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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알트만의 ‘오브’, 들여다보니 돌아오는 것은 끔찍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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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알트만의 ‘오브’, 들여다보니 돌아오는 것은 끔찍한 암호화폐
인류를 위한 기계에는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홍채 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홍채 인식을 마치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홍채 인식을 하면서 월드코인을 보유할 가치가 있을까?
By JOEL KHALILI, WIRED UK

필자는 오브(Orb)를 보러 런던을 방문했다. 안내원에게 오브를 보러 왔다고 말하니 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미 오브를 보려고 현장을 찾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런던 쇼디치의 공유 사무실 건물 안에 소규모 인원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젊은 남성이고, 턱수염을 기른 이들도 많았다. 암호화폐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었다. 한자리에 모인 암호화폐 지지자들 사이에는 크롬 소재의 빛나는 모습으로 눈높이의 원통을 장착한 형태로 제작된 기계인 오브가 있었다. 오브는 현장 방문자 한 명 한 명의 눈을 스캔하려 배치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브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현장 방문자가 직접 옮길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배치된 것이었다.

오브는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가 챗GPT 개발자이자 오픈AI 창립자인 샘 알트만(Sam Altman)이 공동 창립한 기업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의 신규 암호화폐 기반 프로젝트인 월드코인(Worldcoin)의 마지막 단계를 위한 월드 투어에 나섰다. 월드코인 프로젝트 가입자 전원 홍채와 다른 얼굴 특성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오브 한 대에 스캔하고, 그 대가로 월드코인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툴스 포 휴머니티 공동 창립자는 더는 인간과 지능이 신뢰할 만한 개인 인증 수단이 되지 않아, 인공지능(AI)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세계적인 신원 인증 체계 마련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누군가의 고유 생체 정보를 포착하고 생체 데이터의 상세 정보를 일련의 숫자 배열로 코드화하여 인간이라는 점과 투표 등과 같은 목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와 동일 인물임을 인증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되었다. 결과적으로 여러 SNS 기업과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 신원을 인증하고는 스팸과 사기부터 거짓 정보 유포까지 악성 봇 활동을 퇴치할 수 있다.

2023년 6월, 블라니아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인터넷에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차별화 요소는 항상 지능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차이점이 사라졌다”라며, “툴스 포 휴머니티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오브는 신원 인증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월드코인이라는 프로젝트 명칭을 보면, 전 세계로 프로젝트를 배포하고자 하는 야망을 이해할 수 있다. (오브는 이미 5개 대륙의 30개국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월드코인은 오브로 홍채 인식을 한다는 조건에 동의한 모든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한다. 블라니아는 암호화폐 무료로 지급한다는 계획은 오랫동안 이어진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시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사용자가 신원 인증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는 그 대가를 지급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한 끝에 월드코인 암호화폐 지급을 생각해 냈다. 지금까지 월드코인 가입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받고자 홍채를 스캔해야 한다는 탈이상주의적 부분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2021년 10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은 홍채 스캔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는 것을 두고 트위터 스레드에 “안구 스캔 정보를 기록해서는 안 된다”, “사기 방지 용도로 생체 정보를 사용하면 안 된다. 목적이 무엇이든 생체 정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인체는 무언가를 사용하는 대가로 부담하는 요금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경고 글을 게재했다. 블라니아는 개인 신원을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오브로 포착한 원본 이미지는 삭제하고 식별 정보를 코드화한 숫자만 파일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 비판론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오브가 배치된 현장을 찾았을 때 테크 업계에서 가장 최근 지도자로 떠오른 알트만의 지지자가 되었든 암호화폐 갑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되었든 월드코인의 생체 정보 관련 우려를 무시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월드코인 관련 정보가 언론을 통해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지면서 다수 암호화폐 애널리스트가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되었든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되었든 일반 사용자는 월드코인으로 투자 수익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반대했다.

월드코인의 시작점은 알트만이 전 세계 인구 누구나 적어도 생계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자산을 지원한다는 약속인 전 세계 보편적 기본 소득(UBI) 제도를 지지할 방안을 모색한 2019년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동등한 부의 분배 실현이라는 조건을 위해 인터넷에서 두 차례 로그인하고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접속한 웹사이트를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막을 인증 기술이 필요하다.
 
