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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 중단 전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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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 중단 전쟁속으로
2023년 9월, 신속한 판단과 신중한 역학 조사 덕분에 인도 케랄라주에서는 치명적인 니파바이러스를 포함한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는 일을 막았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전염은 방어하기에는 취약하다.
By KAMALA THIAGARAJAN, WIRED UK

9월 11일 아침, 응급의학 전문의 아누프 쿠마르(Anoop Kumar)는 비정상적인 상황 대응에 나섰다. 가족 네 명이 쿠마르가 근무하는 케랄라주 코지코드 지역 아스터 MIMS(Aster MIMS) 병원에 하루 전 같은 증상을 보인 뒤 실려 왔다. 쿠마르 박사가 동시에 병원에 실려 온 가족 네 명을 직접 진료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쿠마르 박사는 의료팀을 꾸리고, 가족의 질병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내 가족 중 9살짜리 남자아이와 4살짜리 여자아이, 24살인 아이들의 삼촌과 10개월 된 사촌까지 네 명을 바로 옆에 두고 진단하기 시작했다. 네 사람 모두 발열과 기침, 독감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9살짜리 아이는 호흡기 질환이 있었던 탓에 제대로 숨을 쉬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병균 침투 위험성이 없는 호흡기를 착용한 채로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계속 주입하여 폐를 확장해야 하는 상태였다.

네 사람의 증상 모두 우려스러울 정도였으며, 정확한 원인을 알기도 어려웠다. 의료진 중 그 누구도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족 병력을 깊이 조사한 뒤 한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두 어린 남매의 아버지인 49세 농부 모하메드 알리(Mohammed Ali)가 사망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의료진은 알리를 진료한 병원에 연락한 뒤 두 남매와 비슷한 증상과 폐렴 증상, 발열 증상을 앓았던 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더 자세히 조사하면서 알리가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신경계 증상도 있었으나 당시 주치의가 간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알리는 복시 증상과 발작 증상을 앓고,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알리의 사인은 다기관 부전으로 기록됐다. 명확한 원인 없이 모호한 진단 내용만 기록된 셈이다. 쿠마르 박사 연구진은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쿠마르 박사는 알리의 사인을 접하고, 2018년, 독감과 같은 증상과 호흡 장애, 신경성 질환을 앓은 환자 5명을 진단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쿠마르 박사가 진료한 환자 모두 드물지만, 치명적인 동물원성 바이러스인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앓았다.

박쥐가 숙주가 되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사망률은 40~75%이다. 2018년, 인도 케랄라주에서 처음 니파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당시 18명이 니파바이러스에 전염되고, 17명이 사망했다.

케랄라주 니파바이러스 감시팀을 이끈 케랄라주 만제리 지역 정부의학대학 지역사회 의학 부교수 테쿰카라 수렌드란 아니쉬(Thekkumkara Surendran Anish)는 “박쥐, 돼지 등 니파바이러스에 전염된 동물을 통해 직접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체액에 오염된 식수를 통해 접촉할 수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환자의 체액과 밀접 접촉해도 니파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니파바이러스 전염 사례는 케랄라주 곳곳에서 몇 배 증가하였다.

쿠마르 박사 연구팀은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니파바이러스 치료 권한과 바이러스 감염 보호 백신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니파바이러스 감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거나 다른 곳으로도 퍼진다면, 재앙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니파바이러스 확산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쿠마르 박사 의료진이 담당한 환자 네 명의 의문스러운 증상과 알리와의 관계, 알리의 신경 질환 증상, 제대로 된 진단 부재 모두 종합했을 때 쿠마르 박사는 니파바이러스 감염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쿠마르 박사는 “알리의 건강이 급속도로 저하된 것도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할 만한 원인이었다. 알리는 증상을 앓고 며칠 만에 사망했다. 마지막으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하여 경각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하나 있었다. 알리는 2018년, 케랄라주 내 니파바이러스 확산 핵심 지역과 가까운 곳에 거주했다”라고 설명했다.

