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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건설 추진과 함께 역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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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건설 추진과 함께 역사 만든다
정치적, 기술적 문제로 2000년간 중단된 후 이탈리아에서 드디어 시칠리아와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By JACOPO PRISCO, WIRED UK

기원전 250년경 로마는 팔레르모 전투에서 전리품으로 얻은 코끼리 100마리를 시칠리아에서 로마로 이송하려 했다. 그리스 역사학자 스타르보(Starbo)에 따르면, 로마인은 비어 있는 통과 나무판자를 이용해 거센 물살과 바람에 맞서 넓이 약 3.2km인 수로인 메시나해협을 잇는 임시 다리를 건설하려 했다.

2000년 이상 지난 지금 메시나해협을 잇는 다리 건설 계획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수십 년간의 정치적, 기술적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류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건설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을 논의한 이탈리아 정부 과학 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던 쥐세페 무스코리노(Giuseppe Muscolino) 메시나대학교 공학 교수는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실현을 조심스레 낙관한다. 하지만 다리 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몇 달 뒤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칠리아 주민이 종종 ‘대륙’이라고 칭한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본토 연결 계획은 실용성만큼 상징성도 크다. 이탈리아 최남단인 시칠리아섬은 부유한 북부 지방과 대조적으로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다.

팔레르모대학교 사회학 교수이자 『메시나해협의 신화 속 다리(The Mythical Bridge on the Strait of Messina)』 저자인 오렐리오 안젤리니(Aurelio Angelini)는 “1861년, 이탈리아 통일 후 메시나해협 다리는 남부 시골 지역을 구원할 중요성을 지닌 대상이자 산업화된 북부 지역과 유럽 다른 지역과의 조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리 건설 계획은 시칠리아섬과 북부 지역 주민 모두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근거를 제시하며, 오랫동안 반대했다. 그러나 안젤리니 교수는 변화에 대한 저항도 다리 건설이 보류된 이유라고 덧붙여 전했다. 그는 “시칠리아섬 주민과 이탈리아 서남부 지역인 칼라브리아 주민은 분열되었으나 대다수가 다리 건설을 반대했다. 일부 주민은 선박 이동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다리 건설을 반대했다. 역사학적 측면에서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 선박 이동은 두 지역 연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의 현대 공학 연구는 1866년에 처음 진행됐다. 당시 공학 전문가는 다리 건설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해저 터널 건설을 제시했다. 1876년, 당시 공공부 장관이었던 쥐세페 자나델리(Giuseppe Zanardelli)는 “시칠리아섬은 해협 위와 아래 모두 유럽 대륙과 연결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해저 터널 건설은 비용 부담이 큰 데다가 복잡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1896년, 해저 터널을 건설하는 대신 선박을 이용하여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를 이동하는 노력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논의가 재개된 때는 1950년이었다. 당시 주간지 템포(Tempo)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The World’s Longest Bridge)’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이 다리 건설 논의 계기가 되었다. 지질학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1969년에는 정부 차원의 국제적 다리 설계 대회를 개최했다. 총 143가지 설계 도면이 제출됐다. 대회 우승자는 6명으로,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이탈리아 정부가 선택한 도면은 해저 터널 도면부터 5가지 경간으로 구성된 현수교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실제 다리 도면 설계 개념 단계를 넘어선 도면은 없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그리고 1990년대까지 확정된 메시나해협 다리 설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단 한 가지 현수교 설계를 합의하게 되었다. 게다가 언론 재벌 출신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가 다리 건설을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리 건설이 정치적 논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젊은 여성을 초청한 파티 개최를 통한 수뢰죄 혐의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피부색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악명높은 인물이다.) 2001년, 베를루스코니는 중도우파 동맹 후보로 총리에 당선된 후 메시나해협 건설 계획을 승인하고 예산을 분배했다. 그러나 2006년, 총선에서 중도우파가 패배하자 좌익 성향의 야당이 다리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베를루스코니가 2008년 총리로 재당선되면서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이 부활했다. 다리 건설 계획은 3년 뒤 예산 61억 6,000만 유로(67억 2,000만 달러)에서 85억 유로로 확대 편성되면서 재승인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로존의 부채 위기 여파로 베를루스코니는 다수의 지지를 잃고 사임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총리로 당선된 인물이자 대중의 존경을 받는 기술 관료 마리오 몬티(Mario Monti)는 2013년,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을 최종 취소하였다.

