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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금성에서 생명체 존재 증거 찾았으나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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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금성에서 생명체 존재 증거 찾았으나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천문학자들은 금성 대기권에 미생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과정이 계속될수록 금성 내 생명체 존재에 대한 의문만 제기된다.
By ABIGAIL BEALL, WIRED UK

올해 초, 나사 아메스 연구 센터(Ames Research Center) 소속 행성 과학자 케빈 자늘(Kevin Zahnle) 박사는 2020년 가장 중요한 우주 관련 소식이 될 수 있는 과학 논문이 공식 게재되기 전에 심사를 했다. 그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게재 여부를 두고 검토 요청을 받은 해당 논문은 다음과 같이 놀라운 두 가지 주장을 펼쳤다. 첫 번째는 논문 저자들이 금성의 대기권에서 포스핀(phosphine)이라는 가스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포스핀이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징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늘 박사는 논문을 읽었을 때, 회의적인 입장을 지녔다. 그는 "이번 논문 검토에서 저자들에게 스스로 속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자늘 박사는 포스핀이 존재한다는 징조가 논문 저자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자늘 박사가 중점적으로 우려한 포스핀이 생명체의 존재를 시사한다는 주장 때문에 해당 논문이 중요해졌다. 지구 상에는 포스핀이 극소량 존재한다. 아직 포스핀의 생성 과정은 논쟁의 대상이다.

198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포스핀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 존재하는 하수 오니와 같은 미생물 때문에 생성된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생명체 존재를 암시한다는 징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널리 알려졌다. 자늘 박사는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명체 존재 가능성으로 볼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포스핀이 존재한다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지질학적 현상 때문에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이처 천문학 논문 저자들은 포스핀이 지질학적 과정 때문에 포스핀이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명체가 포스핀의 생성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자늘 박사의 회의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연구 논문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노스캐롤라주립대학교 행성과학부 부교수인 폴 번(Paul Byrne) 교수는 "논문 심사에서 강력한 의견이 표출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늘 박사가 논문 저자들이 속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당사자들과 직접 확실히 소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연구진이 자신들의 연구 방법과 결론을 제대로 지지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 논문 제1 저자인 카디프대학교 제인 그리브스(Jane Greaves) 박사는 논문 심사 과정에서 자늘 박사가 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논문 심사 과정에서 심사 담당자가 논문에 대한 의견을 내고, 이를 논문 저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보통 네이처 천문학 소속 전문가 2명~4명으로 구성된 논문 심사위원들은 논문이 게재되기 전까지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리브스 박사는 "논문 심사위원 전원 분명히 의견을 드러냈고, 최종적으로 논문이 게재되기 적합하다는 부분에 동의했다"라고 말한다.

자늘 박사는 논문 게재 보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논문이 게재된 것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논문 게재는 특정 사실 확인 혹은 반박 속도를 높여, 영광의 순간이 잊혀진 후 과학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게재되고 한달 반이 지난 후,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여러 편 작성됐다. 아직 공동 논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라이덴 천문대(Leiden Observatory) 소속 이그나스 스넬렌(Ignas Snellen) 박사 연구팀의 연구 논문에서는 포스핀이 발견됐다는 결론이 나온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스넬렌 박사 연구팀은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한 뒤, 포스핀이 존재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이터 분석이 매우 어려웠던 이유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ALMA)의 시야 범위가 성간공간의 기온이 매우 낮은 거대 구름을 관측하는데 활용된 반면, 금성 주변은 관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LMA가 수집한 데이터의 분석 결과 찾기 및 측정, 흐린 화질 보정 및 관측 방해 요소 최소화 등을 위해 수많은 수학적 식이 필요하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은 12가지 변수가 포함된 수학적 표현인 다항식의 12번째 명령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정했다. 스넬렌 박사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이러한 다항식은 매우 실제로 그럴듯하지만, 비논리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다항식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는 포스핀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할까? 번 교수는 “특정한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반드시 더 나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본질적으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각각의 검토 방식을 확인해 같은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전했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다음에는 ALMA로 금성을 더욱 자세히 관측했다. 번 교수는 “금성 대기권에 포스핀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JCMT를 활용한 관측 결과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한다. 스넬렌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는 JCMT의 데이터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러나 스넬렌 박사 연구팀과 동일한 주장을 펼치는 다른 논문은 JCMT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소속 행성 천문학자인 제로니마 비야누에바(Geronima Villanueva) 박사 연구팀은 10월 27일, 아카이브(arXiv)의 사전 공개 서버에 논문을 게재했다. 아직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해당 논문은 논문 정식 게재에 앞서 답변이나 의견을 줄 수 있도록 제작된 네이처 천문학의 ‘떠오르는 문제(Matters Arising)’ 섹션에 제출했다.

