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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전시회, 안전지대 무너뜨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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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전시회, 안전지대 무너뜨리도록 한다
여러 유능한 아티스트가 비디오게임을 단순한 이야기 전달 수단만이 아닌 관객과 게임 플레이어가 가성 세계를 벗어날 환경을 만들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By ELISA SHOENBERGER, WIRED US

필자는 ‘기계의 차이: 기계와 현대 미술의 정체성(Difference Machines: Technology and Identity in Contemporary Art)’이라는 전시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몇 가지 조명 때문에 마음속 강렬한 감정이 남았다. 현재 시카고 라이트우드 659(Wrightwood 659)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해당 전시회는 수십 년간 디지털 공간에서 작업한 아티스트 17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인종과 성별부터 감시가 이루어지는 국가까지 디지털 세계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집단 정서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가장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부분은 비디오 게임을 활용한 작품이다. 지난 수십 년간 사회 전반에서는 “비디오 게임은 예술인가?”, “비디오 게임은 위험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비디오 게임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었다. 반면, 많은 아티스트가 작품 창작 시 비디오 게임을 활용했다.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일부 아티스트는 실제 비디오 게임을 개발했다. 비디오 게임 속 영상을 녹화하면서 머시니마(machinima)라는 형태의 영화를 제작한 아티스트도 있다.

여러 아티스트가 게임 속 예술적 개입을 했다. 작품 속에서 비디오 게임을 인용한 아티스트도 있다. 그리고 ‘팬아트’라는 장르가 존재한다. 물론, 비디오 게임도 예술 자체로 존재한다.

그러나 예술계 주류 세력이 비디오 게임과 예술의 만남을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버팔로 AKG 아트 뮤지엄(Buffalo AKG Art Museum) 소속 전시회 큐레이터인 티나 리버스 라이언(Tina Rivers Ryan)은 와이어드에 보낸 메일을 통해 비디오 게임 예술과 디지털 아트와 관련하여 “예술 세계는 앞으로 디지털 아트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장 가치는 물론이고, 미학적 요소나 문화적 가치를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언은 비디오 게임 아트를 전시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예술 작품으로는 다루지 않은 의문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합한 작업 규모나 예술 작품이 선사하는 경험을 개인이나 집단 단위로 제공해야 할지 혹은 비공개나 공개 중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 고려하는 것을 대표적인 의문점으로 언급할 수 있다.

일부 관습은 느리지만, 확실히 비디오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다.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2022-2023 네버 얼론(Never Alone) 전시회를 포함하여 비디오 게임 관련 전시회를 최소 두 차례 개최한 것과 2012년 컬렉션으로 게임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에 주목할 수 있다. 뉴욕 현대 미술관은 비디오 게임 36편을 보관했으며, 총 40편 보관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비디오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제는 현대 예술가의 작품 창작 방식과 작품에서의 비디오 게임 활용법을 질문하는 것이 더 낫다.
 
[사진=Wrightwood 659]
[사진=Wrightwood 659]

안전지대 안팎 오가기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 예술 및 게임, 실행 가능한 미디어 디자인 부교수 겸 전시 예술가인 A.M, 다크(A.M. Darke)는 관객을 참여자이자 서사 속 에이전트로 투자한다는 점이 비디오 게임의 강력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의 상호작용 수준이 뛰어날수록 관객은 단순히 게임을 보거나 소비하기만 하지 않는다. 관객은 게임 속에서 여러 요소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크 부교수는 자신의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에서 마법의 원을 실행한다. 마법의 원은 특정 요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발생하는 안전 영역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현실 세계에서 살인이나 차량 절도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추측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다크 부교수는 “의도적으로 마법의 원을 깨뜨리는 작품을 제작하여 관객의 지식, 관점과는 상반되는 게임 속 행동과 경험을 형성하여 관객에게 남아있는 무언가를 선사한다”라고 말했다.

다크 부교수는 2인용 온라인 게임인 ‘네 혹은 아니오(Ye or Nay?)’를 제작했다. 게임은 보드게임인 ‘게스 후(Guess Who)’의 한 페이지를 배경으로 하면서 모든 카드를 흑인 남성 유명인의 카드로 제시한다. 카드 중에는 미국 래퍼 예의 데뷔 초부터 최근의 활동 모습까지 담은 카드도 몇 개 포함되었다. 플레이어는 질문을 위해 게임 속 대화 기능을 이용하여 소통할 수 있다. 다크 부교수는 플레이어가 흑인 유명인을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의 흑인 및 여러 소수 집단의 신원 파악 및 추적, 차별 방식과 일맥상통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범주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흑인 남성과 흑인 유명인의 특성을 탐구하도록 게임을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네 혹은 아니오?’로 접할 수 있는 경험은 플레이어가 안전지대를 벗어나도록 한다. 다크 부교수는 “흑인 남성을 보고, 타인에게 흑인 남성의 특성을 묘사하면서 소통하도록 한다. 이때, 내부 자동화 범주화, 판단, 설명 과정을 접하며, 분노를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게임을 계속 실행하면서 커뮤니티 소속 여부를 떠나 타인과의 대화 방식을 지나칠 정도로 인식한다.

