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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스쿠터에 열광한 파리, 이제는 금지 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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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스쿠터에 열광한 파리, 이제는 금지 정책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 교통 체계와 시위 현장을 이동하면서 전기 스쿠터가 아닌 ‘차량’이 진짜 문제임을 볼 수 있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전기 스쿠터에 탑승하면, 대도시의 인간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가면, 차량과 자전거 핸들을 돌리는 다른 운전자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도로를 달린다. 그러나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면서 새로이 느낀 고요함이 이어지는 시간은 단 몇 초뿐이다. 사거리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교통 신호를 따라 이동하는 차량과 충돌할 것을 우려하게 된다. 20분간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다 보면, 핸들을 꽉 잡은 손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마추어 조거와 같은 수준의 속도인 시속 10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에는 겁이 많다.

바로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를 처음 탑승했을 때 느낀 감정이다. 사실, 어디를 가나 전기 스쿠터를 처음 탑승할 때도 느끼는 바이다. 느린 속도로 신중하게 교통 위기를 직면한 도시의 신호를 따라 이동한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은퇴 연령을 4년 늦추려는 시도가 촉발한 집단 분노로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측에 반대하는 직원이 파업에 돌입하여 길거리마다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다른 곳에는 시위대가 쓰레기를 소각하여 인도에는 새까맣게 탄 얼룩이 남아있다. 간혹 쓰레기 더미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썩은 냄새가 나는 액체가 길거리에 흘러 전기 스쿠터를 다루기 어렵다. 센강 인근에서 필자와 전기 스쿠터 모두 철저하게 무장한 시위 진압 경찰 무리를 이동한다.

이 모든 배경에 맞서 파리는 10여 년 만에 첫 번째 국민 투표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투표 주제는 현재 파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원인인 연금 개혁안이 아니다. 대신, 전기 스쿠터 대여 문제를 주제로 한 국민 투표가 개최되었다. 4월 2일(현지 시각), 국민 투표에서 파리 시민 90%가 전기 스쿠터를 반대했다. 이에, 파리시장은 신속히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필자가 국민 투표 전, 파리 길거리에 나온 이유이다. 하루 동안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여 전 세계에서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을 가장 적극적으로 환영한 대도시 중 한 곳인 파리가 전기 스쿠터 채택을 두고 급격히 정책 변화 채택 직전이라는 상황에 이른 이유를 이해하고자 한다.

2018년 여름, 파리 시장에 진출한 미국 전기 스쿠터 기업 라임(Lime)은 정치적 태도 변화를 비난한다. 파리의 전기 스쿠터 초기 채택 상황은 혼란스럽고 복잡했다. 2019년, 파리 내 전기 스쿠터 사업 운영 기업은 최소 10곳이었으나 규제는 전혀 없었다. 결국, 파리시 정부는 2020년, 전기 스쿠터 단속에 나서면서 전기 스쿠터 기업 7곳을 파리시에서 퇴출했다. 또,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에 대여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기 스쿠터 수를 5,000대로 제한했다.

라임은 파리시 정부의 전기 스쿠터 기업 단속 후 살아남은 기업 세 곳 중 한 곳이다. 라임 프랑스 지사 공공 문제 책임자 하비에르 미랄레스(Xavier Mirailles)는 전기 스쿠터 단속이라는 변화가 파리의 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미랄레스는 파리 제9구역의 카페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2020년부터 라임의 파리 사업 운영 상황이 좋았다. 라임은 파리시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회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교통부를 담당하는 녹색당의 데이비드 벨리아드(David Belliard)가 파리 신임 부시장이 된 2020년 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벨리아드 부시장의 취임 후 전기 스쿠터 기업은 파리시 정부와의 관계가 냉각되었으며, 기업과 시 당국 간 회의도 중단되었다고 말한다. 미랄레스는 “모든 운영 기업과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분기별로 검토했다. 그러나 분기별 검토 회의가 1년 넘게 중단되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월, 벨리아드 부시장은 전기 스쿠터 대여 금지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벨리아드 부시장은 와이어드의 논평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벨리아드 부시장의 반대는 전기 스쿠터를 친환경 이동 방식으로 홍보하던 전기 스쿠터 업계에는 이상한 일이다. 비판 세력은 전기 스쿠터의 수명이 짧은 탓에 전기 스쿠터 기업이 새로운 스쿠터를 제작해야 하는 만큼 지속 가능성이 뛰어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여러 편의 연구를 통해 초기 전기 스쿠터 및 배터리 생산 과정의 배출량이 개인 소유 자전거보다 10배 더 많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전기 스쿠터 기업은 연구 이후 지속 가능성을 개선했다고 주장한다. 라임과 도트(Dott), 티어(Tier) 모두 현재 생산된 전기 스쿠터의 수명이 최소 5년이라고 주장한다.

전기 스쿠터 금지에 앞서 전기 스쿠터 임대 기업과 개인 소유 전기 스쿠터 소유 모두 파리에서 인기를 얻었다. 과거에는 학생과 영향력이 있는 인물, 같은 스쿠터를 공유하고자 하는 커플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필자는 국민 투표에 앞서 파리에서 접할 수 있는 전기 스쿠터 임대 기업 세 곳의 스쿠터를 시범 탑승해보았다. (필자의 직불카드로는 티어 스쿠터 사용료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필자는 스쿠터의 높이가 더 높다는 점에서 도트의 스쿠터 탑승감이 가장 좋았다고 느꼈다. 신호등이 켜진 상황에서는 다른 탑승자가 연대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해주기도 했다. 전기 스쿠터 임대 기업은 파리 내 월간 전기 스쿠터 탑승자 수 총 40만 명이며, 전기 스쿠터 탑승 인구 집단의 비율은 남성이 조금 더 많은 쪽으로 왜곡되었다고 말한다.

