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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낙태 합법 둘러싼 다음의 중대한 다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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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낙태 합법 둘러싼 다음의 중대한 다툼 시작
미국 대법원에서 낙태약 소송 청문회가 시작됐다. 미국 대법원이 미페프리스톤 구매 가능성을 제한한다면, 낙태 합헌 판결을 선고한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후 생식 건강에 가장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다.
By KATE KNIBBS, EMILY MULLIN, WIRED US

2024년 3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대법원이 낙태의 합법 여부를 포함하여 미국 전역의 낙태 약물 접근성을 둘러싼 구두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낙태권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소송은 낙태 합헌 판결이 선고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2022년에 번복된 후 처음으로 생식 건강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쟁점에는 임신에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하는 알약인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이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지 20년이 넘은 약물이자 자궁내막증, 자궁 근종 환자, 쿠싱증후군 환자 치료제로도 처방되던 약물이다. 그러나 미페프리스톤의 주된 처방 목적이 다툼 대상이 되었다. 미페프리스톤은 일반 약물 낙태 방식을 택할 때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과 함께 임신 초기 10주간 복용하는 약물이다.

판사가 미페프리스톤 접근성 제한 방안을 모색하는 낙태 반대 세력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국 전역의 가장 보편적인 낙태 관리 접근성이 번복될 것이다. 미페프리스톤 승인 무효 판결 선고 시 미국 전역 판사 누구나 약물 종류를 막론하고 FDA의 승인을 번복할 수 있다. 특히, HIV 약물과 호르몬 출산 제한 약물 등 논란이 되었던 약물 승인이 번복될 확률이 높다. 신약 개발 위축 효과도 발생하여 제약사가 추후 시장에 유통할 수도 있는 약물 연구 투자를 경계하게 될 수도 있다.

약물은 미국 내 주요 낙태 수단이자 지난 몇 년 사이 인기가 급상승한 낙태 방식이다. 구트마허 연구소가 공개한 최신 데이터 기준, 2023년 낙태 시술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약물로 낙태했다. 코로나19 대유행병 시기에 원격의료 규정이 완화되자 우편으로 낙태약을 전달하는 가상 진료소에 의존하여 의학적 낙태를 받을 방안을 모색하는 환자가 증가했다. 원격 의료를 통한 낙태약 처방은 날이 갈수록 인기가 상승했다. 일례로, 유력 원격 의료 기관인 헤이제인(Hey Jane)의 2022~2023년도 낙태약 처방 수요는 73% 증가했다. 또, 2023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헤이제인의 낙태약 처방 수요는 28% 추가로 상승했다.

오랫동안 생식 권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옹호 단체인 원격의료낙태연합(Abortion Coalition for Telemedicine) 소장 줄리 F. 케이(Julie F. Kay)는 “원격 의료를 통한 낙태는 낙태 반대 세력의 표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인 낙태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미국 대법원 소송은 하급 법원에서 오랫동안 복잡한 여러 법적 분쟁 이후 시작되었다. 대법원은 낙태 반대 세력으로 구성된 단체인 히포크라테스 의학 연합(Alliance for Hippocratic Medicine)이 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에 맞서 시장에서 미페프리스톤 판매 중단을 요청한 소송인 ‘FDA 대 히포크라테스 의학 연합’ 소송을 포함한 두 건의 통합된 소송의 주장을 듣는다. 히포크라테스 의학 연합의 의견은 종종 정치적 사건을 담당한 우익 성향 기독교 법무법인인 자유수호연합(Alliance Defending Freedom)이 대변한다.

미페프리스톤 안정성 기록의 과학적 합의가 수십 년 동안 존재했으나 히포크라테스 의학 연합은 미페프리스톤이 여성에게 위험하여 응급실에 실려 갈 위험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 연합이 미페프리스톤의 위험성을 뒷받침할 근거로 제시한 2021년 발표된 연구 논문은 독자적 검토로 논문 공동 저자가 정확하지 않은 결론을 제시한 사실이 발견되어 2024년 2월 자로 철회되었다.

2023년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매튜 카스마릭(Matthew Kacsmaryk) 텍사스주 북부지방법원 판사는 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무효화하는 예비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의 충격은 생식권 보호 세력을 훨씬 넘어선 곳까지 전달되었다. FDA는 물론이고, 제약 업계 전반으로도 중대한 여파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은 법원이 시장에 수십 년간 유통된 약물 승인도 번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제5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일주일 뒤 카스마릭 판사의 판결을 제한하여 미페프리스톤의 시장 유통을 허용했다. 그러나 미페프리스톤의 처방과 확보가 수월해지도록 FDA가 지난 몇 년간 결정한 바는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미페프리스톤 구매 대상을 임신 초기 7주까지 제한하면서 원격 의료 처방을 허용했다. 그와 동시에 실제 미페프리스톤 약물 접근성 손실 위험성을 더하기도 했다.