쿠마르 박사팀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여 즉시 환자를 격리하고, 가족에게는 비말 검사 장비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가족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실을 확인했다. 코지코드 지역 아얀체리 마을 거주자인 40세 환자 만가라트 하리스(Mangalatt Haris)도 중증 증상을 보인 채로 아스터 MIMS에 실려왔다. 하리스는 병원에 이송된 다음 날 사망했다. 하리스의 비말 검사 표본을 의료진에 전달하여 니파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하루 뒤 확인할 수 있었다. 쿠마르 박사의 병원에 실려온 환자 중 알리의 9살짜리 아들과 24세 삼촌, 그리고 알리 가족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 하리스 세 명은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가 치료를 받은 병원도 알리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등 각종 전염병 감염 검사를 진행했다. 알리의 바이러스 검사 키트도 니파바이러스 감염 검사 대상이 되었다. 이내 알리가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모하메드 알리가 2023년 케랄라주 내 첫 번째 니파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정된다.

그런데 알리가 실제로 니파바이러스 첫 번째 감염자일까? 하리스는 알리의 가족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알리 가족과는 다른 지역에 거주했다. 하리스는 경로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알리가 첫 번째 감염자가 아니라 가장 먼저 감염 증상이 포착된 환자일 수도 있다. 쿠마르 박사도 잠복기를 고려했다. 니파바이러스는 14~21일간 잠복기가 있다. 즉,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 감염자가 증상을 보이는 데 몇 주가 걸린다는 의미이다. 니파바이러스 감염 시 외부 개입이 있었다면, 바이러스는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이미 널리 확산되었을 수도 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심각한 위기 경보
케랄라주 당국도 니파바이러스 감염 상황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 양성 사례 확인 후 케랄라주 공중 보건 체계는 매우 강력한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2023년 9월 13일, 당국은 케랄라주를 니파바이러스 감염 구역 여러 곳으로 나누고, 코로나19 확산 당시와 같이 케랄라주 전역의 엄격한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학교와 사무실, 대중교통 모두 폐쇄되었으며, 케랄라주 내 감염 구역 안팎으로의 이동도 제한되었다.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만 제한된 시간에 운영했다. 주민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세정제 사용과 같은 사전 주의 지침을 따랐다. 케랄라주 공중 보건 인력은 니파바이러스 감염 경로 추적이라는 힘겨운 작업에 돌입했다. 발열 증상을 보인 주민 모두 격리 조치하고, 니파바이러스 접촉 사례 1,233건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진행했다. 모하메드 알리 가족과 두 번째 환자인 하리스와 접촉한 주민 모두 니파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았다. 케랄라주 의료진 한 명도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반면, 하리스의 가족력을 조사한 의료진은 하리스의 감염 사례와 알리 가족의 감염 사례 간 관련성을 찾으려 했다. 하리스가 병원에 제출한 모든 이동 경로를 신중하게 연구하면서 하리스의 감염 원인 연구 상황이 순식간에 진전을 거둘 수 있었다. CCTV 영상 몇 편 덕분이다.

아니쉬 부교수는 “하리스가 알리와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알리의 옆자리에 있는 응급실 병동 침상에서 진료를 받은 장인어른과 함께 이동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알리와 하리스의 장인어른은 같은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다. 케랄라주 보건당국은 같은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면서 알리의 바이러스가 하리스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9월 15일 아침, 알리가 진료를 받은 병원에 입원한 친척 병문안을 간 적이 있는 39세 남성이 니파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알리가 찾은 병원이 니파바이러스 확산 근원지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사례이다. 이제 니파바이러스 양성 사례는 6건, 사망자 수는 2명이다. 그러나 케랄라주 지역사회 내 확실하지 않은 바이러스 연쇄 전염 상황 우려는 사라졌다.

아니쉬 부교수는 병원 내 바이러스 전염 상황을 두고 “니파바이러스 확산 방식이 즉시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라며, 니파바이러스가 공중 전파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니파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만, 질병 진화와 함께 환자의 바이러스 전염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니쉬 부교수는 니파바이러스가 표면에서 번식하고, 감염자의 체액 접촉을 통해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이 니파바이러스 전염 위험성이 높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손 세정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니파바이러스 감염 사례 중 의료진 118명이 격리되었다.

9월 16일 이후 케랄라주 내 니파바이러스 신규 감염 사례와 추가 사망 건수 모두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케랄라주 보건부 장관 비누 조지(Veenu George)는 현재 니파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인 타밀나두주와 카르나타카주도 니파바이러스를 고도로 경계했으나 지금까지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두 지역 모두 케랄라주보다는 보건 감시 체계 수준이 비교적 낮은 상태였다.