[사진=Worldcoin]
[사진=Worldcoin]

2021년 6월, 월드코인의 상세 정보가 처음 공개됐다. 챗GPT가 생성형 AI를 대중의 인식에 심기 전, 월드코인 홍보 해석 내용은 다음과 같이 약간 달랐다. 이전에는 월드코인이 전 세계 인구에게 일정량 지급할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해석 덕분에 월드코인이 프로젝트의 고유함을 갖추게 되었다. 이후 월드코인은 “월드코인의 기술적 인프라 개발 및 테스트 후 일부 신규 토큰을 추후 가입 시 지급할 것”이라는 일종의 차용증서를 여럿 다루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 감독 및 ‘공공재’ 역할을 하는 신원 네트워크를 보장하고자 월드코인 재단(Worldcoin Foundation)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설립됐다. 오브와 사용자가 가입하는 앱을 모두 개발한 툴스 포 휴머니티는 결국,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마련된 여러 서비스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방안을 찾아 나섰다. 블레이나는 “지금 월드코인 관련 서비스로 소득을 얻을 만한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월드코인은 기술과 사용자 기반 규모 모두 시험하고자 노르웨이와 칠레부터 케냐, 수단까지 포함한 27개국에서 초기 현장 테스트를 시행했다. 홍채 스캔 한 건당 수수료를 받는 오브 오퍼레이터(Orb Operators)라는 독립 계약자 단체는 수십만 건에 이르는 홍채 스캔 기반 신원 인증을 획득했다. 월드코인 테스트 국가 14곳은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으로 지정한 국가이다. 블라이나는 “모든 상황에서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테스트하고자 했다”라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월드코인 대표단이 주로 기만에 해당하는 마케팅 관행에 개입하고는 오브로 홍채를 스캔한 사용자에게서 의미 있는 정보 합의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블라이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지적한 문제는 월드코인의 갈수록 커지는 문제 중 툴스 포 휴머니티가 막아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지하지 않은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기사로 다룬 조사는 독일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서 15명을 모은 뒤 진행하였다. 이후 월드코인은 수많은 변경사항을 적용했다”라고 전했다.

2023년 7월 24일(현지 시각), 월드코인이 드디어 정식 배포를 앞두었다. 월드코인 출범을 알리는 공식 선언으로 블라이나와 알트만은 월드코인이 경제적 기회를 대거 늘리고, 온라인에서 인간과 AI를 구분하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전 세계 민주주의 과정, 결과적으로 AI 기반 보편적 기본 소득 보장 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오브는 몇 차례 시도를 거쳐 신원 인증 대상자의 정보를 등록했다. 간혹 홍채 스캔 시 글래스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시선을 아래로 향하도록 한 상태에서 가장자리를 보아야 했다. 가끔 문제가 있었으나 스캔 과정은 주로 단 몇 분 만에 끝났다. 오브는 사전 등록 시 스마트폰에 생성된 QR 코드를 스캔한 뒤 사용자 얼굴을 스캔했다.

런던 오브 등록 지원을 이끌기 위해 채용된 계약 근로자 아나 하워드(Ana Howard)는 “ID나 다른 정보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18세 이상 성인 누구나 홍채를 스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채를 스캔하는 모든 사용자는 스캔할 때 관련 정보를 100% 안내받고 접속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홍채 등록을 마친 사용자 누구나 무료 티셔츠를 받는다. 등록 현장에서 받은 티셔츠 앞에는 월드코인 로고와 ‘고유한 인간’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필자가 홍채 등록을 마친 뒤 3시간 동안 오브 등록 예약자가 계속 입장했다. 현장을 찾는 이들의 월드코인 프로젝트 정보 이해도는 차이가 컸으며, 오브에 홍채를 스캔하기로 결심한 계기도 달랐다. 와이어드의 취재에 응한 현장 방문자 7명 중 홍채 스캔을 우려하는 이는 없었다. 필자에게는 오늘날 오브를 이용한 홍채 스캔만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방식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알트만이 월드코인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다면, 홍채 스캔 결정 전까지 더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방문자 중 한 명인 그렉 킹(Greg King)은 홍채 스캔 후 “챗GPT 영향으로 샘 알트만을 매우 좋아한다. 챗GPT 출시 영향으로 알트만을 지지하게 돼, 오브에 정보 등록을 해보기로 결심했다”라며, “월드코인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조금 알고는 있지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홍채 스캔 후 사용하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오브 홍채 스캔 현장을 찾은 또 다른 신규 등록자인 마이클 알드리지(Michael Aldridge)도 알트만이 참여한 사실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알드리지는 오브에 홍채 스캔을 하는 날 아침까지 월드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지금도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더 자세히 알아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이라는 제안에 관심을 보였더라도 주로 암호화폐 보상에 주목했다. 오브에 홍채를 스캔한 암호화폐 지지자인 제임스 브라이언트(James Bryant)는 월드코인이 다음으로 가치가 급등할 차세대 암호화폐 기대주가 될 가능성을 계산하여 발행 처음부터 월드코인을 보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브라이언트는 “월드코인이 암호화폐 부문에서 다음 성공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위험성을 감수하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차세대 암호화폐이다. 위험성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큰돈을 벌 방법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신규 등록자인 조 심스(Joe Sims)는 “홍채 스캔으로 암호화폐 갑부가 되고자 하는 것이 탐욕스러운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암호화폐 보상 지급 때문이다. 10년 전, 거래가가 8달러였을 당시 비트코인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나 무시했다. 어쩌면 비트코인과 같은 것이 또다시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 홍채 스캔 정보를 건넸다. 모든 과정이 5분 만에 끝났다”라고 말했다.

