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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인질 가족, ‘스마트폰 위치 추적’으로 생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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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인질 가족, ‘스마트폰 위치 추적’으로 생사 확인
하마스에 납치돼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 수가 2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에 납치된 이들의 가족은 찾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위치를 추적하려 한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허쉬 골드버그 폴린(Hersh Goldberg-Polin)은 납치되기 전까지 독서광이었다. 허쉬 골드버그 폴린의 아버지 조나단 폴린(Jonathan Polin)은 허쉬가 종종 다양한 서적을 읽고, 지식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어느 한순간 허쉬는 역대 대통령의 일대기에 집착했다. 그리고 유대인 대학살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조나단 폴린은 아들 허쉬가 최근 읽은 책을 통해 전 세계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허쉬의 침대 위에는 달라이 라마의 저서 『행복의 기술(The Art of Happiness)』이라는 두꺼운 책이 놓여있다. 『행복의 기술』은 21일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로 침대 위에 놓여있으며, 허쉬의 가족은 허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폴린 가족의 비극은 하마스 무장 정파가 가자지구 장벽을 무너뜨린 뒤 일가족을 죽이고, 국경 지대 마을을 파괴하면서 남녀노소 많은 이들을 인질로 납치하여 이스라엘인의 마음속에 깊은 고통을 남긴 2023년 10월 7일(현지 시각) 시작됐다. 조나단은 공습경보가 울릴 당시 지역 유대교 회당에 있었다. 조나단은 오전 9시께 집에 돌아왔으며, 아내 레이첼 골드버그(Rachel Goldberg)가 보여준 23살인 아들 허쉬에게서 한 시간 전에 받은 왓츠앱 메시지 2건을 확인했다. 조나단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허쉬에게서 오전 8시 11분에 연달아 메시지 두 건을 받았다. 하나는 ‘사랑한다’라는 메시지였고, 나머지 하나는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적힌 메시지였다”라고 말했다. 조나단 부부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아들 허쉬를 전날 밤 보았다. 하마스 공습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구와 함께 캠핑을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서 밤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260명이 살해된 현장이다. 생존자 다수는 인질이 되어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조나단은 하마스 공습 이후 3주 넘게 SNS에서 각종 사진과 영상을 샅샅이 찾아보면서 정보를 종합하여 허쉬가 이른 아침 메시지를 보낸 뒤 일어난 일을 파악하려 했다. 하마스 기습 공격 당일 상황을 상술한 문건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온라인에 게재한 영상 여러 건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스라엘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가자지구로 끌려간 가족의 영상을 접한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 하마스 공격 당시 추적할 수 있는 마지막 행방은 국경 인근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위치 신호를 비롯한 다른 수단으로 하마스의 인질이 된 것으로 추정된 수백 명 중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 한다.

조나단은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 인근 국경에서 허쉬의 스마트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감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살고 있는 곳에서 끔찍한 삶을 살고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한 곳에서 희망과 낙관을 찾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가자지구에서 스마트폰 신호를 감지했다는 사실은 허쉬의 스마트폰이 가자지구에 있으며, 가자에서 살아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준다. 물론, 스마트폰 신호가 감지됐다는 소식이 의미하는 바와 희망 강도, 희망이라는 사실 자체는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스마트폰 위치 추적은 기기 영역 삼각 측량에 도움이 된다. 주로 스마트폰이 통화, 메시지 전송, 인터넷 접속 시 인근 기지국으로 보내는 신호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더라도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스콧 그린(Scott Greene)이 설명한 바와 같이 기기 전원이 꺼진 상태가 아니라면, 백그라운드로 실행되는 앱이 위치를 알리는 신호를 생성한다. 기기 위치를 찾을 때 삼각 측량 방식으로 추적하는 위치의 신뢰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스라엘 관료가 인질로 납치된 이의 가족에게 기지국의 삼각 측량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 많은 이들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나의 찾기’ 기능을 활용하여 직접 인질의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하려 했다. 인질 가족이 인질로 납치된 이의 패스워드를 알거나 추측할 수 있다면, 기기에 위치 보고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린은 “스마트폰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신호가 있다면, 스마트폰 기기에서 GPS가 전송된다. 이때 기기 위치를 물어본다면, 기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위치 추적 기능으로 인질의 생사를 입증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주인의 위치가 다르거나 스마트폰 자체가 가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와이어드는 이스라엘 당국이 친척의 스마트폰 위치를 가자지구 인근에서 추적하였다고 밝혔으나 친척의 시신은 이스라엘 영토에서 뒤늦게 발견되었다고만 전하며, 실명 공개를 거부한 어느 한 인질 가족과 인터뷰했다.

