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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기관 싸움에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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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기관 싸움에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터진다
미국의 복수 기관이 암호화폐 업계 감독 권한을 두고 싸우는 가운데, 암호화폐 업계 주요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가 가운데서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By JOEL KHALILI, WIRED UK

2023년 3월 22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고를 받았다. 경고 내용은 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코인베이스를 제소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SEC는 오랫동안 거듭 주장한 바와 같이 암호화폐 자산은 증권이므로 SEC가 암호화폐 업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월 27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와 바이낸스 CEO 자오창펑(Changpeng Zhao)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피소되었다. CFTC는 인기 암호화폐 자산이 파생상품이므로 바이낸스가 상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가 전혀 다른 규제 영역에서 다른 규제 기관 두 곳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이 직면한 사업 운영 환경의 복잡함을 시사한다. 암호화폐 업계 규제 권한을 두고 SEC와 CFTC가 벌이는 싸움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이라는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SEC와 CFTC 모두 암호화폐 업계 규제 권한 주장을 지지하고자 법률 집행이라는 행동을 이용해 암호화폐 업계에 더 강경하면서도 이전보다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직 백악관 최고 관료이자 암호화폐 규정 준수 플랫폼 아스트라 프로토콜(Astra Protocol) 고문인 믹 멀배니(Mick Mulvaney)는 “2023년 초, SEC와 CFTC가 암호화폐 업계에 보인 태도를 묻는다면, 지금은 적대적이라고 답할 수 있다. FTX가 SEC와 CFTC의 적대적인 태도 및 규제 권한 주장을 펼칠 빌미가 된 만큼 두 기관이 다툼을 벌이는 명분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023년 초, SEC는 미국 내 복수 암호화폐 기업과 업계에 소속된 개인을 대상으로 대거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1월, SEC는 미국 고객이 토큰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도록 한 것을 두고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를 제기하며,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암호화폐 대출 기업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를 제소했다. 제미니 공동 창립자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는 트위터 스레드를 통해 SEC의 행동을 “조작된 불법 주차 위반 딱지를 떼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제미니와 제네시스 모두 와이어드의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뒤 SEC는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Kraken)과의 분쟁에서 합의했다. 크라켄은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토큰 보관으로 보상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또, SEC는 암호화폐 기업 팍소스(Paxos)에 스테이블코인 BUSD와 관련하여 제소 의사를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SEC는 BUSD가 증권이라고 주장했다. 팍소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BUSD가 증권이라는 SEC의 범주 분류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2023년 3월, SEC는 트론(TRON) 블록체인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을 시장 조작 혐의로 제소했다. 동시에 홍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선과 관련된 토큰을 불법 홍보했다는 이유로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니요(Ne-Yo) 등 유명인 8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선은 와이어드의 논평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멀배니는 SEC가 암호화폐 업계 규제 권한 주장을 강화할 방법으로 법률 집행 행위를 이어가며, 본격적인 규제, 감독 권한을 위한 시동을 거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SEC가 연달아 암호화폐 관련 기업과 주요 인물을 제소하면서 공정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SEC 내부에서도 SEC의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태도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SEC 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는 SEC와 암호화폐 업계 간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 논의를 촉진하고,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SEC가 여러 차례 암호화폐 업계와 관련하여 법률 집행에 나선 것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피어스 의원은 “SEC는 규제 당국이라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규제 준수 방안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대신, 문제 발생 후 암호화폐 기업이나 업계 인물을 상대로 법률 집행에 나서기만 했다”라고 일갈했다. 투자자 보호를 바라는 것이 SEC의 제소 동기가 아니다. 피어스 의원은 “SEC가 여러 기업과 개인을 제소하는 전략은 규제 관할권을 최대화하려는 전략 중 하나이다. 법률 집행 행동을 지지할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의장은 와이어드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SEC의 암호화폐 업계 대립 도중 CFTC도 암호화폐 규제 관할권을 주장했다. CFTC의 바이낸스 제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인기 암호화폐를 상품으로 특별히 언급하였다.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금까지 미국 규제 당국의 규제 접근을 받지 않았다.)

CFTC는 와이어드의 논평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스틴 베넘(Rostin Benham) CFTC 의장은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제소 사실을 밝힌 공식 성명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 대상 추가 법률 집행 대응 단계를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넘 의장은 “이번 바이낸스, 자오창펑 제소 사례로 디지털 자산 세계의 모든 관계자를 대상으로 CFTC가 미국 법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자오창펑은 CFTC 소송과 관련하여 작성한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바이낸스는 CFTC의 소송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의 특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바이낸스가 CFTC와 협력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번 소송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CFTC 소송 관련 추가 질문을 위한 추가 정보 제공 문의를 거부했다.

미 의회의 암호화폐 업계 관련 분명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SEC나 CFTC 중 암호화폐 업계를 규제해야 하는 기관과 관련, 다수 암호화폐 기업은 어느 쪽이든 추후 이어질 소송 상황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SEC와 CFTC 모두 암호화폐 업계 특수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송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LA 암호화폐 투자 기업 웨이브 디지털 어셋(Wave Digital Assets) CEO 데이브 시머(Dave Siemer)는 “교통 신호나 차선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면서 교통 단속반에 따라 준수해야 할 규정을 찾으려는 상황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복수 암호화폐 기업은 SEC, CFTC의 규제에 협조하려 했으며, 더 분명하면서 포괄적인 규제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두 기관이 암호화폐 업계에 마구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에 유독 화가 난다고 전했다.