제5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이후 FDA와 단코 연구소(Danco Laboratories)는 대법원에서 긴급 지원 방안을 모색하며, 판사에게 소송 청문회 시점까지 미페프리스톤 접근성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단코 연구소는 소송을 통해 미페프리스톤 접근성을 제한한 상황이 규제 혼란이라고 적절하게 설명했다.

대법원은 임시 보류 결정을 내리며, 미페프리스톤 접근성을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했다. 결국, 대법원은 2023년 12월 사건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모두 공개된 바와 같이 미국 전역의 낙태를 허용하던 주에서는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임신부의 낙태 시술을 제공하던 의료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이른바 ‘보호법’이 통과되었다. 보호법 통과 후 오랫동안 의학적 낙태를 옹호한 단체인 에이드 액세스(Aid Access)를 포함한 일부 낙태 시술 제공 기관이 루이지애나주, 아칸소주 등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낙태약을 요청한 환자에게 우편으로 처방 약물을 보낼 수 있었다.

미국 대법원 증언이 시작되었으나 판결 전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법원 감독관은 2024년 6월께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22년 중간 선거 당시 낙태 접근성이 유권자에게 충격을 준 사실을 고려하면, 2024년 11월에 치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선고되는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유세 운동 공약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대법원이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판결과 함께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제약 업계에서는 안전, 효율성을 기준으로 약물 평가, 승인을 담당한 기관인 FDA의 권한 저하를 우려할 것이다. 

면역력 및 안구 질환 약물 제조사인 아이록시테라퓨틱스(Iolyx Therapeutics) CEO 엘리자베스 제포드(Elizabeth Jeffords)는 “이번 대법원 소송은 단순히 미페프리스톤 유통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포드는 2023년 4월, 제약사 및 기업 경영진, 투자자 350명과 함께 텍사스주 법원의 판결에 맞서 제출한 법정 조언자에 의한 의견서에 서명했다.

제포드는 “이번 소송은 탈모 치료제인 미녹시딜(minoxidil) 승인과 관련될 수도 있다. 혹은 암 치료제 마일로타그(Mylotarg)와도, 혹은 홍역 백신과도 연결될 수도 있다”라며, “단순히 FDA가 환자에게 유용하면서도 안전한 약물을 과학적으로 결정하도록 인정하는 것과 연결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낙태법 전문가이기도 한 그리어 돈리(Greer Donley) 피츠버그대학교 법학 부교수는 대법원이 미페프리스톤 승인 전체를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 두 가지 결과를 예상한다. 바로 대법원이 소송을 기각하거나 낙태약 대면 조제 요구 사항 폐지 및 원격 의료 처방을 허용한 FDA의 2023년도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다. 돈리 부교수는 “제5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범위가 더 좁아질 수 있지만, 낙태 접근성 측면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헌법 및 성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코헨(David Cohen) 드렉셀대학교 법학 교수는 대법원이 원고의 상고 능력이 없다고 판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헨 교수는 “소송이 각하될 수도 있다. 즉,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이다”라며, “원고의 소송 자격이 주된 의문 사항이라면, 판사가 판단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은 강력한 낙태 반대 입장을 지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생식 건강 진료소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원격 의료 제공 기관은 대체 계획을 제시했다. 바로 미소프로스톨만 낙태약으로 처방하는 방안이다. 미소프로스톨과 미페프리스톤을 함께 처방하는 것이 현재 낙태 시술 표준이자 낙태 확률이 가장 높으며, 미소프로스톨 단독 처방은 이상적인 방안이 아니다. 미소프로프톨 자체는 경련과 메스꺼움 증상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미소프로스톨 단독 처방과 낙태약 처방 중단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관에서는 낙태약 처방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이 있어도 미소프로스톨을 단독으로 처방하는 편이 더 낫다.

낙태 권리 찬성론자도 대법원 판결을 떠나 원격 낙태 진료를 포기할 계획이 없다. 헤이제인 CEO 겸 공동 창립자 키키 프리드만(Kiki Freedman)은 “분명하게 밝히자면, 헤이제인은 대법원 판결을 떠나 원격 낙태 진료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케이 소장은 “원격 의료 기관은 낙태 진료를 지원하는 현재 상황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Next Big Battle Over Abortion Has Be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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