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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백신 여권, 어느 정도 효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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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백신 여권, 어느 정도 효과 있어
프랑스의 백신 접종 강화 노력은 백신 여권 덕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대가는 무엇일까?
By MICHELE BARBERO, WIRED UK

프랑스는 오랫동안 지구에서 백신 회의론이 가장 강한 국가 중 한 곳이었다. 2020년 12월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 국민 6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내 백신 접종 거부자 비율이 23%인 것과 크게 비교됐다. 그러나 2021년 여름 내내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한 곳이 되었다.

프랑스 내 코로나 백신 접종 운동은 주로 논란이 된 ‘보건 패스(health pass)’ 정책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영화관과 박물관, 음식점, 술집 등을 찾는 이들과 대중교통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이들의 백신 접종 완료 사실이나 코로나19 음성 판정 결과 입증이 의무화됐다. 7월 12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보건 패스 정책은 프랑스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 정부는 추가 백신 접종 독려 자원에서 곧 의사의 처방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무료 검사 지원을 중단할 것이다.

보건 패스가 도입된 시점에 유럽 전역에 프랑스와 비슷한 백신 여권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백신 접종에 부여한 촉진 효과와 보건 패스 도입 후 촉발된 대중적 반발 측면 모두 유럽 내 다른 국가보다 유독 프랑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크롱 대통령의 TV 연설 일주일 후 프랑스 주요 의료 온라인 플랫폼인 닥터립(Doctolib)의 백신 접종 예약자가 370만 명으로 유례없는 수준을 기록했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아워 월드(Our World)에 따르면, 보건 패스 도입 발표 전날까지 10일간 평균 7만여 명에 머물렀던 백신 접종 예약자 수가 도입 발표 후 일주일간 일일 평균 백신 접종 예약자 수는 56만 5,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프랑스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 몇 달간 백신 접종을 시행한 국가와 비슷한 수준을 따라잡았다. 프랑스 국민 63%가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상태이며, 영국의 백신 접종률보다 단 1% 적다. 2021년 7월부터 8월까지 프랑스 내 최소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의 비율은 73%로,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영국보다 더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곧 전체 국민 6,700만 명 중 최소 1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의 수가 5,000만 명이라는 중대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랑스 내 백신 접종자 수 증가세는 다른 서양 국가와 마찬가지로 둔화되었다. 다만, 프랑스의 신규 백신 접종자 수는 영국보다 훨씬 높으며,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프랑스 백신 접종 캠페인의 정부 최고 보좌관인 면역학자 알라인 피셔(Alain Fischer) 박사는 “보건 패스가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피셔 박사는 보건 패스 도입 때문에 백신을 접종한 국민의 수가 4,000~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보건 패스는 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의 장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코비드트래커(Covidtracker) 웹사이트에 공개된 프랑스 보건부 데이터를 보면, 보건 패스 도입 발표 직후 18~50세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청년층과 중년층 사이에서 코로나19 증상이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성은 낮다. 따라서 청년층과 중년층은 백신 접종 이후 개인이 누리는 혜택이 적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의 보건 패스 도입 발표 직전까지 18~24세 청년층의 백신 접종률은 50% 미만이었으나 9월 초에는 86%로 급격히 증가했다. 피셔 박사는 “보건 패스가 백신 접종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에 또 다른 희소식이 있다면, 프랑스 국민이 보건 패스 사용 의무 제도에 대한 대응으로 백신을 접종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여론 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60~70%가 실제로 보건 패스 제도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흐린 9월 중순의 어느 날, 파리 남부 지역의 저렴한 술집 야외 좌석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던 중년 엔지니어인 피에르 음바예(Pierre Mbaye)는 “보건 패스 도입은 백신 접종을 강제로 시행할 수 있으나 코로나19 퇴치가 국민의 집단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길가에서 몇 블록 아래로 내려가면 찾을 수 있는 어느 한 카페에 있는 40대 남성도 음바예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컵을 가리키며 “통행금지령과 외출 제한에는 반대하지만, 보건 패스 의무 제도는 찬성한다. 지금처럼 야외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이며, 공무 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제도 도입이 시작되기 훨씬 전, 프랑스 내 백신 회의론자의 비율은 극도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갤럽(Gallup)이 144개국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가 백신 접종에 가장 회의적인 국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프랑스 응답자 1/3은 전반적으로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프랑스 당국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초기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신중한 접근 방식을 택했다. 프랑스 당국은 첫 단계로 노인 대상 요양 시설 종사자만 백신 접종 의무 대상자로 지정했다. 그 결과, 2021년 초,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2주 후, 프랑스 내 백신 접종자 수는 독일의 1/7 수준인 단 10만 명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백신 캠페인 진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 이후, 백신 접종 추진 속도를 대대적으로 높였다. 그러나 6월과 7월 초까지 백신 접종자 수 증가 속도가 둔화돼, 결국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건 패스 도입과 함께 백신 접종을 다시 촉진하기로 판단했다.

다수 전문가는 광범위한 언론 보도와 코로나19 관련 입원에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을 준 수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백신 접종이 대중의 백신 경계 수준을 이전보다 훨씬 더 낮추었으며, 결과적으로 보건 패스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7월,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 직전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국민의 비율은 15~20%였다.

