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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이민자 수천 명 GPS로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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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이민자 수천 명 GPS로 태그
개인의 위치를 끊임없이 기록하는 발목 태그가 이민자 신규 유입을 막으려 하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갈수록 채택 사례가 증가하는 실험용 감시 툴 중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By MORGAN MEAKER, WIRED US

마크 넬슨(Mark Nelson)은 감옥과 같다고 느끼는 곳인 이민자 구금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구금 센터 창문과 작고 좁은 박스 형태의 방 모두 교도소와 같은 모습이다. 넬슨이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10일간 구금 센터에 발이 묶인 채로 자녀와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없이 국외 추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결국, 넬슨의 변호인은 영국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구금 센터에 무기한으로 지내거나 추적 장비를 장착한 채로 집에 가는 방법을 반복하여 말했다. 두 가지 모두 선택 사항이라고 느낄 수 없는 방법이었다.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지 20년이 넘은 이민자인 넬슨은 “변호사가 제시한 방법 모두 강제성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넬슨은 GPS 태그가 자신을 수시로 추적하더라도 이민자 구금 센터를 벗어나 가족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다.

2022년 5월, 계약 업체 인력이 GPS 태그 장착을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 한 구석에 있는 콘브룩 구금 센터를 찾았다. 넬슨은 구금 센터에 방문한 이들이 영국 정부 전자감시서비스(Electronic Monitoring Service)의 협력 기관 직원임을 알았으나 센터를 방문한 직원이나 협력 기업 이름 모두 전혀 몰랐다. 그러나 넬슨은 전자감시서비스 협력 업체 직원을 따라 작은 방으로 이동하고는 다리 길이를 측정한 뒤 발목 주변에 추적 장비를 장착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항상 발목 태그가 넬슨이 이동할 때마다 위치 추적도 함께 이루어진다. TV를 볼 때나 자녀 등하교를 도울 때, 샤워할 때까지 발목 태그가 수시로 넬슨의 위치를 추적하고는 영국 정부 대신 태그를 작동하는 전자감시서비스 협력 업체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전송한다.

넬슨은 바지를 걷어 올려 거대한 회색 거머리처럼 다리를 감싼 발목 태그를 보여주었다. 넬슨은 발목 태그가 일상생활에 미친 여파를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넬슨은 쉴 새 없이 감시받는 것이 암울하다고 말하며, “위치 감시가 이루어질 때마다 인간이 아니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은 2019년부터 흉기 범죄나 기타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에게 석방과 동시에 GPS 발목 태그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방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GPS 태그 부착 명령을 한 사례는 비교적 최근인 2021년, 논란이 된 채로 도입된 정책과 함께 보고됐다. 넬슨은 2017년, 대마 재배 유죄 판결 후 영국 체류 권한이 취소되면서 발목 태그 부착 명령을 받았다. 넬슨은 유죄 판결 후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전과가 없는 상태에서 잉글랜드 남부 해안가의 작은 보트에 도달한 이민자도 2023년 12월 자로 종료된 18개월간의 시범 프로그램으로 발목 태그 부착 대상이 되었다. 법률 비영리단체 공공법률프로젝트(Public Law Project)가 공개한 조사 결과 기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GPS 위치 추적 장비를 부착한 이들의 수는 56% 증가하여 4,000명을 넘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와이어드가 GPS 위치 추적 장비를 이용한 실시간 추적 여부, 내무성의 개인 위치 데이터 보관 방식을 묻자 영국 내무성 대변인은 “영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영국 정부의 체류 지원을 악용한 외국 국적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추방 대상이 된다. 외국인 범죄가 즉시 사라지는 일이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전자 모니터링으로 외국 국적 전과자를 관리하면서 이민자 구금 센터 내 추방자를 선별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공공법률 프로젝트 수석 연구원 조 하인스(Jo Hynes)는 “발목 태그처럼 사생활 침해 수준이 심각한 감시 형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원된다”라고 주장했다. GPS 태그는 추방 명령 대상이 된 이민자 탈출을 막을 의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하인스는 2022년 상반기 기준 이민자 구금 센터에서 몰래 탈출한 이민자 비율은 단 1.3%라고 지적했다.