2023년 3월 중순,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이라는 길을 마련한 법령 승인과 함께 이탈리아 정부의 다리 건설 계획이 또다시 부활했다. 이번에는 현재 86세인 베를루스코니의 지지를 등에 업은 부총리이자 대중영합주의 성향의 북부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의 지지를 받았다. 베를루스코니는 법령이 승인된 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이번에는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러프버러대학교 런던캠퍼스 외교 및 국제정치학 부교수 니콜라 치에로티(Nicola Chielotti)는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이 부활한 이유 중 하나는 다리 건설 계획으로 일자리 혜택을 얻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치에로티 부교수는 “이탈리아 정부는 다리 건설 계획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계속 자본을 투자한다. 또, 일부 이익 단체는 다리 건설 계획으로 자본을 얻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살비니 부총리도 “메시나해협 다리를 건설하지 않을 때보다 다리를 건설할 때 투입하는 비용이 더 적다”라고 인정했다.

치에로티 부교수는 다리 건설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세금 개혁 추진과 국제 금융 문제에 대한 적극적 태도 등 핵심 선거 공약에 침묵했던 정부의 유용한 정치적 이익이라는 점을 덧붙여 전했다.

그러나 안젤리니 교수는 주로 우익 정당이 지지하고 좌익 성향의 야당이 반대하는 등 강력한 정치적 문제가 된 다리 건설 계획은 기반 시설 대중 영합 주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리 건설을 중심으로 한 거짓 발언은 확실한 민족주의 대상이며, 이탈리아의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건설 능력을 입증할 인상적인 특징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메시나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 설계는 길이 3,300m 단일 경간 현수교 건설을 구상 중이다. 메시나해협 다리가 완공된다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유명한 길이 2,023m인 터키의 차나킬레 대교보다 60% 더 긴 다리가 될 것이다. 높이 380m인 필론을 포함한 메시나해협 다리는 높이 342m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인 프랑스의 미요 대교를 제치고 구조물 길이 자체도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메시나해협 다리는 시간당 차량 6,000대, 하루당 기차 200대가 통행할 수 있을 것이며, 경간 65m로, 해군 선박도 별다른 방해 요소 없이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선박으로 두 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는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의 이동시간은 10분 이내로 대거 단축돼, 시칠리아섬 주민 500만 명의 이탈리아 다른 지역 접근성이 훨씬 더 향상될 것이다.

무스코리노 교수는 이전에는 경간 3개, 각각 해저 80~100m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는 필론 두 개로 구성된 현수교 설계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시나해협의 강력한 해류와 선박 이동의 위험 발생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실제 건설이 불가능했다.

