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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애니메에 변화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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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애니메에 변화 일으킨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애니메의 성공에 뛰어들면서 애니메라는 장르가 대중의 인식을 넘어 다르게 변하고 있다.
By WILL BEDINGFIELD, WIRED UK

2000년대 초반, 지금은 사라진 방송 채널 투나미(Toonami)에 ‘드래곤볼 Z’가 온종일 방영됐다. 그리고, 필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콘플레이크를 담은 그릇을 들고 소파에 누워 ‘고쿠 스크림(Goku scream)’과 최고치로 파워가 높아지는 순간을 보고는 했다.

필자는 애니메만큼 광고도 많이 시청했다. 20분간 방영되는 애니메 한 편당 광고가 최소 4~5분씩 나왔다. 대다수 광고에는 페인트 통에 당한 직원을 위한 사고 보험 사기가 등장했다. 긴 광고와 함께 방송되는 애니메는 불법 스트리밍 영상을 발견하기까지 필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애니메였다. 그리고, 이후 필자는 불법 스트리밍 영상을 볼 때, 불법 행위에 가담한 업보로 무시무시한 음란물로 둘러싸인 흐린 화질의 영상을 견뎌내야 했다.

방금 전까지 필자가 이야기한 것은 모두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방송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놀라운 합법적인 경로를 지닌 현대의 애니메 팬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수석 애니메 제작자 사쿠라이 다이키(Taiki Sakurai)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넷플릭스에 새로운 애니메 40편이 새로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위쳐(The Witcher)’,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부터 로봇 세계에 태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오리지널 시리즈 ‘에덴(Eden)’까지 다양한 작품이 이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더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다. 넷플릭스은 이미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대다수와 필자가 어린 시절에 열심히 시청했던 고전 시리즈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과 ‘에반게리온: 서(Neon Genesis Evangelion)’,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FullMetal Alchemist: Brotherhood)’ 등 다양한 애니메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러나 다양한 애니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훌루와 아마존 프라임, 그리고 소니 등과 경쟁한다. 특히, 소니는 애니메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푸니메이션(Funimation)을 인수했으며, AT&T에서 인기 애니메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크런치롤(Crunchyroll)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려 한다. 그러나 현재 이를 두고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애니메 콘텐츠 제공이라는 힘겨운 경쟁은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일본 이외 국가에서의 애니메 공급은 드물면서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졌다. 애니메 팬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를 보기 위해 몇 년간 기다려야 했으며, 우편 주문을 하거나 애니메 테이프를 교환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간혹 비싼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제작된 ‘에반게리온: 서’와 같은 애니메 테이프 사본을 구매하기도 했다. 따라서 불법이면서 잘난 척을 하는 팬의 자막(화면을 가득 채운 번역 선택 관련 각주가 포함)이 포함돼, 끔찍하기로 악명 높은 드래곤 볼 빅 그린 더빙과 같은 불법 복제 테이프가 보편적이었다. 뉴캐슬대학교 일본 연구 교수 요시오카 시로(Shiro Yoshioka)는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1970년대 TV에서 방영된 저화질 애니메 상영 컨벤션을 제외하고는 합법으로 애니메를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상황이 달라졌다. 애니메 역사학자 헬렌 맥카시(Helen McCarthy)는 일본 기업이 종종 저렴한 고속 광대역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들이 운영하는 구시대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고 설명한다. 이제 많은 미국 기업이 방송되기 전 애니메를 확보해, 복제 산업에 한 발 더 빨리 발을 들인다. 맥카시 박사는 “일본 기업이 불법 복제로부터 애니메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직접 작품을 무료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깨닫고 나서야 서양 기업과 협력 관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대적인 변화이자 애니메 업계의 급격히 치솟은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이다. 더 많은 팬이 합법으로 애니메를 보기가 쉬워지면서 불법 복제를 중단했으며, 결과적으로 애니메 업계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됐다. 따라서 많은 플랫폼이 더 큰돈을 투자하게 됐으며,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전에도 애니메를 보던 사람은 많았지만, 애니메 시청료를 내지는 않았다. 요시오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애니메를 보았지만, 합법적인 공식 경로로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는 넷플릭스, 크런치롤과 같은 서비스 덕분에 결과적으로 애니메 업계의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애니메 업계의 매출이 상승했으나 이는 불법 복제가 이루어지던 과거에 업계 매출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의 인기가 증가하면서 갈수록 애니메를 보는 것이 쉬워졌다. 비디오 게임과 마찬가지로 애니메도 이제는 틈새시장이나 이른바 덕후로 불리는 이들만 열렬히 추구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1990년대의 애니메 팬은 현재 자녀가 있다. 배우 마이클 B. 조던(Michael B. Jordan)은 나루토 남성복을 출시했다. 또, 음악가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My Hero Academia)’ 코스프레를 했다. (그리고, 메건 더 스탤리언의 코스프레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갈수록 더 많은 애니메와 로맨스, 액션, 고등학교, 거대 로봇, 그리고 음식 등 여러 가지 애니메 원형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

