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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속 미학적 엄마, 자녀 발달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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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속 미학적 엄마, 자녀 발달 망친다?
회갈색과 크림색이 조화를 이룬 아기 침실이 유행이다. 베이지색상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By AMELIA TAIT, WIRED US

바닥은 모래와 같은 색상이다. 벽도 같은 색이다. 쿠션은 약간 다른 모래 색상이다. 인스타그램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기 침실의 모습이다. 모두 받아들이고 편안한 크림색 소파를 두고, 침대는 황갈색으로 꾸미면서 극찬받고, 베이지색 액자 틀에 베이지색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면서 눈을 즐겁게 한다.

아기 침실에 무언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아마도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1988년의 고풍스러운 바느질 패턴일 것이다. 여기에 가장 이상적인 아기 침실에 맞는 베갯잇과 기저귀 보관대, 요란스러운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동그란 무늬가 많은 천으로 꾸민 패드를 조합한다. 그리고, 밝은색의 기차가 있는 월페이퍼 배너를 걸어둔다. 오늘날 유명인과 인플루언서, 일반인 모두 똑같이 아기 침실을 베이지색으로 꾸민다. 회갈색과 크림색, 흰색, 회색, 검은색, 베이지색, 베이지색, 그리고 또 베이지색의 조합으로 꾸민 것이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기방의 모습이다.

물론, 다른 아기방 두 곳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며, 많은 아기 부모가 여전히 노란색과 빨간색, 파란색 등 유행이 지난 색상으로 아기방을 꾸미기도 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는 특히 중성적인 아기방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 같은 모습인 아기방 사진과 함께 #아기방 해시태그를 빠르게 읽어볼 수 있으며, 갈색과 회색, 흰색과 약간의 초록빛을 선사하는 식물만을 볼 수 있다. 특히, 영국 유명인이 베이지색으로 꾸민 아기방 유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가수 로첼 흄스부터 청소 인플루언서 미세스 힌치(Mrs Hinch)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몇 년간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유행에 민감한 아기 엄마 대부분을 ‘미학적 엄마(aesthetic mom)’라는 온라인 닉네임으로 칭하고는 했다.

밈을 통해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미학적 엄마는 화려한 색상을 원하는 자녀의 바람을 무시하고는 베이지색과 흰색 조합으로 만들고 잔가지와 나뭇잎, 천으로 제작된 배너로 꾸민 케이크를 선택한다. 자녀의 장난감으로 플라스틱 장난감보다는 목제 장난감을 선호하며, 아이 놀이방을 킴 카다시안의 속옷 색상처럼 중성적인 음영이 처리된 베이지색과 그 비슷한 색상으로 꾸민다. 일부 밈 제작자는 미학적 엄마의 자녀가 회색과 흰색, 갈색 이외에 다른 색상은 전혀 모른다고 조롱한다. 색상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 자라 회색과 그 비슷한 색상만 보면서 자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까? 여성성이라는 기준이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인터넷이 만든 아기 엄마를 향한 또 다른 혐오는 아닐까?

아기가 흰색과 검은색만 볼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발달 색채 과학자 앨리스 스켈톤(Alice Skelton)도 아기가 볼 수 있는 색상이 흰색과 검은색 단 두가지라는 이야기가 거짓임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영아 색채 인식을 연구하는 서섹스대학교 아기 연구소 연구 펠로인 스켈톤은 아기도 성인과 똑같이 세 가지색 수용기를 지녔으나 아기의 수용기가 성인의 수용기와 100%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3개월 전까지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밝은 빨간색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스켈톤은 “아기의 색채 인식 능력은 전반적으로 성인보다 부족하므로 색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극명히 대비되는 두 가지 색상을 보아야 한다.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실질적으로 파스텔 계열 색상으로 꾸민 아기방은 아기에게 회색이나 검은색으로만 꾸민 공간과 다를 바 없다. 아기가 색상을 확실히 구분하려면 색 포화도가 높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아기 장난감 색이 선명한 것이다. 다만, 스켈톤은 아기가 색상 대비에 매력을 느끼며, 검은색과 흰색 장난감에도 똑같이 매력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기가 높은 색상 대비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인보다 전반적인 시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기가 흐릿한 안개 속에서도 사물을 보아도 안정적인 이유이다”라고 언급했다. 스켈톤은 아기가 흐린 색상보다 선명한 색상을 보는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도 공개했다.