인질 가족 중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한 이들도 많다. 27세 이스라엘인 인바르 하이만(Inbar Haiman)은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음악 축제 현장에 있었다. 하이만의 남자친구 노암 아론(Noam Alon)은 “하이만은 진정한 이티스트이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닌 매력적인 여성이었다”라고 말했다. 조나단과 마찬가지로 아론도 지난 몇 주간 하마스 공격 이후 하이만이 겪은 일을 파악할 정보를 모으려 했다.

아론은 지금까지 하이만이 하마스 공격 당일 오전 7시 30분에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파악했다. 당시 하이만은 친구에게 숨을 곳을 찾으라는 경고 문자를 보냈다. 하마스 무장 정파의 공격 당시 하이만과 함께 도망치던 축제 참가자 두 명이 아론에게 다음 상황을 알려주었다. 아론은 “하이만은 얼어붙은 채로 공포에 질린 상황에서 울기 시작했다. 더는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당시 테러범 두 명이 탑승한 오토바이가 하이만에게 다가와서 하이만을 납치했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하이만의 친구 여러 명이 아론에게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영상을 전송했다. 해당 영상에서 하이만이 축제 현장 전역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이만의 얼굴은 피로 뒤덮였다. 의식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론은 하이만이 공격 당일 착용한 독특한 레깅스를 구분할 수 있었다.

하마스 공격 다음날과 하이만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격차가 크다. 아론은 하이만이 가자지구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다른 인질 가족과 마찬가지로 하이만의 모바일 기기를 하이만의 위치를 파악할 단서로 의존한다. 아론은 “하이만의 스마트폰 위치를 찾으려 했다”라며, 안드로이드 ‘나의 기기 찾기’ 기능을 사용한 사실을 덧붙여 전했다. 이어, “하이만의 스마트폰은 가자지구 안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하이만의 스마트폰이 마지막으로 전송한 신호는 하이만이 납치된 것으로 확인된 곳에서 전송됐다”라고 말했다.

인질 가족은 인질의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하는 데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다수 사이버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보도로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감시 기술 기업인 NSO 그룹과 칸디루(Candiru)는 인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스파이웨어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스라엘 사이버 기업 프로페로(Profero) CEO 옴리 세게브 모얄(Omri Segev Moyal)은 “프로페로도 기기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는 인질의 스마트폰 기기 위치 추적을 하도록 인질 가족을 도왔다”라며, 프로페로에서는 기업을 대표할 목적이 아닌 개인 역량에 따라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스마트폰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인질 가족이 사망자 시신을 찾거나 지금도 숨어있는 이들의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전했다. 모얄은 “단순히 스마트폰 위치 추적만 하지 않는다. 모바일 기기 관련 지식이 있는 이들은 모두 도움을 주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기 시작한 사이버 전문가는 인질이 된 이들의 상세 정보를 공개해야 할 때는 스마트폰 위치를 정확히 추적할 다음 방법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레이츠먼대학교 정보과학 교수 카린 나혼(Karine Nahon)은 사이버 전문가의 내전 회의를 시작하여 10월 7일 공격 이후 실종자의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나혼 교수팀은 450명으로 시작했으나 미해결 사건이 줄어들자 50여 명으로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일련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종자의 얼굴과 음성,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다량의 SNS 콘텐츠 속 인상착의 등을 확인하려 했다. 나혼 교수는 “위치 기술도 활용했다. 하지만 이 외에 자세한 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실종자 가족은 실종된 가족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위치 추적 시 사용하는 기술 종류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다. 조나단은 “모든 인질이 가족의 곁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질 구출 과정에서 사용한 수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인질 구출 시 사용하는 수단은 당국과 관련 부문 전문가의 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조나단은 허쉬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었다는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 10월 16일(현지 시각), CNN 기자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가 조나단 허쉬 부부에게 공유한 영상에는 허쉬가 총을 들고 있는 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트럭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조나단은 목격자와 대화한 뒤 허쉬가 국경을 넘은 것이 폭탄 공격의 여파라고 확신한다.

조나단은 “피로 뒤덮인 채로 관절이 손상되고, 테러범의 트럭에 탑승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모든 부모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상 속 허쉬가 스스로 걷는 모습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조나단은 “영상 속 상황을 보면, 허쉬는 어느 정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허쉬가 약산 손으로 직접 트럭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허쉬가 침착하며, 어느 정도 힘이 있다는 모습에서 허쉬가 오랫동안 용기와 힘을 내면서 견디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어쩌면, 허쉬는 스스로 인질로 납치된 상황에 맞서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Families of Hostages Kidnapped by Hamas Turn to Phone Pings for Proof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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