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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의 꿈, 실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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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의 꿈, 실현 불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세를 통해 직장인은 세계 어디서나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기업은 직원이 어디서나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By MARGARET TAYLOR, WIRED UK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매트 카스텐(Matt Karsten)이 직장을 퇴사하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블로거가 되려 했을 때, 카스텐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꿈꾸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낮에는 정글이나 해변을 돌아다니고, 밤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근무하거나 며칠간 게스트하우스 근무를 쉬고 다른 곳에서 짧은 휴가를 즐기는 것이 전형적인 사내 정치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자유로움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스텐이 아프가니스탄부터 아이슬란드, 남극, 코스타리카까지 여러 국가를 여행한 지 10년이 지나자 카스텐의 현실 속 삶이 더는 다른 이들이 꿈꾸던 삶이 되지 못했다.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많은 기업이 하루아침에 전 직원 재택근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대유행병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가 될 기회를 얻었다. 레볼루트(Revolut)와 쇼피파이, 지멘스, 스포티파이 등 여러 기업이 각자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다. 에어비앤비는 장소 제약 없는 근무 추세가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점에 확신해, 장기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앱 개편 작업을 하면서 사용자가 날짜나 목적지를 지정하지 않고 숙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소 제한이 없는 근무 제도가 인기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2020년 여름에 발표된 어느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 중 디지털 노마드의 비율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된 시기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지털 노마드 대신 차량을 거주 공간으로 바꾸고 ‘밴라이퍼(VanLifers)’로 생활하는 이들의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

에어비앤비의 추가 보고 내용을 보면, 2021년 1분기 기준 최소 28일 이상 투숙한 장기 투숙객의 에어비앤비 사이트 예약 비율은 24%로, 14%를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장기 투숙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록 주택의 비율은 87%이며, 에어비앤비에서 장기 투숙 예약을 한 사용자 71%가 같은 해에 최소 한 차례 더 장기 투숙 예약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적지를 자유롭게 지정한 채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여행 운영 사이트인 클럽메드(Club Med)는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많이 머무르는 국가는 태국과 스리랑카, 싱가포르라고 추산한다.

그러나 2014년, 설립 당시 직원 세 명 모두 각각 다른 국가에 거주하면서 100% 원격 근무를 시행해온 소프트웨어 개발·운영 플랫폼 깃랩(GitLab)의 원격 근무 총괄인 대런 머프(Darren Murph)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상에 회의적인 관점을 내비쳤다. 머프 총괄은 원격 근무 전환이 근무 장소에 제약을 두지 않는 정책을 홍보하는 모든 기업이 모든 직원의 요청을 지원할 의사가 있거나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근무 장소에 제약이 없는 정책과 관련된 대화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직원에게 업무 요청을 할 수 있는 곳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이를 논의 대상에서 배제한 이유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부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는 꿈을 지닌 이들의 희망을 없애기도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와 실제 기업이 원하는 장소 제약 없는 근무 장소 간의 차이점이 매우 크다. 컨설팅 기업 KPMG 소속 글로벌 이동 서비스 총괄인 미나호 시라이시(Minaho Shiraishi)는 고용주가 없는 국가로 노트북을 챙겨 이동할 때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세금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직원이 거주하면서 근무하는 국가와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디지털 노마드의 존재 자체는 기업이 직원이 거주하는 국가에 영구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도 있다. 직원이 거주하는 곳에 지사를 세운 기업은 현지 법률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며, 원천징수 및 각종 규제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직원은 개인 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간혹 자신의 고국과 임시로 거주하는 국가에 모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원의 국경 이동을 관리하는 전문 고용 관리 대행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일례로 분산 인사관리 기업인 리모트(Remote)는 기업 대신 고용주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면서 계약과 급여 지급부터 디지털 노마드 비자와 근무 허가 서류 발급까지 모든 일을 관리한다.

리모트의 인력 관리 총괄인 나디아 바타리디스(Nadia Vatalidis)는 현지 법률과 규제를 관리해, 직원이 의도치 않게 자신의 고용주가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책임을 지는 것이 리모트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고용주는 리모트와 같은 고용 관리 비용이 매우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직원 한 명을 단 몇 개월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자 한다면, 더더욱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고용 관리 대행 서비스 비용을 내더라도 고용주가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자 하는 직원의 꿈을 이루어 준다는 보장은 없다. 여전히 분산 기업이 디지털 노마드라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리모트는 전 세계 85개 지사로 서비스 지원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하지만, 현재 40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로운 근무 장소 선택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규제 경고가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 레볼루트는 직원에게 선택한 목적지에서 근무할 권리만 있다면,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건다. 또, 직원이 1년 중 60일 동안만 해외에 체류하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2021년 2월에 “최고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다”라고 발표하며 자유롭게 근무 장소 선택 정책을 새로이 도입한 스포티파이는 처음 내건 발표 내용을 변경했다. 스포티파이 영국 관리 총괄인 톰 코노톤(Tom Connaughton)은 이제 스포티파이 직원은 스포티파이 지사가 설립된 곳만 근무 장소로 선택할 수 있으며, 스포티파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로운 근무 장소 지정 관련 현황을 파악하면서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로운 근무 장소 선택은 미래 근무 형태를 위한 새로운 단계이며, 제대로 시행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초기에 원격 근무를 주도하던 기업은 원격 근무 적용 범위를 축소한다. 아마존과 구글이 가장 먼저 원격 근무 적용 범위를 축소하면서 코로나19 시기의 원격 근무 정책이 옛날 일이 될 확률이 높다는 징조를 보였다. 2021년 3월, 아마존은 “사무실 중심 문화가 아마존의 기본 근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구글은 처음 우버의 주 3일 출근 제도를 따라 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재는 전체 직원의 1/5은 다른 지사 사무실로 출근하며, 또 1/5은 원격 근무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머프 총괄은 새로운 근무 형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면서 과거와 같은 근무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계획한 방안을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깃랩은 처음부터 100% 원격 근무 제로를 시행했기 때문에 복합 근무라는 세부적인 사항을 다루는 데 난항을 겪은 적이 없다. 하지만, 머프 총괄은 일부 직원이 오랫동안 원격 근무를 하면서 다른 직원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상황에서 직원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스스로 모순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머프 총괄은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이 본사에 출근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근무 장소를 선택할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면, 인력 관리를 제대로 하기 상당히 어렵다. 복합 근무는 사무실 출근과 원격 근무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도록 구상된 제도이지만, 사실 결국에는 두 가지 근무 제도에 모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원격 근무를 우선시하거나 사무실 출근을 우선시하게 될 것이며,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 그 중간에 존재하는 근무 제도는 없다. 복합 근무 제도는 ‘근무 제도와 관련,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하는 유행어이다”라는 견해를 전달했다.

카스텐이 강조한 바와 같이 사무실 분위기에 크게 만족하는 이들은 원격 근무와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며, 2020년에 원격 근무를 성공적으로 한 이들은 사무실 복귀가 매우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머프 총괄은 사무실 출근과 원격 근무 제도를 함께 두고자 하는 것은 혼란과 근무 제도 운영 비정상 문제, 재앙을 초래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많은 직원이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두는 것과 관련, 기업 구조 문제를 관리하는 것까지 더해 고용주가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직원의 꿈에 거리를 두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digital nomad dream i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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