효율적 대응과 운, 두 가지 모두 작용했나?
케랄라주가 니파바이러스 퇴치 최전방 지역이자 외부 확산을 방어한 사실을 고려하면, 니파바이러스 감염 조기 진단은 케랄라주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케랄라주의 니파바이러스 대응 체계는 쿠마르 박사 의료진과 같이 의학 지식수준이 뛰어난 의료진과 신속하게 표본을 다룬 검사 시설에 의존하였다. 접촉자 추적, 봉쇄 조치, 격리 조치 등 확고한 대응도 케랄라주의 훌륭한 대응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염병 감염 전략 대응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례이다.

하지만 니파바이러스 감염 사례 자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케랄라주는 지난 5년간 니파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네 차례 발생했으며, 바이러스 감염 시 몇 주간 잠복기가 이어진다. 만약, 케랄라주에서 인간이 주기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태가 계속되었다면, 다른 지역으로도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니파바이러스 진압 노력도 큰 진전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보건당국은 지금도 니파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의 첫 번째 감염 사례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알리가 가장 먼저 니파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2018년에는 코지코드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를 분석하여 박쥐가 니파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당시 알리의 거주 지역 근처에 서식하는 박쥐를 통해 채취한 표본 36개 중 니파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인 표본은 없었다.

케랄라농업대학교 야생동물 과학 부교수 스리하리 라만(Sreehari Raman)은 지난 10년간 케랄라주 박쥐의 자연 역사를 연구했다. 라만 부교수가 작성 중인 박사학 논문은 박쥐 서식 중심 지을 찾고, 기후변화가 박쥐 개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 대상에는 케랄라주 내 위험에 처한 박쥐 종도 포함되었다. 최근, 라만 부교수는 니파바이러스 확산과 관련이 있는 코지코드 지역 박쥐를 조사했다.

라만 부교수는 “박쥐 개체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케랄라주의 푸른 삼림이 말라비틀어지는 추세이다. 즉, 박쥐 서식지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쪽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라만 부교수는 코지코드 지역 반경 1km 이내 영역 중 박쥐가 잠을 자는 지역 6곳을 찾아냈다. 한때 박쥐는 숲에 서식지를 형성했으나 이제는 숲에서 박쥐 서식지를 찾아볼 수 없다. 삼림이 말라비틀어지는 문제 이외에도 많은 삼림 지역이 대규모 홍토 때문에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문제도 있다.

대신, 라만 부교수는 국도를 따라 박쥐 서식지 세 곳을 발견했다. 나머지 서식지는 보통 사원과 신앙 지역으로 보호되는 영역인 성림에서 발견했다. 박쥐 서식지가 계속 파괴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의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게 되었다는 증거이다. 삼림 관리 부처와 지역 주민에게 문의한 뒤 라만 교수는 일부 주민이 박쥐의 서식지가 집이나 사무실과 너무 가까울 때는 서식지를 불태우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쥐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사실과 갈수록 박쥐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동시에 입증할 증거이다.

박쥐 서식지 문제는 박쥐와 인간의 물리적 접촉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니파바이러스 전파가 흔한 일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박쥐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 간의 거리가 니파바이러스 감염과 과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라만 부교수는 니파바이러스 감염 시 기생충의 역할도 간과한 점을 지적하며, 박쥐 혈액을 흡수하는 기생충이 니파바이러스의 벡터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니파바이러스가 갈수록 널리 전파되는 방향으로 변하는 세계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음 대유행병 예방(Preventing the Next Pandemic)』 저자이자 소외열대질환 전문의인 피터 제이 호테즈(Peter Jay Hotez)가 지적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와 도시화, 삼림파괴, 변경된 인간 이주 상황, 그리고 가끔 불안정한 정치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바이러스 대규모 전파 상황이 더 보편적인 상황이 되기 완벽한 환경이 형성되었다. 생물 의학, 사회과학, 기후과학 등 다양한 과학 이론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하여 바이러스 전염 위협을 직면한 지역사회의 질병 확산 위험성 인식을 일깨워야 한다. 호테즈 박사는 “전 세계 단위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생태학적 요소를 더 깊이 이해할 노력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끔찍한 대유행병은 계속 확산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더 깊이 이해하지 않고 인간과 추후 발생할 확률이 높은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접촉 범위가 더 가까워진다면, 쿠마르 박사 의료진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의료진이 또 다른 니파바이러스 대규모 확산 의심 사례에 대응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의학계와 과학계가 파악하기 전보다 바이러스가 훨씬 더 널리 전파될 수도 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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