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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메타버스, 모두 정부 차원의 ‘작업’과 관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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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메타버스, 모두 정부 차원의 ‘작업’과 관련됐다
중국 정부는 오락과 쇼핑을 줄이고 헬스케어 및 산업에 더 초점을 맞춘 메타버스를 원한다.
By YALING JIANG, WIRED UK

광저우가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돌입하기 전, 광저우 지방정부 당국에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확산 문제를 깊이 고심해야 했다. 바로 모기가 숙주가 되어 오한과 근육통을 유발하는 뎅기열 바이러스이다.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에데스 모기는 물웅덩이에서 번식한다. 따라서 광둥성 중부 지역인 톈허구 관료는 건물 지붕에 고인 물을 없애고자 했다. 그러나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모든 건물 지붕을 살펴보는 일은 고되면서도 오류가 잦다.

이에, 2017년, 톈허구는 증강현실(AR) 기업 HiAR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방 당국 관료는 지붕 위로 드론을 날리면서 물웅덩이가 있는 지붕을 구분했다. 드론으로 수집한 정보는 지상 인력이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는 대시보드에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HiAR은 1992년, 미국 공상 과학 소설인 『스노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페이스북(현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언급으로 테크 매체에서 사용하기 전인 2012년 설립됐다. 페이스북은 2021년, 가상 세계 구축을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메타로 사명을 변경했다.

중국 스타트업과 테크 투자자는 유행을 중요시하여 따르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메타의 주력 사업 전환과 함께 현지 다수 기업과 투자자가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하여 중국 자체 개발 메타버스 개발이나 가상현실(VR) 및 AR 요소의 소비자 제품 통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중국 테크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정부도 메타버스 기회에 재빨리 합류하여 미래 사이버 공간의 흐름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과 규정 확립 요소라고 판단하는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급부상한 메타버스가 서양 세계가 구상하는 메타버스와는 매우 다르다는 의미이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 서양 세계가 제안한 메타버스 비전은 소비자 중심이지만, 중국의 가상 세계는 자국 경제 지원을 위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더 집중한다.

테크 업계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 부소장 브래디 왕(Brady Wang)은 “메타버스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며, 모든 기업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중국에서는 메타버스 개념 대부분 정부 주도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개념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종종 웹 3와 같이 해결되지 않은 다른 용어와 함께 사용하는 VR이나 AR, 가상 세계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그보다 더 확고한 개념으로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는 자산과 자체 경제 및 화폐를 보유한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종 메타버스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과 접촉하도록 하는 비전이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2021년 12월, 공산당 내 부정부패 수사 담당 기관인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Central Commission for Discipline Inspection)가 국가 차원에서 지정한 메타버스의 정의를 발표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사물을 가상 공간에 자세히 구현한 ‘디지털 트윈’과 디지털 공간과 현실 세계의 공간을 통합한 ‘혼합현실(MR)’, ‘블록체인’이라는 3가지 기술로 구성된 세계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나 당국은 중국의 장기 비전과는 대립하는 듯한 공산당의 단속 의지 표명을 위해 2021년 9월 자로 암호화폐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 전망에 타격을 주었다.

다수 전문가는 암호화폐 금지는 중국의 메타버스 개발을 향한 길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가상 공간을 디지털 세계와 분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 연구 기업 플레넘(Plenum) 파트너 보정위안(Zhengyuan Bo)은 “중국과 세계 다른 국가가 구상하는 핵심 차이점은 중앙화 방식의 엄격한 규제 유무이다. 수익화를 위한 디지털 자산이 없다면, 성장할 공간은 제한적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단속하려는 대상은 블록체인만이 아니다. 서양 메타버스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게임 산업은 정부가 가장 단속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미성년자와 청년층의 온라인 게임 중독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국영 언론은 게임 산업을 ‘정신적 마약’이라고 칭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17개월간 신규 게임 발행 허가 부여를 중단했으며, 2021년에는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에 직접 이익을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메타버스 기술의 요소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 디지털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다룰 정부 안건을 지정한 대규모 경제 전략 문건인 중국 정부의 제14차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2022년 말, 공업신식화부를 포함한 5개 부처 장관이 발행한 시행 계획은 VR 산업의 3,500억 위안(510억 달러) 규모 성장을 약속했다.

