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급부상한 미국 내 원숭이두창 대유행병 확산세가 서서히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규 감염 사례와 심각한 감염 사례 모두 증가하는 추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2년 9월 셋째 주, 콜로라도주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남성 두 명이 중증 신경 질환 증상을 보여, 보행 보조 기구를 이용해야 했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보건 당국은 원숭이두창 관련 사망 사례가 한 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 보건 전문가도 지역 내 원숭이두창 관련 사망 사례 한 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총 2만 2,774건으로, 전 세계 감염 사례 중 총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CDC는 원숭이두창 감염 증가율이 둔화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2022년 7월, 미국 내 원숭이두창 신규 감염 사례가 평균 8일꼴로 두 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기준 원숭이두창 신규 감염 사례는 25일 간격으로 두 배씩 증가한다. 원숭이두창 감염 둔화 추세가 분명하다. 다만, 그 누구도 둔화 원인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원숭이두창 신규 감염 속도 둔화의 부분적인 원인이 행동 변화임이 분명하다.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성이 가장 높은 인구 집단인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을 상대로 진행한 어느 한 최신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연인과 일종의 성적 접촉 횟수를 줄였다고 답변했다.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형성한 면역력도 감염 속도 둔화의 부분적인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백신 보급 효과는 서서히 확산되며, 최근 발표된 동료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논문 게재 예고 글은 원숭이두창 백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혹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노출된 인구가 감소하면서 바이러스의 위력이 자체적으로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가능성이 매우 적은 일이지만, 전문가가 고려해볼 만한 가설 중 하나이다.
원숭이두창 감염 원인으로 추측할 만한 요소 중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면, 다음 상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쁨이 강력한 행동 동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임 기구를 사용하거나 관계를 보류하는 등 성과 관련된 행동 변화는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변화이다. 인류가 수백 년 동안 매독 퇴치를 시도했으나 단 한 번도 감염을 멈추지 못한 사실을 그 증거로 살펴볼 수 있다. (혹은 원하지 않은 임신 자체를 막지 못한 부분도 살펴볼 수 있다.) 행동 변화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백신으로 전염병 감염을 보호하는 것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인구 집단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때와 오래 이어지는 면역력을 형성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감소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백신 접종 캠페인이나 행동 변화 등 가장 효과적인 전염병 예방 노력과 감염 예방에 필요한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지금 당장 원숭이두창 감염 감소 원인을 알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UCLA 필딩 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자인 앤 리모인(Anne Rimoin) 교수는 “항상 전염병 확산 초기에 감소 원인을 알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염병 감소 원인을 평가하기 전, 펼쳐야 할 노력이 많다. 지금은 전염병 감소 노력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하는 단계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달간 전 세계가 감염 확산세에 따라 긴급 대응을 펼쳤으나 원숭이두창이 여전히 위험성 대비 연구가 적었던 점이 문제의 부분적인 원인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몇 년간 빈번하게 확산되는 질병이 된 후 2022년 5월 자로 전 세계에 확산됐으나 부유한 선진국의 연구팀은 원숭이두창을 연구 우선순위로 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대다수 전염병 지식은 주로 동물 숙주가 인간에게 전염병을 옮긴 것이 주요 감염 경로가 된 시골 지역사회를 통해 수집한 자료일 뿐이다. 인간 사이에서 감염된 사례를 다룬 정보는 거의 없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앰허스트 공중보건 및 보건과학대학원 전염병학자인 앤드류 로버(Andrew Lover) 부교수는 “원숭이두창의 큰 문제는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 모두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감염 사례를 다룬다는 사실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에는 진네오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백신을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사용한 경험이 거의 없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진네오스는 초기 백신으로 확산된 두창 바이러스를 퇴치했으나 연구소 두 곳에서 보유해, 생물학적 무기로도 악용된 두창 바이러스 퇴치 목적으로 제조되었다. 진네오스는 인간 안전성 실험을 통과했으나 인간의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 효과는 단 한 차례도 연구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원숭이두창 면역 효과는 동물 실험을 바탕으로 얻은 결과이다. 미국에서는 단 한 번도 상용화된 적이 없다. 대신, 기존 두창 백신의 안전한 대안으로 전략적 국가 비축(National Strategic Stockpile) 대상이 되었다. 면역력이 손상된 인간의 보건 위험 반응 발생 시 배포할 목적이었다. 이후 바이러스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우연히 미국에 입국한 드문 상황이 발생할 때만 배포했다.
