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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주 4일제 실험, 치명적인 결함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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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주 4일제 실험, 치명적인 결함 존재
스코틀랜드 정부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 4일제를 시범 운행한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정부는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할 힘이 없다.
By MARGARET TAYLOR, WIRED UK

2021년 9월 어느 날 개최된 가상 회의에서 스코틀랜드 집권 여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기존의 주 5일제를 중단하고, 주 4일제 대체 찬성에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던졌다. SNP의 연례 콘퍼런스에서 SNP 의원 총 509명이 주 4일제 전환 계획에 찬성했다. 이에 반대한 의원은 단 16명이다.

이미 주 4일제를 시행한 스코틀랜드 내 여러 기업이 보고한 장점을 고려하면, SNP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주 4일제 혜택 시행을 원하는 이유가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에딘버러에 본사를 둔 건설 기업인 오로코(Orocco)는 2021년 4월부터 금요일 근무를 중단하면서 주 4일제를 시행하자 생산성과 직원의 정신 건강이 모두 향상하는 장점을 누렸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글래스고의 포장 기업 UPAC 대표인 멜리사 케어니(Melissa Cairney)는 2021년 초 2개월간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뒤 정식 채택 결정을 내리자 이를 우려한 직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케어니는 “주 4일제 시범 도입 당시 생산성 저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직원이 주 4일제와 함께 직원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스트레스 정도가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오로코와 UPAC 모두 직원이 50명 미만인 소기업이지만, 아이슬란드 등 주 4일제 시범 도입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한 곳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레이캬비크 시 의원회와 아이슬란드 중앙정부 모두 여러 기업과 교대 근무 직원 모두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 시간을 단축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직원의 복지 향상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와 함께 기업에 득이 되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그러나 스코틀랜드 정부가 이미 오로코와 UPAC, 아이슬란드의 사례와 현재 주 4일제를 시범 도입 중인 스페인과 뉴질랜드 소비자 제품 기업 유니레버(Unilever) 등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주 4일제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반복할 필요가 있었을까? 에딘버러 경영대학원의 인력 경영학 교수인 톰 칼버드(Tom Calvard)는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 4일제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칼버드 교수는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 4일제 시범 제도가 모든 경제 부문과 모든 계약 직원이 시행할 가치가 있는 제도로 만들고자 하지만, 비슷한 시범 도입을 완전히 다룬 과거의 사례가 없다고 말한다.

칼버드 교수는 “스코틀랜드 정부는 모든 고용 형태의 직원과 집단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계약직 직원도 주 4일제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며, 주 4일제가 지닌 잠재적인 장점은 최대 근무 시간뿐만 아니라 최소 근무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이들이 실제 능력보다 낮은 수준으로 채용된 상황이다. 근무 시간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실제 역량보다 낮은 수준의 직장에 채용됐으며, 소득도 실제 능력보다 적다. 능력 대비 수준이 낮은 직장에 채용된 이들도 주 4일제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버니스 폴(Burness Paull) 소속 고용 전문가인 데이비드 모건(David Morgan)도 칼버드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모건은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긱 경제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주 4일제 전환이 미치는 영향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주 4일제 전환 후 주 5일 근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주 4일제가 긱 경제 근로자와 최소 근무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계약직 직원의 직업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방식에 항상 관심을 두었다. 세계 모든 국가가 주 4일제와 직업 안정성 문제를 다루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고용 지위는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스코틀랜드의 주 4일제 시범 제도 도입 후에도 직업 안정성 문제가 그대로 발생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콘퍼런스로 주 4일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복지 경제’ 건설 공식 발표를 했으나 SNP는 지금까지 주 4일제의 제한 사항 관련 상세 내용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정부 대변인은 주 4일제 시범 제도 계획 구상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주 4일제 시범 제도 예산액 1,000만 파운드가 스코틀랜드 내각 정부 예산으로 편성될 것인지 아니면 시범 제도 참가 구성원의 추가 지원금으로 충당하게 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게다가 주 4일제 시범 제도를 시행할 기업 관련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추진하는 주 4일제는 시범 제도의 결과를 떠나 여러 모로 중요하지 않다. 긱 경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외 다른 계약 조건으로 근무하는 이들의 직업 안정성 문제 해결책을 찾아도 주 4일제가 중요성을 갖지 못할 것이며, 시범 제도의 결과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영국 중앙정부가 고용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로코와 UPAC 등 스코틀랜드 기업이 직원의 동의에 따라 자체적으로 근무 제도를 변경할 수는 있지만,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 4일제를 전국 단위로 대대적으로 추진할 힘이 없다는 의미이다.

모건은 “기업의 주 4일제 전환을 막는 요소는 없다. 근무 시간과 교대 근무 형태는 거의 모든 근로 계약의 특성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주 5일 이상 근무하도록 할 수 없다면, 꽤 급진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만약, 주 4일제 시범 제도의 결과를 얻으려면 법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정부는 주 4일제로 변경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SNP도 주 4일제 시범 운영 계획에는 근무일 단축 관련 전반적인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스코틀랜드가 고용 권한을 전적으로 통제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주 4일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움직임을 보일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투표를 치렀을 당시 SNP 당대표인 알렉스 샐몬드(Alex Salmond)는 선거구에 국가 미래를 좌우할 평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여러 차례의 성범죄 혐의 소송에서 패소한 샐몬드는 2014년 투표 이후 SNP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그후 니콜라 스터전(Nicola Sturgeon)이 또 다시 독립 찬반 투표를 추진하고, 실제로 논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2차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indyref2)는 2021년 초, SNP의 성공적인 홀리루드 선거 캠페인(Holyrood election campaign)의 중요한 정치적 요소였다. 스터전 대표가 최근 SNP 콘퍼런스에서 독립 투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2023년에 또 다시 독립 찬반 투표를 개최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영국 중앙정부에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영국 중앙정부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 찬반 2차 투표 개최를 제재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나 상당수 SNP 의원은 스터전 대표가 그동안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투표를 추진하는 데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그 결과 SNP가 샐몬드 강경 지지파인 알바당(Alba Party)에 많은 구성원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2021년 9월 초, 오피니엄(Opinium)이 공개한 여론 조사를 통해 유권자 51%가 스코틀랜드 독립에 찬성한다는 결과와 함께 독립 지지 여론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피니엄의 여론 조사는 2021년 4월, 예스 캠페인(Yes campaign)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여론 조사다.

스코틀랜드 독립 관련 견해를 떠나 공공 정책 연구소(IPPR)가 진행한 조사에서 스코틀랜드 근로자 80%가 주 4일제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SNP가 주 4일제 시범 제도 추진을 공약 이행 사항으로 두려는 데 혈안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SNP 콘퍼런스에 참석한 의원은 주 4일제 전환 가능성을 포함한 근무 관행 검토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으며, SNP는 최초로 2021년 선거 공약으로 주 4일제 시범 제도 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IPPR이 9월 1일(현지 시각), 스코틀랜드 근로자가 주 4일제에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연구 결과 발표 이전까지는 추진되지 않았다. 어느 한 SNP 의원이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건강과 행복을 위한 주 4일제 지지는 스코틀랜드 독립과 함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주 4일제 지지가 SNP의 주 4일제 추진 그 이상으로 더 유용하다면,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금까지 주 4일제 시범 제도 관련 상세 정보를 여전히 비공개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주 4일제 시범 제도가 성공한다면,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선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cotland’s four-day week trial is fatally fla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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