맥카시 박사는 “선진국 10대와 20대의 경험이 갈수록 비슷해지면서 서로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영국과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여러 국가의 10대가 일본의 10대와 같은 문화를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넷플릭스가 애니메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자연스럽다. 맥카시 박사는 “수익 때문에 애니메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망가’와 마찬가지로 ‘애니메’라는 라벨이 큰돈을 안겨주며, 사용자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너의 이름은’과 같은 작품이 거액을 벌게 되면서 대성공을 거둔 중국에서 핵심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쿠라이는 블룸버그에 지난 몇 달간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2억 명 중, 절반은 적어도 한 편의 애니메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 시청률이 연간 50% 증가했다. 미국에서 단독 제작된 애니메 ‘블러드 오브 제우스(Blood of Zeus)’는 80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상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많은 플랫폼이 새로운 시청자의 환심을 사려 하면서 애니메가 또 다른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만화책과 마찬가지로 애니메는 상세한 지식 백로그가 있으며, 종종 여러 미디어 세계 전반에 다양하게 퍼진다. 이는 성공 신화를 TV 쇼부터 비디오 게임, 망가, 라이브 액션 영상부터 아케이드와 열쇠고리까지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품에 최대한 이용해 이익을 얻는 ‘미디어 혼합’의 결과이다.

스트리밍은 애니메가 매우 큰 인기를 누려, ‘귀멸의 칼날’과 ‘너의 이름은’ 등과 같은 작품이 전체 장르에서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하는 일본 업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또, 스트리밍 플랫폼은 후지TV(Fuji TV) 등 일본 현지 방송사와 경쟁하고 있다. 글래스고의 애니메이션 유통 기업 애니메 리미티드(Anime Limited)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앤드류 파트리지(Andrew Partridge)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에는 애니메가 제작된 후, 제작 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애니메 해외 마케팅 및 판매 책임을 졌다.

넷플릭스가 기존의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도니아의 기사(Knights of Sidonia)’와 같은 애니메의 세계적인 독점 스트리밍 권한을 확보했다. 또한, 분독스(Boondocks) 크리에이터 르숀 토마스(LeShawn Thomas)가 서양 시청자를 주요 시청자층으로 두고 쓴 야스케(Yasuke)와 같은 특정 시청자를 위한 애니메를 제작하기도 한다. 파트리지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작품을 자체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일본 시장에서 의도한 것과 같은 개념이기도 하고,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애니메는 미국 애니메이션보다 제작 비용이 저렴했다. 자체 제작한다면 제작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 맥카시 박사는 “비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초기 번역이라는 가장 어려운 작업을 끝내면, 프랑스어나 영어로 애니메 콘텐츠를 제공할 관문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사용자를 위해 작품을 재구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아시아 미디어 문화 강사인 레이나 데니슨(Rayna Denison)은 “넷플릭스가 애니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를 위한 애니메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을 위한 특정 애니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를 위한 특정 애니메 작품,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특정 애니메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또, 대중은 애니메를 매우 적은 돈을 내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애니메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니메 라벨이 가치를 얻으면서 주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애니메’로 분류되는 대상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제작한 ‘블러드 오브 제우스’와 같은 콘텐츠는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맥카시 박사는 ‘블러드 오브 제우스’를 ‘라벨로서의 애니메’라고 칭한다. 본질적으로 마케팅 책략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맥카시 박사는 “’미국에서 제작한’ 애니메라고 말하는 유일한 이유는 시청자에게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의도이며, 시청자가 애니메 콘텐츠를 구매한다고 속이지 않고는 돈을 벌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진정한 일본 애니메 제작을 원하고 싶은지 아니면 미국의 애니메를 원하는지 밝힐 때, 핵심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Netflix and its rivals are changing anime, for better or w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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