함됐다. 카니케는 “러시아가 적어도 겨울에는 실제로 자국에서 공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자세를 훨씬 더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장거리 공격 능력을 저하하던 시절은 끝났다”라고 분석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GPS Signals Are Being Disrupted in Russian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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