이제 넬슨은 고등법원에서 최초로 영국 정부의 GPS 태그 정책에 맞서 싸우면서 발목 태그의 프라이버시 침해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지금 당장이라도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GPS 태그 위치 추적 비판론자는 법원 판결이 영국 이민 제도 전체로 파급 교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터 권리 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 법률 책임자 조나 멘델손(Jonah Mendelsohn)은 “고등법원이 마크 넬슨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민 제도가 매우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내무성에 이민자 태그 자체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발목 태그로 수집하는 데이터양을 제한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마크 넬슨의 사건이 선례를 남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GPS 태그는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겪는 영국, 미국, 호주 등 여러 국가의 감시 제도 강화 방안의 일부분이다. 멘델손은 “이민자를 대상으로 연구실 실험 대상처럼 GPS 위치 추적 장치를 배포하여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라며, 작은 보트에 탑승하여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가 스마트폰과 핀코드를 이민국에 건네라는 명령을 받는 과정이나 바코드가 부착된 팔찌를 착용하게 되는 과정을 언급했다. 멘델손은 “GPS는 이민자를 감시할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덧붙였다.

GPS 태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심도 발목 태그를 장착할 때 이민자의 스트레스를 더한다. 법률 규정에 따라 발목 태그는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소켓 연결 방식이든 휴대용 배터리를 이용하든 사용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넬슨은 처음 착용한 발목 태그는 두 시간 단위로 방전되어 플러그인 소켓이 없으면 외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때 충전하지 못해도 이민자 구금 조건 위반 대상이 되어 자칫하면 이민자 구금 센터에 다시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넬슨은 배터리는 발목 태그의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넬슨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발목 태그가 GPS 위치를 기록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윌슨스 솔리시터(Wilsons Solicitors)의 넬슨의 법률대리인은 넬슨이 착용한 발목 태그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영국 내무성은 지금까지 발목 태그 제거 요청을 거부했다. 넬슨은 “내무성은 법은 법이며, 법률에 따른 발목 태그 착용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실제 작동 여부를 떠나 망가진 발목 태그를 항상 착용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정부 위탁으로 발목 태그 모니터링 및 유지를 담당한 기업인 캐피타 비즈니스 서비스(Capita Business Services)는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GPS 태그 정책에 맞선 것은 넬슨이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넬슨의 소송 이후 다른 이들도 넬슨처럼 GPS 위치 추적 문제에 맞섰다. 영국 법무법인 던칸 루이스 솔리시터(Duncan Lewis Solicitors)는 유럽 시민부터 이민자가 단체로 탑승한 작은 보트를 타고 영국 땅을 밟은 이들까지 GPS 태그 장치 착용 명령을 받은 이민자 4명을 대변한다. 던칸 루이스 솔리스터 공공법률 부서 관계자 코너 램브(Conor Lamb)는 “권리 보호 수준이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감시는 어떠한 민주주의 국가든 필요하지 않다. 이에, 허술하게 운영되는 탈이상주의 제도에 맞서는 원고의 법률 대리인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던칸 루이스 솔리시터를 통해 이민자 위치 추적 법률에 맞서는 원고 중에는 이민자 보트를 통해 영국에 도착했으며, 범죄 이력이 없는 25세 수단 국적자도 있다. 법률 대리인 측은 수단 출신 원고가 영국을 이동하는 내내 발목 태그에 묶여 고문과도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ADL이라고만 이름을 밝힌 수단 출신 이민자는 영국에 새로 입국한 이민자 위치 추적 관행에 맞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넬슨은 발목 태그를 제거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넬슨은 이미 징역형을 살았으나 발목 태그 부착 대상이 된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 넬슨은 “발목 태그를 부착하기 전까지 사교적인 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발목 태그를 착용하면서 위치 감시 대상이 된 후에는 외출 자체를 지나치게 의식한다. 타인이 발목 태그를 보고 폭력 범죄 전과자로 오해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넬슨은 발목 태그 때문에 마땅한 선택이 없어 기분이 순식간에 극과 극으로 변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가족과 만나 소통하려면, 24시간 내내 조금도 쉴 틈 없이 위치 감시받아야 한다. 누군가가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매일 감시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UK Is GPS-Tagging Thousands of Migr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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