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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퇴치 앱, 의도와 달리 많은 사람 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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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퇴치 앱, 의도와 달리 많은 사람 구하지 못한다
인신매매 발생을 막는다고 주장하는 앱은 많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장 필요한 것에 중점을 맞추는 앱은 드물다.
By EMILY DING, CORINNE REDFERN, WIRED UK

켈빈 림(Kelvin Lim)은 2009년부터 인신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일을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전역의 공교육 현장과 대학에서 음악과 행사 조직을 이용해 인신매매 문제를 알리려 했으며, 간혹 자신의 밴드 구성원과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어느 날, 어느 한 관객이 림에게 이웃 중, 목에 화상을 입은 가사 도우미를 본 적이 있다며 연락했다. 50세 목사이자 행사 제작자인 림은 신고한 여성에게 가사 도우미가 부상당한 사진을 신중하게 촬영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리고, 림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르에 있는 이주노동자 권리 단체인 테나가니타(Tenaganita)에 연락해, 가사 도우미를 구출했다.

행사 이후 림이 받는 다른 제보와 마찬가지로 가사 도우미 사건으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림은 30년간 말레이시아 내 이주 노동자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지원한 테나가니타와 함께 협력해, 강제 가사 노동이나 성 착취, 아동 노동 등 인신매매 의심 사례를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2018년 4월, 림과 테나가니타가 함께 개발한 인신매매 퇴치 앱 ‘비마이프로텍터(Be My Protector)’는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림의 야망과 달리 실제 비마이프로텍터 앱을 사용한 이는 고작 몇천 명 밖에 되지 않았다. 비마이프로텍터 출시 후, 림의 팀은 인신매매 범죄 의심 사례 약 400건을 신고받았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이고 봉쇄 조치가 반복적으로 시행된 2020년, 비마이프로텍터 사용 사례가 감소했다. 2020년에 신고된 인신매매 의심 건수는 약 100건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강제 노동이나 성매매에 강제 동원되는 이의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고용 연방(MEF)은 말레이시아 이주 노동자 2/3이 정식 체류증을 발급받지 않았거나 인신매매에 취약하다고 추산한다. 2020년 4월, MEF 전무 샴수딘 바르단(Shamsuddin Bardan)은 “합법적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 1명당 불법 이주 노동자 수는 1.5명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는 체류 허가증을 발급받고 채용된 이주 노동자 약 220만 명이 있다. 그리고, 비마이프로텍터 앱은 말레이시아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 노동자 극소수에게만 도달한다. 미국 국무부의 2020년도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이의 비율이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마이프로텍터는 갈수록 증가하는 전 세계 인신매매 퇴치와 생존자 지원 앱 중 하나이다. 다른 인신매매 퇴치 앱과 마찬가지로 비마이프로텍터도 출시되기 시작할 때 큰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유럽 보안 협력 기관(Organis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과 인신매매 방지 기술(Tech Against Trafficking)이 함께 발표한 계획으로 약 100가지 인신매매 퇴치 앱을 분석한 결과, 똑같은 노력 반복과 비효율적인 자금 분배, 비영리단체 및 연구팀의 사용자 기반 구축을 위한 자원 투자가 없는 툴 개발, 전문가와의 공유 혹은 사용자의 경험 중시 등과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초국가적 조직범죄 글로벌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 Against Transnational Organised Crime)의 국제적 인신매매 방지 기술 구축 전문가인 티 호앙(Thi Hoang)은 “여러 인신매매 퇴치 앱 중,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앱은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인신매매 퇴치 앱 홍보는 인신매매 생존자나 지역 사회 내 취약 계층 등 실제 앱 제작자가 사용하기를 원하는 대상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각종 인신매매 방지 툴 개발 노력이 무수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필요한 이들이 접근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앙이 지금까지 구성한 앱 91개 중, 절반 이상이 유럽과 북미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 또, 절반 이상이 영어로만 앱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 내 일부 지역에서의 인신매매 범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업 종사자나 의류 공장 직원 등 착취에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이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앱은 거의 없다. 국제 이주 기관(International Organisation for Migration)이 제작한 앱 미그앱(MigApp)을 포함한 극소수 앱만이 인신매매 생존자가 사회에 다시 통합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도움을 준다.

인신매매 퇴치 전문 기술 컨설턴트인 필 베넷(Phil Bennett)은 인도주의적 부문에서 사용하는 툴의 성공이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인신매매 퇴치 기술은 인간의 삶이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는 이상 보여주기식의 기술에 불과하다.

인신매매 퇴치 앱 제작 비용 범위는 매우 넓다. 림은 뉴질랜드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코딩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5만 링깃(약 1,372만 원)을 들여 비마이프로텍터를 제작했다. 다른 툴도 수백만 원~수천만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호앙은 인신매매 퇴치 앱 대다수가 기능이 중복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아시아와 발칸 반도 국가에서 사용되는 인신매매 앱 모두 인신매매 범죄 경각심을 키우는 데 똑같은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호앙은 “많은 인신매매 앱 제작자가 처음부터 협력했다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앱은 인신매매 범죄 생존자의 경험을 개발과 설계 과정의 구성 요소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인신매매 퇴치 비영리단체 폴라리스(Polaris)의 성매매 전략 이니셔티브 총괄인 로버트 바이저(Robert Beiser)는 생존자가 말한 경험을 추가하는 것이 종종 유용한 앱과 시간 낭비만 유발하는 앱 간의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시애틀의 성매매 피해 생존자 재클린 루스(Jacquelynn Loos)는 현재, 비영리단체인 리얼 이스케이프 프롬 더 섹스트레이드(Real Escape from the Sex Trade)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성 착취 위험에 노출된 이에게 추가로 도움이 손길을 건넬 온라인 공간을 개발하고 있다. 루스는 자동으로 이미지와 공공 프로필에서 상세 정보를 추출하는 대신 사용자가 자신의 사용자명과 사진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세부 사항이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생존자의 목소리가 성매매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인신매매가 유행어처럼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인신매매 퇴치 앱이 급부상했다. 인신매매 생존자는 종종 사기나 강요, 각종 여러 형태의 폭력을 동원해 착취 노동에 강제로 발을 들이도록 하는 과정을 포함한 절망적인 학대 피해를 이야기한다. 최근 수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부터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계 지도자가 인신매매 퇴치라는 명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추가 이민 반대 정착과 인신매매 퇴치 이니셔티브 자금 지원 등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연결성이 뛰어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는 기술을 이용한 인신매매 퇴치에 특히 집중한다. 말레이시아 인구 약 90%가 인터넷에 접속하며, 2018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아동 성 착취 영상 업로드 및 다운로드를 한 IP 주소 1만 7,000개를 공개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인신매매범은 갈수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앱에 의존해 이주 노동 여성과 남성을 모집하고는 강제 노동에 동원한다.

