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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제2의 칩 부족 사태 촉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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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제2의 칩 부족 사태 촉발 우려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칩 생산의 주요 자원인 세계 네온 가스 절반을 보유한 국가이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2월 24일 아침(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시 최소 7곳에 폭발물이 투하되면서 러시아의 전면 침략 조짐이 관측됐다. 푸틴의 첫 번째 침략 목표 지역은 흑해로 둘러싸인 지역이자 한때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 항구가 있는 해안 도시 오데사이다. 오데사는 인지도가 낮지만, 전 세계 반도체 생산 현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인 크라이오인(Cryoin) 본사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크라이오인은 컴퓨터 칩 내부 패턴을 새기는 레이저 전력 공급에 사용하는 네온 가스를 생산한다. 크라이오인은 와이어드에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대만 기업 여러 곳에도 네온 가스를 공급하지만, 미국 기업 출하량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제 다수 애널리스트는 크라이오인의 공급망 파괴로 발생한 여파를 세계 각지에서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크라이오인 사업개발부 국장 라리사 본다렌코(Larissa Bondarenko)는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네온과 다른 여러 가스 생산을 중단했다. 본다렌코 국장은 “크라이오인은 전쟁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모든 직원의 안전을 위해 출근 중단을 결정했”라고 말하며, 2월 28일까지 생산 시설 파괴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말 사이에 생산 재시작 계획을 세웠으나 오데사 지역 일대의 미사일 때문에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크라이오인과 차량으로 30분 떨어진 거리에 거주하는 본다렌코 국장은 지하 대피소에서 취침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집에 무사히 있어, 신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스마트홈, 차량의 기술적 두뇌 역할을 한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코로나 시대의 기기 수요 유지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두고 씨름하고 있다. 2021년, 칩 부족 사태 탓에 모든 주요 차량 제조사의 차량 생산량이 제한되었다. GM 등 다수 차량 제조사는 칩 공급 사태의 여파로 공장 전체를 가동 중단해야 했다. 블룸버그는 2021년 10월, 세계 최대 칩 구매 기업 중 한 곳인 애플이 아이폰 제조사에 칩 부족 사태 때문에 2021년 아이폰 생산량을 초기 계획보다 1,000만 대 줄일 것이라고 전한 사실을 한 차례 보도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크림반도 합병 이후 네온 가스 가격이 600% 폭등했던 2014년의 상황이 반복되며 칩 부족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서둘러 2014년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자 서두르면서 자국의 칩 제조 업계에 더 늦기 전 네온 가스를 대체할 자원을 찾도록 압력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가장 주요한 국가 중 단 한 곳이다. 전자 제품 소재 자문 기업인 테크쳇(TechCet)은 와이어드에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가스 생산량 중 절반을 담당한다고 전했다. 테크쳇은 인텔과 삼성 등 세계 최대 칩 제조사의 자문 기업이다.

우크라이나의 네온 업계는 러시아 철강 산업의 산물로 생성되는 가스로 큰 이익을 누렸다. 테크쳇 회장이자 CEO인 리타 숀 로이(Lita Shon-Roy)는 “러시아에서는 가스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철강 기업이 가스를 압축 보관하고는 원유 형태로 판매한다. 이후 가스 정화 과정을 거친 뒤 다른 가스를 추출한다. 크라이오인은 이 과정을 통해 네온 가스를 생산한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선언 이후 전 세계 칩 제조사의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네온 가스 공급량이 전 세계 공급량이 7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숀 로이는 “국경 이동 문제 탓에 네온 가스 공급이 지연됐다. 러시아는 전쟁에만 혈안이 돼 철강 생산에는 뒷전이었다”라고 말했다.

크림반도 합병 당시 한 차례 큰 타격을 받은 칩 제조 업계는 서둘러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 네덜란드 칩 제조 대기업 ASML의 계열사이자 첨단 반도체 칩의 패턴 형성용 레이저 생산 기업인 사이머(Cymer)는 네온 소비량 감소에 나섰다. 사이머 부회장 겸 총괄 관리자인 데이비드 놀스(David Knowles)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칩 제조사는 네온 가스 가격 폭등과 공급 지속성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본다렌코 국장은 2014년 네온 가스 가격 폭등 현상이 네온 생산 업계 경쟁 기업인 크라이오인과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아이스블릭(Iceblick) 간의 경쟁이 오래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전했다. 본다렌코 국장은 러시아 원유가 문제라면, 크라이오인은 2022년 3월 말까지 네온 가스 생산을 이어갈 정도로 원유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원유가 부족하다면, 크라이오인이 의존하는 우크라이나 원유 생산 기업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다렌코 국장은 러시아 원유 부족 문제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네온 가스 수출을 더 우려한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국경은 피난길에 오른 이들로 길이 막힌 상황이다. 크라이오인의 고객사 당국이 상용화 제품 출하를 위한 국경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전 세계 업계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많은 칩 제조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월 16일,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공급망 위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재고를 풍부하게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이외에 다른 곳에서도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일본 칩 제조사의 칩 생산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에서 반도체 생산용 가스 5%를 수입한다.

그러나 2014년 네온 가스 가격 폭등 사태 이후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네온 가스 생산 부문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경고가 이어졌는데도 현재 반도체 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ASML은 와이어드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공장에서 공급하는 네온 보유량이 20% 미만이라고 밝혔다. ASML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공급망 파괴를 우려해, 공급사와 함께 대체 자원을 조사 중이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반도체 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우려한다. 2월 11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한 바로는 백악관 관계자는 이미 미국 칩 제조사에 우크라이나 기업을 대체할 공급사 모색을 촉구했다. 숀 로이는 “미국의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네온 가스 수입량이 매우 많다. 자체 조사 결과,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네온 가스 80~90%를 수입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칩 제조사 중 한 곳인 인텔은 네온 가스 공급 상황과 관련된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이외 다른 곳에서 네온 가스를 확보하기 어려울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공급망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전쟁의 여파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코로나19 이후의 수요 압박이 심각한 상황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숀 로이는 “생산량 증가의 보이지 않는 동력은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공급망의 극심한 피해를 일으킬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따라서 현재 서양 국가 중 네온 가스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 많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ussia’s War in Ukraine Could Spur Another Global Chip Shor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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