비야누에바 박사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금성에 풍부하며 포스핀 신호와 비슷한 신호를 생성하는 아황산가스와 포스핀 신호가 섞였다고 주장한다. 또,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이 JCMT와 ALMA 데이터를 분석할 때 사용한 방식으로는 아황산가스와 포스핀의 차이를 결론지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헐대학교 물리학 및 천체물리학과장 브래드 깁슨(Brad Gibson) 교수는 “(비야누에바 박사 연구팀의 논문) 분석은 논리적이며, 제대로 된 방식으로 데이터 측정을 했다. 많은 이들이 연구 방식이나 결론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에게 연구 논문 게재를 철회하라는 명백한 의견이 제기됐다. 깁슨 박사와 다른 전문가들은 논문 게재 철회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논문 게재 철회 권고는 사라졌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논문 게재 과정에 사용된 데이터는 현재 재가공되고 있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를 전달받기 전, 데이터 프로세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ALMA 대변인은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에 전달된 데이터를 측정한 유럽 ALMA 지역 센터 네트워크(European ALMA Regional Centre Network)에서 현재 해당 데이터를 자세히 검토하고, 재가공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은 재가공된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 연구 논문의 결과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남기는 논문이 게재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가공된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포스핀 관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비야누에바 박사 연구팀은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이 게재한 논문의 오류를 언급하며, 오류가 사라질 경우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초기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대대적인 주목을 받은 논문은 다른 과학 논문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검증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검증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어느 한 천문학자는 와이어드를 통해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논문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논문 게재 심사를 요청했다고 전했지만, 공동 심사를 받기 전까지는 답변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번 교수는 "검증 절차는 많을수록 좋다.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하는 것이 맞다면, 다른 연구팀의 다양한 관측 장비들을 이용한 추가 관측 활동이 최상의 검증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성에 직접 가는 것이다. 번 교수는 "탐사선을 금성 궤도로 발사하는 방법이 좋다. 아니면, 가스 탐사 활동을 하며 금성 대기권의 특성을 더욱 광범위하게 설명할 수 있는 궤도선과 고가 작업 플랫폼을 발사하는 방법이 더 좋다. 지구에서는 의문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금성 탐사를 한 적이 있으나 꽤 오래전의 일이다. 1980년대, 러시아의 베가 탐사선이 금성의 구름에서 인이 포함된 화학 물질을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사용된 관측 장비로는 해당 물질이 포스핀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1978년, 나사는 파이어니어(Pioneer) 미션의 일환으로 금성 대기권에 탐사선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주립공과대학 생물화학 교수인 라케시 모굴(Rakesh Mogul) 교수는 금성 표면에서 50~60km 떨어진 곳에서 수집한 샘플을 이용해 파이어니어 미션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했다. 모굴 교수 연구팀은 40년 전의 데이터에서 포스핀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장은 논문 공동 심사를 받지 않았다.

포스핀의 존재를 확인하더라도 이는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번 교수는 "실제로 학계가 지닌 의심에도 불구하고 금성에 포스핀이 존재해도 유기생명체의 존재와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포스핀 관련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천문학자들도 번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포스핀은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찾게 된 가스가 아니다. 즉, 온도가 매우 높고 산도가 높은 금성의 대기권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지구의 생명체와 매우 다른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포스핀이 금성에 존재하게 된 원인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다. 연구실에서 섭씨 200도 이상으로 인산을 가열하면 포스핀을 생성할 수 있다. 자늘 박사는 태양계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금성에서 포스핀이 생성되기 쉬울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은 금성의 대기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분자인 삼산화 인에서 생성되는 인산 비가 내리는 것이다. 삼산화 인 생성 과정이 큰 의문점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에 대해, 자늘 박사는 "무생물 포스핀 사이클이 금성을 탐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논문을 게재하고 사실을 검증한 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 모두 과학적 방법의 일환이다. 이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는 과학의 특성이다. 과학에서는 하루아침에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신 연구진은 새로운 방법을 활용한 연구 논문이 새로 등장하고, 스스로 검증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 자신이 지닌 데이터를 최상의 방법으로 해석하려 한다.

번 교수는 "논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논문 공동 심사위원과 넓은 범위의 여러 학계에서 모든 방법을 철저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논문은 삭제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브스 박사 연구팀의 논문 삭제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들떠 있기에도 너무 이르다.

<기사원문>
Scientists found signs of life on Venus. Now they’re not so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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