파리 스마트 비즈니스 구역으로도 유명한 제8구역 카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 운동단인 레스 주네스 아베크 마크롱(Les Jeunes Avec Macron) 회원 두 명을 만났다. 주로 지하철 운행이 종료된 새벽 1시 이후 스쿠터를 대여한다고 밝힌 25세 청년 막심 로후스(Maxime Lohues)는 “스쿠터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운임이 비싼 택시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버스로는 귀가할 수 없을 때 스쿠터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로후스와 함께 취재에 응한 22세 청년 마논 코롬비에(Manon Colombié)는 여성에게는 야심한 시각에 지하철을 탑승하는 것보다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안전이 전기 스쿠터 논쟁의 핵심이다. 코롬비에는 전기 스쿠터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보행자 때문에 새로운 위험 요소가 추가됐다. 2021년, 두 명이 전기 스쿠터 한 대에 탑승한 채로 31세 이탈리아 여성 보행자와 충돌하여 보행자가 사망했다. 당시 일각에서 우려한 가장 끔찍한 상황이 확인되었다. 파리 시민 오드리 두파스(Audrey Dupas)는 “스쿠터가 보행자를 방해하거나 충돌 사고 현장을 매일 목격한다. 투표가 열리는 날, 전기 스쿠터 대여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전기 스쿠터가 보행자와 스쿠터 탑승자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전기 스쿠터 기업은 안전을 위해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라임은 보행자 도로 감지 기술 적용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도트는 기존 법률 집행 개선은 경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티어 서유럽 지사 공공 정책 책임자 어완 르 페이지(Erwann Le Page)는 사용자가 처음 15회 탑승하는 동안 스쿠터 이동 속도를 최대 시속 15km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파스가 이야기한 불만 사항은 유럽 전역의 보행자가 똑같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필자가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를 직접 탑승했을 때 보행자 도로에서 탑승하고자 하는 강력한 유혹을 느꼈다. 보행자 도로에서 탑승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 파리의 좁은 길거리에서 전기 스쿠터 탑승 시 각종 차량과 자전거, 버스, 밴, 모터가 장착된 자전거가 혼잡하게 뒤섞인 채로 이동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는 탑승자를 보호하는 금속 프레임 안에 탑승하지만, 전기 스쿠터를 탑승할 때는 탑승자와 다른 차량 사이에 기다란 막대기 하나만 있다. 필자는 빠른 속도로 교통 이동이 반복되는 3차선 도로에 다다랐을 때, 전기 스쿠터 탑승을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까지 무사히 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쿠터 옹호 세력은 국민 투표가 스쿠터 탑승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형성되었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필자가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를 탑승했을 당시에는 국민 투표 안내 포스터만 보았다.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Ipsos)는 시민 70%가 파리에서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티어와 라임, 도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지지 세력은 국민 투표 전, 투표율을 걱정했다. 국민 투표에서 전기 스쿠터 탑승 지지표를 던진 56세 프로듀서 스테판 카민카(Stéphane Kaminka)는 “파리에는 전기 스쿠터 탑승자보다 미탑승자가 더 많다. 따라서 전기 스쿠터 금지 의견이 다수의 표를 얻을 확률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전기 스쿠터 기업도 국민 투표 장소가 너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지사를 둔 전기 스쿠터 기업 도트의 최고 기술 책임자 니콜라스 고스(Nicolas Gorse)는 “파리 15개 구역의 투표소는 보르도와 비슷한 면적의 투표소 단 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국민 투표 당일 파리 마라톤이 개최된다는 점도 문제를 더한다.

고스는 전기 스쿠터가 차량을 대체할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파리의 대중교통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스는 “네덜란드와는 다르다”라며, 네덜란드가 사실상 자전거 이동만을 위한 전용 도로를 두고 친환경 이동 수단 전환을 확립한 사례를 언급했다. 프랑스에서는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 탑승 간 변경이 매우 적다. 이에, 고스는 전기 스쿠터 탑승자 단 12%만이 전기 스쿠터 금지 후 자전거를 탑승할 계획임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고스는 “간혹 시민이 자전거를 탑승하는 것보다 스쿠터 사용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만약, 필자가 전기 스쿠터가 금지된 후 대체 이동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면, 자전거를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리의 상징적인 지역인 루 데 볼리 일대에서 전기 스쿠터를 탑승하면서 전기 스쿠터로 이동 수단을 전환할 때의 장점을 느꼈다. 코로나 시대에 중앙 도로는 혼잡한 교통 상황이 끊이지 않는 차량의 물결 대신 조용하면서 분리된 자전거 도로로 바뀌었다. 차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전기 스쿠터는 전혀 다른 이동 경험을 선사한다. 필자는 전기 스쿠터를 계속 탑승하면서 핸들을 느슨하게 잡기 시작했다. 전기 스쿠터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스쿠터 이외에 다른 요소가 문제의 원인이다. 바로 전기 스쿠터 탑승자를 위험에 몰아넣고, 보행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보행자 도로로 향하도록 하는 원인은 전기 스쿠터와 차량이 같은 곳에 뒤섞여 이동하는 상황이다.

파리는 다른 유럽 대도시 여러 곳과 마찬가지로 이동 수단의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앤 히달고(Anne Hidalgo) 현 파리 시장은 파리 길거리의 차량 감소 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필자는 전기 스쿠터 금지가 차량 감소 노력에 반대하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동차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Paris Fell in Love With Escooters. Now It Might Ban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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