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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에 유럽 빅테크 기업 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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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에 유럽 빅테크 기업 등 터진다?
ASML이 소리소문 없이 반도체 칩 장비 제조업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테크 기업 대상 판매 금지 조치 때문에 ASML의 성장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유럽의 수많은 국가가 자국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유럽의 답변이라고 말한다. 스톡홀름은 인구 1인당 유니콘 기업 수가 가장 많으며, 런던은 유럽의 벤처 캐피털 중심지이다. 그러나 인구 4만 5,000명인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펠트호번에 유일하게 유럽이 테크 업계 대기업에 대해 지녀야 할 가장 가까운 해답이 밀집해 있다.

벨기에 국경 인근이라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지역에 소재한 반도체 칩 생산 장비 제조사인 ASML은 글로벌 테크 업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기업이 되었다. 2021년 말에는 코로나 시대의 기기 수요 증가와 글로벌 칩 공급난의 영향으로 성장하면서 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규모 상장 테크 기업이 되었다. 1984년, 네덜란드 전자 부문 대기업 필립스(Philips)에서 분리된 ASML은 다른 여러 기업이 휴대전화와 차량, 컴퓨터, 스마트 홈의 기술적 두뇌인 반도체 칩을 제작하도록 돕는다. 많은 전문가가 ASML을 반도체 산업 발전의 장애물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ASML은 반도체 생산 과정의 노광 공정 체계 시장 점유율 80~85를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첨단 자외선 반도체 인쇄 기술(EUV)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최고 수준의 칩 제조 노광 기계를 보았을 때, ASML의 시장 점유율은 100%이다.

그러나 ASML이 최근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한 가지 불확실성이 드리워지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의 결과로 ASML이 중국에 최첨단 장비를 판매할 경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전 세계 반도체 칩 판매 점유율은 단 7.6%이지만, 중국의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국가 개발 목표를 위한 7가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 칩을 선정했다.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차단하려는 시도는 중국이 서둘러 자체 ASML과 같은 기업을 설립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ASML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던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ASML이 1990년대에 소량의 빛 레이어를 사용해 실리콘 칩에 패턴을 새겨 반도체 칩을 형성하는 데 사용하는 EUV 기술 개발이라는 도박을 추진한 덕분에 ASML의 EUV 기술 분야 장악력은 지금도 어려움을 직면하지 않았다. ASML은 최첨단 기술이 매우 복잡해 다른 기업이 완벽하게 모방하려면 최소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컴퓨터 칩의 지정학적 역사 관련 책을 출판한 터프츠대학교의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국제 역사학 부교수는 “1990년대에 경쟁력이 뛰어났던 일부 기업은 위험성을 부담하면서 EUV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UV 투자 비용 부담이 매우 크며, EUV 기술 자체가 절대 성공하지 않으리라 예측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ASML의 시가 총액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대폭 성장했으며, 주가는 2020년 초 이후 2배 이상 급증했다. ASML이 유럽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EUV 기술 전환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 부담이 동반됐다. ASML은 인텔과 삼성, TSMC 등 고객사에 ASML 지분을 구매해 충분한 연구 자금을 확보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2017년, ASML의 최초의 상용화 EUV 장비 출시가 가능해진 시기에 EUV 기술 전환 비용은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거액을 부담한 대신 얻은 혜택은 매우 크다. ASML은 TSMC, 인텔 등에 최신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에 탑재되는 최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EUV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EUV 장비로 최첨단 칩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기업이 그리 많지 않으며, ASML은 장비 한 대당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에 판매한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ASML의 성장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 ASML이 EUV 기술 투자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다는 우연이 발생했다. 2018년, 중국의 어느 한 고객사가 ASML에 EUV 장비를 주문했다. 