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년 뒤의 연구, 절망 속 한 가지 희망 발견
상태바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년 뒤의 연구, 절망 속 한 가지 희망 발견
어느 한 새로운 연구에서 방사선 노출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유전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방사능이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방식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했다.
By SARA HARRISON, WIRED US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북부 지방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 근로자가 안전성 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당시 테스트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원자로에 불이 났으며, 결국 역사상 최대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됐다. 화재 사고 때문에 연기가 발생했으며, 2차 폭발과 함께 방사능의 요소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 들판과 마을로 흩어졌다. 35년이 지난 현재, 많은 과학자가 여전히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규모를 조사하고, 원자력 발전소 근로자와 원자력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 사고 이후 인근 지역에서 태어난 후손이 방사선 노출과 함께 겪게 될 장기적인 영향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4월 22일(현지 시각), 사이언스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에서 국제 연구팀은 두 가지 매우 다르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첫 번째 논문은 방사능에 노출된 이들의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세대를 넘어 부모에게서 이어지는 유전자 변형과 같은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번째 논문은 방사선 노출 때문에 발병한 갑상선암에 집중하고는 방사능 반응이 DNA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켜, 암을 일으킬 종양을 키우게 되는지 검증했다.

두 논문 모두 작성한 국립 암 연구소 소속 암과 전염병 및 유전학 부문 총괄인 스티븐 채녹(Stephen Chanock) 박사는 “각각의 논문 연구 모두 누구나 절대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체르노빌의 상황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나타내는 강력한 사례”라고 말했다. 채녹 박사는 이번 연구가 인류 재앙의 장기적 여파를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연구이며, 핵 기술 관련 미래 대화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는 방사능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더한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연구에 동의한 사고 피해를 본 근로자 및 인근 거주민 집단과 함께 두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를 예측한 과학자 덕분에 오랫동안 이어진 의문점을 드디어 파헤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연구팀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를 본 이들의 종양에서 조직 표본을 보관했다. 그와 동시에 일부 사건의 양상을 연구할 툴이 없었지만, 미래의 기술 발전과 함께 이미 수집한 것을 향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랐다. 종양 논문의 제1 저자 겸 국립 암 연구소의 방사선 전염병학 수석 연구원인 린제이 모튼(Lindsay Morton) 박사는 “두 편의 논문 모두 방사선 노출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두 논문 모두 매우 다른 과학적 의문점을 제기한다. 그러나 두 논문 모두 유전학 기술 발전과 기초 과학 투자와 함께 가능해졌다. 과거의 연구는 우리 연구팀이 열 수 있는 새로운 문을 그려내며, 개인적으로 이러한 연구는 인류에게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암은 인간 DNA 변형 때문에 발병한다. 유전 코드 몇 개가 사라지거나 혼합돼, 여러 세포가 확산되면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자라게 된다. 간혹 DNA 변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아 유전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DNA 변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종양 DNA를 이해한다면, 대상이 된 유전지 치료로 암에 싸워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수년간 여러 전염병 연구를 통해 갑상선암이 특히 어린 시절, 방사선 요오드에 노출된 이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발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사성요오드 노출량을 적당히 높은 수준으로 둔다면, 갑상선 세포가 죽기 때문에 갑상선암과 여러 갑상선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요오드 양은 갑상선 세포를 죽이기 충분한 수준이 아니었다. 모튼 박사는 수개월에 걸쳐 적은 양의 방사성요오드에 노출된다면, 결과적으로 종양이 되는 세포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모튼 박사 연구팀은 연구 논문에서 체르노빌 인근에 거주하던 이들의 종양 상태를 가까이서 살펴보고, 어린 시절 방사능에 노출돼 갑상선암을 앓게 된 350여 명의 DNA를 연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종양의 전체 분자 이미지를 생성했다. 그리고, 방사선 노출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에 유발한 갑상선암과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연구팀은 1986년 이후 체르노빌 인근에서 태어나 갑상선암을 앓게 되었으나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전혀 없는 피시험자 81명에게서 얻은 조직 종양을 비교했다. 또한, 연구팀은 종양을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서 암 환자 수천 명의 게놈 특성을 관찰한 암 게놈 아틀라스(Cancer Genome Atlas) 프로젝트로 수집한 데이터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요오드 노출 때문에 발병한 갑상선암 환자는 DNA의 쌍이 망가져 서로 분리되면서 유전자 변형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암 게놈 아틀라스 프로젝트로 데이터를 수집한 갑상선암 발병 사례와 체르노빌 지역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없는 피시험자 81명은 단 한 쌍의 DNA가 바뀐 하나의 변형 때문에 발병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과학자가 원전 사고 이후 체르노빌 인근의 여러 지역 사회는 물론이고 방사능 원자로 청소와 그 주변을 철과 콘크리트 석관으로 감싸는 일을 한 근로자도 면밀히 관찰했다. 