그러나 프랑스의 백신 여권 정책이 대다수 국민에게 성공했으나 보건 패스를 반대하는 소수 세력은 여전히 반대 의견을 매우 강력하게 표출한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다른 여러 국가에서는 백신 여권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백신 여권 반대 시위 상황이 특히 회복력이 있는 방향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보건 패스 도입 계획이 처음 발표된 이후 토요일마다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는 수만 명을 기록했으며, 간혹 수십만 명이 시위에 참석하는 등 이전보다는 시위대 수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당국은 8월 초, 프랑스 전역의 보건 패스 반대 시위대 수는 24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경제적 불평등 시위인 노란 조끼 시위가 절정이었을 때처럼 또 한 차례 긴장 상태를 오래 끌게 될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백신 반대 강경론자와 음모론자, 더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문제를 표출할 곳이 많지 않은 노란 조끼 시위대, 극좌 정당 및 극우 정당 지지자 등 다양한 세력이 매주 시위를 벌인다. 물론,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이라는 선택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을 원하지 않는 온건 세력도 시위에 함께한다. 여름 내내 파리에서 열린 여러 시위에 참석한 은퇴한 서적 판매상인 도리스(Doris)는 “정부가 실제 민주주의적인 논의 없이 보건 패스를 강제로 시행한다”라고 주장했다. 도리스와 가까운 곳에 있던 노란 조끼 착용자인 40세 시위 참석자인 모건(Morgan)은 “국민은 반드시 백신 접종을 할 필요는 없으나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한다. 보건 패스 의무화는 국민의 자유 침해이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보건 패스가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의 친분 관계 분열을 견디도록 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사회 격차를 지닌 이들을 더 배제할 것을 우려한다. 세계 각지의 시민 자유 단체는 백신 여권이 불평등과 각국 정부의 신뢰도 저하를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C 클레르몽대학교 경영대학원 소속 철학 교수인 멜리사 폭스 무라통(Melissa Fox-Muraton) 교수는 현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보건 패스가 가져올 불평등 및 정부 신뢰도 악화 문제에 중점을 두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 사는 국민 다수의 백신 접종과 관련 정보 접근성이 여전히 평등하지 않다. 백신 접종 기회와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은 이들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백신 접종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들일 수 있다. 또, 이미 보건 복지 체계와 공공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차별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혹은 백신 접종 이후 정부가 개인을 추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보건 패스 사용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자로 발행된 어느 한 학계 논문은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낮고, 이민자일수록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프랑스 내 백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보건 패스는 백신 접종 및 면역 인증이 꼭 필요한 상당수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립 프랑스 영화관 연합(National Federation of French Cinemas)은 코로나 백신 도입 후 영화관의 티켓 판매량이 700만 장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고용주 단체인 UMIH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술집과 카페 80%, 음식점 60%는 7월부터 8월까지 매출이 최소 20% 감소했다. (8월 9일 자로 술집과 음식점의 보건 패스 사용이 의무화되었다.)

UMIH의 복원 부처 부사장인 장 텔론(Jean Terlon)은 “백신 여권 도입 이후 첫 번째 주에 나타난 효과는 재앙과도 같았다. 음식점은 보건 패스를 이용할 준비가 됐으나 고객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보건 패스가 한 여름에 매우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텔론 부사장은 야외 테이블에도 보건 패스 도입 결정을 내린 것을 비판한다. 야외 공간은 실내보다 바이러스 통제가 더 어려우며, 바이러스 전염이 이루어질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텔론 부사장은 보건 패스 도입 초기의 충격이 음식점에 더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음식점의 보건 패스 사용은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프랑스 전역에 가짜 보건 패스 암거래 시장이 성행하며, 주로 가짜 보건 패스 한 개를 수백 유로에 거래한다는 여러 소식이 등장했다. 보건 패스 모조꾼은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고객의 실제 상세 정보를 기입하고, 해킹된 계정이나 가짜 보건 패스 제작에 가담하는 일부 의료진의 계정을 사용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서둘러 백신 접종 캠페인 진전 속도를 유지할 방법을 서둘러서 찾아 나서는 가운데 프랑스는 백신 여권의 효율성과 백신 여권에 포함된 위험성을 모두 보여주는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프랑스 내 백신 접종의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그 효과를 누리게 된 시간이 제한적이다. 반대로 백신 여권의 단점으로 경제적 피해, 백신 여권 도입에 침묵한 다수와 어느 정도 중요성을 지녔으며, 사회적 생활 소외 문제가 더 심각해진 소수 간의 갈등 악화를 언급할 수 있다.

프랑스를 넘어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백신 여권은 채택이 이루어진 거의 모든 지역 내 백신 접종 캠페인 촉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에는 백신 여권 도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인은 프랑스보다 꾸준히 백신 접종 운동을 펼쳤으며, 여름 내내 백신 접종 격차가 커졌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여권에는 거의 의존하지 않았다. 영국도 잉글랜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 백신 여권 계획을 포기했을 때, 스페인의 사례를 염두에 두었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백신 회의론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대중의 보건 복지 체계 신뢰도가 높았다. 이 덕분에 스페인 내 백신 접종 캠페인은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프랑스의 보건 패스가 장기적으로 어떤 상태로 이어질지 지금 당장은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보건 패스 의무화 계획은 11월 중순이면 끝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부 지역에는 보건 패스 사용 의무화 시행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피셔 박사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하는 즉시 보건 패스 사용을 철회한다는 계획은 일시적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보건 위기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당국의 백신 여권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르고뉴대학교 면역학자이자 백신 회의론 관련 서적의 공동 저자인 프랑수아 살바도리(Françoise Salvadori) 박사는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면서 갈등이 거의 없는 상황”을 우려한다. 살바도리 박사는 프랑스의 현재 조치에 주어진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살바도리 박사는 대중의 경계에 맞서면서 프랑스는 이미 신생아에게 접종 의무화할 백신 11종을 제작했다. 살바도리 박사는 “단순히 백신 접종 관련 수치와 보편적인 주장만 사용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객관적인 수치와 보편적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보건 패스와 같은 강제성을 지닌 수단에 의존하면 항상 어느 정도 실패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France’s vaccine passport worked – sort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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