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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과학자들, 다음 대유행병 퇴치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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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과학자들, 다음 대유행병 퇴치에 대비한다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와 열악한 보건 시설 때문에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는 또 다른 대유행병이 창궐하기 완벽한 환경을 갖추었다. 이제 신규 질병 감시 네트워크로 확산 정부터 다음 대유행병을 막으려 한다.
By GRACE BROWNE, WIRED UK

2013년 12월, 기니 서부 지역의 어느 한 작은 마을의 18개월 된 남자아이가 정체불명의 질병에 걸리고 이틀 뒤 사망했다. 2014년 1월 중순, 또 다른 가족 몇 명이 사망한 아이와 똑같이 열과 구토, 흑변 증세를 보였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질병의 원인이 밝혀졌다. 바로 에볼라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그 후, 에볼라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일대에 창궐해, 2만 8,000여 명이 감염됐으며, 1만 1,325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도 발견됐다.

나이지리아에서 크리스티안 합피(Christian Happi)가 최초로 에볼라에 감염됐으며, 이후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계속 발견됐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리디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교수인 합피는 에볼라 감염 대응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병원은 서류 혹은 전기가 공급될 때는 엑셀로 정보를 공유했다. 그는 “에볼라바이러스 관련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매주 신규 감염 사례가 전달됐으며, 바이러스는 더 널리 확산됐다. 합피 교수는 “에볼라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판단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를 쉽게 감지하고, 즉시 현지 당국에 정보를 공유해 추적을 통해 전염병 발병을 막을 시스템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전염병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매년 약 140여 종의 전염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에볼라와 라싸열, 지카바이러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병했다. 갑작스러운 질병 발병에 취약한 국가 순위 평가 지표에 따르면, 질병 확산에 가장 취약한 국가 25개국 중 22개국이 아프리카 국가이다. 바이러스 생물이 매우 다양한 상황에 수준이 낮은 감시 시스템,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 형편없는 보건 시설까지 더해진 아프리카 대륙의 현실은 어떤 질병이든 아프리카 대륙, 그리고 전 세계까지 산불처럼 급속도로 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합피 교수와 20년 넘게 함께 해온 파디스 사베티(Pardis Sabeti) 교수는 에볼라와 라싸열과 같은 전염병을 연구했다. (합피 교수는 사베티 교수를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의 컴퓨터 생물학자이며, 자신의 학술 연구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아프리카의 질병 대응 방식이 얼마나 느리면서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직접 경험해, 몇 년간 더 나은 질병 대응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위해 논의를 이어왔다. 한 가지 방법은 바이러스 발병을 재빨리 감지해, 현지 당국에 거의 즉시 발병 사실을 경고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지와 경고가 제때 이루어지는 시스템에는 바이러스 발병 사실과 바이러스 퇴치, 잠재적으로 대유행병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과정이 포함될 수 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2010년 초반,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으나 몇 년간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에볼라가 창궐했다. 이후,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가 제안한 것과 같은 바이러스 감지 및 경고 시스템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분명히 드러났다. 결국, 2014년 5월,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세계은행의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에볼라 발병 이후, 센티넬(Sentinel)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자체적으로 여러 병원균을 감지하기 위해 신규 진단 테스트를 설계했다. 그중 하나는 보편적인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 저렴한 색지띠를 이용한 검사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수백 개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이는 병원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하루 이내로 환자의 샘플에서 모든 범위의 바이러스 감지할 수 있으며, 과거에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는 일주일 이내로 찾아낼 수 있는 검사법이다.

센티넬 프로젝트 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실시간 신속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도 포함됐다. 외딴 시골 마을 주민이 바이러스성 질병을 앓기 시작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재빨리 지역 당국에 보고할 수 있다. 그리고, 보건 당국은 질병 억제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라는 표현이 널리 퍼지자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재빨리 행동했다. 센티넬 프로젝트를 시험할 완벽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는 2020년 2월 초, 미국 병원보다 앞서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 세네갈 현지 병원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현지 의료진을 교육했으며, 합피 교수팀은 나이지리아 국민 3,000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했다. 합피 교수 연구팀은 48시간 이내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의 코로나19 게놈을 순서대로 배열했다. 불과 10여 년 전, 바이러스 순서 배열은 해외 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2025년까지 진행될 센티넬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로 나이지리아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 감지 및 경고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었다. 이후 시스템은 기니와 라이베리아, 세네갈,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 더 널리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모든 것이 급속도로 이루어져야 했음을 의미했다. 사베티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센티넬 프로젝트 진행 기간을 5년으로 정한 것은 실제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확실히 느리다”라고 말했다.

센티넬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아프리카 대륙의 의료진을 교육해, 센티넬 전염병 감지 도구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합피 교수와 사베티 교수팀은 향후 5년간 1,000여 명의 의료진을 교육하고자 한다. 합피 교수는 하버드에서 근무하려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10년 뒤, 아프리카로 돌아가 나이지리아에 정착했다. 합피 교수는 아프리카 과학자의 질병 통제 능력을 되찾는 데 열정을 지니고 있다. 합피 교수는 “아프리카가 전염병 예방 및 혁신 분야의 선구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에볼라 확산 당시 서양 국가의 연구원이 아프리카 일대로 입국해, 수천 가지 샘플을 확보하고 출국했다. 이 때문에 합피 교수는 외국 과학자가 들어와 자신의 연구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른바 ‘낙하산 과학’을 경계하게 됐다. 합피 교수는 외국 전문가와의 협력을 매우 선호하지만, 협동 연구 관계가 상호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피 교수는 “동등함은 믿지만, 착취는 믿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아프리카를 찾아 에볼라 대응에 도움을 준 전문가 모두 실제로 아프리카 상황을 악화했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 질병 통제 센터의 치퀘 이헤퀘아주(Chikwe Ihekweazu) 소장은 센티넬 프로젝트가 약속을 이행하기 전, 바로잡아야 할 걸림돌이 많다고 말한다. 온도를 조절하면서 샘플을 운송할 수 있는 능력과 안정적인 인터넷 접근, 모든 것이 제대로 구축되기 위한 보안 요소와 같은 사전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헤퀘아주 소장은 센티넬 프로젝트와 같은 시스템을 서아프리카에 구축하는 과정이 생명을 구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프리카 지역은 열대지방과 밀집한 생태계, 높은 기온, 높은 인구 밀도가 모두 갖추어져, 바이러스가 퍼지기 완벽한 조건 한가운데 놓여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국가로 샘플을 보내는 것을 원하는 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프리카 전문가는 자체적으로 과학 연구를 하기를 원한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바이러스 위협 초기 경고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전 세계적 발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사회에 질병이 주기적으로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도 있다. 매년 아프리카 대륙 사망자 35%가 전염병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베티 교수는 “아프리카 대륙 주민이 전염병에 매우 익숙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는 전염병 대처에 매우 훌륭한 준비를 할 위치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se scientists are already on the hunt for the next pa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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