당시 중국 고객사의 정체는 SMIC로 추정되며, 트럼프 행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이 중국 고객사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로비활동을 펼쳤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찰스 쿠퍼만(Charles Kupperman)은 2019년, 네덜란드 외교관에게 미국산 부품 없이 ASML의 EUV 장비를 가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악관은 네덜란드 당국에 네덜란드로 수출되는 부품을 제한했다. ASML의 EUV 장비에는 샌디에이고 기업 사이머(Cymer)가 생산한 레이저가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제한에 변화를 적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네덜란드 정부는 아직 ASML의 중국과의 EUV 장비 판매 거래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ASML 최고 재무 관리자 로저 다센(Roger Dassen)은 “ASML은 중국 기업과의 거래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으로 장비를 출하할 수 없다”라며, ASML은 전 세계 칩 제조 생태계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 EUV 장비를 판매했다면 기록할 수 있었던 중국 시장의 잠재적 가치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AMSL의 구형 장비 판매 주요 시장이며, 다센은 2021년 11월 자로 열린 모건스탠리 TMT 콘퍼런스에서 2021년과 2022년 중국 시장 매출 20억 유로(26억 달러)를 달성하리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컨설팅 기관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글로벌 기술 정책 총괄인 폴 트리올로(Paul Triolo)는 ASML의 중국 수출 제한이 EUV 장비 이외에 다른 장비로도 확대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트리올로 총괄은 미국이 우려하는 바는 최첨단 칩이 중국 인민군 기술이 되는 상황이지만, 국가 안보 이익과 반도체 업계의 타격 간 공개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는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 정당화 사유를 확실히 표현해 의무사항을 파악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2021년, 반도체 업계 협회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공동 집필한 보고서는 수출 규정이 중국의 자체 대안 칩 장비 제조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상하이 마이크로 전자 장비(Shanghai Micro Electronics Equipment)는 중국 정부의 ASML 대안 기업 중 한 곳이다. ASML CEO 피터 베닉(Peter Wenninck)은 미국 잡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자체 반도체 장비 개발 기업 설립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폴리티코를 통해 “15년 이내에 중국이 반도체 생산 관련 모든 부분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유럽 공급사의 중국 시장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센 총괄은 ASML이 세계의 특정한 시장에만 고정적으로 집중해 사업 거래를 한다면, 다른 시장에는 칩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SML은 칩 생산 즉시 어떠한 칩이 등장하는지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요 우려 사항은 중국 경쟁사의 등장이든 세계 다른 국가의 경쟁사 등장이든 ASML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성을 우려한다. 암스테르담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헨크 볼베르다(Henk Volberda)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ASML의 사례에서는 실제로 적절한 기술 집중 여부와 그동안 예측하지 못한 일부 혁신적인 기술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볼베르다 교수는 ASML에 잠재적인 혁신을 가져올 요소는 광자 기술이라고 믿는다. 그는 “광자 기술을 활용하면서 전기(전자) 대신 빛(광원)으로 작동하는 칩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SML은 미래에 등장할 경쟁사에 맞설 경쟁력을 보호하고자 혁신에 대거 투자한다. 2021년, ASML은 매출 13.7%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2022년에는 투자 규모가 전체 매출의 14%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트리올로 총괄은 반도체 장비 업계 내 연구·개발의 결정적인 본질은 바로 미중 무역 갈등이 위협을 가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미국이 더 광범위한 측면에서 ASML의 고객사가 될 수 있는 중국 기업 통제 범위를 확대하면서 표적으로 정한다면, 중국 시장 단절을 더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ASML은 중국에 EUV 장비를 판매할 수 없지만, 다른 기술은 판매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ASML의 전체 판매 실적 30%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 덕분에 얻게 된 성과이다. 따라서 미중 갈등 심화가 ASML의 매출 타격과 함께 따라잡기 위해 투자해야 할 금액이 갈수록 커지는 반도체 장비 업계의 연구·개발 시행 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트리올로 총괄은 “ASML에 중국 시장 이외에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사업 매출로 연구·개발 혜택을 얻을 정도로 충분한 또 다른 시장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에 대한 판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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