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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우위에 서둘러 접근하기 위한 행보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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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우위에 서둘러 접근하기 위한 행보 보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칩 수입국이다. 이제는 칩 수입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바란다.
By LAVENDER AU, WIRED UK

2018년, 레오 리우(Leo Liu)가 고국인 중국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을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테크 업계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극소수였다. 리우는 해커의 공격을 막을 첨단 블랙박스 칩 제작이라는 생각에 매료돼, 칩 설계 공부를 선택했다. 네덜란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리우에게는 여러 기업의 입사 제안이 쏟아졌다. 리우가 중국을 떠난 뒤, 칩 제조사가 리우와 같은 칩 설계 능력을 지닌 인재를 간절히 찾아 나섰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리우가 중국을 떠났을 당시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부품을 얻지 못하도록 중국의 일부 대기업에 제재를 시행할 것임을 알지 못했다. 미국 기술이 반도체 가치 체인의 필수 요소이며 반도체가 모든 기술의 기본이 되고 있어, 중국을 대상으로 가한 수출 금지 조치는 중국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이전부터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으면서 진입 장벽이 높은 부문으로 정의됐다. 반도체 제작 특화 기업은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에 존재하며, 다수 기업이 관련 시장에서 공급량을 거의 완전히 통제한다. 중국 기업은 다른 여러 기업과 함께 오랫동안 세계화된 가치 체인과 다른 기업의 공급에 오랫동안 의존해왔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의존도는 정부 고위급 관료가 말한 바와 같이 중국의 기술적 야망에 있어, ‘장벽’이 되었다.

리우는 “반도체 업계는 매우 인기가 많은 업계이다”라고 말했다. 리우에게 입사 제안을 한 여러 기업 중 다수가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며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리우가 방문한 기업 모두 혁신적이지는 않았다. 일부 기업은 이미 10년간 시장에 존재했던 제품을 개발 중이거나 개별 품목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간혹 기업 이름으로 칩 제품을 추가해, 그저 새로운 자금 지원처를 모색하려는 기업도 있었다. 미국이 가한 제재의 결과로 공급망 접근 권한을 잃게 돼 가해진 위협은 중국의 칩 자치권 확대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정치적으로 계속 활발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여러 기업의 빠른 성장세도 견인했다.

중국의 많은 정치인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의 반도체 업계 발전을 논의해왔다. 중국 내 일부 기업이 반도체 가치 체인의 일부 부문에서 오랫동안 인정받았다. SMIC와 국영 칩 제조사 자오신(Zhaoxin)이 대표적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14년, 중국 정부는 국영 기업과 은행의 첫 번째 투자 라운드에서 1,387억 위안을 조성한 대형 펀드인 국가 통합회로 산업 투자 기금(National Integrated Circuit Industry Investment Fund)을 설립했다. 이듬해,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출범해, 중국의 제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업계 청사진을 설정하며 ‘기본 핵심 부품’에서 중국 시장 점유율 증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칩 자치권 확대를 목표로 삼은 정책을 급격히 강화하면서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였다. 2021년 3월, 정부는 칩 제조사를 상대로 세제 혜택을 제공했으며, 2020년에는 2,040위안 상당의 거액 펀드를 또다시 조성했다. 거액 펀드가 유일한 자금 출처는 아니다. 정부가 산업 정책에서 반도체 산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암시하기도 한다. 이 덕분에 다수 반도체 기업의 상하이 증권 거래소 상장이 수월해졌다.

또, 중국 정치인은 기술 자립도를 핵심 목표로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칩 수입국이지만, 중국 내 기업 중 약 30%만이 자국의 반도체 수요를 맞춘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크게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반도체 생산 장악력을 최대한 이용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2019년, 미국 상무부는 통신장비 업계 대기업 화웨이가 정부 승인 없이 미국 기업의 부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화웨이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 때문이다. 2020년 5월, 상무부는 미국산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외국 제조사에 반드시 특별 허가를 받고, 화웨이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발행하며 추가 제재를 시행했다. 2020년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 SMIC는 추가 제재가 연구 및 개발 노력과 10nm 이하의 첨단 칩 생산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지금도 이어질 듯하다. 2021년 4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군사 개발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중국 슈퍼컴퓨터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독일 국책연구소 MERICS의 수석 애널리스트 존 리(John Lee)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더 신중하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어갈 것이다. 디지털 기술 문제에 있어,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정책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가 매우 많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과거와 최근의 제재를 자국의 가장 성공한 기업 몇 곳을 대상으로 응징하며 중국의 기술적 발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라고 판단한다. 중국은 세계화에 흠이 있다는 점과 중국 내에서 발전한 업계 발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더 많은 증거를 손에 쥐게 되면서 테크 민족주의 세력이 기뻐했다. 또한, 정부를 지지하는 자국 기업에는 상업적으로 큰 혜택을 주었다.