또한, 간접적 노출과 관련, 여러 주민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자로에서 나온 방사성 동위 원소는 주변 지역으로 떨어져, 이를 소가 풀을 뜯으면서 함께 먹게 되었다. 이후, 우유로 방사능을 전달하고는 결과적으로 우유를 마신 사람에게 방사능이 전달되었다. 따라서 유제품 소비가 방사선 노출 정도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물리학자와 전염병학자는 서로 협력해, 직, 간접적 측정값을 조직 표본을 기증한 이들이 노출된 방사능 재구성에 포함했다. 채녹 박사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방사선 노출과 관련,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대다수 대규모 게놈 연구는 개인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에 노출되었는지와 관련된 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위의 연구 결과는 연구팀이 갑상선암의 정확한 발병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도록 한다. 연구팀은 한 사람이 노출된 방사능량을 더 많이 발견했으며, 방사능에 노출됐을 당시의 연령이 적을수록 망가진 이중 가닥 DNA를 보유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암 유발 원인을 연구했다. 바로 변형 때문에 종양이 자라게 된 특정 유전자를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방사능 때문에 발병한 암의 분자 특성이 방사능 이외에 임의의 요소 때문에 유발한 갑상선암의 특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중가닥 DNA가 파괴된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모튼 박사는 “이번 연구와 함께 방사능이 암을 유발하는 과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과학자가 방사능의 효과가 발암 과정 초기에 발생하며, 무엇이든 존재한다면 생체 요소가 암이 자라면서 사라지거나 세척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 방사능 때문에 유발한 갑상선암 환자와 그 외 다른 요소 때문에 유발한 갑상선암 환자 조직의 분자 특성이 유사하다는 점은 방사선 노출 때문에 발생한 갑상선암에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모튼 박사는 “결국, 방사선 노출 때문에 발병한 갑상선암은 다른 요인 때문에 발병한 갑상선암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다른 치료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특별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두 번째 논문에서 체르노빌 근처에 거주했거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원전 청소를 했던 근로자여서 방사능에 노출된 이들의 자녀 130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난자나 정자에서 임의의 유전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생식 세포 계열의 변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방사선 노출이 유년기의 유전자 변형 확률을 높이고,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증을 제기해왔다.

연구팀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46주~15년 뒤에 태어난 아이의 전체 유전자를 순서대로 배열했다. 그러나 일부 동물의 유전자 모델을 통해 유전적인 영향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으나 연구팀은 방사능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생존자 자녀의 DNA 변형이 더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채녹 박사는 “우리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다”라고 밝혔다. 채녹 박사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히 20대 초반이며, 자체적으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생존자 자녀에게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본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며, 원전 사고 생존자 자녀에게 재차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녹 박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2011년, 지진 때문에 세 개의 원자로가 폭발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을 비롯한 다른 방사선 노출 사고 생존자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인근 주민이 노출된 방사선량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보다 적다. 방사능 효과 연구 재단(RERF)의 차석 연구원인 에릭 그랜트(Eric Grant) 박사는 메일을 통해 “인간에게 방사능이 미치는 영향과 같은 연구는 매우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 연구원 간 합동 연구를 하는 RERF는 일본의 원자 폭탄 투하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여파를 조사했다. 그랜트 박사는 두 가지 사고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방사선 노출 때문에 자손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 세대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 사실이 방사능에 노출된 세대에게 희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채녹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 유전적 변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높은 비율이 아니더라도 세대 간 변형이 발생한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두 연구 논문이 밝힌 결과는 모두 합쳐 연구팀이 방사선 노출의 장기적 영향을 새로이 깊이 이해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 및 데이터 수집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나타낸다. 연구는 최근의 유전학 및 후생 연구 결과를 최대한 활용했지만, 조직 표본과 방사능 관찰,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여러 인터뷰 등이 없었다면 진행될 수 없었다. 1980년대에 연구 노력이 시작됐을 당시 과학자는 다른 연구팀이 어떤 기술을 함께 활용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채녹 박사는 수많은 과학 연구에서 다음의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요소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연구 투자는 훗날 그만한 보상을 받게 된다. 내일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효과를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35 Years Later, Studies Show a Silver Lining From Chernobyl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