고위급 관료가 제시한 계획은 더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을 확실히 식별하였다. 그중에는 사용자의 눈에 이미지를 투사하여 보여주는 근안 디스플레이(near-eye display)와 2D 혹은 3D 모델을 현실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 렌더링 처리 기술, 감각 상호작용, 네트워크 전환 등이 포함되었다.

단, 정부 지원에는 조건이 있다. 중국 정부는 메타버스 기술이 중국에 기여하는 바와 관련된 비전을 두었다. 즉, 메타버스가 사용자의 사교 활동과 업무, 오락을 위한 가상 세계가 아닌 중국의 현실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상하이 장강 하이테크 파크에 있는 본사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HiAR 마케팅 책임자인 시리 첸(Siri Chen)은 “현재 단계에서 모두 교육과 의료, 여행, 산업 개발 등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첸이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할 당시 HiAR 직원이 HiAR의 헤드셋을 착용한 공장 근로자 역할을 하고는 밸브 수리를 원격으로 지시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메타버스 관련 분야의 다른 기업도 정부 투자 전망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화하였다. 상하이 디지털 트윈 기업 디지트윈 테크놀로지스(Digitwin Technologies)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인 에릭 리우(Eric Liu)는 제14차 5개년 계획이 디지트윈 테크놀로지스의 주력 분야를 에너지와 제조업으로 변경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리우는 “에너지 산업과 제조 산업은 과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던 분야”라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의 메타버스 형성이라는 야망은 중국이 구상하는 메타버스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은 최신 트렌드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테크 분야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국 스타트업은 종종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의 중심에 도달하려 한다.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과 올바른 트렌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VR 기업 VeeR 공동 창립자인 첸징슈(Jingshu Chen)는 “중국에서 무엇이든 유행이 된다면, 많은 기업이 해당 분야에 뛰어드는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초점을 전환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중국 VR 산업은 빨라진 호황과 거품 폭발 반복을 겪고, 또 다른 급속 성장의 시기 정점을 맞이하였다. 비즈니스 정보 플랫폼 Qichacha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 등록된 VR 기업 수는 총 3,177곳이었다. 그러나 VR 산업 다수 관계자는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21년,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2 출시,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중국 VR 기업 피코(Pico) 인수는 VR 산업의 새로운 추진력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2022년, 메타의 오큘러스 VR 헤드셋 제품군에 맞설 제품을 출시한 피코 인수는 바이트댄스의 메타버스 사업 강화 시도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빛을 잃었다. 다수 테크 기업이 약속한 풍부한 가상 세계 형성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많은 스타트업이 중대한 아이디어를 수익성이 있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리우는 “모든 메타버스 기업이 제품 시장에 적합한 사업을 찾으려 한다”라고 전했다.

대규모 소비자 중심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이미 매우 큰 실망감을 선사하였다. 2022년 6월, S&N 호텔스 그룹(S&N Hotels Group)은 프랙텔러 메타버스(Fracteller Metaverse)라는 플랫폼에 중국 최초의 메타버스 호텔을 설립했다. 그러나 프랙텔러 메타버스는 이제 온라인 접속이 지원되지 않는다. 2022년 10월,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영화 아바타(Avatar) 제작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멋진 경치를 보유한 국립 삼림공원인 장자제는 메시지 앱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에 세계 최초 관광 메타버스 플랫폼인 장자제 플래닛(Zhangjiajie Planet)을 출시했다. 그러나 장자제 플랫폼의 기능은 제한적이다. 와이어드가 장자제 플래닛의 주요 판매 요소인 가상 산 이름을 지정하려 하자 장자제 플랫닛은 위챗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현실 세계의 고객 지원 센터로 전화하도록 안내했다.

리우는 많은 고객이 실제 활용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한 전시회만을 위해 메타버스 서비스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리우는 “중국의 혁신을 이야기하자면, 승인 후 완료된 프로젝트 상당수가 반드시 운영 프로젝트여야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정부에 혁신 프로젝트 완료와 정부 지원 예산 지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라질 것이다. 이해 관계자가 확신한 뒤에는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를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의 유행은 메타버스에서 생성형 AI로 바뀌었다. 일부 중국 전문 테크 투자자는 이미 메타버스를 향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비전은 바뀌지 않았다.

첸은 “정부는 정책 입안으로 장기 전망에 집중한다. 최근의 AI 열풍은 지방 정부부터 중앙 정부까지 정부의 메타버스 정책 완료를 이어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China’s Metaverse Is All Abou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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