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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코로나바이러스 실험,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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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코로나바이러스 실험,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유럽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취했지만, 스웨덴은 다른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통해 스웨덴의 완화된 조치가 코로나19 퇴치에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By DAVID COX, WIRED UK

10월 16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University of Gothenburg)의 앤드류 유잉(Andrew Ewing) 교수가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책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를 통해 "스웨덴 정부의 여러 실수 때문에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10월 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스웨덴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9,000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함께 감염 사례가 급증하자 유잉 교수는 스웨덴 공공보건청(FHM)이 전염병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계속 내놓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유잉 교수는 자신의 의견에 불만을 품은 이들에게서 협박성 메일을 무더기로 받았다. 그는 "스웨덴 국민 다수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협박성 이메일을 여러 통 받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유잉 교수는 스스로 '베텐스카프스포럼(Vetenskapsforum)' 혹은 '사이언스 포럼 코로나19(Science Forum Covid-19)'라고 칭하는 스웨덴의 과학자 200여 명이 모인 집단에 소속됐다.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과학자들은 2020년 3월부터 다른 국가들과는 매우 다른 스웨덴의 안일한 코로나19 대응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은 세계 다른 국가들이 취한 조치와는 현저히 거리가 있다. 올해 봄, 대다수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강행했으나 스웨덴은 놀라울 정도로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했다. 세계적으로 이른바 '스웨덴의 실험'이라고 불리는 조치이다. 술집과 상점, 식당, 그리고 기타 공공장소가 평소처럼 개방됐으며, 16세 이하 학생들은 정상 등교를 했다.

FHM은 절대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의 실험은 통상적으로 대중적 면역 전략 추진으로 설명됐다. 그와 동시에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통제 시도를 위해 몇 가지 정책들을 도입했다. 3월 말에는 50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도입됐다. 근로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학교와 함께 16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폐쇄 조치를 내렸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술집과 식당, 그리고 각종 행사 등에서는 신체적 거리두기가 의무화됐으며,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 이동통신사 테리아(Telia)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국민들의 이동 패턴 데이터를 통해 각종 제한 정책들 때문에 스웨덴 국민들의 이동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웨덴의 정부 관료 전염병학자이자 코로나19 국가 정책 책임자인 앤더스 테그넬(Anders Tegnell)은 사회 개방 유지 결정에 대해, 학교와 기업 폐쇄로 인한 장기적인 여파를 피하고 코로나19의 위험성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공공보건에 대한 전체론적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은 스웨덴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다.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의 전염병학자 요나스 루드비그손(Jonas Ludvigsson) 박사는 "어떤 의미로는 스웨덴의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스웨덴 사회가 평소와 같이 움직이며 아이들이 정상 등교를 계속한다는 부분에 확실히 중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정보 습득은 향후 보건 분야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제가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자금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예산도 삭감될 것입니다. 이는 청소년 약물 복용 문제와 어린 자녀를 둔 미혼모 지원 금액이 줄어들 것임을 의미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보건 문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2020년 4월부터 6월까지 수출과 소비자 지출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스웨덴 경제가 8.6% 쇠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다른 국가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영국 경제는 20.4%나 급격히 쇠퇴했다. 그러나 베텐스카프스포럼은 테그넬의 전체론적 방식을 통한 경제 보호에는 끔찍한 대가가 뒤따랐다고 주장한다. 10월 21일까지 스웨덴은 인구 1인당 코로나19 사망자 수 기준 전 세계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의 뒤를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인구 100만 명 당 581명으로, 독일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보다 더 많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노년층 사이에서 가장 심각하다. 통계 자료를 통해 스웨덴 내 코로나19 사망자 5,929명 중 89%가 69세 이상 노령 인구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19는 불과 몇 주 만에 1,000여 명이 사망한 요양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 대다수가 자동적으로 효율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점이다. 병원 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3월 17일, FHM은 병원들을 대상으로 80세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가 40을 넘는 환자들의 집중 치료를 허가하지 않도록 공식 발표했다. 다른 환자들보다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러 보고를 통해 각 가정에 산소 공급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환자 돌봄 서비스를 받는 주민들은 모르핀(morphine)이나 미다졸람(midazolam) 등 진통 약물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사들이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라고 설명한 개념이다.

"정부는 스웨덴 사회에서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국민 대부분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전에 보건 치료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또, 진료 차트에는 치료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기록이 남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들이 겪은 일들은 이 외에도 더 있습니다. 요로감염증에 걸려 IV 항생제(IV antibiotics)나 수액 투약 등을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일시적인 처방 약만 받았습니다"라고 유잉 교수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유잉 교수를 비롯한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과학자들이 FHM의 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표출한 분노 대부분은 스웨덴이 공공장소를 개방했다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어찌 됐든 대만과 같이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다. 해당 국가들은 사회복지 혜택의 금전 지원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코로나19 검사, 추적 및 격리 조치 덕분에 스웨덴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다. 대만의 경우,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48명(스웨덴 확진자 수 10만 9,000명)이며, 사망자 수는 7명이다.

