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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생명체 찾기, 지구 생물을 먼저 연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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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생명체 찾기, 지구 생물을 먼저 연구하면 된다?
지구에서 포스핀은 습지와 펭귄 배설물, 번개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그러나 현재 포스핀이 금성에 존재할 가능성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의미한다.
By ABIGAIL BEALL, WIRED UK

대부분 이것을 부패한 물고기처럼 매우 역겨운 것에 비유하지만, 일부는 마늘 냄새와 같다고 말한다. 이것은 폭발성을 지녔으며, 갑자기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한 대기 중에서 폭발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람의 폐에 들어간다면 불쾌함과 호흡 곤란을 유발하거나 중추신경계 저하와 함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의 정체인 ‘포스핀(phosphine)’은 지난 몇 년간 대부분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존재이다. 반도체 제조업계나 쥐를 없애기 위한 소독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 혹은 화학 무기 관련 과학적 지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스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올해 초, 과학자들이 금성의 대기권에서 포스핀이 존재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생명체 때문에 포스핀이 생성됐다는 추측을 하면서 포스핀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포스핀은 지난 10년간 분자 연구를 한 MIT의 양자 우주 화학자인 클라라 수사 실바(Clara Sousa-Silva) 박사 덕분에 기이하게도 화학 무기 성분에서부터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바뀌었다. 그는 “포스핀은 끔찍한 분자이며, 어디서나 오염을 일으킨다. 분자가 윤리성을 갖추었다면, 포스핀은 매우 비윤리적인 분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9월, 포스핀이 금성의 구름에 떠다니는 것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연구 도중 포스핀이 존재하게 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 결과, 생명체가 포스핀이 존재하게 된 몇 가지 유력한 가설 중 하나로 남게 됐다. 그러나 지구 생명체가 포스핀 생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포스핀은 인 원소 하나에 수소 원소 세 개가 결합한 매우 단순한 구조를 지닌 분자이지만, 생성이 매우 어렵다. 인과 수소는 함께 남아있을 수 없어, 두 원소가 결합한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지구와 같이 대기권이 존재하는 암석형 행성에서 포스핀이 동시에 생성될 수 없다. 생명체 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하며, 인과 수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조합인 인과 산소를 분리할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일부 사례에서 추가된 에너지가 번개와 같은 외부 요소에서 생성됐다.

지구에서 발견된 극소량의 포스핀은 모두 무산소성 부패가 발생하는 습지나 토양, 진흙 등에 존재하며, 박테리아는 산소가 없을 때 죽은 생물을 분해한다. 그림자 생물권이라고 알려졌으며, 우리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산소가 필요한 생명체로부터 멀리 가려져 있다. 포스핀은 펭귄 배설물의 인산 화합물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토양에서도 발견된다. 효소나 전자로 산소를 없애, 박테리아를 통해 포스핀을 생성한다.

포스핀이 지구나 그림자 생물권 등에서 생성된 이유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포스핀을 생성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폐기물에서 생성됐을 가능성은 작다. 가스의 유독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어 반응일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나무가 이스프렌이라는 분자를 생성해 서로 소통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수사 실바 박사는 “나무는 소통에 필요한 신호를 생성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과 같은 것을 배출하는 것보다 확실한 신호를 생성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더욱 논란이 되는 내용이다. 바로 박테리아가 일종의 교환 경제의 일부분으로 지구에서 포스핀을 생성했을 가능성이다. 박테리아가 인을 교환해 다른 영양소를 얻었을 수도 있다. 이는 생태계 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이다. 인은 생명체에 필요한 요소이며, 포스핀은 세계 사이클에서 아직 완벽히 이해되지 않은 특정 역할을 했을 것이다. 

포스핀이 지구에서 생성된 방법은 지금까지 제기된 가설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 실바 박사는 “박테리아가 포스핀을 생성하는 데 특별한 노력을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정말 알고 싶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포스핀의 생성 과정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구의 생명체에 대해, 인간은 무산소 생물보다는 산소로 호흡하는 유산소 생물만 지나치게 집중하여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수사 실바 박사는 “인간은 유산소 생물만 연구했다. 또, 불쾌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 생물만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포스핀은 1980년대에 습지에서 최초로 발견됐으나 포스핀 연구가 최초로 진행된 것은 2006년이었다. 당시 남극 토양의 펭귄 배설물이 포스핀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이 최초로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펭귄 배설물 연구만 시작했다. 세계 기온 상승은 배설물이 갈수록 많이 녹아, 박테리아가 토양에 배출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펭귄이 토양의 인산염에 있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중국 듀크쿤산대학교의 후안솅 카오(Huansheng Cao) 박사는 “펭귄 개체 수와 세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미생물 군집 때문에 남극의 생물 지구과학이 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나머지 영역에 존재하는 포스핀은 연구실에서 인산을 200℃로 가열한 결과로 생성됐다. 박테리아와 달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포스핀은 매우 깨끗하다. 포스핀의 구성 요소는 반도체 제작에 유용하다. 포스핀은 도판트로 사용돼, 물체의 전도도를 변경하고는 사라진다. 포스핀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 무기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테러 물질에 해당한다.