코인베이스 최고 법률 책임자 폴 그루왈(Paul Grewal)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코인베이스와 SEC의 상호작용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독백과 더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루왈은 기존 법률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암호화폐 업계 일부분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려 했으나 SEC로부터 돌아온 중요한 반응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루왈은 “코인베이스가 요청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다. 코인베이스는 규제 기관의 등록과 엄격한 표준 준수를 원한다. 그러나 SEC는 암호화폐 업계가 따를 기본 규정 발표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법률 집행을 통해 규제 권한에만 의존한다”라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겐슬러 의장은 암호화폐 업계를 대상으로 SEC에 등록할 것을 촉구했다. 암호화폐 기업의 SEC 등록은 이론적으로 처음부터 SEC의 기대를 준수하면서 사업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보장하며, 회고적 법적 대응 기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SEC 등록이 온라인 양식 제출처럼 간단하다는 의견이 갈등을 촉발했다. 그루왈은 간단한 절차라는 등록 절차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언급하며, 암호화폐 업계의 소수 기업이 SEC에 등록하려 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SEC가 사업 운영 신청을 거부한다면, 적어도 신청서로 설명한 형식으로 미국에서 증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암호화폐 자산 분류 기준의 혼란 때문에 결과적으로 SEC의 사업 운영 거부가 기업의 존립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 시머는 “SEC에 사업 운영 허가 신청서 제출 후 등록하는 행위는 암호화폐 기업의 존재 중단을 의미한다”라며, “암호화폐 업계를 위한 명확한 규제 틀과 규제를 준수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분류 기준이라는 의문 사항은 법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SEC와 블록체인 해외 송금 기업 리플(Ripple)이 리플의 자체 발행 암호화폐 XRP의 증권 분류 여부를 두고 벌이는 법정 공방은 다수 암호화폐의 증권 취급 정당성, SEC의 암호화폐 업계 규제 관할 여부를 어느 정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2년간 다툼을 이어온 가운데, 판결 선고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EC와 리플 사건은 지방법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확고한 선례를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SEC가 승소한다면, 사실상 SEC가 암호화폐 규제 담당 기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미 의회가 암호화폐를 관리할 종합적인 법률을 시행한다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연합은 2024년, 암호화폐시장법(MiCA)에 따라 광범위한 영역의 암호화폐 법률을 도입하려 한다. 일본과 아랍에미리트는 의회 차원의 암호화폐 규제 법률 도입을 위해 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미국은 암호화폐 법률 마련 측면에서 뒤처졌다. 제177회 의회에 암호화폐 관련 법안 여러 건이 제출되었으나 2022년 12월, 최종 단계에서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따라서 추후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공식적으로 재차 발의하고 논의해야 한다.

미국 하원 의회에 6년간 몸담은 경험이 있는 멀배니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앞서 2023년 중으로 포괄적인 암호화폐 법안과 비슷한 법안 통과가 추진될 확률이 낮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희망으로 암호화폐가 ‘초당적’ 법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암호화폐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자유의지 신념에 호소할 수 있다. 암호화폐 법안 발의가 사소한 대립에 따라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멀배니는 “규제 없이 암호화폐 기업을 운영하기 힘들다. 암호화폐의 정확한 분류 범주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도한 규제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지침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암호화폐 기업이 규제 때문에 문제를 겪지 않고 사업을 운영하기 가장 좋은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 일부 세력은 규제 당국의 분명한 기준 확립 거부를 암호화폐 업계를 미국에서 쫓아내려 의도적인 압박 시도라고 해석했다.

멀배니와 시머는 의도를 떠나 암호화폐 자산 분류 기준과 암호화폐 업계 규제를 담당할 규제 기관, 정부 기관에 서비스를 등록할 절차가 모호한 상황이 계속될 때의 여파는 상당수 기업이 미국을 떠나는 것이 될 확률이 높다고 예측한다.

2023년 3월 말, USDC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인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Circle Internet Financial)은 파리에 유럽 본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도 자체 거래 플랫폼 해외 지사 설립 계획을 두고 있다. 그루왈은 코인베이스의 해외 지사 설립 계획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코인베이스가 미국 외 시장의 성장 상황을 조심스레 집중하여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암호화폐 기업 여러 곳도 비슷한 형태의 행보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머는 웨이브 디지털 어셋도 미래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웨이브 디지털 어셋은 미국을 떠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규제 분위기 우려에 따라 미국 인력 채용을 중단했다.

피어스 위원은 SEC의 객관성이 암호화폐 기술의 안전한 실험을 돕고, 암호화폐 업계의 해외 유출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그러나 SEC가 암호화폐 기업의 미국 사업 철수를 유도한다는 업계 내부의 해석에 공감하였다. 피어스 위원은 “미국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동시에 규제 준수를 원한다면,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은 여러 기업이 규제 준수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SEC가 암호화폐 기업의 규제 준수를 돕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어스 위원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SEC에 등록하라고 말하면서도 어떠한 문제도 수정하지 않는다. 규제를 둘러싼 문제 개선이 의미하는 바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SEC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암호화폐 업계가 SEC의 규제 조건을 모두 이해한 것처럼 대화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inance and Coinbase Have Been Sucked Into a Regulatory Turf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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