무스코리노 교수는 “교각이 하나인 다리는 필론을 지상에 건설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유일한 문제는 길이이다. 길이 3km 이상인 다리는 건설된 적이 없다. 바람이 주된 문제점이 될 수 있으나 풍동을 고려하면 현재 제시된 다리 설계가 완벽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제시된 다리가 안전성을 갖추고 성공적으로 완공될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무스코리노 교수는 다리 건설 기간이 6~10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을 지지한 엔지니어이자 다리 설계자인 엔조 시비에로(Enzo Siviero)는 무스코리노 교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짧은 기간에 다리를 완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비에로는 “단 5년이면 다리를 완공할 수 있다. 다리 건설 소요 기간은 정부가 다리 건설에 투자하고자 하는 비용에 달려있다”라며, 제노바 세인트 조지 다리(Saint George Bridge) 사례를 언급했다. 세인트 조지 다리는 코로나 시대에 24시간 내내 쉴 틈 없이 건설 작업을 이어가 1년 6개월 만에 완공되면서 붕괴 사고로 43명이 사망하게 된 고속도로를 대체했다. 시비에로는 “세인트 조지 다리를 건설할 때처럼 24시간 내내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기간은 3년 6개월 소요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시비에로는 2013년, 취소 전까지 진행된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작업 당시 건설한 일부 작업물 대부분 지금도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이미 매우 제한된 규제 조건을 바탕으로 다리 건설 계획이 진행됐다. 일부 건축 기술과 케이블을 중심으로 자재를 개선해야 한다. 또, 다리 자체의 표준과는 별개인 육지의 신규 기반 시설의 건축 품질 완성도를 위한 추가 적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작업을 단 몇 개월 만에 마칠 수 있다. 다리 건설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시비에로는 바람이 주요 위험 요소인 데다가 단일 경간 현수교가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시비에로는 “최대 4~5m로 다리 높이를 관리할 수 있다. 만약, 바람이 매우 심각한다면, 차량 접근을 몇 시간 동안 폐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차량 제한은 다리 완공일 기준 5~10년 후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 선박 교통도 중단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수교를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본질적 특성 덕분에 메시나해협 일대의 지진 발생 위험성이 높지만, 지진 관련 우려가 적다. 1908년, 진도 7.1 지진 발생으로 메시나해협 대다수 지역이 파괴되면서 8만 명 이상 사망했다. 그러나 카타니아대학교 소속 지질학자 지오반니 바레카(Giovanni Barreca)는 현수교가 지진 위험에 안전할 것이라고 본다. 바레카는 “메시나해협에는 단층선이 있어, 시칠리아섬과 카라브리아 지역이 매년 3.5mm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층선과 같은 방향으로 필론을 갖춘 현수교를 세운다면, 지질학적 측면에서나 기술적 측면에서 비교적 안전하므로 다리 건설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리 건설의 가장 큰 장벽은 환경 문제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계획을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계획이라고 주장했으나 여러 환경 단체는 오래전부터 다리 건설을 반대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이탈리아 지사 부사장 단테 카세르타(Dante Caserta)는 “현재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이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으로 모두 간단하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카세르타 부사장은 메시나해협은 바닷새와 바다 포유류의 대이동에 매우 중요한 환경 보호 구역 일대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WWF는 다리 건설 계획의 경제적 측면도 비판한다. 카세트라 부사장은 “30년 동안 다리 건설 개념 설명을 했으나 어떠한 결과도 얻지 못하고 이탈리아 시민 세금 3억 1,200만 유로를 낭비하기만 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2011년 추산한 다리 건설 예산 85억 유로는 다리 건설 자재 가격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리는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의 가장 가까운 영역을 연결하도록 건설해야 한다. 현재 선박 운항 지점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부분이다. 이는 해협 양쪽에 도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스코리노 교수는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의 도로 건설 작업 비용이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전체 예산 중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카세르타 부사장은 다리 건설 계획의 경제적 지원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는 “통행 요금으로 다리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교통량이 부족할 것이다. 해협을 오가는 이들 75%는 차량이 없는 상태에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대한 기반 시설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 본토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동 시간을 15분 줄인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비니 부총리는 이미 2024년 여름이면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4년 여름이 신화 속 다리가 현실 세계에 등장하게 될 순간의 시작점이 될 것인가? 안젤리니 교수는 “정부는 다리 건설 시 유리한 지위에 있다. 이미 서류상으로 다리 건설 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2024년이면 다리 건설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메시나해협 다리는 이탈리아의 사회적, 경제적 이익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없다. 게다가 많은 시민과 상품은 다른 수단으로 이동한다. 메시나해협 다리 건설 기회가 적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World’s Longest Suspension Bridge Is History in the M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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