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코로나 시대, 격리 집단 속에서 살아간 태평양 도서국가…코로나19 강타 시작
상태바
코로나 시대, 격리 집단 속에서 살아간 태평양 도서국가…코로나19 강타 시작
태평양의 일부 외딴 섬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세계에 문을 다시 개방하려 하는 태평양 외딴 섬에서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할 수 있을까?
By GRACE BROWNE, WIRED UK

세계에서 가장 넓은 해양에 둘러싸인 태평양 섬 대부분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지 않은 세계의 유일한 지역이다. 극도로 고립된 위치와 현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국경을 폐쇄한 덕분에 코로나19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셜제도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단 1건이라고 발생할 때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2020년 1월 자로 세계 최초로 외국인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국경을 폐쇄했다.

키리바시부터 팔라우와 통가, 솔로몬 제도까지 조기 국경 폐쇄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 연구 센터인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Griffith Asia Institute)의 태평양 중심 프로젝트 지도자인 테스 뉴턴 케인(Tess Newton Cain)은 “지금까지 국경 폐쇄와 자국민과 외국인 대상 매우 신중한 입국 허용 절차 덕분에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경 폐쇄는 관광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지 경제 타격을 의미하기도 한다. 태평양 도서국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함께 인내를 요청하자 외국 유학생은 다른 국가로 떠나고 많은 가족이 흩어져 지내게 되었으며, 선원은 타지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엄격한 국경 폐쇄 제도가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이 2년간 이어지자 일부 국가는 국경 폐쇄 조치를 완화했다. 키리바시는 2022년이 되자 국경을 재개방했으며, 2022년 1월 말, 대부분 해외 선교 활동을 하던 자국민 54명의 입국을 위한 전세기 운항을 허용했다. 겨우 고국으로 들어온 일부 시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와 동시에 키리바시는 세계 유일의 코로나19 감염자 0명을 유지한 마지막 국가라는 지위를 잃었다.

키리바시의 오미크론 감염 건수는 총 1,700건을 넘었다. 결국 1월 22일부터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 두기, 백신 패스 사용 정책을 도입했다. 키리바시 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세를 국가 재난 상태로 선포했다. 태평양 원주민 의사 네트워크 소장인 아피 테일마이토가(Api Talemaitoga)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건 복지 제도로 확보할 수 있는 집중 치료 병상은 단 2개라고 전했다. 키리바시는 태평양 일대 드넓은 산호섬 30개로 구성된 섬 국가라는 점에서 그동안 시민의 바이러스 감염 안전을 확보했던 고립이라는 특성 때문에 의료 지원을 받는 데 며칠이 소요될 수 있다. 아워 월드 데이터가 공개한 바와 같이 키리바시 인구 1/3만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22년 1월, 2년간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없었던 팔라우에서 첫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확진자는 외국에서 팔라우로 입국하던 중 감염됐다. 팔라우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60명을 넘어섰다. 학교는 임시 휴교 상태로 전환했으며, 마스크 착용이 사실상 의무화됐다. 보건 시설 의료진은 페이스북에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에 놓였다는 글을 공유했다. 많은 의료진이 일일 최대 16시간 근무하며, 가족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취침한다.

솔로몬 제도에서도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솔로몬 제도 지역사회의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1월 19일 자로 처음 보고되었다. 마나세 소가바르(Manasseh Sogavare) 솔로몬 제도 총리는 2월 6일(현지 시각), 수도 호니아라 인구 2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돼,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양성 환자의 유일한 격리 시설로 지정된 호니아라의 코로나19 격리 시설의 병상은 단 56개이다. 1월 29일(현지 시각), 호주 정부가 솔로몬 제도로 항공기 두 편을 보내 솔로몬 제도에 절실히 필요한 의료 물품을 공급했다. 전체 인구 5명 중 1명만이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지금까지 솔로몬 제도 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집계됐다. 소가바르 총리는 2월 6일 국가 연설 현장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기 전 더 악화될 것이다. 감염자가 매우 많고,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더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통가는 최근의 화산 폭발과 쓰나미의 여파로 태평양 도서국가 중 코로나19 급증 위험성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되었다. 2월 1일(현지 시각), 통가 정부는 항구 근로자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3명으로 증가했으며, 통가 당국은 어쩔 수 없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전체 인구 6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나 아직 부스터샷 접종 전이라는 점에서 오미크론 감염을 막을 정도로 충분한 면역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뉴질랜드가 코로나19 퇴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인력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인구의 신속한 부스터샷 접종을 위해 통가에 화이자 백신 9,300개를 기부했다.

