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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코로나19 퇴치 수단으로 집단 면역에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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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코로나19 퇴치 수단으로 집단 면역에 확신
아일랜드 중앙 정부가 유럽 여러 국가와 함께 코로나19 제한 조치 해제에 동참했다. 그러나 모두가 지금이 제한 조치를 해제할 적합한 시점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2월 25일(현지 시각), 아이슬란드가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조치와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 모임 인원 제한 모두 시행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가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해제한 날,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고치인 4,300여 명을 기록했다.

2월 25일, 아이슬란드 최대 병원인 랜드스피탈리(Landspítali)는 응급 수준을 선언했으며, 코로나19 환자 55명의 신규 확진 판정과 함께 3명은 집중 치료실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랜드스피탈리의 전염병 위원회 프로젝트 관리자인 힐두어 헬가도티르(Hildur Helgadóttir)는 국영 방송사 RU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코로나 제한 조치 해제 전 랜드스피탈리티 관계자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제한 조치 해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 주 동안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최고 전염병학자인 토롤푸르 구드나손(Thorolfur Gudnason) 박사의 발언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구드나손 박사는 보건부 장관에게 코로나19 제한 조치 해제 이유를 설명한 내부 문건을 통해 코로나19를 끝낼 주된 방법으로 집단 면역을 이야기했다. 즉, 바이러스 면역력을 갖춘 인구가 충분할 때, 바이러스 전염이 중단된다는 의미이다. 구드나손 박사는 해당 문건에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만으로는 면역 형성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최대한 많은 인구의 바이러스 감염이 필요하다고 작성했다. (현재 아이슬란드 인구 약 80%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아이슬란드대학교 전염병학자인 크라스탸나 아스뵈른도티르(Kristjana Ásbjörnsdóttir) 박사가 전한 바와 같이 구드나손 박사는 보건 복지 체계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면서 문건에 언급된 예측과 같이 오미크론 대유행이 실제로 단 몇 주 만에 끝난다면, 단기간의 확진자 급증 현상이 코로나19 전염을 끝낼 가치를 지녔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드나손 박사가 소속된 보건국 대변인은 코로나19 제한 조치 해제 이유를 묻자 집단 면역 확보 수준을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력 확보가 코로나19를 끝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또, “아이슬란드의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사실과 오미크론 확산 통제를 위한 제한 조치가 사회 전체에 상당히 예측할 수 없는 여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며, “보건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인구 집단의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력 확보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라는 답변을 작성했다.

아스뵈른도티르 박사는 구드나손 박사의 코로나 대응 방식을 몹시 우려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코로나에 대응할 수많은 훌륭한 대응 방안을 이어왔는데도 (단순히) 감염 위험성이 보통인 평범한 인구만 생각한다”라며, 의학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이들과 면역력이 약한 이들을 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일 없이 장기적으로 일상 대부분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리면서 살 수 있는 약간의 변화를 주제로 깊은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구드나손 박사의 발언은 아이슬란드 내 의학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포함된 이들의 우려와 분노를 직면했다. 면역력이 약한 시민은 백신의 우수한 반응을 형성할 수 없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단순한 콧물 증상만 보이지 않으며,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백신 접종 요구 사항 해제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들이 집 이외에 갈 수 있는 공간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 북동부 마을인 올라프스피외르뒤르에 거주하는 장애인인 한스 존손(Hans Jónsson)은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검사 등 코로나 관련 모든 제한 조치 해제는 무언의 무기징역과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정부가 나에게 살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체 인구 6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거주자인 토르디스 뵈르그(Thordis Björg)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은 원인이 된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다. 뵈르그 는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해제한 토르 토르손(Thór Thórsson) 보건부 장관을 ‘비보건부 장관’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토르손 장관은 전 국민의 바이러스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 대신 포기해야 할 부분을 전혀 말하지 않는다. 단순히 집단 면역의 희망적인 부분만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동안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하지 않았으며, 누적 확진자 수는 약 13만 3,000명, 사망자 수는 62명을 기록했다. 2020년 초기 수개월 동안 매우 신중한 유전학 감시와 검사, 접촉자 추적을 동원한 코로나 확산 진압을 성공적이면서 과학적인 기적으로 선언했다. 아이슬란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고, 과학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 더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말하자면, 코로나19 진압에 과학적 방법을 채택했다. 2021년 6월 말, 정부는 코로나19 퇴치의 승리감에 취해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상 복귀가 이루어진다는 추측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한 조치 해제 후 한 달이 지난 2021년 7월 말, 제한 조치를 다시 시행했다. 또 한 달이 지난 8월 말부터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다시 감소함과 동시에 바이러스 확산 추세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2월 1일, 아이슬란드 정부는 첫 번째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공식 확인했다. 12월 21일, 더 강력한 제한 조치를 다시 시행했으나 2022년 초에 완화되었다.

