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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천국 '체르노빌', 러시아 군대 침략 이후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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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천국 '체르노빌', 러시아 군대 침략 이후 상황은?
가동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체르노빌 일대는 예기치 못하게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환경보호 구역의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그러니 지금은 전쟁이 환경보호 노력 관찰을 방해한다.
By MATT REYNOLDS, WIRED UK

게르만 오리자오라(Germán Orizaola)는 세계 최악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중심지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4호기 그림자 앞에 서 있다. 2016년 봄, 지금은 파괴된 발전소를 뒤덮은 철강과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돔이 형성되지 않았다. 400m 떨어진 곳에서는 1986년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몇 달 동안 서둘러 설립한 건물의 부패한 콘크리트 석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밤중에는 어두운 색상의 거대한 건물이 조명과 함께 빛난다.

그러나 오리자오라가 주목한 일이 코앞에서 발생했다. 오리자오라가 따라 걷던 연못은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오리자오라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으로 향해 청개구리 무리를 채집하고는 재앙의 그늘에서 서식하는 것이 생명체의 유전학적 요인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다. 오리자오라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 이동 계획을 세우던 중 다른 연구원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일대를 파괴된 습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오리자오라가 직접 본 체르노빌 배제 구역은 연구원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오리자오라가 채집한 모든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또, 주변의 숲에는 말코손바닥사슴과 여우, 너구리 등 다양한 포유류도 있었다. 스페인 오비에도대학 동물학자인 오리자오라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 도착하는 즉시 수많은 생명체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자오라는 수년 동안 체르노빌 배제 구역을 네 차례 찾고는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 논문 여러 편을 게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체르노빌 일대가 전쟁 지역이 될 때, 오리자오라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을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 국경에서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 진입했다. 2월 24일 늦은 시각에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장악해, 발전소 직원 1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원자력 발전소 현장 직원 여러 명이 로이터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군대가 무기를 장착한 군용 차량을 이끌고 체르노빌 배제 구역 중 방사성 물질 오염 수준이 가장 심각한 붉은 숲(Red Forest) 구역을 이동하며, 방사성 먼지를 마구 흩날렸다고 전했다. 그 후 수 주간 다수 전문가가 체르노빌 일대에 제대로 된 냉각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발전소에 보관된 핵연료 사용 시 지나친 발열 문제가 발생하면서 하루 넘게 발전소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상황을 갈수록 우려했다.

BBC는 3월 31일(현지 시각) 자 우크라이나 국영 핵 기업인 에너고아톰(Energoatom)의 발표를 인용, 러시아 군대가 체르노빌 발전소 지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과학자의 체르노빌 일대 재방문이 가능해질 때까지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 남을 침략 여파는 아직 알 수 없다. 체르노빌 지역을 둘러싼 숲은 이제 지구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 효과를 관측할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한 곳이자 자연 복원의 놀라운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 번째 재앙에 휘말리게 되었다. 반면, 체르노빌 지역을 연구하던 세계 각지의 여러 연구팀이 흩어지거나 연구를 무기한 연기했다.

오리자오라가 협력하던 우크라이나 일부 연구원이 러시아 군대의 공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 고립되었다. 러시아가 공격을 개시하기 불과 몇 주 전 오리자오라는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어느 한 연구원과 체르노빌 이동 계획을 논의했다. 현재 이메일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불규칙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오리자오라는 “그동안 대화를 주고받던 우크라이나 연구원은 화염병 제조와 대피소에서 밤을 지내는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간신히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 도착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 과학자는 러시아 군대가 장악한 배제 구역의 외곽 지역인 슬라부티치 지역에 발이 묶였다. 이후 러시아의 대규모 시위 때문에 러시아 군대가 철수하고, 지역 주민 장악 권한을 시장에게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러시아가 점령했을 때, 체르노빌 연구 대다수가 중단됐다. 체르노빌 배제 구역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형성되었으며, 지금은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 약 2만 8,000km2를 차지한다. 이로써 체르노빌 배제 구역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가장 넓은 자연 보호 구역이 되었다. 배제 구역은 벨라루스까지 북쪽으로 향하며, 폴리시에주 방사능 보호 구역(Polesie State Radiological Reserve)으로 별도로 구분되었다. 30년 넘게 배제 구역 대다수 영역은 안전하게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 작업을 하는 담당 직원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자연 변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팀을 제외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구역이 되었다.

배제 구역 내 생태계 관찰 연구는 슬라부티치 인근에 본거지를 둔 우크라이나 국제 방사능 연구소(Ukrainian International Radioecology Laboratory)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3월 14일, 우크라이나 국제 방사능 연구소 공식 트위터 페이지는 팔로워가 우크라이나 과학자와 학생을 지원할 자발적 네트워크인 #ScienceForUkraine 그룹에 접속하도록 연결했다. 또, 체르노빌과 관련된 여러 학계의 지원 메시지를 리트윗하기도 했다.