리모인 교수는 “현재 다루는 대다수 전염 사례가 기존의 감염 사례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원숭이두창 백신 효과 추산 자료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물론, 이제는 어디서나 진네오스를 관리하지만, 진네오스 접종 후 면역력 형성 효과를 결론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백신 접종 운동이 규칙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몇 시간 동안 대도시 해안가에 길게 줄을 서고, 온라인 백신 접종 예약이 단 몇 분 만에 마감된 데다가 백신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2차 백신은 제한되었다. 이에, 백악관은 백신 공급량을 늘리는 백신 접종 분리 전략을 펼쳤으나 의료진에게는 낯선 다른 백신 접종 기법이 필요했다. 이제 원숭이두창 1차 대유행 사태를 다룬 뉴욕 등 대도시 의료 시설은 주기적으로 신규 백신 접종 예약 수천 건을 기록한다. 또한, 2차 백신 접종도 지원할 수 있다.
사실, 일부 지역에는 백신이 과잉 공급되었을 수도 있다. 보건 및 인간서비스부 텍사스주 댈러스지역 국장이자 전문의의 필립 황(Philip Huang)은 “백신 접종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매일 백신 접종 예약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제는 2차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백신 접종 예약 서비스 제공을 바탕으로 운영하며, 지역사회 내 동성 간 성관계를 한 남성 수를 기준으로 백신을 할당한다. 따라서 공개 예약은 원숭이두창 감염 면역력이 필요한 모든 이가 백신 접종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백신 접종이 필요한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에 한발 앞선 뒤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거나 업무가 과중된 보건 당국에서 의료 복지 접근이 어려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연락하거나 개인에게 맞춘 메시지를 전송하지 못한 탓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가 지방 및 도시 보건위원회(NACCHO) CEO 로리 트레멜 프리맨(Lori Tremmel Freeman)은 “지금도 적극적으로 공중 보건 비상 사태를 유지하면서 전염병에 대응한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 인력이 지친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백악관 아침 브리핑에서 연방 보건 기관 관료 다수가 보건 기관의 백신 접종 운동 지원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간혹 HIV와 STD 등 성병 예방 계획 예산을 보건 당국 인력의 백신 접종 비용과 교육에 지출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로셸 왈렌스키(Rochelle Walensky) 소장은 “지역 사법 관할 지역은 원숭이두창 전용 자원을 지원받지 못했다.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몇 가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미국 시민은 백신 접종을 선택하거나 신규 감염 사례가 꾸준히 감소하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숙주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성관계나 피부 접촉을 기피하면서 안전한 성생활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혹은 실제 백신 접종이 필요한 모든 인구 집단에 백신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면역력을 형성할 정도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많은 인구가 바이러스 감염 보호 행동을 하지 않은 채로 성관계가 피부 접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숭이두창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에서 신규 감염 사례가 다시 증가하고, 임질과 매독처럼 흔하고 위험한 질병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또 다른 상황을 가정할 수도 있다. 일부 연구원은 하락세와 함께 원숭이두창이 보편적인 질환이 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가지 사례로 원숭이두창 자체가 사라지는 듯 하지만, 실제로 여전히 일상에 계속 존재한다고 언급할 수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병변 내부에 전염돼, 발견이 어려운 여성과 같이 감염 사실을 감지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집단 사이에 확산 중일 가능성을 염두해볼 수 있다. 혹은 새로운 동물 숙주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바이러스가 자체적으로 유지될 정도로 낮은 확산률을 기록한 뒤 어느 순간 갑자기 감염 사례가 급증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전염병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인 앤드류 노이머(Andrew Noymer) 부교수는 원숭이두창이 실제로 확산 중이지만 발견 확률이 낮은 상황을 ‘매우 낮은 추세로 확산되는 만연한 질병’이라고 지칭한다. 노이머 부교수는 두창 바이러스 확산 사례와 같다고 제시했다. 바이러스 퇴치 전에는 계절성 전염병 확산과 같은 형태를 기록한 뒤 수 개월간 감염률이 낮은 추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염 자체가 실제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날에는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기후 지역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질병인 인플루엔자를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를 보면, 일부 질병은 여름에 감염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노이머 부교수는 원숭이두창도 인플루엔자처럼 특정 시기에 감염률이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일 전국 단위에서 수백 건씩 감염 사례를 발견하는 대신 매일 소수 사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감염 사례가 매우 낮으면, 인지하지 못한 채로 확산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 원숭이두창은 같은 집단 사이에서 발견된다. 한동안 감염 건수가 적은 상황을 유지하다가 재차 증가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하는 바와 같이 지금 당장 원숭이두창 감염 건수 감소 원인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문제이다. 원숭이두창의 감염 경로를 예측할 만한 과거의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 또, 정확한 행동 모델 형성에 활용할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 곧 다가올 미래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정보와 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한 뒤 바이러스의 전염 양상을 밝혀낼 것을 확신해야 하는 도박을 해야 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사진=Pixabay]](/news/photo/202209/4217_5591_2955.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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