홍채 스캔을 통한 암호화폐 보상이 월드코인을 향한 수많은 관심을 끌어모은 계기가 된 것처럼 보인다. 디스코드 서버에서는 대부분 월드코인 발행 첫 주나 사전 등록 기간 내에 오브를 이용하여 새로이 등록한 이들에게 보상으로 약 50달러 상당의 25개 토큰을 지급한다는 주제를 거의 단독으로 이야기했다. 해당 서버에는 어느 한 생체 정보 인증을 마친 사용자가 “이미 이틀이 지났다”라며, 여전히 월드코인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똑같이 인증 후 보상을 기다리는 또 다른 사용자는 “오브 인증을 위한 3일간의 여정이 시간 낭비에 가까운 일이라고 느낀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암호화폐 토큰 발행 및 공급 방식인 토크노믹스 전문가 다수는 월드코인 발행 구조 탓에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과감한 야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더 나아가 현재 토큰을 구매한 일반 투자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드코인의 토큰 총 발행량 상한선은 100억 개이다. 전체 공급량 중 75%는 앞으로 15년간 유통되며, 나머지는 툴스 포 휴머니티 직원과 앞으로 1년간 보유한 토큰을 거의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준수한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출시 당시 월드코인의 토큰 유통량은 최고 1억 4,300만 개이며, 1억 개는 토큰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외부 시장 형성 기관에 지급된다. 암호화폐 감사 기업 해켄(Hacken) 공동 창립자 디마 부도린(Dyma Budorin)은 토큰이 발행 초기에 발행되지만, 발행량 다수가 시장 형성 기관으로 향한다는 조건이 사전 출시 단계에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다룬 비현실적인 시가총액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시가총액 때문에 개방된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가 월드코인으로 투자 수익을 얻을 확률이 낮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현재 월드코인의 이론적 시가총액은 229억 달러이다.) 반면, 투자 기업 블록타워 캐피털 창립자인 아리 폴(Ari Paul)을 포함한 다른 암호화폐 시장 전문가도 부도린과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부도린은 월드코인의 또 다른 주의 사항으로 금전적 투기 이외에 확실히 주목할 만한 토큰 사용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토큰은 투자자가 프로젝트의 재무에서 토큰 할당 방식을 결정하는 투표권을 부여하는 등 특정한 기능을 하고는 토큰 가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부도린은 월드코인이 가치를 뒷받침할 만한 활용성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 당장 월드코인은 밈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샘 알트만 밈코인과 다를 바 없다. 장난감과 같은 대상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월드코인 백서에는 “월드코인은 사용자에게 프로젝트 방향 의견 제시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그러나 월드코인 재단은 사용자와의 대화로 프로젝트 방향 의견 제시 권한이라는 상세한 부분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툴스 포 휴머니티는 월드코인 토크노믹스가 일반 사용자보다 개인 투자자의 이익을 지지할 기회와 관련하여 문의한 사항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블라이나는 2023년 6월 인터뷰 당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활용성을 공개할 예정이며, 토큰은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라고 전했다.

블라이나는 “가장 간단한 단계에서 보자면, 월드코인은 디지털 신원이자 금융 네트워크이다. 바로 월드코인의 핵심이다. 인공지능과 보편적 기본 소득이라는 다른 조건은 응용 사례이다. 월드코인의 응용 사례가 발생할 것이며, 프로젝트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향할 일은 없을 것이다. 월드코인은 필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 Looked Into Sam Altman’s Orb and All I Got Was This Lousy Cry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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