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실종자 신원확인 돕는 ‘DNA’, 프라이버시 악몽 초래
상태바
실종자 신원확인 돕는 ‘DNA’, 프라이버시 악몽 초래
경찰이 실종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DNA 샘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DNA를 상업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서 다른 목적으로 DNA를 이용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2023년 9월 초, 코네티컷주 경찰국이 주내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드라이브를 확보했다. 실종자 가족은 DNA 샘플을 제출하도록 초대받았다. 유가족은 DNA 샘플을 실종자 신원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정부 보관소나 상업용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둘 중 한 곳이나 두 곳에 모두 제출할 수 있다.

다른 주 정부 산하 공공 기관 여러 곳도 코네티컷주와 비슷한 DNA 샘플 기부 드라이브를 보유하고, 실종자 찾기와 가족 연락 등을 돕는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DNA 샘플 드라이브는 기부자의 유전 정보 이용 방식을 중심으로 우려를 제기한다. 프라이버시 및 시민 자유 전문가 여러 명이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를 실종자 신원 확인 이외 다른 용도로 이용하게 될 수 있으며, 실종자 가족은 DNA 샘플 제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경고했다. 실제로 2023년 여름, 매사추세츠주에서 구축할 계획이었던 DNA 샘플 드라이브 5개 중 1개는 미국 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우려 때문에 지연되었다.

지금까지 DNA 드라이브 대부분 규모가 작았다. 2023년 9월 16일(현지 시각), 6개 가정이 뉴헤이븐대학교와 코넷티컷주경찰국, 최고 검시관사무국(Office of the Chief Medical Examiner)과 다른 주 기관의 후원으로 개최된 코네티컷주의 행사 초대에 응하여 DNA 샘플을 제출했다. 초대된 실종자 부모와 형제, 자매, 자녀 등 가족은 통합 DNA 인덱스 시스템(CODIS)에 유전자 정보를 제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유지하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인 CODIS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와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 실종자 DNA를 보관했다. CODIS는 조사관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이들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하여 가족 관계를 확인하는 유전 계보학 작업을 진행한다.

코네티컷주 행사에서 패밀리트리DNA(FamilyTreeDNA)의 무료 상업용 유전자 키트도 보급됐다. 23andMe, AncestryDNA 등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패밀리트리DNA도 사용자가 오래전 잃어버린 친척과 연락하고, 족보를 찾도록 한다. 경찰과 실종자 족보 추적 작업을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도 패밀리트리DNA의 키트를 사용한다.

코네티컷주 행사에 협력한 뉴헤이븐대학교 포렌식 과학 부교수 클레어 글린(Claire Glynn)은 “유전 게보학은 가족, 살인사건 및 성범죄 피해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가까이 접촉할 강력한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글린 부교수는 유전 계보학이 CODIS에 DNA 샘플을 제출하지 않은 가족에게 연락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전 계보학은 법률 집행 기관이 실종자와 시신 신원을 확인할 목적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범죄 사건을 수사할 때 용의자 신원을 파악할 목적으로도 널리 사용한다. 용의자가 상용화 DNA 드라이브에 유전자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범죄 현장에서 복구한 DNA와 DNA 드라이브 사용자의 DNA 중 일치하는 정보를 찾은 과정을 기준으로 생물학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경찰은 공공 기록과 유전학 정보를 함께 사용해 용의자 가계도를 생성하고, 용의자 신원 범위를 좁힌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2018년, 유전 계보학을 통해 골든 스테이트 킬러(Golden State Killer) 사건의 미국 연쇄 살인범 조셉 제임스 디안젤로(Joseph James DeAngelo)의 신원을 확인한 뒤 경찰이 유전 계보학을 범죄 수사에 사용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유전 계보학으로 해결한 형사 사건이 600건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캘리포니아주 비영리 단체 DNA 도 프로젝트(DNA Doe Project) 측은 고유 기법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 수가 100명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2022년 여름, 신생아 혈액 검사로 아기 아버지를 수년 전 범죄와 연관 지은 사례가 논란이 되었다.

메릴랜드대학교 법학 교수 나탈리 람(Natalie Ram)이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찾는 것을 절실히 원하는 이들이 있어도 DNA 데이터베이스 선택이 중요하다고 경고한 이유이다. 엄격한 절차를 갖춘 주 정부 및 국가 법률은 CODIS 데이터 사용 방식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실종자 신원 확인 목적으로 수집한 가족의 DNA 샘플은 다른 범죄 사건 수사에 이용할 수 없다.