태평양 도서국가의 코로나19 취약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평양 일대 국가의 코로나 백신 보급률 격차가 매우 크다. 팔라우는 전체 국민 95%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반면, 파푸아뉴기니의 백신 접종 인구는 단 3%이다. 어느 한 연구 보고서는 파푸아뉴기니 전체 인구 1/3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까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태평양 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중간 수준이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피지의 백신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70% 수준이며, 뉴칼레도니아와 사모아의 백신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60% 안팎이다.

뉴턴 케인은 태평양 일부 섬나라의 코로나19 확산세 시작이 현실 안주 탓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극히 드물거나 전혀 없어, 대중의 백신 접종 이익이 그리 크지 않았다. 보건 체계를 향한 불신 때문에 발생한 백신 거부도 문제이다. SNS에 유포된 거짓 정보가 일부 국가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심각한 점은 식민지 이후 더 저렴한 수입 가공식품 위주로 식습관이 변한 데다가 앉아 갈수록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형성돼, 결과적으로 코로나19의 주요 위험 요소인 비만과 당뇨 환자 비율이 증가했다. 통가 성인 60%가 비만으로 추정된다. 키리바시와 솔로몬 제도, 바누아투 인구 35% 이상은 영양 결핍 상태이다. 뉴칼레도니아를 연구한 적이 있으며, 란셋(Lancet)의 코로나19가 태평양 섬나라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내용의 논문 공동 저자인 필립 조젤(Philippe Georgel)은 “오세아니아 대다수 섬나라의 비만 인구 비율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태평양 섬나라의 보건 복지 체계는 장비와 자원, 숙련 인력 측면에서 매우 한정되었다. 아시아 개발 은행이 공개한 데이터 기준 인구 1만 명당 병상은 21개, 전문의는 단 5명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채택한 국가가 많지 않다. 뉴턴 케인은 “종종 태평양 섬나라는 대가족으로 구성됐다. 여러 세대가 가까운 유대 관계를 형성해,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봉쇄 조치도 매우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부 인구는 생활필수품을 미리 구매하고 보관할 금전적 여유가 부족하다.

뉴칼레도니아 소재 국제 개발 기구인 태평양 커뮤니티의 공중보건부 소장인 베를린 카포아(Berlin Kafoa)는 결과적으로 일부 국가는 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과 타인과 접촉 불가능한 질병의 만연함, 태평양 일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재해 위험성이라는 삼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현재 뉴칼레도니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누적 1만 명에 육박했으며, 사망자 수는 300명에 이른다. 카포아 소장은 “자연재해 한 건만 발생해도 식량안보 노력과 국가 전체의 야망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라며, “자연재해 피해는 코로나19 대응의 어려움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 도서국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2년간의 국경 폐쇄 조치 이후 심각한 대가를 치렀다. 아시아 개발 은행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태평양 도서 국가의 경제가 6% 가까이 하락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독립 국책연구소인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는 태평양 섬나라는 향후 수년간 국제 사회의 원조를 받더라도 경제적 타격 때문에 자칫하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뉴턴 케인은 “전반적인 자원 부족과 코로나19 때문에 분열된 자원 탓에 다른 여러 보건 어려움을 포기하게 된다. 이제는 결핵 감시 부재나 당뇨 위험성 혹은 당뇨 진단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 다른 각종 질병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을 우려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국경 폐쇄의 간접적인 여파도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제 태평양 도서국가가 코로나19 발병과 감염 건수 급증 문제에 맞서 싸우면서 코로나19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카포아 소장은 “태평양 섬나라 모두 이미 취약한 순환 경제가 지역 주민의 삶을 향상하도록 국경을 재개방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국경 재개방 시점은 현지 백신 접종률과 주요 보건 복지 역량 등과 같은 요소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카포아 소장이 이끄는 태평양 커뮤니티의 공중보건부는 다음과 같이 간단한 조언을 건넨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에 따라 감염 예방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경 폐쇄 조치는 외딴 국가가 코로나19에 맞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며, 효과가 있었다. 조젤은 “그러나 국경 폐쇄 조치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y Lived in a Pandemic Bubble. Now Covid Has Arrived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