물론, 아기는 발가락을 입으로 빨아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발가락을 빨아들이는 행위가 선호하는 색상에 영향을 미칠까? 스켈톤은 다수 과학자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시각적 영향이 성인이 된 후의 시각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할 확실한 정보를 찾는 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영향을 미치는가보다는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더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007년, 노르웨이 과학 연구팀이 북극권 지역 출생자를 대상으로 어둠이 길어지면서 인공조명 노출 시간이 더 긴 가을 출생자와 밤이 없는 시기인 여름 출생자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여름 출생자의 색상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색상의 시각적 요소와 관련된 환경적 요소가 출생 직후 수개월 이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스켈톤은 개인의 과거 시각적 경험이 성인이 된 후의 색상 인식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색상 선명도가 낮은 사례의 인식 차이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덧붙여 언급했다. 선명하고 밝은 파란색으로 꾸민 방에서 자란 아기가 회색빛으로 꾸민 방에서 자란 아이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면서 자라게 되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스켈톤은 지금도 회색과 베이지색이 가득한 아기방이 아기에게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며, 단색으로 꾸민 환경을 아기가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스켈톤이 설명한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 전체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미학적 엄마의 자녀는 다양한 색상을 본 채로 자랄 수도 있으나 다채로운 색상을 보고 자란 아이보다 환경적 요인이 조금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켈톤은 “많은 사람이 아기와 아기의 시각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한다. 아기는 다양한 사물을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모색하므로 다양한 색상 노출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스켈톤은 색상 대비 수준이 높은 프린트가 아기의 시선을 더 오래 끌면서 부모가 조금이라도 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도 함께 주목했다.

과학이 매우 타당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무조건 특정 정보를 판단하는 밈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누리꾼이 틱톡에서 자기를 미학적 엄마라고 칭하면서 닉네임을 받아들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누드톤 색상으로 아기방을 꾸미는 추세를 이야기하자 뉴욕시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트리샤 스콜러(Tricia Skoler)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스콜러 교수는 성인과 아동이 같은 물체에 집중하는 동시에 아동이 끊임없이 더 최적화된 학습을 하는 시기를 지칭하는 ‘합동 집중’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한다. 스콜러 교수는 자녀의 환경과 같은 관심사를 두고 있다면, 합동 집중을 기르기 더 좋다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녀와 성인의 공간이 분리된 상황을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집안 환경에 적합한 장난감을 두고, 장난감과 집안 환경이 어우러지는 배경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아동 건강 기관인 굿 플레이 가이드(Good Play Guide) 창립자이자 아동 발달 심리학자인 아만다 거머(Amanda Gummer)는 아동 육아에는 단 한 가지 올바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행복하면서 건강한 부모가 되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가치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육아 방식이다”라고 말한다. 자녀가 원하는 화려한 색상의 만화 캐릭터 케이크를 접할 기회가 적은 아동을 생각해보아라. 거머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첨가물이 없는 케이크를 주는 부모를 판단할 수 있는 이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또, 거머는 재빨리 중독성이 적은 간편식으로 조리된 케이크를 제공하는 부모를 함부러 평가할 수 있는 이가 있는지 질문한다. 거머는 “부모, 특히 엄마에 대한 판단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아기 엄마를 판단하는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라고 지적했다.

베이지색으로 꾸민 침실이 신생아에게 가장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이지만, 반대로 아기가 항상 침실에만 있지 않으며, 우려할 바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만약,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아기방을 꾸미고자 하면서도 자녀 발달 수준을 우려한다면, 스켈톤의 조언대로 색상 차이가 미묘하지 않고 큰 색상 대비 수준이 높은 프린트를 함께 두는 것이 좋다. 스켈톤은 “아기가 성인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요소를 보고자 한다는 규칙이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한쪽으로 꽃 4송이를 두고 반대로 색상을 대비한다면, 아기가 꽃에 더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re Instagram’s Aesthetic Moms Hindering Kids’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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