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신체 통증, 밤에 더 심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상태바
신체 통증, 밤에 더 심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많은 환자가 취침하려 할 때 신체 통증과 고통이 더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체내 시계로 밤의 통증이 더 심각한 이유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By ALLISON WHITTEN, WIRED UK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경험 중 하나인 신체 통증 강도가 매일 변하는 이유는 풀리지 않는 듯한 의문이었다. 의학 발전 초기부터 의사와 환자 모두 밤이 되면서 다양한 통증 정도가 더 심각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야간 통증 심화를 다룬 연구 대부분 수면 장애나 수면 부족 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나 개선 노력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리옹 신경과학 연구소 소속 과학자 클라우드 그론피어(Claude Gronfier) 박사가 주축이 돼 게재된 연구 논문은 낮과 밤의 통증 민감성 변화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인간의 생체 시계가 밤에 통증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도록 강력하게 형성돼, 특정 시간에 통증이 가장 심각해지면서 시간에 따른 통증 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몸치라도 누구나 신체 체계를 통해 계속 내적으로 리듬을 인식한다. 생체 리듬이라고 알려진 해당 생물학적 과정은 하루 동안 정확한 시간에 따라 활동 수준을 높이거나 낮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생체 생물학자인 랜스 크리그스펠드(Lance Kriegsfeld) 박사가 설명한 바와 같이 생체 리듬은 거의 모든 신체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대다수 신체 및 행동 측면을 통제한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는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생체 리듬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짧은 고통 열 자극이 새벽 3시에 가장 심각해지며, 오후 3시께 고통이 가장 약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퀸즈대학교 킹스턴 캠퍼스 소속 통증 과학자인 나더 가셈루(Nader Ghasemlou) 박사는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한다. 인간이 오랫동안 제기한 의문에 답을 제시하는 결과이다”라고 평가했다.

특정 시간에 통증이 가장 심각해지는 이유가 불명확한 상황이 오래 이어졌다. 체내 시계의 원동력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고, 관련 연구 설계는 매우 어려우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빈번한 생체 리듬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환경적, 행동적 요소를 배제한 통제된 연구실 환경에 두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를 ‘지속적인 일상 프로코콜(constant routine protocol)’이라고 칭한다. 조명과 온도, 음식 접근 수준 등 각종 조건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환경에 모든 피실험자를 배치하는 접근방식이다. 피실험자는 적어도 24시간 동안 조명이 어두운 방 안에 반쯤 뒤돌아 누워있어야 한다. 잠을 자거나 방을 나갈 수 없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다. 음식은 한 시간 단위로 간단하게 배고픔을 달랠 간식 정도만 제공한다. 피실험자는 연구팀과 대화할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시간과 관련된 대화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지속적인 일상 프로토콜은 환경이나 피실험자의 행동 중 어떠한 요소도 리듬과는 관련성이 없는 환경에서 실험한다. 따라서 연구팀이 24시간 단위로 리듬이 형성된 생체 지표를 측정하면, 해당 패턴이 체내에서 생성된 결과를 얻게 되면서 정확한 생체 시계 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통증의 리듬이 지닌 본질적인 특성을 밝히려 34시간 동안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 건강한 성인 남성 12명을 피실험자로 모집했다. 연구팀은 두 시간 단위로 팔에 측정한 기기를 이용해 피실험자의 고통 민감도를 측정했다. 기기는 피실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까지 1℃씩 온도를 높였다. 피실험자는 보통 온도가 46℃에 이르기 전, 통증을 호소했다. 또, 42℃, 44℃, 46℃ 등 특정 온도 조건에 따라 실험을 진행하고, 피실험자에게 고통의 등급과 가시적인 규모를 물어보았다.

연구팀은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 개인의 생체 시계를 확인해야 했다. 모든 피실험자의 생체 리듬이 일일 주기를 따르지만, 간혹 생체 리듬이 하루 중 더 빨리 혹은 느린 속도로 진행되도록 왜곡된 이들도 있다. 이를 보통 ‘아침형 인간’ 혹은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하며, 누구나 아침형 인간이나 저녁형 인간 사이에 포함된다. 연구팀은 한 시간 단위로 타액 표본을 채취해, 보통 취침 두 시간 전에 신체에서 분비되면서 24시간을 기준으로 개인의 신체 리듬을 동기화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상승 수준을 검사했다. 이후 통증 주기가 바로 드러났다. 표준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보통 통증이 가장 심한 때는 새벽 3~4시이다. 그리고 12시간 뒤 통증이 가장 약해진다.