짐 스미스(Jim Smith) 포츠머스대학교 환경 과학 교수는 1994년 이후 체르노빌 일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스미스 교수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인간이 떠난 후 자연이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체르노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고질적인 방사성 물질 유출이 현재 발견할 수 있는 미묘한 효과의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거대한 생태계의 변화 효과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수많은 동물이 발전소 인근 숲으로 무리 지어 돌아왔다. 이제는 스라소니와 갈색 곰, 먹황새의 서식지가 되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체르노빌 일대에서 300년 만에 최초의 유럽 들소를 포착했다. 당시 발견한 수컷 들소는 1996년, 벨라루스의 배제 구역 일대에 들소가 서식한 뒤 우크라이나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스미스 교수는 체르노빌의 만연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체르노빌 일대의 다양한 포유류 종 서식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공동 게재했다. 스미스 교수는 “인간의 점유가 세계 최악의 원자력 사고보다 생태계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1986년 이전 체르노빌에 거주하던 이들을 언급했다. 그러나 체르노빌에 러시아 군대가 진입하면서 일시적으로 인간이 존재하지 않던 배제 구역이 위험에 처했다. 스미스 교수는 “전쟁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러시아 군대가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굶주림 끝에 야생 동물을 포획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포유류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교수는 러시아 군대가 체르노빌 일대에 침입했을 당시 연구 목적으로 체르노빌 배제 구역을 찾을 계획이었다. 스미스 교수는 “러시아 군대가 침략했을 때, 연구를 한동안 중단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스미스 교수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에 집중한다. 스미스 교수는 2019년,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로 증류주를 주조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체르노빌 인근 영역 대다수가 농지이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대다수 영역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간에게 발생한 경제적 비극에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생태계 대가가 더해졌다. 스미스 교수는 “방사능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니었다. 2022년 1월, 스미스 교수는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 증류한 사과와 자두, 배 증류주 3,500병을 출하했다. 지금은 주 2일간 포장과 거래 주문 작업을 하면서 대다수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자선 단체에 전달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과학 연구는 그동안 전쟁 때문에 번복되었다. 유럽 전 지역의 학술 연구 기관인 유럽 학회(ALLEA) 회장 안토니오 로프리에노(Antonio Loprieno)는 “지금 당장 유럽 학계가 위기에 처했다. 현재 피난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학자가 매우 많다. 폴란드로 피난한 이들이 많으며, 일부 연구원은 서유럽으로 향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연구원도 많지만, 대부분 온라인 연구 활동으로 전환했다. 키이우의 어느 한 식물학자는 와이어드에 전쟁 때문에 현장 연구를 이어갈 수 없어 대신 과거 프로젝트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과학자 중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려 우크라이나 군대에 입대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우크라이나 과학자는 고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남극에 발이 묶였다.

로프리에노 회장은 전쟁의 잔재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과학자와 해외 연구팀 간의 더 긴밀한 협력이 되기를 바란다. 로프리에노 회장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기관과의 협력 범위가 제한적이었다”라며, ALLEA가 우크라이나에서 터전을 잃은 연구원과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유럽 학술 기관에 150만 달러를 지원하고자 미국 비영리단체인 혁신상 재단(Breakthrough Prize Foundation)과 협력 관계를 체결한 것을 언급했다. 로프리에노 회장은 “단순한 자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다수 사례에서 자금과 관련된 요소는 학술 기관 지원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자오라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이미 다음 체르노빌 방문 허가 절차를 밟고 필요한 장비를 구매한 상태였다. 2월 19일(현지 시각), 체르노빌 배제 구역의 관광객 방문이 폐쇄됐으며, 불과 5일 뒤 러시아 군대가 침략했다. 당시 오리자오라와 우크라이나 동료 연구원 모두 체르노빌 배제 구역을 방문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리자오라는 재정 지원을 받았을 때, 몽고야생말을 연구할 계획이었다. 몽고야생말은 한때 야생에서 사라졌으나 과학계는 1998년, 체르노빌 배제 구역에 몽고야생말을 방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약 150마리, 벨라루스 국경에는 약 60마리가 서식 중이다. 오리자오라는 배제 구역을 따라 형성된 주요 도로에 몽고야생말 무리가 서식 중이며, 전쟁 때문에 말 개체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오리자오라가 몽고야생말을 다시 연구하기 전 우크라이나에 있는 동료를 찾고자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료 모두 지옥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동료에게 페이스북이나 줌을 넘어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연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Chernobyl Was a Wildlife Haven. Then Russian Troops Arr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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