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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에 진출한 한국 AI 플랫폼 '비프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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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에 진출한 한국 AI 플랫폼 '비프로11'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 "실시간으로 선수 경기력 완벽 분석"
축구 경기의 모든 순간을 데이터화하면 어떨까. 게임 '풋볼 매니저'처럼 말이다. 풋볼 매니저에서 플레이어는 직접 캐릭터의 능력치를 살피고 최적의 포메이션을 구성한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를 토대로 어떤 캐릭터를 빼고 누구를 넣을 것인지, 전술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건 단연 게임 속 데이터다.

비프로컴퍼니는 마치 풋볼 매니저를 현실로 옮겨놓은 것 같다. 독일에 거점을 둔 국내 스타트업 비프로컴퍼니는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스포츠 경기 데이터를 분석한다. 현재 데이터 분석 플랫폼 '비프로 애널리틱스'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 '비프로11'를 제공한다. 이미 13개국 700개 팀에서 비프로11를 사용한다. 

화상통화를 통해 만난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는 "구체적인 팀명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분데스리가, 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해외 유명 축구구단들이 비프로11를 사용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럽에서 승부를 보자" 비프로컴퍼니의 시작

비프로컴퍼니를 만들기 전 강 대표는 서울대 사회교육과에 다니며 로스쿨을 준비하는 평범한 문과 학생이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이두희가 이끄는 프로그래밍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축구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떠올렸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사업화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 [사진=비프로컴퍼니]
"서울대 교내 축구리그는 축구팀 20개 정도가 맞붙는데 저도 선수로 뛰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플레이를 수기로 기록하곤 했어요. 이걸 엑셀 프로그램에 넣어 리그 성적을 계산했고요. 선수들이 각자 숫자를 집어넣으면 선수 기록과 팀 기록이 통합 관리되는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몇 달에 걸쳐 앱을 만들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앱이 알려지자 다른 대학 축구리그에서도 프로그램을 쓰고 싶다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거기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대학 리그 수준에서 만족할 것인지 고민하던 강 대표는 프로 유소년 축구팀에 비프로11를 적용할 기회를 잡았다.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비프로11의 시작이다.

유소년 축구팀에서 가능성을 본 강 대표는 독일로 향했다. 스포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규모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축구 시장이 가장 큰 곳은 유럽이고,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왜 영국이 아닌 독일을 택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고객이 독일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비프로컴퍼니 글로벌 디렉터가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스포츠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고객들을 소개시켜 줬다. 함부르크에서 축구계 인사들을 만난 강 대표는 그곳에서 기회를 봤다. 강 대표는 "독일은 스포츠를 위한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출장 당시 비프로11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얻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3개월간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진행한 후에는 아예 독일로 떠났다. 독일 팀들은 비프로11를 원했다. 강 대표는 "독일이 그렇게 비프로11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반응을 보니 바로 독일로 이사를 가야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어차피 축구와 관련한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최고의 팀들이 모인 유럽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하루라도 젊을 때 더 많이 도전하고 싶었어요."

◆실시간으로 경기력을 분석하는 '비프로11'

비프로11는 경기 장면 촬영, 분석, 경기를 볼 수 있는 플랫폼 등을 모두 제공한다. 기존에는 축구팀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적어도 2개 이상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 강 대표는 "비프로11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 없이 A부터 Z까지 비프로11만으로 선수들을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비프로11의 3D 비디오 스티칭 기술 [사진=비프로컴퍼니]
비프로11에는 '3D 비디오 스티칭'과 '오브젝트 트래킹' 기술이 쓰인다. 우선 경기장에 9m 높이의 고각도 카메라 3대를 설치한 뒤 경기 영상을 촬영한다. 각각의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을 하나로 모아주는 기술이 바로 3D 비디오 스티칭이다. 비프로컴퍼니는 이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합친다. 강 대표는 "영상은 지연 없이 바로 합쳐지며 완벽하게 매끄럽다"고 말했다.

오브젝트 트래킹 기술은 합쳐진 화면에서 선수들을 찾아낸다. 경기장에는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골대도 있고 공도 있다. 인공지능(AI)은 선수들의 등번호를 인식하고 꼬리표를 달아 움직임을 자동으로 쫓는다. 이를 토대로 영상 하단 미니맵에 선수들의 움직임을 표시한다.

강 대표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는 방법을 통해 누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는지, 얼마나 빨리 단거리 달리기를 했는지 등 물리적인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프로컴퍼니는 팀에게 영상과 함께 유효한 데이터를 전달한다. 패스 성공률, 유효 슈팅, 드리블 돌파 등의 기록이 영상과 함께 제공돼 팀에게 경기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한다. 강 대표는 "숫자만 주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영상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실제 현장이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플레이가 펼쳐졌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가 웹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3D 비디오 플레이어도 개발했다. 강 대표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코칭스태프는 태블릿PC를 통해 실시간으로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는지 분석하고 다른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프타임에는 선수들이 직접 영상을 보며 후반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파악한다. 모든 선수의 움직임이 빠지지 않고 전부 기록되며 실시간으로 경기력이 분석되는 셈이다.

◆"비디오는 스포츠의 미래, 다양한 분야 진출 목표"

강 대표는 비디오를 스포츠의 미래로 꼽았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피드백을 받고, 기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일단은 전 세계 모든 경기장에 분석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장기적으로는 선수의 이적시장에 비프로컴퍼니의 데이터가 활용되도록 만들 계획이다. 비프로컴퍼니는 전 세계 700개 팀의 경기 데이터, 선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상태다. 비프로컴퍼니가 쌓은 데이터 아카이브를 이적시장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또한 축구를 넘어 농구, 핸드볼, 야구 등에도 서비스를 진행하는 걸 계획 중이다. 

"3D 비디오 스티칭 기술, 오브젝트 트래킹 기술은 선수들이 제한된 구역에서 공과 상호작용을 하는 한 비프로11는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포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하키, 미식축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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