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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량 적은 도로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속 숨겨진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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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량 적은 도로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속 숨겨진 심리
시골 지역의 전기차 충전소 지도만 보아도 주행거리 우려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도로를 주행하는 전기차 수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By AARIAN MARSHALL, WIRED US

길 탈(Gil Tal)은 겨울 온도가 50℉(10℃) 중반을 기록하며, 강우량이 미국 평균을 밑도는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에 거주한다. 그러나 두 시간 떨어진 거리에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있어, 탈은 최근 사륜구동 차량을 구매했다. 그는 “눈이 내린 날 산맥을 이동해야 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탈의 사례는 미국 소비자의 차량 구매에 대한 생각을 나타낸다. 많은 미국 소비자가 차량을 간신히 움직이게 될 수도 있어 트럭을 구매한다. 혹은 모든 자녀가 여행 도중 친구와 함께 차량을 탑승하는 것을 원해 SUV를 구매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연구소(Plug-in Hybrid and Electric Vehicle Research Center) 소장인 탈은 전기차 구매 시 소비자가 고려하는 요소도 똑같다고 말한다. 일부 전기차가 수백 마일 떨어진 충전소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배터리 기술이 크게 발전했으나 여러 조사에서 주행 거리가 잠재적인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탈이 진행한 설문조사의 어느 한 응답자가 말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주행 도중 갑자기 멈추는 일이 없더라도 운전자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모든 경로마다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연방 정부가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 인프라 법안을 통해 50억 달러를 투자해 지정된 국도까지 연결되는 도로에 50마일(약 80.4km) 간격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충전소는 도로 옆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아닌 1마일(약 1.61km) 이내 거리에 설치돼야 한다. 미국인의 평균 주행 거리가 35마일(56.3km) 미만(코로나19 시대 이전 포함)인데도 오늘날 전기차 소유주 절대다수가 자택에서 차량을 충전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바이든 행정부의 8년 이내 공공 고속 충전소 50만 곳 확보 계획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도로를 주행하는 전기차 수가 대대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는 현재 미국 전역에 설치된 공공 충전소 총 4만 7,000곳으로, 30분 이내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고속 충전소는 6,000곳 미만이라고 발표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전체 신차 판매량 중 탄소 중립 차량 판매 비중을 2021년 기준 4%에서 2030년 50%로 대폭 늘리고자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2021년 신차 판매량 9.5%는 전기차였으며, 캘리포니아주지사는 2035년까지 가스 차량 판매를 중단하고자 한다.

그런데, 일부 충전소를 실제 운전자가 거의 활용하지 않을 외진 지역에 설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심리적 요소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사회 환경 연구소(Social and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 회장 폴 스턴(Paul Stern)는 지속 가능성 관련 대중의 의사 결정 방식을 연구 중이며, 지도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전기차 주행 거리를 우려하는 잠재적인 고객에게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턴 회장은 차량 흐름이 원활한 고속도로에 설치된 눈에 띄는 충전소 네트워크는 운전자의 전기차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채택 연구를 진행하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자인 니콜 신토프(Nicole Sintov) 교수는 “눈에 띄는 곳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보면, 대부분 다른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신토프 교수는 여전히 검토 중인 최신 논문을 통해 특정 지역의 충전소 밀도와 거주자의 전기차 채택 의사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신토프 교수는 특정 지역의 전기차 충전소 수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 주민의 주행 거리 우려가 줄어들면서 전기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주행 도중 갑자기 멈추는 일이 없더라도 운전자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모든 경로마다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
길 탈,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연구소 소장

50억 달러에 주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별도의 추가 예산으로 포트 4개로 이루어진 충전소 수만 곳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투자 금액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전소 설치 관련 각종 결정은 불확실성이라는 우려를 낳게 될 것이다. 교통 분석 기업 스트리트라이트 데이터(StreetLight Data) 창립자 겸 CEO인 로라 쉐웰(Laura Schewel)은 “충전소 설치 장소를 정하는 주 정부는 충전소를 설치해야 할 곳을 예측할 수 없다. 대중의 운전 행동 변화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어느 정도 테크 스타트업처럼 행동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혁신을 이끌고자 한다면, 빠른 속도로 행동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고속도로 충전소만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 정부는 예산 25억 달러를 소외된 시골 지역의 충전소 설치 보장 예산으로 추가 편성할 예정이다. 많은 대도시와 주 정부는 대도시 내 공공 충전소 확충 목표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공공 기업은 충전소 설치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전기차 옹호 세력은 다른 여러 기업의 충전소 설치 행동을 원한다. (다만, 충전소 설치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은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전기차 충전소를 충분히 설치하더라도 전기차 채택을 둘러싼 운전자의 심리적 장벽 자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대표적인 심리적 장벽의 유형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크다는 문제와 정부 환급금 청구 혹은 인센티브 프로그램 혜택 설명,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전문가 확보 등을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가 증가한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전기차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환경 사회학자인 토마스 디에츠(Thomas Dietz) 박사는 “삶은 복잡하며, 인간은 서로를 보면서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무언가 새로운 상황을 보게 될 때, 인간의 행동 과정 일부분으로 대중의 행동 방법을 지켜본다는 점이 자연스럽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Psychology of Placing EV Chargers Along Roads Less Trave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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