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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주인으로 통하는 문, 암호화폐 지갑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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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주인으로 통하는 문, 암호화폐 지갑서 찾는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수사 적극 협조 밝혀 "암호화폐는 익명성 보장하지 않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들이 텔레그램 n번방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n번방 유료 가입자들이 채팅방에 들어가기 위해 비트코인(BTC)과 모네로(XMR)를 송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래사이트는 용의자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으로 떠올랐다.

후오비 코리아는 24일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의 비윤리적 행위를 지탄하며, 수사 협조가 있을 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도 지난 23일 저녁 "디지털 성범죄가 하루 빨리 근절되기를 바란다"며 "만일 철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그리고 거래사이트에 대한 수사 협조 요청이 온다면 코인원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경찰은 이미 주범 중 하나인 닉네임 '박사' 조주빈씨(25)와 '왓치맨' 전 모씨(38)를 검거한 상태다. 경찰이 조씨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확보했다면, 거래사이트의 협조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원활하게 확인할 수 있다. 

◆n번방, 암호화폐로 입장료 받았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의 성을 착취하고 영상을 유포한 사건을 말한다. n번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유형이 한 가지가 아니었다"며 "n번방, 박사방, 딥페이크방, 불법촬영물방 등이 있었고 성범죄 영상물 종류별로 대화방이 수십 개 개설됐다"고 설명했다. 범행은 특히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과 닉네임 '갓갓'이 운영한 n번방에서 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UnSPLASH]
지난 19일 구속된 조씨는 현재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박사방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왓치맨은 n번방을 홍보한 주요 인물이다. 

갓갓은 미성년자 신상을 알아낸 뒤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고, 그들을 착취한 후 영상을 n번방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불꽃은 "n번방은 1번부터 8번까지 총 8개가 존재했으며 n번방에 올라오는 디지털 성범죄물은 개인 PC나 휴대전화에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갓갓은 현재 수사 중이다. 

n번방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곳 이용자가 최대 26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잔혹한 범죄 행각이 알려지며 여론은 분노에 휩싸였다. 24일 오후 5시 기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n번방 용의자가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이 256만명,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를 바라는 시민이 183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암호화폐, 불법행위에 악용되지 않으려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 구속 이후 영상 공유방 참여자 추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협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송금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지갑에 담긴 암호화폐를 다른 사람의 지갑으로 보내야 한다. 다만 받는 사람의 지갑 주소를 입력해도 은행 계좌처럼 소유주의 이름이 뜨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주고 받더라도 지갑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거래사이트는 실명인증(KYC)을 진행한 고객 정보를 가지고 있어 지갑 주소를 특정할 수 있다. KYC란 운영규칙으로 실명,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 세부정보를 조사하는 걸 뜻한다. 코인원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암호화폐를 가지고 그 어떤 자금도 익명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재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는 등장 초기부터 익명성 때문에 불법행위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018년부터 암호화폐가 자금세탁방지와 공중협박자금조달에 쓰이지 않도록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을 발의해왔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이달 중 공포될 예정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는 익명성이 높아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할 수 있도록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하고 관리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상대방이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편,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 국제기구도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를 위한 국제기준을 제정하고 회원국에게도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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