대신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과학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스웨덴이 전반적으로 취약 계층 보호에 소홀했으며, 마스크 착용 및 확진자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이들을 격리하기 위한 조치 등 코로나19 사망자 수 감소에 도움이 됐을 수도 있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사망자 수가 453명으로 비교적 적은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조치들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8개월간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진 가구들을 위한 격리 조치를 강행하지 않았다. 무증상 환자의 전파 위험성을 지적하는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공식 정책들은 무증상자들이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을 취한다. 다른 국가들이 서둘러 의료진과 요양 시설 근무자들을 위한 마스크 및 개인 보호 장비를 생산할 때, 스웨덴 당국은 의료진에 마스크와 개인 보호장비 착용을 독려하지 않았다. 공포를 확산시킨다는 이유로 의료진이 근무 도중 마스크를 착용해 비난을 받거나 해고되기까지 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베텐스카프스포럼의 또 다른 구성원인 네레 브루세래어스(Nele Brusselaers) 박사는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의료진들은 지금까지도 환자를 볼 때마다 마스크와 추가 보호 장비 착용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한 폐렴 전문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을 우려합니다"라고 주장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부 요소들은 스웨덴 당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 스웨덴은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되는 디지털 신원 서비스가 보급돼, 이상적인 코로나19 검사 및 추적을 위한 기반 시설을 갖추었다. 바로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매우 효율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5월 24일 기준으로 스웨덴에서는 국민 1,000명 당 고작 23.64명만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유럽에서 검사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여름에 검사 장비를 추가로 확보했으나 품질이 형편없었다. 2020년 8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검사자 3,700명이 양성이라는 잘못된 판정을 받았다.

루드비그손 박사는 "국민들은 더 많은 검사를 원했지만, 코로나19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스웨덴은 자체적으로 검사 장비를 생산하지 않았으며, 다른 국가들은 자국이 확보한 모든 장비를 유지하고자 코로나19 장비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마침내 스웨덴이 해외에서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확보했지만 장비들의 품질이 매우 형편이 없어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과 검사 실패, 요양 시설 내 의료 지원 소홀 문제 보고 등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코로나19 접근 방식은 지금까지 비교적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9월에 실시된 어느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63%가 테그넬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4월에 69%가 동일한 답변을 한 것과 비교했을 때 신뢰도가 약간 감소한 수치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성공 여부에 대한 견해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과학자들은 스웨덴의 높은 사망자 수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자신들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말썽꾼'이라며 질책 받고 있다. 동시에 일반 대중들에게 협박 메일을 받는다.
 
브루세래어스 박사는 “베텐스카프스포럼 소속 과학자들 중에는 살인 협박까지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스웨덴 국민 다수가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19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균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 사례 대부분이 스톡홀름 도시 지역에서 발견된 반면, 그 외 다른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감염 사례가 적었다. 5월 기준,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말뫼(Malmö)의 인구 1인당 사망률은 당시 봉쇄 조치가 시행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보다 낮았다.

말뫼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은 스톡홀름, 코펜하겐 등보다 인구 밀도가 더 낮고, 스웨덴 국민들이 스스로 코로나19 감염에 주의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y)와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의 피터 카슨(Peter Kasson) 부교수는 “수많은 대중이 스스로 코로나19 통제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지향하던 경향이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스웨덴 인터넷 재단(Swedish Internet Foundation)은 코로나19 발병 전부터 스웨덴 국민 약 1/3이 일 혹은 주 단위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코로나19 2차 대유행 때문에 신규 확진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전에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던 웁살라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도 감염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때문에 스웨덴이 코로나19 조치를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같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10월 셋째 주 초반, FHM은 지방 당국에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탑승, 가정 방문 돌봄 서비스, 상점 및 체육관 등 실내 환경에서의 모임, 외부인과의 신체적 접촉을 기피하도록 지시할 수 있도록 권고사항을 새로 발표했다. 웁살라 시민들은 현재 앞서 언급된 사항들을 따르도록 권고받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록 아직까지는 법률적 차원보다는 지침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어도 FHM이 발표한 권고사항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시행 중인 지역 봉쇄 조치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른바 스웨덴의 실험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텐스카프스포럼 과학자들은 스웨덴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망 사례가 증가하지 않도록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브루세래어스 박사는 "특히 의료진과 요양 시설 근로자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수개월에 걸쳐 코로나19 검사 능력이 대폭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제 기능을 하는 접촉자 추적 증가 및 운영 시스템은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됐을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이유죠. 게다가 슈퍼 전파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노력도 없습니다. 누구나 보건복지 혜택을 누리고 보호받을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더 큰 이익을 위해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기사원문>
Did Sweden’s coronavirus experiment pay off? Not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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