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왓츠앱, 러시아의 SNS 퇴출 조치 속에서 생존…왜?
상태바
왓츠앱, 러시아의 SNS 퇴출 조치 속에서 생존…왜?
러시아는 메타를 ‘극단적인 기관’으로 낙인 찍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 그러나 왓츠앱은 차단하지 않았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러시아의 극단주의 세력 분류가 더 수월해졌다. 3월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정부가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를 탈레반과 IS 등 테러 조직을 지칭하는 극단주의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러시아 서비스 운영 금지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려는 전략으로 모스크바 법원이 메타를 극단주의 조직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법원 판결에는 흥미롭게도 왓츠앱은 제외되었다. 메타가 운영하는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두 2022년 3월 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콘텐츠 때문에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러시아에서 퇴출당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메타의 메신저 플랫폼 왓츠앱은 러시아에서 계속 서비스를 운영한다. 로이터는 모스크바 법원 판결문을 인용, “이번 판결은 메타의 메신저 플랫폼 왓츠앱의 활동을 예외로 둔다. 왓츠앱이 대중적 정보 유포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왓츠앱 금지 제외가 날이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는 러시아의 정책 결정 조짐이라고 본다. 러시아 언론 기관 메두자(Meduza)의 영문판 관리 에디터인 케빈 로스록(Kevin Rothrock)은 “법원이 왓츠앱만 금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메타의 일부 서비스만 극단주의로 본 판결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 판결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을 우려한다는 징조로 보는 이도 있다. 러시아 국민은 이미 서양 국가의 제재와 각종 물품 및 서비스 공급 부족 사태로 애먹고 있으며,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더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된 일상을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왓츠앱은 러시아에 얼마 남지 않은 서양 서비스 중 하나이다. 왓츠앱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태그램과 같은 방식으로 뉴스를 유포하지 않지만, 전문가와 러시아 국민 모두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플랫폼인 왓츠앱 차단을 주저한다고 의구심을 제기한다. 왓츠앱은 러시아에서 매우 큰 인기를 얻는 플랫폼이며, 통계 데이터 웹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2년 1월 자로 러시아 내 왓츠앱 사용자 수 8,400만 명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독일 외교 관계 위원회의 연구 펠로인 알레나 에피파노바(Alena Epifanova) 박사는 왓츠앱의 높은 인기는 왓츠앱 차단 시 정부 고위급 관료를 향한 대중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에피파노바 박사는 “러시아는 전쟁 사상자 수를 계산하려 한다”라며, 왓츠앱은 러시아에서 가장 중립적이면서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왓츠앱은 브라질의 왓츠앱과 다르다. 왓츠앱을 금지한다면, 정치적 목적이 아닌 프라이버시 목적으로 왓츠앱을 사용하는 대중의 집단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소통 전문가인 알레나 게오르고비아니(Alena Georgobiani)도 왓츠앱이 사용자 수가 많다는 사실 덕분에 러시아 정부의 금지 조치에서 보호받는다고 확신한다. 왓츠앱 서비스 차단 시 많은 러시아 국민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게오르고비아니는 “모든 러시아인이 왓츠앱을 사용한다. 내 연락처에는 왓츠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의 정보는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보호 메커니즘이라는 인기는 왓츠앱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스태티스타의 2020년 러시아 내 최고 인기 플랫폼 조사 데이터는 러시아 당국이 현지에서 인기가 적은 앱부터 순차적으로 차단한 사실을 보여준다. 러시아 소셜 미디어 앱 인기 순위 11위인 트위터는 3월 4일 자로 차단됐다. 인기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린 틱톡은 3월 6일 자로 서비스가 중단됐다. 각각 인기 순위 7위와 4위를 기록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러시아에서 사라졌다. 이제 러시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미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와 왓츠앱만 러시아 서비스를 계속 운영한다.

러시아 야당 대표 알렉세이 나발니의 대통령 선거 유세운동 최고 담당자이자 디지털 권리 단체 인터넷 보호 사회(Internet Protection Society) 공동 창립자인 레오니드 볼코프(Leonid Volkov)는 “유튜브가 러시아의 대다수 인터넷 규제를 위반했지만,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차단되지 않았다. 또,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유튜브를 차단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사용자층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코프는 사용자가 많다는 사실 이외에 다른 요인도 유튜브의 러시아 시장 생존에 영향을 미쳤다고 확신하며, 왓츠앱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는 “왓츠앱과 유튜브 모두 러시아 대표가 없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유튜브 대안 서비스인 러튜브(RuTube)가 존재하지만, 러튜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다.

친러 성향의 왓츠앱 대안 서비스도 존재한다. 해당 서비스는 사용자 활동 중단을 지시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와 왓츠앱의 최대 경쟁 서비스인 텔레그램 간 관계에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 텔레그램 서비스를 차단하려 했으나 2년 뒤 텔레그램 차단 조치를 번복했다. 텔레그램 금지 이후에도 현지에서 계속 인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왓츠앱은 러시아 대체 서비스 없이 오래 존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에피파노바 박사는 “러시아 정부는 현재 왓츠앱 대체 서비스인 ICQ 부활을 추진한다”라며, 러시아 서비스 기업 VK 그룹(VK Group)이 러시아 정부가 검열하는 메신저 서비스 재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러시아 현지 매체 베도모스티(Vedomosti) 보도 내용을 언급했다. “당신을 찾는다”의 약자인 ‘ICQ’는 1990년대, 이스라엘에서 처음 개발돼 200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뒤 인기 감소세를 기록했다.

에피파노바 박사는 “러시아 정부의 ICQ 재출시 시도가 성공하리라 확신하지 않는다. ICQ 자체가 매우 오래된 서비스이므로 왓츠앱 대안 서비스로 재출시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라며, “러시아 정부의 ICQ 부활 추진은 미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나 간편 메신저 서비스 모두 정부 검열이 이루어지는 서비스로 대체하려는 대대적인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본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러시아 이외에 다른 국가도 과거부터 미국 대기업의 소셜 미디어를 대체하고자 각종 대안 앱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디지털 권리 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테크 법률 자문위원인 나탈리아 크라피바(Natalia Krapiva)는 “이란도 러시아처럼 미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 대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란은 자체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했다.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란 국민 다수가 정부 검열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서비스에 갇힌 사실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검열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구축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 대체 서비스 출시를 추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 차원의 자체 인터넷 및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WhatsApp Survived Russia’s Social Media Purg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