중국 테크 업계 대기업 대부분이 반도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포와 샤오미는 자체 제작 5G 칩 개발 작업 중이다. 텐센트는 AI 칩 스타트업 엔플레임(Enflame)에 투자하고 있다. 또, 바이트댄스는 자체 클라우드 AI 칩과 ARM 서버 칩을 보유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칩 제작에 나섰다.

또, 몇 년간 이어진 중국 내 칩 개발 움직임도 있다. 바로 차량부터 사물인터넷 기기까지 모든 곳에 사용되는 밀도가 낮은 28nm 칩 개발 노력이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이 28nm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사실은 중국이 해외 공급업체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필요한 칩 대다수를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기업은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재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다량의 재고를 제작해, 생산 라인을 보호한다. 중국 언론은 이를 ‘재고 경쟁력’이라고 칭하며, 일부 기업이 정상 가격보다 20배 더 비싼 가격에 칩을 구매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례로, 최악의 여러 제재를 견뎌낸 화웨이는 5G 기지국과 클라우드 사업에 필요한 중요한 칩을 2년간 공급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고를 확보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서둘러 칩 재고를 다량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세계적인 칩 부족 사태의 원인이 됐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정치적 문제로 번진 다툼의 장이 돼, 기업과 정부에 똑같이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에 공급할 컴퓨터에 탑재할 칩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사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농업, 헬스케어, 소비자 기기 등 모든 업계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반도체 접근 권한은 모든 국가에게 국가 및 경제 안보의 문제이다.

많은 이가 전체적인 칩 자치권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베를린 국책연구소 SNV의 기술 및 지정학 프로젝트 총괄인 얀 페터 클라인한스(Jan-Peter Kleinhans)는 “스스로 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자 한다면, 소수 기업이 손에 쥐고 있으면서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을 지닌 틈새시장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클라인한스 총괄이 본 가장 보편적인 오해는 여러 국가가 자치권을 얻기 위해 자체 생산 공장을 두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클라인한스 총괄은 생산 공장을 전 세계 첨단 기술 기업이 만나는 ‘네트워크 기업’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주 미세한 먼지 하나라도 있다면, 서킷을 망칠 수 있다. 클라인한스 총괄은 “10~20년 이내라도 스스로 칩을 완벽히 제조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칩 제조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칩 생산 과정을 모두 자국에 들이면서 칩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매우 비효율적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가치 체인의 독립적인 특성이 의미하는 바는 업계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매우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또, 이미 반도체 업계의 기존 대기업 다수를 없애기도 어렵다. 중국이 세계 최대 칩 수입국인 만큼 중국 기업에 제재가 가해졌을 당시 미국에 가장 충실했던 보호 세력은 매출 손실을 우려해, 미국 반도체 업계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이었다. 퀄컴은 2020년 11월, 화웨이에 4G 칩을 판매할 라이선스를 받았다.

존 리는 “미국 반도체 부문이 모든 중국 기업에 맞서 대상으로 광범위한 장기간의 수출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여러 업계가 이미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가치 체인의 어느 한 지점에서 미국 기업이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할 능력의 문제와 직결된다. 기업 수익 다수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및 개발 부문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 관계의 한 가운데 놓인 여러 기업이 마주할 또 다른 영향은 미국 기술을 기업의 생산 라인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화웨이 수출 금지 발표 직후, 칩 구조 라이선스를 판매하며 미국에 엔지니어링 팀을 둔 영국 칩 설계 기업 ARM은 자사의 기술은 영국에서 시작됐으므로 화웨이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자국 반도체 업계 발전은 계속 중국의 최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존 리는 “중국의 기술적 품질 발전 수단은 종종 비효율적이었으며, 매우 많은 폐기물을 생성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업계 선두로 급부상하도록 돕는 효과도 보았다. 중국이 그동안 펼쳐온 전략이 반도체 가치 체인의 특정 요소에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존 리는 중국 정부가 이미 지지 계획을 시사한 대체 자원으로 만드는 차세대 칩과 함께 기술적으로 크게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선전의 어느 한 칩 설계 기업에 근무 중인 리우는 중국의 급부상한 칩 호황의 장기적인 미래를 우려한다. 그는 “대다수 칩 제조사가 오래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일부 기업이 진정한 혁신을 하면서 5년간 살아남는다면, 화웨이의 하이실리콘(HiSilicon)과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와 동시에 상당수 소기업이 실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China is scrambling for semiconductor suprem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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