아이슬란드는 갈수록 증가하는 코로나19 제한 조치 전면 해제를 선언하는 여러 유럽 국가 중 한 곳이다. 2022년 2월 초, 덴마크는 유럽연합 회원국 중 최초로 코로나 관련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했으며, 정부 관료는 “이제는 코로나19를 사회적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2월 9일, 덴마크에 이어 스웨덴도 코로나 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다만, 코로나 증상이 있는 이들의 자가 격리 권고는 그대로 유지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 대부분을 해제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모두 특수한 상황일 때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은 유지하며, 스위스는 양성 판정 이후 5일간의 자가 격리 정책도 유지한다. WHO 유럽 국장인 한스 클루즈(Hans Kluge)는 2월 초, 뉴스 콘퍼런스에서 유럽은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타당한 최종 단계에 근접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이외에 코로나19 확산 2년 동안의 상황보다 확진자 수가 감소한 여러 국가는 오미크론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자 유럽과는 180도 다른 대응 방식을 택했다. 키리바시와 팔라우, 통가를 포함한 태평양 도서 국가의 무너지기 쉬운 보건 복지 체계는 오미크론 감염 때문에 자국민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학교 임시 폐쇄, 봉쇄 조치 시행 등을 서둘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면역력 형성 효과가 낮은 불활성화 바이러스 백신 탓에 오미크론 확산에 취약한 중국은 여전히 엄격한 봉쇄 조치와 이동 동선 추적 앱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 억제 목표를 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아이슬란드를 포함해 대다수 유럽 국가가 오미크론 감염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제한 조치 해제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덴마크는 코로나 제한 조치 전면 해제 선언 당시 전 세계 감염자 수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젠스 룬드그렌(Jens Lundgren) 코펜하겐대학교 전염병학 교수가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를 더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질병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코로나19가 특히 병원을 포함한 주요 인프라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룬드그렌 교수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제한 조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일상 복귀는 다수 전문가의 심각한 의문 제기를 촉발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전염병학 교수 데이비드 헤이만(David Heymann)은 전체적인 바이러스 중단을 말하는 자연 집단 면역은 실현이 어려우면서 종종 잘못 이해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이나 바이러스 감염 중 어떤 방식으로도 평생 면역력을 형성하거나 전체적인 바이러스 전염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없어, 코로나19 집단 면역 형성이 헛된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집단 면역이 코로나19를 끝낼 방법이라는 주장은 대대적인 비판을 받았다. WHO는 집단 면역 형성을 두고 대다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위험한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라고 보았다.

헤이만 교수는 바이러스 전염을 전면 중단하는 대신 특정 비율의 인구가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접종 둘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활용한 바이러스 항체를 형성해, 코로나19 감염이나 재감염이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면역력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이만 교수가 주장한 것과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바이러스 전파는 계속되지만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헤이만 교수는 백신 접종을 통한 일정 인구의 집단 면역 확보가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가 코로나19 장기 증상을 겪을 위험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아스뵈른도티르 박사와 똑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감염자 수가 감소할 때까지 기다린 뒤 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2월 1일(현지 시각), 테르도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가 오미크론의 전염성이 매우 강하면서 백신 보급률이 증가해,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것이 더는 가능하지 않으면서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잘못된 추측을 한다고 경고했다. 또, “어떠한 국가든 코로나19와의 전쟁 패배나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라고 언급했다.

최소한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이 겪는 오미크론 증상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사실에 잠깐 안도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진압이 필요할 수도 있는 심각하지 않은 변이 바이러스 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코로나 상황 감시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경고한다. 룬드그렌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오미크론은 앞으로의 코로나19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적으로도 바이러스 감염 경계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취약한 이들의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위험성에 무방비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도 감사해야 한다"라며, 현재의 코로나19 치료를 언급했다.

헤이만 교수는 각국의 위험성 계산 결과에 달려있다고 본다. 헤이만 교수는 “국가별로 코로나19 대응 자체 전략을 택해야 한다. 이는 여러 국가가 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는 선택하고자 하는 코로나 대응 방식에 뒤따르는 위험성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celand Bets on Herd I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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