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TT REYNOLDS, WIRED UK

지구 종말 시계는 1947년부터 분 단위로 지구 종말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진 시간을 쟀다. 매년 원자력 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소속 연구팀은 지구 종말을 상징하는 아이콘의 하락 시점을 판단했다.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사건이 곧 다가올 것임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지난 2년간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이 되기 100초 전이라는 시간을 설정했다. 그리고 2023년 1월 24일(현지 시각), 지구 종말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자정이 되기 90초 전으로 바뀌었다. 즉, 지금 당장 세계가 지난 76년 전보다 재앙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초기에는 세계의 핵전쟁이 임박한 시간을 안내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지구 종말 시계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인간의 책임감을 확대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에 전 세계 재앙을 촉발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든 각종 재앙은 물론이고, 기후변화도 반영하는 것을 고려했다. 2020년, 원자력 과학자 회보의 과학 및 보안 이사회는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진 이유로 핵 긴장 상태 증가와 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지목했다.

핵전쟁과 기후변화는 지구 종말 시계를 단일한 그래픽으로 요약해야 할 중대하면서도 복잡한 주제이다. 지구 종말 시계의 그래픽은 매년 전 세계 배출량이 오늘날의 13% 수준이었으며,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이 존재하지 않았던 때에 탄생한 비유적 표현으로 많은 부담이 있다. 핵전쟁과 기후변화를 묶어서 생각하고, 인류가 지구를 오염시킬 여러 방법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을 모호하게 한다. 어쩌면, 세계의 가장 유명한 시계 표면인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뒤로 돌려야 할 때이다.

기후변화와 핵전쟁을 단일한 그래픽으로 나타낼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두 가지 위험 요소가 전혀 다른 시간 단위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 변화는 인류가 당장 직면한 재앙이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나타내기 좋은 요소이다. 그러나 인간이 매번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때마다 미래의 구체적이지 않은 어느 한순간의 재앙이 시작된다. 옥스퍼드대학교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 및 보안 이사회 구성원인 레이몬드 피에르험버트(Raymond Pierrehumbert) 교수는 “매년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하여 환경에 나쁜 물건을 시스템에 포함한다"라고 말했다.

핵 재앙 발생 위험성은 더 분리된 단계로 전환한다. 1991년,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이 되기 17분 전으로, 초기 15분 전보다 시간이 조금 더 느려졌다. 지구 종말 시계가 가리킨 시간 중 종말에서 가장 먼 시간이기도 했다. 전략 무기 제한 협정(Strategic Arms Limitation Treaty)과 소련 붕괴 덕분이었다. 원자력 과학자 회보 소속 연구팀은 “원자력 과학자 회보의 지구 종말 시간 설정은 새로운 시대 진입 낙관을 반영한다”라고 작성했다.

핵전쟁 위험성을 기후변화와 구분할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기 어렵다. 반면, 세계는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미래를 더 확고히 대비한다. 기후 행동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는 현행 정책을 유지할 때, 2100년이면 기온이 2.7℃ 더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러나 기존 정책 유지 시 2100년 기온이 3.7℃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 2013년보다는 더 나은 편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한다. 미래 상황이 더 나은 듯하지만, 지금 당장 상황은 계속 악화된다. 지구 종말 시계를 제작한 과학계의 난제를 의미한다. 미래를 추가로 약속할까 아니면, 지금 상황을 유지할까?
 
피에르험버트 교수는 “개인적인 관점이나 대다수 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매년 인류는 지구 종말 시계 바늘이 종말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향하도록 이산화탄소에 대기를 방출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질 때가 매우 많다. 배출량이 증가할수록 지구 종말 시계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증가한다. 그러나 시계를 자정이 되기 99.4초 전으로 설정한다고 해서 지구 종말 시계 초기 제작자가 목표한 관심사를 정확히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핵전쟁을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세계에는 핵전쟁이 발발하지도 않았으며, 핵전쟁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여기에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전략적 핵 무기는 전면 핵전쟁과는 다르다. 그러나 폭넓은 수준에서 보자면, 핵전쟁은 원자력 과학자 회보 소속 연구팀이 초기에 핵전쟁을 이진법으로 생각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기후변화는 사소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대다수 과학자는 지구 온난화에는 급격한 손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대신, 특정 기후 체계가 갑자기 불가피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기후변화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 증가와 함께 전 세계 재앙이 천천히 서서히 한 방향으로만 변화한다. 

핵전쟁과 기후변화 등이 원인이 된 지구 종말이라는 심각한 파장이 발생하면서도 확률이 낮은 재앙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다. 하지만 기후변화만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존립 위기 연구원인 루크 켐프(Luke Kemp)가 주목한 바와 같이 지구온난화는 다른 재앙과도 같은 위기 회복성 저하 원인이 된다. 인류가 최악의 대유행병이나 재앙과 같은 수준의 지구 온난화와 함께 핵전쟁에서 회복하는 것을 상상하기 더 어려워진다. 기후변화는 지구 종말 위기 자체만 의미하지 않는다. 인류의 각종 재앙 속 취약성 심화로 이어지는 위험 강화 요소이기도 하다.

피에르험버트 교수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기후를 일종의 온도계와 같은 존재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비유 방식 자체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온이 지금 당장의 지구 온난화 수준이나 미래의 일을 나타내는가? 그리고 자정과 가까운 수준에 해당해, 실제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해당하는 특정 기온이 존재하는가? 피에르험버트 교수는 전 세계 인류 절반이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 되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기후 지구 종말과 같은 사건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인간은 인간의 서식이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운 지구온난화 수치를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피에르험버트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화석연료를 계속 태운다면,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의 위기를 시계에 비유하는 것의 한 가지 단점은 시간 예측 시 고려한 위협 요소를 떠나 현재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피에르험버트 교수는 “지구 종말 시계는 실제로 올해 핵전쟁 위험성을 알려줄 의도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 뒤 발생할 근본적인 위험 상태를 평가할 의도로 개발된 것이다. 미래의 위험성 상태 평가는 이미 복잡한 문제이며, 기후변화는 미래의 각종 위험 요소를 강화하는 요소와 같다. 여러 위험이 혼합된 요소를 더하면, 나머지 모든 위험 요소가 장기적으로 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진다.

지구 종말 시계는 어느 순간으로 남게 될까? 지구 종말 시계는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 절대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복잡성과 위험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확산돼 서로 서서히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대유행병과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인공지능(AI),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등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앙이 발생할 시점을 나타낸다고 보는 지구 종말 시계는 훨씬 더 단순한 시대의 경고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s It Time to Call Time on the Doomsday Clock?