수사 실바 박사는 “포스핀은 순식간에 여러 방법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방법으로 포스핀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기 전, 다른 방법으로 포스핀 공격에서 회복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포스핀의 살인 메커니즘은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에게만 해당한다. 그림자 생물권은 산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포스핀을 생성하기 좋다.

10년 전, 다른 행성에 포스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행성은 목성과 토성뿐이었다. 모두 상층대기에서 포스핀이 발견됐다. 포스핀은 목성, 토성의 상층대기뿐만 아니라 매우 낮은 지역에서도 동시에 생성돼, 포스핀의 존재는 불필요한 가스인 포스핀을 표면 위로 정화하는 거센 폭풍이 존재한다는 징후가 됐다.

목성, 토성 등 가스형 행성에서 포스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처에 포스핀의 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포스핀의 분광 신호, 즉, 포스핀이 특정 파장을 흡수하면서 이를 통과하는 빛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행성이 별을 지나칠 때 해당 별에서 방출하는 빛을 연구하는 기법인 분광학을 이용해, 행성에서 포스핀을 발견하고자 할 때 포스핀의 분광 신호 정보가 필요하다. 지구에서 포스핀을 발견할 때에도 분광학이 필요하다.

수사 실바 박사는 “과거나 지금까지 이용되는 것처럼 테러 단체가 포스핀을 기꺼이 전쟁에 사용할 목적으로 생성했다면, 이를 원격에서 확인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분노를 느낀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대다수 분자, 그중 특히 살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분자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수사 실바 박사는 박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4년간 분자 지문을 분류했다. 잠재적으로 금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포스핀과 같은 가스를 발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작업이다. 모든 가스는 분자 내 전자의 상태 차이에 해당하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이를 흡수선이라고 부른다. 모든 무지갯빛이 분자를 통과할 때, 특정 파장만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때, 스펙트럼에서 놓친 흑색 선만 남는다. 수사 실바 박사는 포스핀에 흡수 선이 168억 개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수사 실바 박사가 포스핀의 분자 지문을 연구하는 동안 포스핀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포스핀이 생명체 존재를 나타내는 강력한 신호라는 모든 단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핀을 생명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인 희생이 발생했을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는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포스핀의 스펙트럼 흡수 가능성을 분류한 후 자연스럽게 진행한 과정은 포스핀이 생명체 존재의 징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는 생체신호 연구이다. 이는 2016년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이 소요됐으며, 올해 1월에 논문이 게재됐다. 수사 실바 박사는 연구를 시작할 때, 포스핀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나타내는 연구를 하는 것이 다소 어리석은 행동으로 비쳤으며, 수사 실바 박사는 대대적인 제안을 거절당했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포스핀을 아는 이가 없었으며, 극소수만이 포스핀은 인간의 발전에서 끔찍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물질로만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불과 몇 개월 전, 금성에서 포스핀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포스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수사 실바 박사가 분류한 흡수 선 168억 개 중, 금성에서 발견한 흡수선은 단 하나였다. 이 때문에 다수가 금성에서의 포스핀 발견에 회의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다. 수사 실바 박사는 “흡수선 168억 개 중, 하나라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성은 빛에만 의존해 관측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구와 가깝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행성과학부의 폴 번(Paul Byrne) 부교수는 “포스핀의 존재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성에 직접 가서 측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천문학자들과 함께 금성에 직접 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포스핀의 생체신호 역할에 회의적인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과학자들의 비판론 때문에 수사 실바 박사 연구팀은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그 후, 금성의 평균 포스핀 수치가 초기에 예상한 정도보다 7배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스핀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신호가 맞는다면, 금성의 생명체는 우리가 지구 생명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일 것이다. 포스핀을 생성하는 지구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이상 행동을 추가로 연구하는 것이 금성에 존재할 수도 있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자금이 매우 적을 것이다.

금성에서 포스핀을 발견했다고 밝힌 연구 논문의 저자인 수사 실바 박사는 9월, 전 세계에서 자신이 10년간 연구한 분자인 포스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됐다. 수사 실바 박사가 포스핀 연구를 시작했을 때, 다소 현명하지 않은 연구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지금도 결국에는 개인 경력 측면에서 현명하지 않은 연구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한다면 금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징조가 될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 판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도박과 같은 행위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o find life on Venus, first we need to figure out life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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