특히, 다크 부교수는 흑인 플레이어가 ‘네 혹은 아니오?’를 계속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전지대 수준과 함께 대부분 기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크 부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게임은 흑인에 초점을 맞추고, 플레이어가 흑인 유명인을 환영하면서도 흑인 문화를 비판하도록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전지대를 둔다면, 플레이어의 흑인 커뮤니티 소속 여부에 따라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메시지로서의 수단
A.M. 다크 부교수와 같은 예술가는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한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여 전시회장이나 온라인 공간에서 즐기도록 한다. 반면, 인기 비디오 게임을 작품의 캔버스처럼 활용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게임 환경 내부를 녹화한 영화인 머시니마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부터 레드 데디 리뎀션(Red Dead Redemption)까지 종류를 떠나 모든 게임이나 게임 세계를 작품 설정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00년대에는 머시니마 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했다. 2016년, 워너 브라더스는 유튜브의 인기 멀티플랫폼 온라인 언테테인먼트 네트워크 기업인 머시니마(Machinima Inc.)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했다. (머시니마는 2019년 폐업했다.)

머시니마 폐업 이후에도 아티스트 사이에서는 게임을 이용한 영화 제작과 영화제와 여러 예술 공간에서 머시니마 영화를 선보였다. 모호크족식 이름인 Kanien’kehá:k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비주얼 아티스트 스카웬나티(Skawennati)도 ‘기계의 차이: 기계와 현대 미술의 정체성’에 머시니마 작품을 출품했다. 스카웬나티는 머시니마가 비디오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비디오 게임 속 느낌을 떠올리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A.M. 다크 부교수의 ‘네 혹은 아니오?’와 같은 비디오 게임보다는 영화와 더 비슷하다.

스카웬타니는 미래 원주민의 삶을 묘사하고자 하는 목적과 미래지향적 수단을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 때문에 머시니마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스카웬타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하여 ‘세컨드 라이프’를 선택했다. 게임 속 캐릭터가 비행하거나 텔레파시로 타인에게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불가능한 곳에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스카웬타니의 출품 작품인 2017년 작품 ‘오랫동안 추락한 그녀(She Falls for Ages)’는 하늘을 나는 여성이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로쿼이족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스카웬타니는 전시회 인터뷰 현장에서 분홍색 하늘과 무지개 색상의 피부색으로 인종 차별주의 이후 시대의 모습을 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서히 사라지는 패권
스카웬타니가 세컨드 라이프를 바탕으로 원주민의 미래 모습을 담은 영화를 완성한 가운데, 다른 머시니마 아티스트는 비디오 게임 형태를 주류 사회 비판 수단으로 채택했다. 이단 마르크스주의 미디어 게릴라 집단인 토탈 리퓨절(Total Refusal)은 수년간 총을 쏘는 이의 1인칭 시점에서 다양한 주류 세계의 모습을 담은 머시니마 작품 여러 편을 제작했다.

토탈 리퓨절 소속 아티스트인 레온하드 물너(Leonhard Mullner)와 마이클 스텀프(Michael Stumpf)는 초기에 제작한 머시니마 작품이 폭력적 게임 속 파시스트 행동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작품 중 하나인 2018년 작품인 ‘제인 워크 작전(Operation Jane Walk)’은 멀티 플레이어 슈팅 게임 ‘디비전(The Division)’을 통해 건축물 도보 이동을 나타냈다. 건물과 차량이 무너지고 간혹 총격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뉴욕의 건축물과 디자인 양식을 배우기 위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닌다.

토탈 리퓨절에서 비교적 최근 공개한 작품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등 전쟁의 근본적 원인에 주력한다. 2022년 작품인 ‘근무 중 이상무(Hardly Working)’는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의 NPC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과 노동의 관계를 분석한다.

토탈 리퓨절에서 작품 창작 수단으로 비디오 게임을 택한 이유를 묻자 물너와 스텀프는 게임이 현실 세계의 구조적 모델을 전달하는 동시에 사회적 바람과 환상 등 여러 요소와 함께 영상 배경을 채우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머시니마와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는 아티스트 그레이슨 얼(Grayson Earle)은 “비디오 게임은 현실을 반영한다”라고 요약했다.

비디오 게임이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행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개인 가치관을 물어보고, 사회 모습을 반영할 수 있다. 대신, 대다수 주류 게임은 반대 역할을 한다. 스텀프는 “비디오 게임이 이야기하는 서사 측면에서 대흥행에 성공한 영화보다는 더 보수적이다”라며, “따라서 비디오 게임은 현실 세계의 패권과 관련된 속임수를 적용하면서 현실의 패권을 해체할 완벽한 수단이 된다”라고 말했다.

물너와 스텀프는 ‘제인 워크 작전’, ‘근무 중 이상무’의 진지한 서사와 같이 작품 속에 유머도 어느 정도 적용하지만, 작품 모음집은 대중 매체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관객이 실제로 복잡하게 얽힌 경제 협력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과감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버팔로대학교 교수 폴 바누스(Paul Vanouse)는 “머시니마 아티스트는 단순히 기술을 작품 창작 시간의 기술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여러 기술 형태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미디어로서의 소통 잠재력을 탐구한다. 혹은 창의적 재사용, 잘못된 사용 방식이나 심지어 악용 후 소통 능력의 문화적 중요성이라는 형태 구성을 통해 기술을 되찾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계의 차이: 기계와 현대 미술의 정체성’ 전시회는 2024년 1월 27일까지 라이트우드 659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Art Exhibition on Video Games Breaks You Out of Your Comfort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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