2010년부터 테나가니타에서 근무한 직원 애자일 페르난데즈(Aegile Fernandez)는 비마이프로텍터를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대다수 인신매매 학대 신고는 테나가니타의 긴급 연락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이주 노동자와 인신매매 피해자가 신원 보장이 이루어지는데도 비마이프로텍터 앱을 사용하면, 향후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즈는 “이주 노동자와 인신매매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면, 더 많은 신뢰 형성이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비마이프로텍터 앱으로 이루어진 인신매매 의심 사례 신고 건수 400건 중, 테나가니타는 120건에 직접 개입했다. 대부분이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가 인신매매 피해를 본 사건이었다. 페르난데즈는 종종 인신매매 및 착취를 저지르는 고용주와 직접 협상하고, 피해자의 안전이 보장된 후에 법률 집행기관과 정보를 공유했다. 혹은 고용주가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제공하도록 설득했다. 페르난데즈는 “간혹 한 사람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여러 명이 집단으로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페르난데즈는 피해자 약 1/3을 고향으로 돌려보냈으며, 나머지 피해자에게는 다양한 비영리단체를 통해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었다.

비마이프로텍터가 출시될 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림은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림은 2018년부터 기부금 10만 링깃(약 2,741만 원)을 받았다. 림은 기부금을 주로 앱 마케팅과 신고 사실을 확인할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비마이프로텍터에 8개 언어를 지원할 것이며, 음성 보고 기능도 추가할 것이다. 림은 “10년 뒤면 적어도 말레이시아 내 비마이프로텍터 앱 사용자가 100만 명을 기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신매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에 두려워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호앙의 조사에 따르면, 비마이프로텍터와 마찬가지로 다른 인신매매 퇴치 앱 다수가 피해자를 확인하도록 설계되었다. 호앙이 조사한 다른 인신매매 퇴치 앱 중에는 미국 호텔 투숙객이 이전에 성매매 범죄자가 투숙한 것으로 의심될 때, 사진을 찍어 신고하도록 하는 앱인 ‘트래픽캠(TraffickCam)’과 2018년 6월, 현대판 노예가 자신의 차를 세차했는지 확인하도록 유도하고자 영국 종교 단체 ‘더 클류어 이니셔티브(The Clewer Initiative)’가 국가 범죄 기관(National Crime Agency)과 함께 출시한 세이프 카 워시(Safe Car Wash)가 포함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착취 범죄를 신고받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피해자가 착취에 노출된 원인을 먼저 밝히지 않고 개인의 착취 피해를 없애는 것을 우선시하는 비영리단체와 법률 집행기관의 구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언급한다. 현재와 같은 접근 방식은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이 실제 도움을 원한다는 추측을 만들어낸다.

루스는 “많은 사람이 실제 인신매매의 형태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종종 인신매매와 관련된 거짓 정보를 발견한다는 사실을 덧붙여 전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 제공자인 나 자신도 어떤 정보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헷갈릴 정도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피해를 본 것인지 나타내는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일반 대중은 더 혼란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세이프 카 워시 앱 제작을 담당한 더 클류어 이니셔티브 팀은 많은 사람이 착취 가능성 신고를 문의하는 것을 우려했지만, 위험보다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더 클류어 이니셔티브 대변인은 “앱을 이용한 신고를 대체할 수단은 착취 의심 사례를 신고하지 않도록 하거나 의심 사례를 발견해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래픽캠 측은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인신매매 방지 기관인 뉴 프레임웍스(New Frameworks)의 창립자 에린 앨브라이트(Erin Albright)는 수많은 기술이 예방 조치보다 문제 대응에 훨씬 더 중점을 두는 이유가 간단하다고 말한다. 인신매매를 예방하려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앨브라이트는 “(누구나) 마법 지팡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화려한 새로운 도구를 찾고 있을 것이다. 모두 빠른 해결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를 약속한 앱이 잠재적인 기부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와 관련, 앨브라이트는 “인신매매 퇴치 앱은 ‘빈곤을 해결하고, 임대료를 주자’라는 구호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고 확실한 수단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일각에서는 비영리단체가 다른 피해자 확인 앱보다는 인신매매 범죄 생존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보호할 툴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인신매매 퇴치 분야가 더 많은 발전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 베넷은 “데이터 표준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지루한 종류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분명히 엄청난 기회가 있다”라고 말한다.

앨브라이트는 특정 인물이 인신매매와 착취 범죄에 취약한 이유와 관련,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신매매 자체를 중단하는 데 더 초점을 두기를 바란다. 앨브라이트는 “앱이 인신매매 범죄 발생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nti-human trafficking apps were meant to save lives. They’re f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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