연구팀은 생체 리듬이 고통 자극에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함께 입증했다. 피실험자는 따뜻함을 느낄 때까지 온도를 서서히 높이는 연구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한계점에서는 생체 리듬 패턴이 고통을 느끼는 수준으로 변하지 않았다.

스탠퍼드대학교 통증 자극 혁신연구소(Pain Relief Innovations Lab) 소장 베스 다날(Beth Darnall)은 “여러모로 매우 합리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이해 수준이 낮다. 만약, 분명하게 드러났다면, 오래전에 밝혀낼 수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새로운 사실이면서도 검증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잠을 잘 수 없다는 조건 덕분에 개인이 느끼는 통증 정도가 불면증과도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게재되기 전까지는 수면 장애가 통증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생체 주기 체계가 통증 강화와 약화를 견인한다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바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통증이 서서히 증가한다는 주장과 생체 주기 변화가 통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피실험자의 통증 인식 변화 정도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생체 시계가 영향을 미칠 확률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데이터 중 80%는 생체 시계가 통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나머지 20%는 수면 장애가 통증과 영향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그론피어 박사는 “데이터가 제시한 결과의 비율을 보고 놀랐다. 사실, 연구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면이 통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수면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론피어 박사는 만성 수면 부족이나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은 수면의 필요성이 통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덧붙여 전했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는 여성 피실험자를 모집해, 같은 조건에서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도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팀이 여성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같은 패턴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와는 관련이 없는 잉글랜드 서레이대학교 생체 생물학자인 데브라 스켄(Debra Skene) 박사는 “항상 무엇이든 남성과 여성 간 차이를 발견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격차의 폭과 주기 곡선의 크기 차이가 통증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시간대 차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은 남성 12명 만의 표본을 확보한 소규모 연구를 진행했으나 생체 리듬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 이에, 스켄 박사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는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이 고통의 진정한 신체 주기 영향을 발견했다고 확신한다.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이 제시한 결과는 노년층, 다민족 집단을 대상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다날 소장은 앞으로 암과 대상포진 등 건강 상태가 원인이 된 고통의 신체 주기 특성 연구가 통증 정도 연구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날 소장은 “생체 주기 병리학은 과거의 인식보다 더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체내 시계를 기준으로 통증약을 처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신시내티 아동 병원의 신체 주기 생물학자인 존 호지니쉬(John Hogenesch)와 같은 연구원은 지금 당장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과 같은 유형의 연구를 더 넓은 인구 범위를 두고 진행 중이다. 

2019년, 호지니쉬 박사 연구팀은 통증 완화 관련 병원 처방전이 아침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밤에 줄어든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즉, 병원이 자체 24시간 리듬을 지녔으나 환자의 신체 주기 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 호지니쉬 박사는 “밤에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통증은 다음 날 아침까지 치료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호지니쉬 박사는 밤새 진통제 처방 여부 판단을 두고 고민하는 임상의 다수가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최신 연구 논문을 읽기를 바란다. 또한, 그론피어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통증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추가 연구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시작된 가운데, 모든 통증이 밤에 최고치에 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리라 가정할 수는 없다. 편두통, 관절염 등 염증성 질환을 앓는 일부 환자는 아침에 통증이 더 심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관련 조직이나 신체 체계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또, 다른 집단의 통증을 분석하면, 독특한 신체 리듬을 발견할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통증 심화와 완화 원인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인체 내 거의 모든 세포는 자체 분자 시계를 보유했다. 분자 시계는 뇌의 최고 속도 형성 신호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옥스퍼드대학교 신경학 박사이자 신경 과학자인 자밀 카더(Zameel Cader) 박사 연구팀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고통을 감지하는 세포의 리듬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최근, 카더 박사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 게재 예고 글은 24시간 동안 실험용 쥐의 통증 변화를 확인한 결과, 신경 세포의 분자 시계가 고통 자극으로 활성화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카더 박사 연구팀보다 먼저 논문 게재를 신청한 다수 연구팀의 논문은 지금도 검토를 기다리는 중이다) 카더 박사 연구팀은 실험 쥐의 말초 신경 세포 내 분자 시계를 없앨 때, 고통 수준이 하루 동안 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가장 큰 장점은 통증을 느낄 때마다 통증 심화 후 다시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통증 인식이라는 고통 변화가 느려지면, 약 한 알도 복용하지 않더라도 단 몇 시간 사이에 통증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고통이 심해질 수도 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Pain Feels Worse at Nigh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