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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연구장비 ‘전자·이온 현미경’ 국산화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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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연구장비 ‘전자·이온 현미경’ 국산화 가능해졌다
표준硏, 현미경 핵심 부품 ‘에너지 분석기’ 원천기술 개발… 외국산 10분의 1가격에 동일 성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보유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일본 제올(JEOL)사 제품이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보유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일본 제올(JEOL)사 제품이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현미경은 각종 과학연구에 꼭 필요한 필수 장비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영역까지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또는 이온현미경은 제작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국산화가 어려웠다.

박인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첨단측정장비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국산 고성능 현미경의 기술자립에 꼭 필요한 ‘에너지 분석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에너지분석기는 전자 및 이온 현미경의 광원인 하전입자(전하를 띄는 입자) 빔의 에너지 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장치다. 표준연 연구진이 개발한 에너지 분석기는 월등한 측정 정확도를 자랑하면서도 기존 제품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고 구조도 역시 간단한 것이 장점이다.

에너지 분석기 제작은 다양한 현미경 관련 기술 중에서도 높은 공간 분해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미경 속에서 관찰할 시료를 분석하려면 빛(광원)을 쪼여주어야 하는데, 이 광원의 에너지 폭이 얼마나 넓고 좁은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고성능 현미경일수록 에너지 폭을 좁게 설계해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의 외국산 장비의 문제점을 우선 분석했다. 외국산 현미경은 분해성능을 높이기 위해 현미경 속에서 에너지를 검출하는 전극을 격자(그리드) 모양으로 촘촘하게 배치했는데, 이 전극이 하전입자와 충돌하는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경우 전극이 오염 및 손상돼 신호가 왜곡되고 측정 성능이 저하됐다. 신호 수집 효율과 측정 정확도가 높은 반구 형태의 분석기도 있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 역시 매우 고가였다. 

이 점에 착안한 연구진은 기존 형태와 전혀 다른 ‘원통형 전극’을 개발, 에너지 분석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또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는 특수 렌즈를 사용해 성능 저하의 주된 원인인 노이즈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한 에너지 분석기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외국산 반구형 분석기 않은 우수한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수백만 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크기 역시 5분의 1 수준으로 작아져 다양한 형태의 실험장비를 설계할 때 한층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인용 책임연구원팀이 개발한  원통형 에너지 분석기.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인용 책임연구원팀이 개발한  원통형 에너지 분석기.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분석기 설계기술을 확보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 장비회사가 주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의 현미경 산업을 뼈대부터 국산화할 수 있는 기반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술개발로 일본, 독일, 미국 중심으로 선점된 연구장비 시장에 순수 국산 기술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치고 앞으로 여러 산업체에 관련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고분해능 현미경은 점차 미세해지는 반도체의 선폭을 포함하여 재료, 바이오 분석과 같이 첨단 분야에선 필수적인 장비”라며 “외국산 부품을 가져다 것을 가져와 완제품을  만드는 연구장비 국산화가 아닌, 더 우수한 성능의 현미경을 100% 국산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미경 분야 전문 학술지인 울트라마이크로스코피(Ultramicroscopy) 11월호에 게재됐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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