반면,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 대부분 규제가 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서비스 약관을 변경할 수 있다. 현재 패밀리트리DNA와 GEDmatch 모두 법률 집행 기관이 DNA 정보를 게재하도록 한다. (AncestryDNA와 23andMe는 법률 집행 기관의 DNA 정보 등록을 금지한다.) 패밀리트리DNA는 자동으로 신규 사용자의 정보를 법률 집행 기관의 정보 검색 결과로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사용자는 검색 결과에 개인 DNA 정보가 등장하지 않도록 비활성화할 수 있다. GEDmatch는 사용자가 사전에 DNA 정보를 검색 결과로 제공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사용자는 DNA 검색 결과 제공 조건으로 모든 법률 집행 기관의 범죄 수사 목적을 포함하거나 사망자 신원 확인 사건만 제한하도록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람 교수는 DNA 정보 검색 결과 제공 동의는 사용자가 자신은 물론이고 직계 가족, 심지어 먼 친척까지 법률 집행 기관의 범죄 사건으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범죄 전과가 없어도 용의자와 DNA 일부분이 일치하여 DNA 정보 공개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추적할 DNA 정보를 남길 수 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유전자 정보가 무조건 용의자의 유전자 정보라는 뜻은 아니다.

람 교수는 “가족 중 실종자가 있다면, CODIS에 실종자 가족 DNA 샘플을 인용할 목적으로 DNA 샘플을 제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CODIS는 데이터를 철저히 보호하고, 사용 목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용 DNA 검사 후 사용자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은 가족 DNA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CODIS에 제출하려 한 DNA를 경찰에 건넬 때도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 있다. 뉴햄프셔대학교 법학 교수 알버트 셰르(Albert Scherr)는 법률 집행 기관이 개인 DNA를 실종자 신원 확인 이외에 다른 사건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경찰이 어떤 형태든 보유한 DNA 정보를 초기 목적으로만 사용한 적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주 정부와 지역 법률 집행 기관은 연방 규제 범위를 벗어난 영역에서 운영하는 불량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불량 DNA 데이터베이스는 단순히 체포나 심문 대상이 되었으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의 DNA 정보도 보관했다. 그중에는 미성년자와 범죄 피해자도 포함되었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된 사건 중 샌프란시스코 법률 집행 기관이 강간 피해자가 제출한 DNA 정보를 이용하여 별도의 범죄 사건에 피해자를 연결한 사건을 언급할 수 있다.

코네티컷주 최고검시관사무국의 사망자 부검 전문가 미셸 클락(Michelle Clark)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DNA 샘플을 실종 사건 수사 지원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네티컷주 행사에서 글린 부교수와 코네티컷주 관료도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의 위험성과 CODIS의 프라이버시 설정 차이점을 설명했다. 글린 부교수는 “코네티컷주는 모든 주민이 DNA 정보 키트 중 하나 전체를 관리하면서 DNA 정보와 데이터, 개인 DNA 사용 조건 설정 자치권을 완벽히 통제하도록 보장한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도 DNA 기부 드라이브를 구축했다. 조지아주 드칼브 카운티에서 개최된 DNA 드라이브 출범 행사에서 주 정부 관료는 의문사한 사망자 시신을 포함한 시신 20여 구의 신원을 확인하려 CODIS와 유전학 데이터베이스에서 DNA 샘플을 찾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수사국의 후원을 받고,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노스캐롤라이나주 DNA 드라이브 출범 행사에서 실종자 가족이 CODIS에 DNA 샘플을 제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관료도 소비자용 DNA 검사를 권고했으나 검사 키트를 직접 지급하지는 않았다.

2023년 6월, 매사추세츠주에서 출범 예정이었던 DNA 드라이브는 미국 시민자유연맹이 프라이버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일정이 지연되었다. 매사추세츠주 DNA 드라이브 구축 계획을 지원한 미들섹스카운티 지방검찰은 검사자의 볼에서 DNA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DNA 샘플 자발적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DNA 제출자에게는 패밀리트리DNA의 무료 족보 분석 결과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매사추세츠 미국시민자유연맹 자유기술 프로그램 책임자 케이드 크록포드(Kade Crockford)는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를 낙태 시술자 수사와 같은 사건에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크록포드는 “매사추세츠주 법률 집행 기관을 돕는다고 생각하여 매사추세츠주에서 DNA 샘플을 제출한 이는 자칫하면 친척의 낙태 범죄 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정보 접근 권한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2018년, 조지아주 경찰은 DNA 검사로 습지에서 산모 시신을 추적한 사건이 있다. 당시 수사관은 산모가 유산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DNA 드라이브 구축을 도운 비영리 단체 RTI 인터내셔널(RTI International) 소속 포렌식 과학자 도니아 슬랙(Donia Slack)은 실종자 가족이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의 위험성을 기꺼이 간과하고자 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슬랙은 “여러 실종 사건을 보면, 실종자 가족은 실종된 가족을 찾고자 한다. 실종자 가족은 프라이버시 문제 발생 가능성을 실종된 가족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대체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DNA 검사만으로 실종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종자 가족은 사진과 의치학 검사 기록, 지문, 기타 실종된 가족의 신원 확인 문서를 제출하여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DNA 샘플 제출은 다른 직계 가족과 친인척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로 당사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DNA Drives Help Identify Missing People. It’s a Privacy Nightmar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